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12월 3일 포스텍은 생일을 맞는다.
금년 30세가 되는 포스텍은 어제 중요한 발표를 했다.
30주년을 맞이해 포스텍은 2001년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노요리 료지 일본 나고야대 석좌교수에게 명예 이학박사를 수여한다고 발표하였다.
포스텍이 창설 후에 주는 5번째 명예박사로 12월 2일 개교 30주년 기념행사에서 학위수여식을 거행하고 그의 기념 강연을 듣는다고 한다.
노요리 료지 교수는 나고야 대학교수로 있으면서 일본 최고의 두뇌집단인 리켄(RIKEN)연구소의 소장을 오랫동안 역임한 일본 최고의 과학자 중의 하나이다.
심장병과 파킨슨병에 유효한 치료제를 끈질기게 개발한 공로로 노벨 화학상을 받게 된 자수성가적 과학자다.
그런데 흥미를 끄는 것은 그가 학사, 석사, 박사를 모두 교토대학 한 군데에서 받았다는 사실이다.
교토대학은 아주 좋은 대학이지만 그 명성이 일본의 최고대학으로 일컫는 도쿄대학이나 미국의 MIT, 스탠퍼드 같은 명문대학에는 미치지 못한다.
유학을 가지 않고 일본 국내대학에서 학위를 받아 노벨상을 일구어낸 그의 집념은 결국 일본 장인정신의 결실이 아닐까?
일본과 한국의 노벨 과학상은 `22대 0`이다. 남이 관심을 보이든 안보이든 꾸준히 집념을 가지고 어떤 한 분야에 30년씩 몰두하고 평생을 바치는 장인정신이 대부분인 일본 노벨상 수상자들의 바탕이 됐다.
포스텍은 이제 30년이 됐다.
이러한 장인정신을 가진 학자들이 보통 30년 집중하면 노벨상을 탄다고 가정한다면, 포스텍 창립 때부터 한 우물을 판 학자가 있었다면 노벨상을 탈만도 한 세월이다.
1986년 12월 3일 포항에 최초로 4년제 대학이 설립되었다.
포스코 박태준 회장과 포스텍 김호길 학장(지금의 총장), 두 사람의 의기투합이 이뤄낸 결과이다.
물론 이들의 결심을 믿고 밀어준 정부와 포스코 기업, 지역사회, 그리고 단숨에 달려온 세계 각지의 교수와 학자들, 또한 믿고 지원해준 학생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시나리오였다.
그리고 포스텍은 강당 앞 광장에 뉴턴, 아인슈타인과 같은 세계적인 과학자의 동상을 세운 후 그 옆에 빈 좌대를 만들었다.
언젠가 그 좌대에 포스텍에서 교수이건 졸업생이건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리란 기대였다.
86년 개교 당시 생각했던 건 아마도 30년이 아니었을까?
지금 포스텍은 30년 행사 계획을 다양하게 펼치고 있다. 대학 캠퍼스 모든 길목에는 30주년 배너가 펄럭이고 있고 “과학과 미래, 그리고 국가를 생각한다”는 구호대로 태극기도 같이 펄럭이고 있다.
각 학과별로 홈커밍을 한다고 해 졸업생들이 몰려올 전망이다.
과별로 다양한 행사가 기획되고 있다. 역사물 전시회도 갖는다고 한다. 스타 지휘자 금난새와 오케스트라도 와서 초겨울 캠퍼스에 클래식을 선사한다.
이런 다양한 행사가 있지만, 노요리 료지 교수에게 명예박사를 수여하는 것이 행사의 피크를 이룰 전망이다.
참으로 아이러니컬 한 것은 그 노벨상 수상자가 소요한 30년 만큼의 나이를 포스텍이 먹었고 이를 축하하는 자리에서 그가 강연을 한다는 사실이다.
논어에는 서른이 되면 학문의 기초가 확립돼 자기 인생의 뜻을 분명히 세워야 한다고 해 이를 이립(而立)또는 입지(立志) 한다고 쓰여 있다.
뜻을 분명히 세우느라고 30년이 걸렸기에 또 다른 30년이 필요한 것일까?
빈 좌대를 바라보는 마음은 착잡하다. 부슬부슬 비는 슬프게 내리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