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포스텍이 세계대학평가 기관인 영국 더타임즈(Times Higher Education: THE)가 최근 발표한 `2017 소규모 세계대학평가`에서 세계 3위에 올랐다고 한다.
이번 평가에서 포스텍은 미국의 칼텍, 프랑스 에콜 노르말 쉬페리외르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특히 이번 발표에서 주목되는 것은 프랑스 대표적 공과대학이고 222년 전통의 엘리트 대학 에콜 폴리테크니크를 포스텍이 제쳐 관심을 끌었다.
포스텍이 미국 칼텍을 모델로 설립된 대학이라는 관점에서 두 대학 모두 톱3에 랭크됐고 이 결과는 포스텍의 성공적 모습을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사실상 학생들이 포스텍을 선택하는 주요 이유가 소수정예교육이란 점을 비춰 볼 때 이는 당연한 결과일 수 있다. 포스텍은 또한 다음주 발표될 `THE`의 아시아랭킹에서도 톱10에 랭크될 전망이라고 한다. 2010년 포스텍은 THE 평가에서 세계 28위를 기록한 적도 있으며, 그 기록은 세계대학평가 순위 가운데 가장 높은 국내 대학 최고 기록으로 남아 깨지지 않고 있다. 일부 교육자들은 `랭킹기관들이 일방적 기준으로 정하는 랭킹이 무슨 의미를 갖는가`라고 반문하기도 한다. 일리 있는 지적이기도 하다.
대학평가는 과연 유효한 것인가. 그 의미는 무엇인가. 만일 평가에 문제가 있다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 이런 의문들이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대학평가는 올림픽에 비유된다. 올림픽을 준비하는 선수들처럼 대학도 목표가 있어야 열심히 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대학의 실력이 늘어나는 것이다. 대학이 발전해야 한다는 동기 유발 측면에서 평가는 매우 중요한 것이다.
평가가 대학의 순수 본질을 훼손한다는 반론은 평가의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닌 이상, 방법이나 평가지표 문제를 계속 연구 발전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
최근 THE는 향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게 인공지능(AI), 무인자동차 등 창의적 연구나 산학협력 관련 평가지표를 넣는다는 구상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평가가 `대학의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는 관점에서 미래 발전 방향에 맞춰 평가지표는 끊임없이 변화해야 한다.
평가의 또 다른 부산물은 고착화된 대학서열을 깨뜨리는 것이다. 대학 서열이 바뀔 수 있어야 대학이 발전한다는 가장 중요한 명제에 기초한다. 대학 서열이 기존의 고착된 평판에 기초해 발표되고 인정돼서는 발전할 수가 없다. 대학평가에서는 이러한 고착된 평판과 다른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바로 이 점이 평가가 필요한 점이다.
학생들이 `아무리 열심히 해도 내 운명은 출신 대학에 의해 좌우된다`라는 환경이 조성돼서는 안 된다.
수많은 학과 중 `이 분야에서는 내가 1등 대학을 나왔다`, 또는 `우리 학교는 뜨는 대학이다`와 같은 자부심을 가질 때 학생들이 학업에 열중하고 졸업 후 사회에서 자신감을 갖게 된다. 대학평가나 랭킹은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다.
`로젠탈 효과`(칭찬의 긍정적 효과)는 학생들 사기가 올라가야 대학이 발전하는 선순환 계기를 부여하고 대학평가는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다.
하버드대, 스탠포드대와 같은 명문대는 어떤 기준으로 평가해도 항상 세계 톱10에 든다. 앞으로 포스텍도 어떠한 평가기준에도 흔들리지 않는 대학이 되는 게 목표여야 한다. 포스텍 뿐 아니라 해외 대학과 경쟁하는 한국 대학들 모두가 그렇게 돼야 한다. 대학의 노력을 무엇으로 `측정`할 수 있겠는가? 결국 평가라는 틀이 있어야 대학들도 뛸 것이며, 변화의 동력원으로 삼아 학생들에게 자부심을 심어주는 기능을 할 것이다.
그러한 관점에서 대학 평가는 대학들에겐 힘든 일이지만 필요한 과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