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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포항역사와 역 로젠탈(Rosenthal) 효과

등록일 2016-10-27 02:01 게재일 2016-10-2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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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의호<br /><br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
▲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

결국 부수어야 했을까?

포항 역사(歷史)의 상징 포항 역사(驛舍)는 결국 부서졌다.

포항 주민들의 허탈감은 너무 심하다. 특히 해병대 출신의 전역 장병들의 가슴은 휑하니 뚫렸다는 소문이다.

눈물과 기쁨, 그리고 오랜 역사를 간직한 포항역이었다. 일제시대부터 사용하기 시작해 해방과 함께 건축된 포항역사는 거의 100년 가까운 포항의 산증인이다.

필자는 2013년 여름 두달 간 드레스덴이라는 옛 동독의 명품도시에서 드레스덴공과대학교 총장의 초청으로 방문 연구를 한 적이 있다. 이 도시는 박근혜 대통령이 명예박사를 받은 곳이고 최근 이강덕 포항시장이 방문해 두 도시의 협력 관계를 토의했던 바로 그 곳이다.

옛 것을 잘 간직하고 현대화된 산학협력의 모범 도시이기에 대전시, 세종시 등 한국의 여러 도시들이 앞다퉈 배우려는 도시다.

그곳엔 아주 유명한 프라우엔 교회 (Frauenkirche)가 있다. 이 교회는 300년 전 지어졌는데,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폭격으로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고 한다.

전쟁이 끝난 후 드레스덴 시민들은 언젠가 재건축 될 것을 생각하며 무너진 프라우엔 교회의 돌들을 번호를 매겨 보관했고, 독일 태생의 한 과학자가 노벨상 수상기금을 모두 기부해 어린시절 프라우엔 교회의 기억을 되살리며 10여 년 전 완전 재건축에 성공했다고 한다.

지금 그 교회는 드레스덴과 드레스덴 시민의 자부심이 되고 있다.

로젠탈 효과라는 것이 있다.

로젠탈 하버드대 교수는 1968년 샌프란시스코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전교생의 지능지수(IQ)를 검사한 후 그 결과와는 관계없이 무작위로 학생 중 20%를 뽑아 담임선생님들에게 이 아이들은 특별히 IQ가 높다고 통보했고 1년후 다시 IQ검사를 해봤다. 그 결과 선발됐던 20%의 학생들은 성적이 크게 향상되었다고 한다.

이 실험의 시사점은 자부심을 가지면 생산성이 향상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포항의 자부심을 잃게 만든 포항 역사의 파괴는 포항인의 자부심을 잃게 하고 생산성을 저하시키는 `역 로젠탈 효과`를 낳지 않을까?

지역으로 기업을 유치하고 지역 출신의 인재들이 포항에 모여드는 운동을 벌이고 있는 상황을 오히려 역행하는 `역 로젠탈효과`를 만든 포항 역사의 파괴는 정말 아쉽다는 말로는 표현하기가 부족하다.

전혀 관계는 없어보일지는 모르지만 최근 몇 년 간 대학의 국내외 좋은 평가를 위해 노력한 포스텍의 성과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포스텍의 국내외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으려는 노력은 사실상 포스텍 학생, 교수, 그리고 졸업생들, 더 나아가 포항의 시민들에게 자부심을 갖게 하려는 노력이다. 물론 국가적으로는 대한민국의 자부심이기도 하다. 6년 전인 2010년엔 한국 대학 역사상 최고를 기록하는 세계 28위 대학으로 랭크 되었고, 최근 연속 3년간 창설 50년 이하 대학에서 세계 1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한 성과는 포스텍 가족들에게 큰 자부심을 심어주고 포스텍의 생산성을 높이는데서 더 나아가 한국 고등교육 관련인들의 자부심과 생산성을 높이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자부심을 가진 사람은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로젠탈 효과에 부응하기 위한 포스텍의 노력과 부서진 포항역은 묘한 대비를 이룬다. 이제 우리도 재건된 드레스덴의 프라우엔 교회처럼 포항역사를 시민의 힘을 모아 재건해야 한다.

시민의 성금을 모아서라도 누군가는 앞장서서 꼭 해야 할 사업이다. 드레스덴 시민이 갖는 그런 자부심을 우리도 꼭 회복해야 한다. 역 로젠탈 효과를 막고 진정 로젠탈 효과를 우리에게 반드시 심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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