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공무원, 기업인, 교육자 등등 다방면의 사람들이 수사를 받고 있고 구속되고 있다.
최근 상황은 한국사회 전체의 순수성이 파괴되고 흔들리는 모습이다.
이런 와중에 급기야는 한 대학 교수들의 집단 구속이라는 사태가 초래됐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이번 사건에 관련된 대학 학장, 입학처장, 교수까지 여러 명이 구속돼 재판을 받게 됐다고 한다.
대학에 단 하루 출석한 학생에게 학점을 주고 학적을 유지 시키기 위해 온 대학이 동원됐다는 이야기는 믿기 어려운 무용담 같이 들린다.
선의로 해석한다면 대학이 정치적인 외압을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고 기왕 외압에 순응한다면 이를 통해 대학이 챙길 수 있는 이득을 챙기기 위한 뜻도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대학은 여러 프로젝트와 연구비를 확보했다는 보도를 봤다. 물론 수사결과가 최종적으로 나와야 하겠지만 이를 보면서 착잡한 심정을 억누르기 힘들다. 어떻게 보면 경제계는 사실상 정치적인 외압으로 자유롭기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세무조사와 각종 임명권 및 정책결정권을 정부가 갖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계가 정치로부터 완전히 자유롭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어느 나라나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정치와 경제는 관계를 어느 정도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그 관계가 선의의 관계(bona-fide)인가 아니면 악의적 관계(mala-fide)인가를 생각할 필요가 있다.
악의적 관계는 정경유착을 통해 뇌물과 같은 형태의 부패가 가져오는 폐해가 너무 크기에 부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고 해서는 안 될 일이 되고 있다. 특히 후진국의 경우, 뇌물을 통해 정치가 경제의 뒤를 봐주기 식 문제는 심각한 부패와 국가발전 저해의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최순실 사태에서 보여준 정경유착 문제도 예외일 수 없다. 문제는 가장 순수해야 할 대학이 정치와 유착하는 정학유착 을 어떻게 볼 것인가이다.
사회에서 가장 순수해야 할 대학이 정치적 외압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고 정치와 밀착해 이익을 챙기는 행태는 정말로 심각한 문제이다.
이런 의미에서 최순실 사태를 둘러싼 한 대학의 문제는 최종 판결을 봐야 하겠지만 현재 나타난 상황으로 볼 때 학계의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90년대 중반 필자가 포스코 연수원 강의를 나가던 시절이었다. 어느 날 연수원 건물 정문을 들어서면서 벽에 붙어 있는 포스코 회장의 연설문이 뜯겨 나간 모습을 보고 놀란 적이 있다. 당시 포스코 전체에서 그의 글이나 사진이 지워지면서 포스텍에서도 그의 사진을 떼어내라는 주문이 있었다.
그는 포스코 회장이면서 동시에 포스텍의 설립 이사장으로 정치적인 입지와는 상관없이 대학으로서는 존경받아야 할 인물이었다.
당시 대학당국은 설립 이사장으로서의 그의 사진을 떼어내는 것을 거부하고 정치로부터 자유로움을 지켜냈다. 그로 인해 대학이 불이익을 받았는지는 알지 못하지만 최소한 이익을 받지는 않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러나 결국 사태는 진정되고 정상으로 돌아왔을 때 정치적인 독립성을 지킨 대학은 순수하고 모범적이었던 모습으로 나타났다.
최근 사태와 20년 전 사태를 비교해 보면서 대학이 순수성을 지키고 정치적 외압이나 이권에서 독립을 지킨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새삼 느끼게 된다.
대학은 사회에서 마지막까지 순수를 지켜야 할 보루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최순실 사태로 빚어진 한 대학의 상황은 안타까운 모양새다.
대학은 마지막까지 순수를 지켜야 한다.
그리고 정치는, 사회는 대학의 순수성을 존중해 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