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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정부

등록일 2016-11-24 02:01 게재일 2016-11-24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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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의호<br /><br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
▲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

공인을 선출하거나 임명할 때 가장 중요한 건 공사를 구별할 수 있는 능력이다. 권력이 주어지면 사적인 일과 공적인 일을 엄격히 구분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국민적 분노와 저항을 부른 이번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건은 박 대통령이 국정을 정부기관이 아닌 개인에게 의존하고 국가의 공적기관을 최씨와 그 관련 일가 친지들의 사익추구에 이용하도록 허용한데서 비롯되고 있다.

공사 구분에 가장 엄격해야 할 국정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이 공사를 구분하지 못해 벌어진 일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연일 신문의 톱을 장식하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들이 박근혜 정부 탄생 후에 벌어졌다는 사실을 국민이 알게 됐다.

한 개인이 자신과 지인들의 영달을 위해 대통령을 좌지우지 해 국민을 우롱했다.

도대체 어떻게 대통령이 개인이나 개인기업을 위해 지시를 내리고 부탁을 하고 협박을 할 수 있는 것인가?

대통령이 국가발전을 위해 재단을 설립하도록 독려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문제는 그런 행위를 국가기관이 아닌 일개 개인의 지시대로 진행하고 그 개인이 자기 이익을 위해 온갖 비리와 횡포를 저지르는 것을 감시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아무리 변명해도 용서하기 힘든 행위이다.

기업을 불러서 돈을 내도록 강요하고 안내면 불이익을 줄 것 같은 느낌을 갖게 하고 그 대가로 기업의 총수를 사면해 줬다.

특정기업에 누구를 채용하도록 강요하고 심지어 최순실의 지인 기업을 대기업에 납품이 가능하도록 강요했다.

대통령이 퇴임 후를 생각해 이런 일을 벌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순수한 의미에서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 미르재단을, 그리고 스포츠 장려를 위해 K스포츠 재단을 만들었다고 믿고 싶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강요와 협박에 가까운 압박, 그리고 석방 같은 보상을 미끼로 기업을 압박하고 인사문제, 영업문제에 관여한 건 정말로 잘못된 국정행위다.

100만명의 국민이 대통령의 하야를 외칠 정도로 문제는 심각한데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이 정부에는 없다.

잡혀간 청와대 수석 등은 대통령의 지시라고 대통령을 향해 손가락질을 하고 있고 당사자인 최순실은 모든 사실을 부인으로 일관하고 있다.

문제의 핵심에 서 있는 대통령은 두 번의 사과에서 아주 최소한의 책임만 인정하고 전체적인 책임을 부인하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지금 청와대에서, 그리고 각료들 중에도 아무도 책임을 인정하고 사임을 하는 사람이 없다. 국민들이 이토록 자괴감으로 고통받고 거리로 내몰리고 있는데도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청와대, 그리고 정부의 태도는 “이게 국가입니까?”라고 항의하는 국민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한걸음 더 나아가 민정 수석실이 이번 사건과 관련한 박근혜 대통령의 개인비리 변호를 지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 대통령의 변호를 맡고 있는 변호사가 검찰의 중간수사 발표에 대한 반박문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민정 수석실이 적극 개입했다고 한다.

지금 박 대통령은 실정법 위반 혐의 피의자로 검찰 수사대상이며, 이런 피의자를 정부 기관이 지원하는 건 정부조직법에 규정된 `대통령의 직무 보좌`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대통령의 직무 보좌와 개인비리에 대한 변호는 구분해야 한다.

지금 청와대나 정부 또는 여당이 해야 할 일은 대통령을 변호하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의 과오를 인정하고 국민에게 진정한 마음으로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향후 정부가 일반국민의 범죄와 기업의 비리를 어떻게 징계할 수 있을 것인가?

이 사회는 정의가 살아 숨쉬어야 한다. 그러한 원칙에는 대통령도, 정부도, 여당도, 예외이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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