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개화 단국대 교수·교양학부지난 주 금요일 필자는 겨울계절 학기 강의를 마쳤다. 가을학기를 종강하고, 작년 12월 26일부터 겨울 계절학기 강의를 시작했다. 매일 세 시간씩 15회 하는 강의를 했는데, 한 강좌이고 학생 수가 적다보니 평소보다 학생들에게 좀 더 관심을 가질 수 있었다. 첫 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계절 학기를 수강하는 이유를 물었다. 학생들은 주로 3, 4학년이 많았는데, 1학년 때 글쓰기 수업을 들은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 때 대다수가 C나 D 학점 혹은 F 학점을 받았다고 한다. 그래서 학생들은 학점 관리를 위해서 학점을 삭제하고 다시 수업을 듣는다고 했다. 글쓰기 과목은 교양필수이기 때문에 학점을 따지 못하면 졸업을 할 수 없다.수업을 하면서 알게 된 사실은 의외로 나이가 많은 학생들이 많다는 것이다. 수업 시간에 주로 앞자리에 앉아서 필자의 관심을 많이 받은 남학생들이 있었는데, 한 명은 30살이고 다른 한명은 27살이었다. 서로 자기가 가장 나이가 많은 줄 알았다고 한다. 남학생들은 대체로 24살은 넘은 것 같았다.하루는 필자가 수업이 끝난 후, 같이 점심 먹을 사람 있어요? 라고 물으니 10명쯤 되는 학생들이 손을 든다. 학교 식당에서 같이 밥을 먹으면서, 학생들과 소위 사적인 대화를 했다. 이미 자기소개서를 읽은 터라, 개인적인 관심사들을 물어보니 여러 가지를 이야기해준다. 우리 반의 최고령 학생은 한 때는 모델 활동을 했는데, 지금은 안양에서 카페를 열었다고 한다. 다른 학생은 중학교에서 특별활동 강사를 하고 있고, 학원 강사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이 밖에도 미대 대학원에 입학하고 싶은 학생도 있고, 일러스트 업계에서 일하는 학생들도 있다. 물론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도 있었다.수강학생 중 필자에게 가장 큰 인상을 준 학생은 호프집 사장이다. 이 학생은, 다섯번이나 결석해서 결석 사유를 묻자, 자기가 호프집을 운영하고 있어 새벽 2시까지 일하다 보니 아침 9시 반 수업에 오기 힘들었다고 대답한다. 그는 대학교 1학년 때 학점이 너무 좋지 않아서 취업은 어려울 것 같다고 판단하고, 창업을 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군대를 마친 후부터 호프집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장님이어서 그런지 태도나 표정은 매우 안정적이고 믿음직해 보인다.이처럼 이번 계절학기 수업을 듣는 학생들의 다수는 직장 생활의 경험이 있거나 창업을 하고 있었다. 물론 많은 대학생들이 대학 4년을 학과 공부와 학교생활에 충실하였겠지만, 이렇게 직장생활을 하거나 창업을 하는 경우도 꽤 있는 것 같았다.또한 학생들과의 대화에서 왜 1학년 학생들이 학점 관리에 연연해하고, 조금이라도 자기에게 유리하게 과제를 이끌어 가려고 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학점이 취업에 영향을 줘요? 라고 물으니, 학점이 4.0 즉 평균 A학점이 넘지 않으면 좋은 곳에 취업이 어렵다고 대답한다. 필자가 재직 중인 학교는 수강생의 25%에게만 A학점을 주도록 되어 있다.수업시간 학생들과의 대화를 통해서 얻은 내용을 토대로 한다면, 현재 대학을 다니는 학생들 중에서 많은 학생들은 대학을 다닐 이유가 없다. 현재 우리 청년들이 대학을 다니는 절대적인 이유는 취업을 위해서인데, 그 취업의 성패가 대학교 1학년 때 학점으로 이미 결정이 되어버린다면 말이다. 만약 저학년 때의 학점이 좋지 않으면, 그 이후의 대학생활은 매우 무의미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자는 일찍 자기 인생의 진로를 창업으로 결정하고, 호프집을 연 학생에게 인간적인 신뢰감을 느꼈다. 자기 삶을 낭비하지 않으려는 태도가 좋아보였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기분이 학점에 영향을 준 것은 결코 아니지만 말이다.
2017-0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