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입시철이 다가왔다.
각 대학은 수시모집 면접으로 분주하다. 학생들은 입시면접에, 또 다가오는 수학능력시험 준비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시간들이다.
각 대학은 다투어 신문지상에 신입생 모집 공고를 내고 자기 대학을 홍보하고 학생들에게 손짓한다.
모든 대학이 수준 높은 학생을 선발하려고 지혜를 동원한다. 또 학부모와 학생들은 일등 대학에 들어가려고 온갖 전략을 머리 속에서 짜낸다.
대학들은 그런 부모와 학생들을 잡기 위해 대학서열(랭킹)을 내세우며 유혹한다. 대학서열은 발표하는 기관마다 다르지만 자기 대학이 가장 높게 나온 랭킹을 앞세워 홍보하기에 여념이 없다.
누구든 일등 대학을 들어가고 싶어한다. 꼴등대학은 들어가기 싫다.
대학의 기념품이 팔리는 대학과 안 팔리는 대학이 있다고 한다. 그 대학을 다니는 걸 자랑으로 여기는가, 그렇지 않은가의 차이일 것이다. 1960~70년대의 대학생들은 교복도 입었고 사복 위에도 학교 뱃지를 달고 다니던 시절이 있었다. 그 시절 뱃지를 달고 다니던 학생들과 안 달던 학생들이 확연히 구분됐다. 심지어 어떤 여자 대학은 단과 대학별로 뱃지의 색깔을 달리했는데 조금 처지는 단과대학에 다니는 학생들은 뱃지를 달지 않았고 또 남학생들은 그 색깔의 뱃지를 단 여학생들은 조금 깔보기도 했었던 기억이 남아 있다.
힉부모들도 자식이 다니는 대학을 일등대학이면 자랑스럽게 이야기 하지만 꼴등대학이면 말하기 싫어한다.
일등대학을 들어가고자 하는 욕망은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교육 선진국이라는 미국도 마찬가지이다.
과거의 명배우 워렌비티와 나탈리우드가 주연한 `초원의 빛`이라는 영화에서는 명문 예일대에 가라고 다그치는 아버지에 못이겨 예일대로 간 남자주인공이 시골에 있는 애인을 잊지 못해 공부를 안하니까 아버지가 자살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명문 스탠포드를 졸업하고 조그만 지역의 대학으로 간 교수는 그 지역 신문에 “스탠포드 졸업생이 이 마을에 왔다”라는 기사가 나와 무척 당황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렇다면 어떤 대학이 일등 대학이고 어떤 대학이 꼴등 대학인가? 진정 시중에서 일등으로 인식되는 대학들의 내실을 들여다 보면 정말 일등이고, 꼴등으로 생각되는 대학이 정말 그렇게 부실한 것인가?
일반인들의 전통적인 인식이 얼마나 대학의 질을 정확히 반영하고 있을까? 각종 매체들이 발표하는 대학의 서열은 얼마나 믿을만한가? 대학의 서열은 바뀔 수 없는 것인가?
남학생들이 깔봤던 그 색깔의 단과대학이 지금은 그 여자대학에서 엄청 각광받고 인기있는 단과대학이 됐다고 한다. 여학생들의 사회진출이 활발해지면서 그러한 현상을 가져왔다고 한다.
한국 최고 기업의 지원을 받기 시작한 한 대학은 위상이 최근 대폭 상승했다. 각종 매체에 그 대학순위가 상승하고 상위권 학생들이 지원하며, 상응하는 연구력이 증대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이 국제적 감각이 뒤지던 40년 전 부터 국제화에 매달리며 세계 총장회의 등을 오랫동안 개최한 한 대학의 위상도 1970년대와 비교해 엄청 상승했다.
추락한 대학들도 있다.
공과대학으로 출발해 일반대학으로 확대한 대학들의 위상 추락을 종종 보고 있다. 2차 대학으로 1차 일등대학을 낙방한 학생을 받아 명성을 누렸던 대학들이 1차, 2차 구분없이 복수지원이 가능한 제도 때문에 열등대학으로 전락한 예를 본다.
경쟁이 있는 곳에 서열은 항상 존재한다. 국가도 서열이 있고 모든 제품에도 제품별 서열이 있다. 올림픽은 메달로 서열을 매긴다. 대학 서열을 피할 수 없다면 일등대학이 되기 위한 노력은 선의의 경쟁이다. 그리고 일등대학과 꼴등대학을 명확히 판단할 수 있는 것은 수험자의 몫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