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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청문회 유감

등록일 2016-12-08 02:01 게재일 2016-12-08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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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의호<br /><br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
▲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

`최순실 게이트`와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라는 국가적 초비상 상황에서 열린 국회 국정조사 특위 청문회를 보면서 국민들은 참담한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참담한 느낌은 정치권 질문의 행태가 구태의연했고 선정적이었다는 것과 함께 첫 날 보여준 기업인들의 태도 역시 정의롭지 못하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느낌에서 비롯된다.

막말, 인격모독, 몰아세우기와 같은 선정적이고 인기 위주의 의원들 질문은 듣는 국민의 이맛살을 찌푸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사안의 본질과 동떨어진 총수 비난 발언은 도를 넘었다.

거의 70% 이상의 질문이 삼성 이재용 부회장에게 집중됐는데 질문 선정성이 도를 넘었다는 느낌이었다. 어떤 의원은 청문회에서 이 부회장이 기억이 안난다며 답변을 피하자 “모르고 기억도 잘 안나고 그리 무능하면 전문 경영인에게 경영을 넘기는 게 낫지 않는가”라는 모독성 발언을 했다.

또 한 의원은 “오늘 대답한 수준은 박근혜 대통령 수준이다. 그러다 삼성 직원한테 탄핵 당한다”며 “`돌려막기 4지선다 재용`이란 별명을 붙여주겠다”고 이 부회장과 박 대통령에게 동시에 인격적 모욕을 했다.

“서울구치소가 멀리 있는 곳이 아니다”“아직 나이가 50세가 안됐는데 동문서답이 버릇이냐. 머리 굴리지 마라. 머리가 안 좋은 것 아니냐”등등 듣기에 민망한 말들이 난무했다.

이러한 모욕적인 말은 문제의 핵심을 흐린다. TV를 시청하는 국민들은 이런 모욕적 발언에 오히려 기업인들에게 동정을 느끼게 되기에 진실을 규명하는데 방해가 된다. 이날 기업 총수들의 발언도 실망적이었다.

정부의 말을 안 들으면 불이익이 있기 때문에, 그리고 그런 기부를 통해 정부에게 얻을 이익이 있기에 기부를 한 것은 모두가 아는 논리인데 “절대 반사이익을 위해 기부한 건 아니다”라고 부인하는 모습은 눈가리고 아웅하는 자태였다.

물론 뇌물죄를 피하기 위해 그런 발언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알지만 그래도 기부를 통해 정부에 보험을 들 수밖에 없다는 정도의 인정은 해줘야 하고 그래야만 정부나 청와대의 부당한 압력과 회유를 밝혀낼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기업들에 대한 동정론도 있다.

기업을 하는데 있어서 후진국형 정경유착이 보편화 돼 있는 한국적 환경에서 정부나 청와대 부탁이나 명령을 듣지 않을 수도 없고, 안 들으면 불이익이 오니까 할 수 없이 정부나 청와대 부탁을 듣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그런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 들어준 부탁은 다시 부메랑이 되어 돌아와 기업에 대한 비난과 징벌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기업할 맛 안난다”는 말도 기업인들로부터 들린다.

이제 정경유착은 정말 끊어야 한다.

정경유착은 원래 정치와 경제가 긴밀한 연관 관계를 맺고 있다는 의미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경제계와 정치권이 부정의 고리로 연결되어 있는 경우를 일컫는 말로 주로 사용된다.

정부 규제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기업이 공무원이나 정치인들에게 뇌물을 공여하는 등의 일이 일어날 수 있는데 결국 부정부패를 초래하게 된다.

다행히 삼성, LG, SK 등이 전경련을 탈퇴하고 전경련을 통한 정부의 부탁이나 압력에 굴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보였다.

전경련 그 자체는 꼭 나쁜 것은 아닐 것이다. 경제인 연합회는 기업인들이 서로 경제를 의논하고 함께 정보를 공유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전경련이 정부와 기업을 잇는 고리로 사용된다면 그건 큰 문제이다.

이번 청문회를 보면서 청문회의 선진화와 함께 한국의 고질병인 정경유착을 끊는 확실한 기회가 되길 기대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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