최순실 사태로 국내 정치와 사회가 어지러운 이때 한반도 상황과 관련된 메가톤급 사건이 지난주 말레이시아에서 터졌다.
북한 김정은의 아버지 김정일의 또다른 아들 김정남이 말레이시아 공항에서 백주대낮에 독극물로 암살 당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김정남은 김정은에게 이복형이다.
이번 사건은 북한 요원들이 진두지휘 하면서 동남아권 국적 사람들을 교묘하게 이용해 범죄를 저질렀다는 점에서 다소 특이한 양상을 띄고 있다.
아마 과거에 직접 개입한 테러들이 북한의 이미지를 나쁘게 하고 곤경에 빠뜨렸던 것을 의식한 듯하다.
최종 결론은 나지 않았지만 북한 김정은이 권력 불안을 느낀 나머지 정치적 견제의 일환으로 벌인 일이 아닐까 추측된다.
그런데 말레이시아 북한대사는 이 사건이 말레이시아와 한국이 합작해 저지른 일이라는 황당한 성명을 내놓고 있다.
한국이 최순실 사태 등 국내의 복잡한 정치 상황을 탈피하기 위해 저질렀다고 주장한다.
이런 북한의 태도에 말레이시아 언론에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현지 언론들은 말레이시아 주권과 법을 존중하라며 촉구하고, 북한이 비논리적이고 황당한 주장으로 말레이시아의 공정한 수사권을 부정하고 있다는 맹비난 과 함께 북한과의 단교도 거론하고 있다.
사실 비교적 입국이 자유로운 동남아시아 국가를 이용한 북한의 테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83년 미얀마 아웅산 테러가 북한이 동남아에서 저지른 대표적 범죄이다. 국제사회에서 언제나 법을 어기고 불법을 저지르는 북한이 아직도 문명국가로 대접받고 유엔 회원국으로 있다는 사실은 참으로 놀라운 일로 여겨진다.
이번 사태에 대해 북한이 기대고 있는 중국도 올 연말까지 북한산 석탄 수입을 전면 중단한다고 밝혔다. 근래 최고 수준의 대북 제재 조치이다.
지난 12일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쏘자 다음 날 중국은 북한산 석탄 1만6천t을 통관시키지 않음으로써 경고를 보냈고 김정남이 암살되자 수위를 더 높인 것이다. 대북 제재의 목표는 명확하다. 북한을 압박해 핵 미사일을 포기케 하고 합리적 대화의 자리로 나오게 하려는 것이다. 그러려면 김정은의 입지를 좁혀 들어가는 정책이 필요하다.
스스로 국제사회에 협력하지 않으면 생존할 길이 없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
지금까지 그런 대북 제재는 한 번도 제대로 되지 못했다. 밖에선 중국이 방해하고 안에선 햇볕론자들이 북의 숨통을 틔워줬다.
중국은 연속성이 문제이긴 하지만 어쨌든 북한을 봉쇄하는 국제사회에 동조하는데 반해 한국의 일부 야당은 집권하면 곧바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겠다고 한다. 국제 공조만이 아니라 중국의 정책과도 반대가 되는 이야기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면 연 수억달러가 북한에 가고 그 돈으로 북한이 군사력을 강화하고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는 것은 일부 야당 대통령 후보자들도 잘 알 것이다.
북한에 대한 단호한 제재가 상당한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 것은 최근 귀순한 탈북 인사들의 잇단 증언에서도 알 수 있다.
최근 귀순한 북한 외무직 고위관리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는 증언에서 “단호한 국제사회의 공조 제재가 김정은을 압박해 그의 정책에 난관이 생기고 북한 주민의 심리적 동요를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실 중국이 이번과 같은 자세로 북한을 단호하게 다루고 국제 사회와의 공조 자세를 유지한다면 남북문제가 의외로 쉽게 해결되고 통일을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햇볕정책에 대한 찬반 논란이 있다고 해도 집권하면 당장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재개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국제 공조와도 어긋나고 유엔 결의에도 어긋나는 것이다.
우리 스스로 우리를 지키지 않는다면 국제사회가 과연 우리를 도와줄 것인가?
우리는 그런 과오를 저질러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