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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0`과 `빨리빨리` 문화

등록일 2016-10-20 02:01 게재일 2016-10-2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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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의호<br /><br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
▲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

22대 0!

이 스코어가 어떤 경기 스코어일까 생각해 본다. 축구는 시간상 불가능하고, 야구는 콜드(called) 게임승이 있으니까 아마도 농구나 핸드볼 경기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러나 이 스코어는 농구도 아니고 핸드볼도 아니다. 이 스코어는 과학분야에서 일본과 한국의 노벨상 수상 숫자이다.

일본은 올해 의학생리학 분야에서 노벨상을 받으면서 3년 연속 수상이라는 쾌거를 올렸다. 현재까지 총 22개의 노벨 과학상(전체 25개)을 안았고, 노벨상 배출 숫자는 세계 5위권에 육박한다.

2000년 이후에는 미국 다음으로 2위이다.

평화상 1개 수상으로 간신히 노벨상 수상국에 이름을 올린 한국은 중요한 과학상에는 단 한 개의 수상도 없다.

인도, 대만, 홍콩, 파키스탄, 심지어 최빈국 방글라데시도 노벨 과학상을 수상했는데 왜 한국만 수상을 하지 못하는 것일까?

한국은 그동안 산업분야에서 반도체, 스마트폰, TV와 전자분야, 자동차, 철강, 조선 등 중후 산업에서도 세계 1위를 배출해 왔다.

체육 분야에서도 불가능으로 여겨지던 피겨스케이팅, 수영, 체조, 골프에서도 세계 1위를 배출했다.

기업가나 체육지도자들이 “왜 우리는 세계 1위를 하는데 교수들은 못하는가? 대학은 왜 못하는가?”한다면 사실 교수들은, 대학들은 할 말을 잃게 된다.

우리의 문제는 어디에 있을까?

그 문제는 `빨리빨리` 문화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한국교육 시스템이 `빨리빨리`의 주입식 교육이라는 것은 이미 고교대학 시절 수석을 휩쓴 수재들의 독백에서 찾을 수 있었다. 이들은 미국 대학에 유학해서 한계를 느끼게 된다. 한국의 암기식·주입식, 그리고 `빨리빨리`식 맞춤형 공부는 미국의 수재들이 있는 스탠포드, 칼텍이나 MIT 같은 대학에서 통하지 않는다는 걸 깨닫게 된다. 이미 알려진 해법을 통해 답을 구하는데 급급한 한국의 수재들은 해법이 없는 문제를 접했을 때 며칠간 끙끙대다가 끝내 답을 구하지 못하고 “해법이 없으면 해법을 만들어서 답을 구하면 된다”는 미국의 수재들을 당해내기 힘들다.

한국의 수재들은 절망한다. “미국 수재들은 생각하는 방식이 달라. 천천히 해도 창의적이야. 우린 빨리빨리이지만 베끼는 식이야.”

또 하나의 문제는 한국의 연구비 지원방식이나 평가방식이다. 이것도 `빨리빨리`이다. 1년 내로 끝내야 하는 연구, 제목이 주어지고 입맛에 맞는 결과를 내야 하는 연구지원 방식이 정부 연구기관이나 기업 연구기관들에 주어지는 과제들이다. 평가도 일률적으로 논문 수나 사업화 수준으로 본다. 뒤늦게 기초과학연구재단을 만들어 5년이상 장기 지원을 하고 평가도 달리한다고 하니 두고 볼일이다. 문제는 주입식 교육으로 성장한 인재들이 장기 지원을 하고 평가를 달리한다고 해도 노벨상 수상을 할 연구결과를 낼 지는 의문이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문제는 장인정신이다. 위의 첫 번째 암기식 교육 문제는 일본도 가지고 있는 문제이고 둘째 연구지원평가 방식은 일본도 최근 개선했다.

마지막 장인정신. 이것이 바로 일본과 한국을 `22대 0`으로 만든 이유 아닐까?

`빨리빨리`가 아닌, 남이 관심이 없는 어떤 한 분야에 30년씩 평생을 바치는 장인정신이 대부분인 일본 노벨상 수상자들의 바탕이 되었다고 단언할 수 있다.

이 정신이야말로 `빨리빨리` 문화를 바꾸어야 할 키 포인트이다.

창의적 교육, 연구비지원 및 평가개선, 그리고 가장 중요한 장인정신, 이 세 가지 중 하나만 꼽으라면 장인정신을 꼽고 싶다.

`빨리빨리` 문화를 개선하고 장인정신을 가져야 22대 0을 벗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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