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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진이 오면?”

등록일 2016-09-29 02:01 게재일 2016-09-2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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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의호<br /><br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
▲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

5년 전, 2011년 3월 필자는 대만의 수도 타이페이에서 학회에 참석하고 있었다.

그 날 연단에 나가 발표를 하고 있는데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갑자기 사람들이 웅성웅성하는 소리가 심상치 않게 느껴지고 발표를 잠시 중단하고 상황을 알아보니 “일본에 대지진이 일어나서 수천 명이 죽고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2011년 일본 센다이 지역을 강타한 대 지진과 쓰나미 이야기이다. 파도가 육지로 들어와 가옥과 건물들을 성냥갑처럼 쓸어가는 모습이 만화를 보는 것 같았고 믿기 어려운 풍경이 TV에 펼쳐졌다.

그날 학회는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가까운 나라 일본에서 수 천명이 죽어가는 현실에서 마음들이 정리되지 못하고 뒤숭숭했던 기억이 있다.

지진의 경험은 필자에게도 직접 다가왔다.

일본 센다이 대지진 후 이듬해에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회의에 갔다가 호텔 전체가 흔들리는 경험을 직접 했다. 호텔 커피숍에 앉아 있는데 건물이 심하게 흔들렸다.

그런데 어리둥절하고 겁에 질린 나의 모습과는 달리 그 곳 사람들은 별로 신경쓰지 않는듯 했다. 그 지역 사람들은 자주 겪는 지진에 적응을 하는 듯 했다.

그리고 한국! 지진 안전지대라는 한국에도 강한 지진이 덮쳤다.

얼마 전 외국이 아닌 바로 우리 한국에서 그것도 이 지역인 경주·포항에서 진짜 매서운 지진을 경험했다. 규모 5.8의 한국 역사상 가장 큰 지진이 일어난 것이다.

그 시각 필자는 체육관 2층에서 운동을 하다가 건물 전체가 흔들리는 걸 느꼈다. 다리를 가누기가 힘들 정도였다.

사람들이 혼비백산 탈출하는 모습을 보았고 급히 뛰어나왔다.

집에 돌아와 보니 아파트 사람들이 모두 밖에 나와서 걱정스러운 모습으로 서로를 쳐다보고 있었다.

가족들을 데리고 대학의 테니스 주차장으로 가서 한참을 기다렸다. 집으로 돌아왔지만 가족 모두는 불안한 생각으로 밤을 지새웠다.

역사책을 보면 한국에서도 통일신라 시대에 경주에서, 신라시대에는 울산에서 규모 8 정도의 지진이 일어나 수백 명이 사망했다는 기록이 있다고 한다.

2011년 일본 대지진이 규모 9였고 수만 명이 사망한 것을 보면 규모 8의 지진이 지금 일어난다면 수천 명의 인명 피해도 예상된다.

사실상 그 정도 규모의 지진이 일어났을 때 우리의 대책은 무엇인가?

지진은 사실상 내진설계로 건물을 짓는 것과 대피요령을 익히는 것 이외에는 예방 대책이 없는 게 특징이다.

2000년대 이전에 지은 건물들의 내진 설계를 다시 점검해 보는 게 시급해 보인다.

지진대처 요령을 숙지하여 지진이 감지되면 매뉴얼대로 침착히 대처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또 지진 대피 시 TV나 라디오에서 발표하는 재난관리 책임기관의 정보에 따라 행동하여야 하고 휴대폰 등으로 올바른 정보를 수신하고 재난관리 책임기관에서 발표하는 정보를 신뢰하고 침착하게 행동하는 것, 그 이외에 뾰족한 수는 없는 것같다.

첨성대가 수천 년이 지나도 흔들리지 않을 정도로 과학적으로 지어졌다고 하는데 지금 우리는 내진설계가 미흡한 건물에 살고 있다.

내진 설계에 대한 점검이 시급해 보인다.

대지진이 오면? 전쟁이 나면? 이라는 질문만큼 생각하기도 싫지만, 지금부터 비상대책 요령을 잘 숙지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인간의 힘을 넘어선 자연재해에 인간은 속수무책인 현실이 안타깝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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