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바뀐다고 한다. 매년 바뀌어 왔는데 이번엔 대수술을 할 모양이다.
정확히 정권이 바뀌는 5년마다 변형이 되는 한국 입시제도가 또 바뀌는 모양이다.
우리나라에서 `선배와 똑같은 입시제도하에서 대학 입학한 후배는 한 명도 없다`라는 자조적 목소리가 사실일지도 모른다.
중고교 교실이 벌써 어수선하고 들썩거린다고 한다. 특히 중학생들이 좌충우돌한다는 소문도 들린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교육 공약이 현재 중학생들에게 처음 적용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국정기획자문회의는 수능과 내신을 절대평가로 바꾸는 것을 비롯해 수능 개편, 내신 절대평가, 고교 학점제를 우선적으로 다루겠다 한다. 또 외고, 자사고 등을 폐지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국공립대학들을 하나로 묶어 프랑스의 국립대처럼 연계해 하나의 대학으로 만든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렇게 입시를 뜯어 고치고 고교를 폐지하고 대학을 통폐합시키는 것이 옳은지 그른지를 논하는 것이 아니다.
프랑스 제도가 성공인지 실패인지 따지려는 것도 아니다. 다만, 교육 백년대계의 관점에서 이렇게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수술을 하고 매년 입시를 바꾸는 국가가 세계에 한국 말고 또 있을 지 묻고 싶다.
한국에서 새 정부가 시작되면 관례처럼 해오는 일이 많은데 그 중 하나가 대학입시 정책을 바꾸고 정부 부처 이름을 바꾸는 것이다. 또 어떤 부처 이름이 바뀌고 통폐합 될지 궁금하다.
200년 역사의 미국은 대학입시 정책이 잘 바뀌지 않는다. 각 고교 내신성적과 SAT, ACT라고 하는, 우리의 수능시험 같은 성적을 참고해 대학이 자율적으로 학생을 선발한다. 또 행정부처도 국무부, 국방부, 교육부 등 이름이 거의 바뀌지 않고 오랜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미국이 대학입시 정책을 안 바꿔 대학들의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세계 랭킹 20위권 대부분은 미국 대학으로 채워져 있다.
우리는 없애고 바꾸는 것을 그리 좋아할까? 포항의 옛 역사를 간직한 포항역이 사라졌다. 포항에는 옛 역사를 상징하는 건물이 거의 없다.
서울도 마찬가지이다. 역사적 보존가치가 높은 화신백화점, 중앙청건물, 국도극장 등을 모두 폭파시키고 부수었다.
이에 반해 로마, 파리, 런던 등 유럽의 오랜 도시들, 그리고 역사가 일천하다는 미국의 워싱턴, 필라델피아 등은 옛날 건물들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그런 역사적 건물들이 관광자원 뿐만 아니라 국민의 자부심으로 자리잡고 있다. 치욕의 역사적 건물, 부서진 역사적 건물도 원형 그대로 보존해 후세들에게 교훈으로 삼고있다.
언젠가 필자가 쓴 칼럼 중에 `바꿔야 할 것과 바꾸지 말아야 할 것`이 있었다.
다시 그 생각을 끄집어내 본다.
이제 우리 국민들은 우리가 선진국임을 자부하기 위해 스스로가 `바꿔야 할 것과 바꾸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한 인식 교육이 필요하다. `바꿔야 할 것과 바꾸지 말아야 할 것`을 구분하는 인식이 선진국으로 나아가는 첫 걸음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입시제도는 자주 바꿔야 할 제도가 아니다.
입시제도가 한국의 근본적 입시과열과 비창의적 교육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봐야 한다.
어설프게 문제를 바로 잡으려다 또 다른 부작용을 만들고 다시 고치는 악순환이 거듭돼 왔다. 이제 우리는 교육 제도만은 섣불리 바꾸지 않고, 시행을 하는 대학이나 고교 자율에 의한 교육정책을 펼쳐야 한다.
`교육부를 없애는 것이 가장 좋은 교육정책이다`라는 교육계의 말을 고심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