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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인터넷 강의와 창의성 교육, 양립할 수 있나?

▲ 배개화 단국대 교수·교양학부봄 학기가 개강한지 벌써 2주 이상이 지났다. 지난 학기와는 달리 아이들이 앞자리를 채우고 앉아서 열심히 수업을 듣고 있어 무난한 시작을 하고 있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이렇게 학생들이 앞자리에 많이 앉아있는 것은 이번 학기에는 필자가 학생들에게 질문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수업시간에 질문을 하지 말자는 결심을 잊어버리고 가끔 학생들에게 질문을 하기는 하지만 그럴 때면 학생들이 침묵이 길어지기 전에 필자가 재빨리 대답한다. 필자가 수업시간에 질문을 하지 않는 것은 지난 가을 학기의 강의평가가 봄 학기보다 낮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자는 봄 학기와 가을 학기의 강의 평가에 차이가 생긴 원인을 분석해보았다. 그 결과는 필자가 질문을 많이 했는가 아닌가의 여부였다. 이런 필자의 분석이 유의미한지 알기 위해서 우수 강의평가로 상을 받은 선생님에게 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질문을 많이 하는지 물어보았다. 그러자 그 선생님은 `저는 학생들에게 질문을 할 정도로 그렇게 친절하지 않아요.`라고 대답한다. 그래서 필자는 수업시간에 특히 강의 초에 학생들에게 질문을 하지 않기로 결심하였다.요즘 교육부의 교육목표는 창의력을 강조하고 이것을 키워주는 교육을 하라고 한다. 그리고 그 주된 교육 방법 중의 하나로 질의응답을 제시한다. 외국 유명 대학의 사례들이 제시되면서 질의응답을 강조한다. 수업의 질을 평가하는 항목에도 수업시간에 질의응답이 많은지가 드러났다. 그러나 정작 교실에서 학생들은 질문도 하지 않고 질문을 듣는 것도 싫어한다. 학생을 찍어서 물어보기 전에는 아무도 대답하지 않는다.그럼 학생들은 왜 질문을 받는 것을 싫어하는 것일까? 아무래도 질문을 받으면 정답을 말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느껴서가 가장 큰 원인일 것이다. 필자는 질문을 학생들을 칭찬해주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지만, 학생들은 그것조차도 부담으로 느끼는 듯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원인은 소위 인터넷 강의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인터넷 강의는 교육부가 사교육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도입했고, 이제는 사교육 시장의 대세가 되었다. 이런 인터넷 강의의 특징은 일방적인 강의이다.몇 년 전부터 불기 시작한 TED 열풍도 결국 본질은 인터넷 강의이다. TED는 `Technology, Entertainment, Design`의 약자로서 미국의 비영리 재단에서 운영하는 강연회이다. 유명 교수들을 초청해서 그들의 연구를 대중적으로 쉽게 강연하는 것이다. 그 중에는 `정의란 무엇인가`로 한국에서 백만 부를 판매한 하버드 대학교의 마이클 샌델 교수도 있다. EBS에서 이것을 송출하기 시작한 후 큰 인기를 얻었고, 유사한 인터넷 대중 강연이 EBS뿐만 아니라 다른 케이블 방송에서도 성행 중이다.이렇게 일방적으로 지식이 전달되는 인터넷 강의에 익숙한 학생들에게 필자가 질문을 해댔으니 학생들이 좋아할 리가 없다. 그래서 이번 학기에는 질문은 거의 하지 않고, 하더라도 대답은 필자가 하는 식으로 진행을 한다. 한마디로 최대한 필자가 일방적으로 강의하는 식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물론 필자의 교실의 상황을 일반화할 수는 없다. 그러나 창의력을 길러주는 교육과 인터넷 강의 위주의 교육은 양립하기 어려운 정책임이 틀림없다. 서로 모순되는 교육 방법이 지식정보사회 혹은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교육방법으로 제시되고 있는 것이다.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교육은 아날로그 식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소수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일대일로 수공예적으로 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한마디로 좋은 교육은 비용이 많이 발생하는 교육이다.

2017-03-21

누가 2등국민인가?

▲ 배개화 단국대 교수·교양학부지난 3월 1일 TV에서 태극기 집회를 보도하는 뉴스 영상을 보았다. 박근혜 전대통령의 변호인단 중 한 분인 김평우 변호사의 연설이었다. 그 동영상에서 김 변호사는 “우리는 촛불에 지배받는 2등 국민이 아니다”라고 열변을 토하고 있었다. 촛불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2등 국민인가라는 것을 따지기에 앞서서 필자는 `2등 국민`이라는 단어 자체가 너무 싫다. 요즘 일제 말의 문학에 대해서 연구하고 있는데, 이 때 식민지 조선인을 설명하기 위해서 많이 사용되는 용어가 2등 국민이기 때문이다. 2등 국민(second-class citizen)은 한 국가의 국적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체계적으로 차별받는 사람을 의미한다. 2등 국민은 제한된 법적 권리와 시민의 권리 그리고 사회 경제적인 기회를 갖는다. 2등 국민이 직면하게 되는 전형적인 차별은 참정권의 제한 혹은 부재, 공무나 병역의 제한, 언어, 종교, 그리고 교육 등에서의 제한 등이 대표적이다.일제 통치 기간 동안 조선인은 일본 국적을 갖고 있었지만 일본 국민으로서의 지위와 자격을 갖지 못했다. 1937년 7월 중일전쟁이 발발하기 전까지 조선인은 병역의 의무가 없었으며, 일본 의회에 대표를 보낼 수 있는 참정권이 없었다. 중일전쟁 발발 후에, 일제는 병역법의 일부 조항을 수정하여 1938년에 특별히 조선인도 병역에 자원할 수 있게 하였고, 1942년에는 조선인도 징병 대상이 될 수 있도록 하였다. 당시 참정권 없는 징병의무의 부과에 대해서 일제는 조선인도 명실상부한 천황의 양자의 자격을 갖췄으며 군인이 된다는 것은 특권이라고 선전하였다. 천황의 양자란 곧 2등 국민이란 뜻이다.2등 국민이라는 용어는 식민지 치하 조선인에 대한 일제의 차별과 수탈이라는 슬픈 역사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렇다면 김 변호사는 2등 국민이라는 단어의 뜻과 유래를 모르고 이 용어를 사용한 것일까?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그가 연설에서 일제 통치 하의 조선인을 2등 국민이었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나, 촛불 시민에 대해서 `해외여행을 떠나기 위해서 공항에서 여권을 제시할 때만 대한민국 국민일 뿐` 즉 국적만 대한민국이라고 말하는 데서 잘 드러난다.김평우 변호사는 정치적인 성향이 다르다는 이유로 다른 국민들을 2등 국민이라고 폄하하였다. 물론 사람에 따라 정치적인 성향이 서로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자신만 대한민국의 1등 국민이고, 다른 정치적 입장을 가진 사람은 2등 국민으로 보는 것은 상대방을 동등한 정치적 대화와 타협의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더구나 2등 국민이라는 단어에 차별이나 수탈의 의미가 내포되어 있기 때문에 문제는 더 심각하다. 만약 어떤 사람이 정치적인 반대파를 2등 국민으로 부른다면, 그의 마음속에는 정치를 지배와 정복의 수단으로 보고 정치적 패배자는 차별하고 수탈해도 된다는 생각이 들어있을 가능성이 높다.예전에 필자는 소설 `무정`으로 유명한 작가 이광수에 대해 `대한민국의 엘리트주의`는 뿌리가 깊다는 제목의 칼럼을 쓴 적이 있다. 해방 후, 이광수는 3만 명의 조선인 엘리트들을 구하기 위해서 친일을 하였다고 말한 적이 있다. 필자는 김 변호사에게서 이런 뿌리 깊은 엘리트주의를 다시 한 번 발견한다. 실제로 그는 한국 사회의 초-엘리트로서 서울대학교 법대,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하고, 1967년 제8회 사법시험에 합격하여 판사를 하였고, 2006년부터는 서강대 교수를 역임하였다.상대방을 `2등 국민` 혹은 `개, 돼지`로 보면서 진정한 정치적 협상이나 타협이 가능한 걸까? 한쪽이 다른 쪽에 대해서 우월한 지위에 있다고 믿고 있다면, 둘 사이의 정당한 대화는 불가능하다. 대화는 서로 대등한 상대방들 사이에서 가능하다. 민주주의는 시민들 사이의 수평적 관계가 제도화되고 생활화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하는 일부 사람들의 지독한 `엘리트주의`가 대통령 탄핵이라는 불행한 사건의 한 원인이었는지도 모른다.

2017-03-14

행복하자!!

▲ 배개화 단국대 교수·교양학부점심을 먹으려고 하는데 갑자기 SNS의 알림소리가 들린다. 뭔가 해서 보니 필자의 동네 친구가 보낸 문자이다. 공자와 제자들 사이의 문답을 적은 것인데, 그 주제는 행복에 관한 것이었다. 며칠 전 모임에서 논문 스트레스를 호소한 적이 있는데, 이것에 대한 위로의 문자인가 보다. 어느 날 공자는 두 제자에게 `벼슬해서 얻은 것이 무엇이고, 잃은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제자 공멸은 얻은 것은 없고 잃은 것만 세 가지인데, 첫째는 일이 많아 공부를 하지 못했고, 두 번째는 녹봉이 적어 친척을 돌볼 수 없었고, 셋째는 공무가 다급하여 친구들과의 관계가 소원해졌다고 대답했다. 반면에 제자 복자천은 잃은 것은 없고 얻은 것만 세 가지인데, 첫째는 예전에 배운 것을 날마다 실천하여 학문이 늘었고, 둘째는 녹봉은 적었지만 이를 아껴 친척을 도왔기에 더욱 친근해졌고, 셋째는 공무가 다급하지만 틈을 내니 친구들과 더욱 가까워졌다고 말했다.이 글 밑에는 공멸은 자기 삶의 부정적인 면만 보았기에 불행했고, 복자천은 자기 삶의 긍정적인 면만 보았기에 행복했다는 해석이 달려있었다. 비슷한 삶이지만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다르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필자도 박사 졸업 이후부터 지금까지 별 차이 없는 삶을 살고 있다. 그런데 공멸처럼 생각할 때는 항상 뭔가 부족하고 불만족스러웠지만, 복자천처럼 생각하는 요즘은 대체로 즐겁고 행복하다.`지금과 이곳`을 사는 태도도 행복감을 느끼는 데 필요하다. 한때 필자는 과거의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과 미래에 이루고 싶은 것에 대한 집착 속에서 살았다. 그 때 필자에게 지금은 미래를 위해서 희생되었고 이곳은 늘 떠나고 싶은 곳이었다. 하지만 백거이의 한시를 읽다가 `오늘은 내일의 과거이다. 지금을 즐겁게 살지 못하는 사람이 내일이 된다고 즐거울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지금 이곳`에서 살기로 결심했고, 이것을 실천하다보니 대체로 행복하다.행복감을 높이는 데는 인간관계도 중요하다. 하버드 대학교 의대는 1938년부터 75년간 10대 남성 두 그룹 724명의 인생을 추적했다. 이들 중 60여 명만이 살아있고, 대부분이 90대가 되었다. 이들은 가정환경, 학력, 직업 등에서 그다지 공통점이 없다. 하지만 이들의 공통점은 좋은 인간관계를 유지해왔다는 것이다. 그래서 연구팀은 가족, 친구, 그리고 지역사회-소위 동네친구-와 관계가 좋은 사람일수록 행복하게 오래 산다는 결론을 내렸다. 외로움은 불행뿐만 아니라 건강과 뇌 기능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필자도 이런 연구결과에 동의하는 편이다. 대학교와 대학원을 다닐 때 필자는 친구가 많았다. 그런데 소위 `2말3초`에 필자의 인관관계에는 많은 변화가 생겼다. 이 때 필자가 아는 친구의 90%가 결혼을 해서 같이 놀 친구가 대폭 줄었고, 몇 년 뒤에는 청주에서 교수생활을 시작하면서 필자의 인간관계는 단절됐다. 이런 단절은 현재 살고 있는 도시로 이사 와서도 지속되었다. 필자는 동네 친구를 만드는데 소홀히 했고 소위 고독을 즐기는(?) 생활을 했다. 그러다가 재작년쯤인가 필자가 행복감을 많이 느끼지 못하는 것의 원인에는 `동네 친구`가 없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지금은 몇몇의 동네친구를 만들었다.덧붙여서 자기에 대한 사랑도 행복의 레시피 중 하나라는 것을 말하고 싶다.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자기를 괴롭히는 사람과는 절연할 수 있는 정도의 자기애가 필요하다. 혹시 `스톡홀름 증후군`(인질이 인질범에게 호감을 느끼고 그를 좋아하는 심리)을 앓고 있다는 생각은 빨리 떨쳐버려야 한다. 또한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은 타인에게 상냥할 가능성이 높고, 타인의 비평에 관대한 편이다. 이는 타인들로부터 사랑받을 가능성을 높인다. 이것은 행복감으로 이어진다.

2017-03-07

우리나라 낮은 출산율이 여자 탓만은 아닌데…

▲ 배개화 단국대 교수·교양학부어제 다소 황당한 뉴스를 보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원종욱 연구위원이 2월 24일 인구포럼에서 우리나라의 낮은 출산율이 고학력 여성들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는 것이다. 원종욱 위원은 혼인율을 높이는 것이 출산율을 높이는 것보다 쉬운 방법이므로 여성들이 스펙을 쌓는데 시간을 쓰지 말고 빨리 결혼시장으로 나올 수 있게 유도하는 것이 좋다고 해결 방향을 제시하였다. 이런 내용에 많은 네티즌들의 비판이 거세지자 이 분은 인구영향평가센터 센터장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한다. 그런데 고학력 여성이 출산율 저하의 원인이라고 주장한 사람은 원 위원이 처음은 아니다. 서울대 이철의 교수도 `한국의 합계출산율 변화 요인 분해`(2012)라는 논문에서 한국의 출산율 하락은 기혼 여성의 출산율 저하보다 고학력 여성의 결혼 기피에서 발생한다고 주장하였다. 두 논문은 공통되게 여성들의 학업 기간이 길어 늦게 결혼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최근 통계청에서 발표한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결과를 보면 30대의 36.6%가 미혼상태이며 4년제 대학을 졸업한 30대 이상 여성의 미혼율이 18.9%라고 한다. 이에 따르면 30대 대졸 여성이 같은 나이의 대졸 남성보다 미혼일 가능성이 더 높다. 실제로 임신해서 아이를 출산할 사람은 여성이므로 여성의 미혼율은 낮은 출산율의 원인이 된다. 따라서 고학력 여성이 낮은 출산율의 원인이라는 진단이 틀린 것은 아니다.그러나 원 위원의 주장처럼 불필요한 휴학, 연수, 자격증 취득 등에 시간을 낭비한 여성에게는 채용과정에서 불이익을 주고 여성들이 자기보다 학력이나 소득이 낮은 배우자를 선택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사회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진정한 해결책이 될 수 있는 것일까?결혼과 가정생활 등은 단순히 경제적인 것으로 환원할 수 없는 문화적인 원인이 크다. 현재 우리나라는 30세 이상의 여성이 결혼시장에 나가 원하는 결혼을 할 가능성이 낮다. 통계를 보면 30대 전체의 미혼율은 36.6%인데 35~39세의 미혼율은 26.2%이다. 이것은 나이를 더 먹었다고 결혼을 더 많이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여자는 딴 거 없어요, 예쁘고 어리면 되요`라는 결혼정보회사 매니저의 말은 이런 통념의 대중적 표현이다. 원 위원의 해결책은 이런 사회적 통념에 따라 여자는 학력이고 뭐고 다 필요 없고 어릴 때 빨리 결혼 시장에 나가서 결혼하라는 것이다.또한 여성의 희생으로 결혼이 유지되는 현재의 상황에서는 소위 혼기를 놓친 경제적 부양능력이 있는 여성이 결혼을 선택할 가능성은 낮다. 통계청의 `2016년 일, 가정 양립지표`에 따르면 2014년 기준 맞벌이 가구의 가사노동시간을 보면 남자는 40분인데 반해 여성은 3시간 14분으로 5배가량 많다. 이런 결과는 우리 사회가 여성에게 돈도 벌어오고 가사일도 하라고 강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환경에서 하향결혼이라는 해결책은 여성들에게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 살신성인하라고 강요하는 것이다.필자는 부인이 외교관인 대학원 박사 후보생을 한 명 알고 있다. 이 친구의 부인은 일 때문에 집에 못 들어오는 일이 빈번하고 해외 출장도 잦다. 그래서 이 친구가 집안 살림도 하고 아이 육아도 담당하고 있다. 이 둘은 대학교 때 만난 캠퍼스 커플이기 때문에 서로 마음이나 여러 가지가 잘 맞는 경우이다. 이런 부부가 많이 늘어나면 좋겠지만 이것은 매우 예외적인 사례라고 생각된다.우리나라의 낮은 혼인율은 높은 실업률과 주거비 등으로 인해서 젊은 세대들이 쉽게 결혼을 선택할 수 없는 사회적, 경제적 조건도 한 원인이다. 동시에 사회의 변동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고 있는 혼인과 결혼 문화도 큰 원인이다. 남성 위주의 혼인과 결혼 문화가 바뀌지 않는 한 고학력 여성의 미혼율은 낮아지기 힘들 것이다.

2017-02-28

교육 정책과 포퓰리즘

▲ 배개화 단국대 교수·교양학부오늘 필자가 소속된 단과대학의 교원 워크숍이 있었다. 워크숍에서는 대학의 중장기 발전 계획에 대한 보고와 이미 수행되었던 여러 가지 사업들의 결과 및 개선 사안 보고 등을 발표하고 토론하였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방학동안 다소 느슨해졌던 학교 일에 대한 긴장감이 되살아난다. 동시에 우리들이 개학을 하면 해야 할 일들의 목록이 머릿속에서 작성되는 느낌이 든다. 이번 워크숍의 중요한 내용 중에 하나는 융복합 교육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관한 것이다. 필자의 소속 대학 학생과 교직원을 대상으로 융합전공의 필요성에 대한 설문 조사를 하였는데, 학생의 61%와 교직원의 78%가 그렇다고 대답하였다. 그리고 학생은 과학+공학+예술, 빅데이터, 법학+경제학+정치학, 문학+역사+철학 등의 순으로 융합전공 개설 선호도를 보였다. 교수들의 경우는 과학+공학+예술, 빅데이터, 문학+역사+철학, 인공지능학, 의료윤리학 등의 순으로 융합전공 개설 선호도를 보였다.이런 설문조사 결과들은 학생들이 학문의 변화에 대해서 보수적인 입장이며, 교수들이 변화를 선도하는 입장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무래도 학생들은 정보 부족과 제도 변화가 자신에게 미칠 변화 등에 민감하다보니 변화를 싫어하는 쪽이 많은 듯하다. 또한 전공 선호 부분에서도 공학과 예술의 융합이나 빅데이터와 같이 이미 언론 등에서 자주 언급되는 것에서는 높은 선호도를 보이지만 요즘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인공지능학이나 의료윤리학 등과 같은 것에서는 교직원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낮은 응답률을 보였다.필자는 수업 시간에도 이와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학생들에게 “문·이과 통합 교육이 필요하다”는 필자가 쓴 칼럼을 비평해보라고 한 적이 있다. 고등학교의 문·이과 통합 교육이 필요하지 않으며, 대학에서도 복수전공을 하면 되기 때문에 굳이 대학에서 문·이과 통합이 필요가 없다는 식으로 비평을 하는 경우가 많다.또한 공대나 자연계열 학생들의 경우는 고등학교 때 문과 출신이냐 이과 출신이냐에 따라서도 문·이과 통합 교육에 대한 선호도에 차이가 있다. 문과에서 이과로 교차지원을 한 학생들의 경우는 전공수업을 따라가기 힘든 자기의 경험을 근거로 고등학교 문·이과 통합 교육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과 학생의 경우는 수학과 과학 교육의 수준이 떨어지고, 많은 교과목 선택으로 인한 학습 부담을 이유로 문·이과 통합 교육을 반대하는 입장이다.현재 대학에서 이야기되는 융합 전공의 경우에는 이과쪽이 주도권을 쥐고 있기 때문에 그런 주도권을 쥔 입장에 있는 학생들은 변화가 필요 없다는 보수적인 태도를 보인다. 또한 공대나 자연계열 학생들은 현재의 전공으로도 상대적으로 쉽게 취업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힘들게 문·이과 통합 교육이나 융·복합 전공 교육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제4차 산업혁명은 학생들에게 컴퓨터 기반 지식, 예를 들면 빅데이터 처리나 프로그래밍 기술 등을 갖출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문과 계열 전공이 필요 없다는 말은 아니다. 미래에 없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직업에는 컴퓨터 작업으로 쉽게 할 수 없는 일들, 단순 기술직이 아닌 일들이다. 이것은 모두 인문·사회계열 관련 직업들이다.필자의 학생들이 보이는 보수적 태도는 올해부터 시작되는 문·이과 통합교육에 대한 중고등학생들의 반응에서도 동일하게 확인된다. 이런 상황들은 교육과 같이 사회의 미래와 관련된 영역에서는 `수요자 중심 교육`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은 유의해야 한다는 점을 환기시킨다. 왜냐하면 이 수요자들은 항상 단기적인 자신의 이익을 중심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우리 사회의 여러 제도 중에서 포퓰리즘(popularism)을 최대한 피해야 할 분야는 교육이 아닌가 한다.

2017-02-21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필수정책, `기본 소득`

▲ 배개화 단국대 교수·교양학부얼마 전 `제4차 산업혁명과 기초교양교육` 포럼에 갔다 와서인지 `제4차 상업혁명`에 대한 필자의 관심이 늘었다. 이것은 직접적으로는 자율주행 자동차와 같은 상품에 대한 관심에서부터 교육, 경제를 포함한 미래 사회에 대한 관심까지 다양했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대선주자들도 제4차 산업혁명에 대한 각종 공약들을 내놓으며 서로 갑론을박 중이다. 한 언론매체는 이것을 녹색성장이니 창조경제라는 용어처럼 유권자의 지지표를 얻기 위한 내용 없는 공허한 정치적 수사일 뿐이라고 비판적인 기사를 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것을 공허한 수사로 보기에는 우리 사회는 이미 너무나 많은 영향을 받고 있고, 사회변동의 폭도 점점 커질 것이다. 따라서 이 문제에 대한 정치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저번 칼럼에서 필자는 제4차 산업혁명 시대는 일자리 창출이라는 관점에서는 `디스토피아`일 가능성이 높다고 쓴 적이 있다. 특히 육체노동이나 단순 기술직의 경우 그에 대한 구매 수요가 줄어들 수 있지만 석, 박사 학위를 받은 고급 기술자들의 수요는 점점 늘어날 것이다. 그리고 이 둘 사이의 임금격차는 점점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노동인력의 국제적인 흐름과 관련해서 저임금 육체노동자의 국제적인 이동만을 주목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고급 기술자들의 국제적 이동 역시 활발하다.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는 많은 기술자들은 모두 인도, 중국, 한국 등에서 온 외국인들이다. 제4차 산업 혁명은 육체노동자보다는 고급기술자들의 국제적 이동을 촉진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고급기술자의 국제적 이동의 중심지가 되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매우 어두울 것이다.이점과 관련해서 정치가 할 수 있는 일은 크게 두 가지 방향이 아닐까 한다. 하나는 `기본 소득`라는 개념을 도입하여 국민들의 소득수준을 일정한 정도로 유지하는 것이다.다른 하나는 고급기술자들의 국제적 이동이 우리나라로 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이 중에서 특히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기본 소득`과 관련된 부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기본소득은 최저생계비와는 다른 것으로 정상적인 생활에 필요한 소득이다. 최근 제주도에서 입안한 정부기관 노동자들에게 일정 정도의 기본 소득을 보장해주는 정책과 같은 것이 이러한 출발점이 될 것이다. 제주도의 사례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일인당 기본 소득은 130만원 정도이다. `기본 소득`을 이야기 하면 보수적인 사람들이나 소위 부유층들은 이것을 무슨 공산주의나 하자는 것처럼 오해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제4차 산업혁명 사회가 가져올 사회적 변동 등을 고려할 때 `기본 소득`의 도입은 부자들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킬 수 있는 사회적 안전판의 역할을 할 것이다.이 점에서 미국의 상황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면이 크다. 이번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것은 제4차 산업혁명에 대한 대중적 저항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점은 그 지지자가 교육 수준이 낮은 백인 남성 육체노동자인 것에서 잘 나타난다. 이들은 저임금 육체노동자들의 국제적 이동이 자신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고 생각하고 트럼프 후보의 강력한 반 이민 정책을 지지했다. 그런데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 후 내린 반 이민 명령에 가장 반발한 것은 제4차 산업을 주도할 기업이 몰려있는 캘리포니아주였다.대한민국이 고급기술자들의 국제이동의 중심지가 되기 위해서는 제4차 산업화로부터 소외될 것이 분명한 저임금 육체노동자들과 영세자영업자들의 국수주의적 심리를 잘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국경봉쇄와 같은 국민적 압박이 생기지 않도록 국가가 주도적으로 국민 전체의 소득수준을 일정한 정도로 보장해주는 정책이 필요하다. 대한민국이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하기 위해서는 보수든 진보든 복지정책은 필수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2017-02-14

제4차 산업혁명의 시대?!

▲ 배개화 단국대 교수·교양학부지난 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제4차 산업혁명시대 대학교양교육 발전방안`토론회가 열렸다. 주관 단체로부터 참석했으면 좋겠다는 메일을 받고 필자도 여기에 참석하게 되었다. 이 토론회는 대학 교수 두 분의 발표가 있었고 다섯명의 토론자가 발표 내용에 대해서 토론하였다. 3시간 반 동안 진행된 토론을 들으면서 필자는 우리 사회의 미래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다. 일단 발표와 토론을 들으면서 제4차 산업혁명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의문이 생겼다. 인터넷 백과사전에 따르면, 이것은 사이버 물리 시스템 기술을 토대로 탄생한 산업 혁명이다. 이 산업은 클라우딩 컴퓨터, 빅데이터, 3D 프린팅, 생명공학 등 첨단 정보통신 기술을 활용하여 실세계 모든 사물들의 지능화(intelligent)와 초연결(hyper-connection)을 지향한다. 이것은 세계경제포럼의 창립자인 클라우스 슈밥에 의해서 정식화 되었다.이런 정의에 따르면 제4차 산업은 이미 우리 삶에 일상화되어 있다. 단적인 예가 작년 이세돌 9단과 바둑 대국을 했던 구글의 인공지능 컴퓨터 알파고이다. 알파고로 상징되는 인공지능(AI)은 `자율주행 자동차`의 인공지능과 동일한 것이다. 현재 필자도 매일 이용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원 드라이브와 같은 클라우딩 컴퓨팅도 그 대표적인 예이다. 여기에 빅 데이터 기술이나 생명공학 등을 더한 제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을 인간에 최대한 가깝게 만드는 것과 연결되어 있으며, 그 궁극적 목표는 인간보다 더 인간 같은 로봇일 가능성이 높다.이미 우리 국민들은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에서 인간을 능가하는 인공지능의 능력에 경악과 공포를 실감했다. 필자도 그 한 명인지라 두 분의 발표자들이 말하는`제4차 산업혁명`의 시대는 `유토피아`라기보다는 `디스토피아`처럼 느껴졌다.발표자들 중 한 분은 로봇들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면서 일자리가 많이 줄 것이라고 예측했다. 예를 들어 청소원, 주방보조원 등은 100% 로봇으로 대체되고, 그 밖에도 매표원, 복권 판매원, 낙농업 관련 종사자, 주차관리원, 청원 경찰, 주유원 등도 90% 이상 로봇으로 대체될 수 있다. 이것은 단순 육체노동자의 미래가 매우 불투명하다는 것을 의미한다.반면에 지적 노동은 로봇에 의해서 대체될 가능성이 낮다. 예를 들어 회계사나 항공기 조종사, 투자·신용 분석가, 변호사, 컴퓨터 하드웨어, 컴퓨터 시스템이나 보안 전문가 등은 사라질 위험이 적은 직업으로 예측되었다. 로봇 기술이 얼마만큼 발전할지 알 수는 없지만 정서적이거나 가치 판단이 중심인 직업이나 창의적 사고, 비판적인 사고가 필요한 부분에서 로봇은 아직 인간을 대체할 수 없기 때문이다.현재 우리나라의 산업 구성이나 노동 수요만 봐도 우리 사회는 이미 제4차 산업혁명 시대로 진입했음을 알 수 있다. 얼마 전 신문 보도를 보면 삼성전자가 세계 10대 기업에 들어갔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것은 핸드폰, 반도체 등과 같은 첨단기술을 삼성이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주력 노동 인력은 모두 국내외의 우수한 대학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은 고급 기술자들이다. 이미 생산라인에서의 단순 노동은 로봇으로 많이 대체되었고, 부족한 육체노동자들은 외국의 생산라인을 통해서 상대적으로 싼 임금으로 보충하고 있다.한마디로 제4차 산업혁명에서 육체노동의 수요는 점점 줄 것이고, 지적 노동에 대한 수요는 더욱 커질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문제는 제4차 산업혁명의 특성상 생산성이 현재보다 더욱 높아질 것이기 때문에, 지적 노동에 대한 수요는 늘더라도 인간 노동에 대한 절대적 수요는 감소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는 지금보다 더 많은 실업자를 양산할 수 있다.최근 신문보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평균 임금은 연 1천600만원이고, 상위 10%가 전체 소득의 48%를 차지한다고 나왔다. 이런 것이 앞으로 더 심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만 보면, 제4차 산업사회는 디스토피아일 가능성이 높다.

2017-02-07

표현의 자유 보장하는 것이 문화융성 가는 길

▲ 배개화 단국대 교수·교양학부며칠 전, 오랫동안 연락이 끊어졌던 석사 학생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필자는 2008년 현재 재직 중인 대학교에 들어왔는데, 그 때 이 학생이 필자의 수업 조교를 했다. 결혼한다는 소식을 마지막으로 서로 연락이 끊어졌는데, 다시 연결이 되니 무척 기뻤다. 학생은 전화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에 자신의 이름이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올라갔다는 이야기를 한다. 문화계 블랙리스트는 문화계 종사자 중에서 작성자 관점에서 현 정부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이름을 적은 목록이다. 문화계 블랙리스트의 존재는 작년 10월 12일 한국일보의 최초 보도로 알려지게 됐으며, 작년 12월 말에는 유진룡 전 문화체육부 장관이 블랙리스트가 있음을 언론에 폭로하기도 하였다. 결정적으로, 올해 1월 21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문화체육부 장관을 구속함으로써 박근혜 정부가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작성했음이 명확해졌다.다수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문화계 블랙리스트는 세월호 정부 시행령 폐기를 촉구하는 서명자 594명, 세월호 시국선언을 한 문학인 754명, 문재인 후보 지지선언을 한 문화인 6천517명, 그리고 박원순 후보 지지선언을 한 문화인 1천608명 등 총 9천473명의 이름이 적혀있다고 한다. 이중에는 고현정, 정우성, 송강호, 하지원, 김혜수 등과 같은 유명 영화인들도 있고, 필자의 수업 조교였던 학생과 같이 별로 유명하지 않은 문학도도 있다.이 학생은 자신이 세월호 시국 선언에 서명했다가 블랙리스트에 올라간 것 같다고 추측했다. 그러면서 자기는 선배 문학자들을 따라서 서명한 것밖에 없는데 블랙리스트에 올라 황당했다고 말했다. 학생에 따르면, 자기가 소속된 문학단체에 대한 정부 지원이 줄어서 일 년에 네 번이던 문학잡지 발간이 두 번으로 줄었다고 한다.이처럼 블랙리스트 명단에 오른 사람들에 대한 정부의 응징은 지원금을 줄이는 것이다. 한국 문화예술인들 중 90%는 평균 1천만원 이하 수입을 올릴 정도로 매우 가난하다. 그렇기 때문에 문화예술을 일정한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부 지원이 필수적이며 많은 가난한 문화인들이 이에 의존하고 있다. 블랙리스트는 정부의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자신에게 비판적인 문화인들을 고사시키려고 한 것이다.필자는 문학연구를 하고 있기 때문에 `언론 및 표현의 자유`가 매우 중요한 판단 기준이다. 어떤 사회가 민주적인 사회인가 아닌가를 판단할 때도 그 기준은 `언론 및 표현의 자유`이다. 이것은 어떤 정권이 독재의 DNA가 있느냐를 판별할 수 있는 확실한 기준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는 비판할 수 있는 자유를 의미한다. 위정자의 정책이 잘못되었을 때 이를 견제하고 비판하는 여론들이 있을 수 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란 이런 비판이 듣기 싫고, 이를 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것이다.더구나 이 글을 작성하기 위해 자료를 조사 중 알게 된 사실은 필자에게 `이 정부는 영구집권이라도 꿈꾸고 있었던 것일까`라는 의문이 들기조차 했다. 왜냐하면 블랙리스트의 명단에 올라간 문화인 다수가 야권의 대표 정치인들에 대해 지지 서명을 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박근혜 정권이 자기에게 투표하지 않은 49%의 국민에 대한 태도를 반영하고 있다. 현 정권은 야당 지지자들을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라 자기의 권력을 위협하는 내부의 적들로 인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작년 11월 이후부터 각종 언론 매체가 매일 쏟아내고 있는 최순실 국정농단에 대한 보도에서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 `문화융성`이다. 문화융성과 문화계 블랙리스트는 서로 공존할 수 없다. 자유로운 의사표현이 가능할 때 문화도 융성할 수 있다. 우리 사회에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그것의 표현을 존중할 때 진정한 문화의 융성도 가능할 것이다.

2017-02-01

인연이라는 것

▲ 배개화 단국대 교수·교양학부필자는 지난 주말 도쿄에 갔다. 도쿄에 있는 한국학 연구자들의 연구회에서 논문을 발표하기 위해서이다. 4박 5일의 일정으로 도쿄 여행을 가면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만남의 소중함이랄까 그런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필자가 일본에 갈 수 있게 된 것은 지난여름 후배와의 우연한 만남 덕분이다. 8월 중순쯤인가 한 학술대회에 참석했는데, 거기서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후배를 만났다. 서로의 근황을 묻는 중에 후배가 도쿄대학교 혼고 캠퍼스에서 특별초빙교수로 일하고 있다고 말한다. 혹시나 해서 필자가 도쿄에서 한국학 학자들이 하는 연구회에 대해서 질문을 하니까, 자기도 그 연구회 모임에 나간다고 대답했다.필자는 일본에서 한국학을 연구하는 학자들을 만나서 교류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마침 후배가 도쿄대학교에서 일을 하고 있고 필자가 참석하고 싶은 연구회에도 간다고 한다. 그래서 필자는 후배에게 겨울방학 때 그 연구회에서 발표를 하고 싶으니 연구회 책임자에게 말씀드려 필자가 발표할 수 있게 도와 달라고 말했다. 그러자 후배가 흔쾌히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한다. 또 자기가 도쿄대학교에서 일하고 있으니까, 학교의 게스트하우스를 예약할 수 있다고도 말해 준다. 정말 모든 것이 고마웠다.메일로 연구회 책임자와 대화를 한 결과, 필자는 후배와 함께 연구회에서 발표를 하게 되었다. 그것이 지난 금요일이다. 연구회가 열리는 장소에 가니 20명 남짓 되는 분들이 와 계신다. 그 중에는 이미 낯이 익은 연구자들도 몇 분 있었다. 2015년 3월 미국의 시카고에서 있었던 아시아학회(Association of Asian Studies)의 국제학술대회에서 뵈었던 분들이다. 필자가 “안녕하세요? 2년 전에 뵈었는데 엊그제 뵌 것 같네요.”라고 말하니까 다들 공감하는 눈치이다.한국학을 연구하는 외국 연구자들의 숫자는 그렇게 많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몇 번 국제 학술대회에 참석하다보면 서로의 만남이 누적되고 어느 순간 서로 아는 사이라는 느낌을 갖게 된다. 이번 만남도 마찬가지이다. 2년 전 시카고에서 만날 때만 해도 서로 서먹서먹하고 개인적인 대화가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뒷풀이 장소에서 일본 연구자 한 분이 필자를 부르더니 옆에서 같이 식사를 하자고 한다. 함께 술과 밥을 먹으면서 상대방의 연구 관심사도 알게 되고 한국 문학을 연구하는 이유도 듣게 된다.일요일에는 연구회 책임자이신 선생님이 필자와 후배, 그리고 다른 한국학생과 함께 요코하마로 갔다. 필자가 도쿄에서 가 볼 만한 곳을 알려달라고 하니까, 자기가 직접 데려다 주겠다며 함께 요코하마에 간 것이다. 사실 대학교수들은 매우 바쁘다. 수업, 연구 그리고 각종 회의와 학술모임 등으로 눈코 뜰 새가 없다. 그런 중에도 이렇게 필자를 위해서 하루의 시간을 내주시니까 너무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아침 9시 반에 서로 만나서 헤어지니 밤 10시이다. 12시간 정도 함께 다니면서 두 끼의 식사를 같이 하고 술과 차를 함께 마시면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다 보니, 무언가 친해진 느낌이 든다. 그리고 다른 후배들도 나이 차이가 많이 나서 모두 나에게`선생님`이라고 부르는데, 이렇게 서로 같이 시간을 보내다보니 많이 친해진 것 같다. 물론 필자가 이 분들의 시간을 뺏고 귀찮게 하는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도 들고, 이 빚을 어떻게 갚아야 하나 하는 마음의 부담도 생긴다.사람과 사람은 만나야 하는 것 같다. 그래야 무언가 경험도 쌓이고 새로운 기회도 생기는 것 같다. 그리고 이런 만남들이 처음에는 모두 우연으로부터 시작한다는 것도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그래서 필자는 모든 만남은 `기적`이라고 말하곤 한다. 얼마나 많은 우연이 겹쳐야 서로 만나게 되는지를, 만나고 나면 늘 실감하기 때문이다.

2017-01-24

미래를 설계한다는 것

▲ 배개화 단국대 교수·교양학부지난 주 금요일 필자는 겨울계절 학기 강의를 마쳤다. 가을학기를 종강하고, 작년 12월 26일부터 겨울 계절학기 강의를 시작했다. 매일 세 시간씩 15회 하는 강의를 했는데, 한 강좌이고 학생 수가 적다보니 평소보다 학생들에게 좀 더 관심을 가질 수 있었다. 첫 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계절 학기를 수강하는 이유를 물었다. 학생들은 주로 3, 4학년이 많았는데, 1학년 때 글쓰기 수업을 들은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 때 대다수가 C나 D 학점 혹은 F 학점을 받았다고 한다. 그래서 학생들은 학점 관리를 위해서 학점을 삭제하고 다시 수업을 듣는다고 했다. 글쓰기 과목은 교양필수이기 때문에 학점을 따지 못하면 졸업을 할 수 없다.수업을 하면서 알게 된 사실은 의외로 나이가 많은 학생들이 많다는 것이다. 수업 시간에 주로 앞자리에 앉아서 필자의 관심을 많이 받은 남학생들이 있었는데, 한 명은 30살이고 다른 한명은 27살이었다. 서로 자기가 가장 나이가 많은 줄 알았다고 한다. 남학생들은 대체로 24살은 넘은 것 같았다.하루는 필자가 수업이 끝난 후, 같이 점심 먹을 사람 있어요? 라고 물으니 10명쯤 되는 학생들이 손을 든다. 학교 식당에서 같이 밥을 먹으면서, 학생들과 소위 사적인 대화를 했다. 이미 자기소개서를 읽은 터라, 개인적인 관심사들을 물어보니 여러 가지를 이야기해준다. 우리 반의 최고령 학생은 한 때는 모델 활동을 했는데, 지금은 안양에서 카페를 열었다고 한다. 다른 학생은 중학교에서 특별활동 강사를 하고 있고, 학원 강사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이 밖에도 미대 대학원에 입학하고 싶은 학생도 있고, 일러스트 업계에서 일하는 학생들도 있다. 물론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도 있었다.수강학생 중 필자에게 가장 큰 인상을 준 학생은 호프집 사장이다. 이 학생은, 다섯번이나 결석해서 결석 사유를 묻자, 자기가 호프집을 운영하고 있어 새벽 2시까지 일하다 보니 아침 9시 반 수업에 오기 힘들었다고 대답한다. 그는 대학교 1학년 때 학점이 너무 좋지 않아서 취업은 어려울 것 같다고 판단하고, 창업을 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군대를 마친 후부터 호프집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장님이어서 그런지 태도나 표정은 매우 안정적이고 믿음직해 보인다.이처럼 이번 계절학기 수업을 듣는 학생들의 다수는 직장 생활의 경험이 있거나 창업을 하고 있었다. 물론 많은 대학생들이 대학 4년을 학과 공부와 학교생활에 충실하였겠지만, 이렇게 직장생활을 하거나 창업을 하는 경우도 꽤 있는 것 같았다.또한 학생들과의 대화에서 왜 1학년 학생들이 학점 관리에 연연해하고, 조금이라도 자기에게 유리하게 과제를 이끌어 가려고 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학점이 취업에 영향을 줘요? 라고 물으니, 학점이 4.0 즉 평균 A학점이 넘지 않으면 좋은 곳에 취업이 어렵다고 대답한다. 필자가 재직 중인 학교는 수강생의 25%에게만 A학점을 주도록 되어 있다.수업시간 학생들과의 대화를 통해서 얻은 내용을 토대로 한다면, 현재 대학을 다니는 학생들 중에서 많은 학생들은 대학을 다닐 이유가 없다. 현재 우리 청년들이 대학을 다니는 절대적인 이유는 취업을 위해서인데, 그 취업의 성패가 대학교 1학년 때 학점으로 이미 결정이 되어버린다면 말이다. 만약 저학년 때의 학점이 좋지 않으면, 그 이후의 대학생활은 매우 무의미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자는 일찍 자기 인생의 진로를 창업으로 결정하고, 호프집을 연 학생에게 인간적인 신뢰감을 느꼈다. 자기 삶을 낭비하지 않으려는 태도가 좋아보였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기분이 학점에 영향을 준 것은 결코 아니지만 말이다.

2017-01-17

즐거운 일이 없는 와중에 그나마 기쁜 일

▲ 배개화 단국대 교수·교양학부오늘은 아침부터 날씨도 흐리고 어제보다 추워져서 그런지 마음이 우울하다. 바쁠 때는 모르지만, 지금처럼 시간의 여유가 조금 생기면 왠지 마음이 텅 빈 것 같을 때가 있다. 이때, 김연아 선수의 스케이트화가 문화재로 지정되었다는 기사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필자는 김연아 선수가 첫 시니어 대회에 출전하기 시작한 2006년부터 팬이었기 때문에, 이 기사를 보자 기분이 소위 `업` 되었다.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기사를 클릭해 보았다. 기사에 따르면 2010년 벤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김연아 선수가 피겨스케이팅으로 금메달을 딸 때 신었던 스케이트화를 문화재로 등록한다고 한다. 이처럼 김연아 선수의 스케이트화가 문화재로 등록될 수 있게 된 것은 제작, 건설된 지 50년이 지나지 않은 사물과 건축물을 문화재로 등록하는 방안이 마련되었기 때문이다. 현행 문화재보호법은 제작, 건설, 형성된 후 50년이 지난 문화재 중에 기념이 되거나 상징적 가치가 있는 것만 문화재로 등록하게 되어있는데 이것을 개정한다는 방안이다.김연아 선수의 스케이트화가 문화재가 된다는 것은 이 물건 자체의 가치 때문이라기보다는, 그 스케이트화로 상징되는 김연아 선수의 금메달 획득이 가진 상징적인 가치 때문일 것이다. 보통 피겨스케이팅, 그 중에서도 여성 피겨스케이팅은 동계스포츠의 꽃이라고 말해진다. 이는 다른 경기와 달리 선수의 운동능력뿐만 아니라 예술적인 면까지 함께 평가되기 때문이다. 이런 경기에서 우승한다는 것은 선수 개인의 능력의 탁월함뿐만 아니라, 이러한 선수를 길러낸 환경이 높은 문화적 수준을 갖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이런 이유로 러시아는 2013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여성 싱글 피겨 종목에서 금메달을 따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했다. 소치이전까지 러시아는 남자 싱글 피겨에서 몇 차례 금메달을 딴 적이 있다. 알렉세이 야구딘은 2002년 솔트레이크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고, 예프게니 플루셴코가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2010년 벤쿠버 올림픽에서는 은메달을 따기도 했지만 여성 싱글 종목에서는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소치올림픽에서는 국내 팬으로부터 `형광나방`이라는 별명을 얻은 아델리나 소트니코바가 석연치 않은 연기를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김연아와 근소한 차이로 금메달을 땄다.당시 소트니코바의 금메달 수상에 많은 피겨 팬들은 분노했고, 필자도 그 중의 한 사람이었다. 너무 속상하고 분해서 며칠 동안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경기 결과에 대해서 항의하는 글에 서명을 하기도 했다. 당시 소트니코바에게 금메달이 돌아가는 것을 보며, 많은 뒷말들이 무성했다. 채점자들이 러시아와 가까운 사람들이 많았다던가, 소트니코바 등 다수의 러시아선수가 도핑에 걸리지 않는 금지약물을 복용했다거나 하는 것이 그것이었다.그런데 당시 추측들이 맞을 수도 있다는 것이 최근 언론보도를 통해서 알려지고 있다. 올림픽 반도핑 위원회에서는 러시아선수들의 광범위한 금지 약물 사용을 적발했고, 그 중에는 소치 동계올림픽에 참가한 선수도 있다는 것이다. 소트니코바의 경우, 소변샘플을 담은 용기에 훼손 흔적이 있다고 한다. 만약 소트니코바의 도핑 부정행위가 확정이 되면, 그녀의 금메달 수상은 취소된다.소트니코바가 금메달을 박탈 당하면 김연아 선수는 금메달을 승계 받게 된다. 필자는 김연아 선수가 금메달을 받게 돼서 그녀의 경기에 대한 정당한 결과가 주어졌으면 하고 기대를 한다. 단순히 팬으로서의 마음이 아니라, 늘 우리가 결핍감을 느끼는 주어진 노력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김연아 선수에게 우리 사회가 경의를 표하는 것은 선수의 눈부신 업적에 대한 것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불리한 조건을 극복하고 정상에 오른 인간적 탁월함 때문일 것이다. 창밖을 내다보니 하늘은 필자의 마음처럼 어느덧 맑아 있다.

2017-01-10

정유년 새해를 맞이하며

▲ 배개화 단국대 교수·교양학부올해는 닭의 해라고 한다. 새해라고 친구들과 가족들에게 새해 복을 기원하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그랬더니 다들 또 문자 메시지를 보내준다. 예전만 해도 새해가 되면 연하장이나 편지로 인사를 했지만, 지금은 스마트폰을 이용해서 문자 메시지를 보내거나 닭 그림이 그려진 이모티콘을 보내는 것으로 대신한다. 너무 쉽고 간단한 것 같기도 하지만, 서로의 마음을 표현하는 데는 충분하다는 생각도 든다. 서로의 행복을 기원하면서, 필자 자신, 그리고 우리 사회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기대하게 된다.한 해 동안의 변화라면, 자기 자신에게 생길 변화에 대해서 가장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상하게 자꾸 나라 걱정을 하게 된다. 일단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에서 탄핵을 당해 직무가 정지된 상태이기 때문에, 이에 대해서 헌재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가 궁금하다. 헌재가 박대통령 탄핵 인용을 하든 기각을 하든 그에 대해 사회적으로 큰 반향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조기 대통령 선거이든 12월 대통령 선거이든 대통령도 새로 뽑아야 한다. 이런 것들이 자기 자신에게 집중할 수 없게 한다.솔직히 필자의 삶은 큰 변수가 생길 가능성이 적기 때문에 `나라 걱정`이 필자의 일 순위 스트레스 유발 요인이다. 한 친구는 필자의 신년 메시지에 `모두 착잡한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하네요. 모두 힘내세요`라는 답장을 보내왔다. 또 한 친구도 `새해에는 나라도 우리도 모두 건강해지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라는 문자 메시지를 필자에게 보내왔다. 모두 새해 벽두부터 나라 걱정인 것이다.이런 것에 대한 반동에서인지 필자의 올해 목표는 가족과 좀 더 좋은 관계 맺기와 올해도 즐겁게 살기이다. 이것 말고도 여러가지 하고 싶은 일이 있지만, `행복`이라는 것을 생각해볼 때는 이 두 가지가 가장 중요한 것 같다.20여 년 전, 필자가 대학교에 막 입학했을 때, 대학생들은 여전히 나라 걱정으로 투쟁 중이었다. 그래서인지 `행복`이라는 감정은 뭔가 금기 같은 것이었다. 나라가 이렇게 문제인데 이것을 걱정하고 해결하기 위해서 싸워야지, 행복감을 가지면 안 된다는 암묵적 분위기가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것처럼 주객전도인 것도 없다. 우리가 나라 걱정을 하는 것은 정의가 실현되고 나라가 상식대로 운영되어 국민들 다수의 행복감을 증진시키기 위해서이다. 그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하는 일인데, 행복한 것에 대해서 죄책감을 느끼게 하는 것은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이다.비슷하게 정치지도자들도 행복과 삶의 기쁨을 아는 사람이 지도자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행복을 맛본 적이 없는 사람이 다른 사람의 행복에 대해서 생각해줄 것 같지가 않다. 필자의 주위에는 사회적으로 매우 성공하고 존경받는 분이 있는데, 이 분은 만나면 늘 불평불만이 심하다. 이런 것이 너무 안타까워 필자는 좀 마음이 즐거울 수 있도록 노력하시라고 하면, 불행한데 억지로 행복한 척하기 싫다고 말한다. 이처럼 불행한 사람 옆에 있으면 주위사람도 자꾸 불행해진다.외국 언론들은 촛불집회에 대해 보도하면서, 시민들의 모습이 록 페스티벌에 온 것처럼 즐겁고 행복해 보이며, 많은 사람이 모였는데도 질서를 유지하고 있어 놀랍다고 했다. 현재 우리 국민들은 나라 걱정도 즐거운 마음으로 할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 진정 스스로가 행복한 지도자여서 국민들에게도 자신의 행복감을 나눠줄 수 있는 그런 지도자가 나와 서로 상승효과를 냈으면 좋겠다.이렇게 된다면 필자의 나라걱정도 많이 줄고, 스트레스도 많이 줄 것 같다. 필자는 지금 여기서 매일 기쁘게 행복하게 살고 싶다. 이것이 필자의 새해 소망이다.

2017-01-03

죽음에 무감각한 사람들

▲ 배개화 단국대 교수·교양학부며칠 전, 학술대회에 참석했다가 탈북 문학자들을 만났다. 이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던 계기는 학술대회가 탈북자 문학에 대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탈북 문학자들은 주최 측의 초대로 학술대회에서 발표와 토론을 하였다. 학술대회가 끝난 뒤, 저녁을 먹는 자리에서 필자는 이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면서 필자는 이분들이 죽음에 대해서 매우 무감각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필자가 탈북자를 처음 만난 것은 2008년 필자가 하는 수업에서였다. 두 명의 탈북 학생이 수강을 하고 있었는데, 그들이 탈북자인 것을 안 것은 성적 처리난에 탈북자라고 썼기 때문이었지만, 수업을 하는 동안에도 이 학생들은 몇 번 필자의 관심을 끌었다. 그 중 하나는 자기소개서 때문이었는데, 그 내용이 너무 어두웠기 때문이다. 자기소개서에서 학생은 `지금까지 사람들은 자기를 이용하려고만 했기에, 자신은 다른 사람을 잘 믿지 않는다. 하지만 앞으로 열심히 살아서 성공하겠다`고 썼다. 이 글을 읽으면서 대학교 1학년이 지금까지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런 글을 쓰는 걸까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그가 탈북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그 같은 어두운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그러다가 이번 학술대회에 발표 청탁을 받고 탈북자들이 쓴 수기와 소설을 많이 읽었고, 이 사람들이 겪은 고통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많은 수기와 소설들은 탈북자들이 늘 죽음의 위기 속에 있음을 보여준다. 먹을 것이 없어서 굶다가 죽은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길거리에 쓰러져 있는 죽은 사람에게 산 사람들은 점점 무감각해졌다고 한다. 또한 탈북자의 경우, 탈북 후 중국에서 중국 공안의 체포를 피하는 과정에서 많이 죽거나 다친다고 한다. 중국 공안의 수색을 피해서 추운 겨울이나 비가 오는 궂은 날에도 맨몸으로 산 속에 숨어있기도 하고, 국경을 넘다가 총을 맞아 죽기도 한다. 또 여성의 경우에는 인신매매를 당해서 중국인의 아내로 팔려가기도 하고, 유흥업소에 팔려가서 성노리개로 고통당하기도 한다.북한에서의 생활과 탈북 할 때의 경험 때문인지 탈북자들은 죽는 것에 대해서 매우 무감동한 모습을 보였다. 학술대회에서 만난 한 탈북문인은 체제비판적인 시를 썼다는 이유로 감옥에 3년 동안 갇혀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시 한두 편 가지고 어떤 사건을 만들기는 어려워 결국 그는 풀려났다고 한다.그는 한국에서는 시간이 너무 빨리 간다며, 감옥에서는 일분이 하루 같았다고 말했다. 이 분은 유머 감각이 있고 강한 의지를 소유한 분으로 보였지만, 죽음에 대해서는 다소 무감각하게 보였다. 비슷하게 소설에서도 등장인물의 대부분이 죽는다든지(`생은 어디에`) 혹은 탈북한 여성이 중국에서 매매혼으로 6년 동안 고통을 당하다가 한국에 오지만, 결국은 암으로 죽는다(`청춘연가`).너무 힘들고 고통스러운 일을 당하다보면, 혹은 죽음이 일상화된 환경 속에 살다보면 사람들은 이렇게 타인의 죽음이나 자신의 죽음에 대해서 무감각해지는 것 같다. 그런 것에 하나하나 민감하게 반응하다 보면, 정신 차리고 살아가기 힘들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렇게 죽으나 저렇게 죽으나 언제 죽을지 모를 목숨이니까`라는 모진 마음이 그들이 목숨을 건 월경을 하고 한국으로 입국하기 위해서 오랜 기간 동안 힘든 여정을 버틸 수 있었던 용기의 원천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람은 자신과 타인의 죽음과 고통에 무감각해지는 만큼 폭력적으로 돌변할 수도 있다.한국 사회는 이처럼 `공감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을 경계하고 이들로 인한 사회 문제에 대해서 심각하게 생각한다. 특히 공감능력이 부족한 정치지도자의 폐해는 지금 우리 모두가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탈북자들을 우리의 친구와 이웃으로 받아들이고 좀 더 사랑으로 대하여 그들이 `행복`한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그래서 이들이 자기와 타인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 자신과 타인의 목숨을 소중히 생각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이 지점에서 인권은 시작한다고 생각한다.

2016-12-27

마음이 편해야 일도 잘 풀린다

▲ 배개화 단국대 교수·교양학부오늘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수영선수 박태환이 쇼트코스(25m) 세계선수권대회에서 3관왕에 올랐다는 기사를 읽었다. 올 여름 리우 올림픽경기에서 참가한 모든 종목에서 부진했던 것과 대조적이었다. 이것을 보면서 도대체 몇 달 사이에 선수의 경기력이 이렇게 손 뒤집듯이 금방 바뀔 수 있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동시에 최근 박태환 선수 관련 여러 가지 보도를 보면서 역시 사람은 마음이 편해야 일도 잘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 박태환은 매우 어렵게 리우 올림픽 경기에 참여할 수 있었다. 2014년 도핑 검사에서 금지약물인 테스토스테론에 양성 반응 판정이 나와, 그는 국제수영연맹(FINA)으로부터 국제수영대회 참여 금지의 징계를 받았다. 그런데 2016년 3월에 FINA의 징계가 만료되면서 그가 리우 올림픽에 참가할 것이라 예상되었다. 하지만, 대한체육회가 도핑 양성판정을 받은 사람은 올림픽에 참여할 수 없다는 규정을 적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큰 논란이 되었다. 법정에서 박태환 선수의 징계가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림으로써 그는 리우올림픽에 참여할 수 있었다.박태환 선수는 대한체육회와의 불화로 인한 심리적 스트레스와 준비 부족 등으로 리우올림픽에서 좋지 않은 성적을 거뒀다. 그는 100m, 200m, 400m에서 모두 예선 탈락을 하였다. 하지만 국민들의 반응은 박태환이 무리한 출전으로 다른 선수들의 기회를 뺐었다는 비판보다는 최선을 다했다는 응원과 위로였다.당시 박태환의 팬들뿐만 아니라 다수의 국민들도 대한체육회에 대한 박태환의 처분이 무언가 이상하다는 인상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 5월 김종 전 문화체육부 차관이 박태환 측에게 올림픽 참여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압력을 넣었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러한 사실은 10월 24일 JTBC의 보도로 알려진 최순실 국정개입 사건에 대한 언론의 취재과정에서 알려졌다.박태환 측도 언론보도를 통해 그런 사실이 있었음을 숨기지 않았다. 인터뷰를 하는 박태환의 얼굴은 먹구름이 걷힌 하늘처럼 개운한 표정이었다. 자신의 진로에 불이익이 생길까 봐 정부 고위 관료와의 사이에 있었던 일을 말도 못하고 속앓이 했던 것에 대해서 보상받은 표정이었다. 이처럼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마음이 편해지자 그의 경기력도 놀랍게 향상되었다. 그는 이번 FINA 쇼트코스 세계선수권에서 한국 선수 최초로 400m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1천500m에서 아시아 최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땄다.사람들은 성공의 비법으로 집중력을 말한다. 무슨 일이든 집중해야 자기의 최대한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고,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그런데 뉴스1에서 보도한 귀국 인터뷰에서 박태환은 “안 좋은 일이 있은 뒤 리우에선 부담감이 컸다. 성적에 대한 생각이 너무 많아 레이스에 집중하지 못했다. 몸과 마음이 모두 무거웠다”고 말했다. 심리적 원인들이 그의 집중력에 영향을 줬고, 좋은 경기력을 보이지 못하게 했던 것이다.사람들이 믿고 있는 상식 중 하나가 소위 올림픽 정신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정치나 경제 등과 같은 다른 분야와 달리 스포츠의 세계는 공정하다는 믿음이다. 이것은 스포츠, 특히 육상이나 수영과 같은 기록경기는 심판의 주관적 판단이 영향이 없기 때문이라고 필자는 초등학교 때부터 교과서에서 배웠다. 하지만 선수가 출전하기 이전에 실력과 상관없는 사익 추구와 행정적 간섭이 이뤄진다면 이것은 막을 수 없다.필자는 박태환 선수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자유형 400m에서 금메달을 땄던 순간을 기억하고 있다. 마지막 10m를 남기고 마지막 스퍼트를 올려 다른 선수들을 제치고 1등으로 들어올 때 필자는 다른 국민들처럼 “힘내! 힘내!”라며 큰 소리로 응원했다. 그의 경기를 여러 차례 돌려보며 순수한 기쁨을 느꼈다. 이런 기쁨을 필자는 누구로부터도 방해받고 싶지 않다.

2016-12-20

요즘 세계적으로 마초형 지도자들이 뜨는 이유는?

▲ 배개화 단국대 교수·교양학부최근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세계 각국에서 강한 남자가 지도자로 선택되고 있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의 트럼프 당선자 외에도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나, 1인 독재를 굳혀 가는 시진핑 중국 주석, 일본의 아베 수상, 마약과의 전쟁으로 수천 명을 학살한 필리핀의 두테르테 대통령 등이 그러한 예이다. 최근 국회의 탄핵으로 직무가 정지된 박근혜 대통령도 이런 지도자 유형이다. 그렇다면 왜 2016년 강대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의 국민들은 마초형 지도자를 지지하는 것일까? 마초형 지도자들의 공통점은 1인 독재나 다름없는 강력한 권한 행사, 그리고 철저한 자국 중심주의다. 트럼프 당선자는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임기 동안 미국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은 `강한 러시아 건설`을 표방하며, 15년 넘게 러시아의 정권을 장악하고 있다.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중국공산당 제16기 중앙위원회 제6차 전체회의에서 당의 핵심이라는 명칭을 부여받음으로써 1인 지도체제를 완성했다. 일본의 아베 수상 역시 `전쟁할 수 있는 일본`을 목표로 평화 헌법을 수정하여 외국에 군대를 파견하려고 한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또한 나라의 발전을 방해하는 부정과 부패를 없애 잘사는 필리핀을 만들겠다고 주장하고 있다.이들의 공통점은 전쟁, 인종차별, 국민들에 대한 테러에 가까운 무자비한 법집행 등을 경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약속으로 합리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민들은 경제 문제만 해결된다면 모든 것을 용서할 준비가 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마초형 지도자의 득세가 전 세계적인 경제 침체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전 세계의 경제성장률은 3%대이다. 중국 이외의 다른 국가들은 오랫동안 3% 이하의 경제성장률에 머물러 있다. 특히 일본은 20년째 마이너스에 가까운 경제성장률로 고통 받고 있다. 이들을 지지하는 국민들은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해준다면 시민의 권리나 민주주의는 잠시 유보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다.이러한 상황들은 1930년의 대공황 이후 유럽을 강타했던 파시즘의 발흥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히틀러를 지지했던 독일 국민들은 주로 몰락한 중산층과 소상공인들이었던 반면에, 자본가들을 포함한 상층 엘리트들이나 노동자들은 그를 크게 지지하지 않았다고 한다. `자유로부터 도피`에서 에리히 프롬은 히틀러 지지자들은 모두 의존성향이 강한 사람들로서 강력한 지도자에게 의지함으로써 경제적인 몰락과 사회적인 지위의 불안정이 주는 불안감을 상쇄하려고 하였다고 분석하였다.최근 몇 년간 우리 국민의 정치지도자 선택도 마초형 지도자에 대한 향수 때문이다. 2012년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된 것도 그녀가 아버지인 박정희 대통령처럼 강한 리더십을 발휘하여 경제나 복지 문제를 해결해주길 바랐기 때문이다. 그녀의 지지자들은 군복에 검은 선글래스를 쓴 박정희 대통령의 강한 남자 이미지를 그의 딸인 박근혜 후보에게 투사하며, 다시 한 번 `한강의 기적`을 일으켜주기를 기대했다. 대통령 후보 토론 과정에서 제기된 박근혜 대통령의 자질 부족 시비는 이런 기대를 소멸시키기에는 불충분했다.에리히 프롬은 히틀러와 같은 지도자는 권위주의적-가학적 성격이며, 그의 지지자들은 의존적-피학적 성격이라고 규정하고, 이들은 서로 의존관계에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는 만약 지도자가 의지할 수 없는 약한 사람이라고 판명되면, 지지자들의 지지는 무자비한 비난과 분노로 바뀌며, 지도자들도 자신의 국민들을 선동에 쉽게 놀아나는 무지몽매한 군중으로 생각했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참모들이 국민들을 유언비어에 선동되는 군중으로 보는 시각이나, 현재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과 국민들의 즉각 사퇴요구는 프롬의 분석의 한 예로 보일 지경이다. 동시에 이는 다른 마초형 지도자들의 미래를 예시하는 것으로도 보인다.

2016-12-13

자유로운 생각은 어떻게 가능할까

▲ 배개화 단국대 교수·교양학부지난주까지 학생들과 함께 과외로 논술, 토론 수업을 진행하였다. 논술과 토론에 어려움을 느끼는 학생들과 함께 재미있는 신문 기사들을 읽고 그것에 대해서 찬반 토론하고, 논술문을 쓴 다음 첨삭하는 것이다. 여러 가지 주제가 있었는데, 그 중에는 한 포털 사이트에 실린 박종무씨의 “동물이 먼저냐, 사람이 먼저냐”라는 글이 있었다. 이것에 대해서 토론과 논술 첨삭 수업을 진행하면서 필자는 사고에서 패러다임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동물이 먼저냐, 사람이 먼저냐”는 글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동물 복지, 혹은 동물 보호에 대한 글이다. 이 글은 서울대공원에서 쇼를 하던 제돌이라는 남방큰돌고래가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 따라서 제주도로 돌려보내진 것과 관련된 것이다. 당시 서울시는 제돌이에게 적응훈련을 시켜 제주도 앞바다에 방사하였다. 이 과정에서 7억6천만원의 비용이 들었다. 이에 대해 이 글은 북한 동포들과 같이 굶주림으로 고통 받는 사람을 돕지 않고, 동물을 돕는 것에 많은 돈을 쓰는 것이 타당한 지에 대해서 논란이 있다고 문제를 제시하였다.필자도 학생들에게 기아에 시달리는 사람들보다 동물을 돕는 것이 타당한 것인지에 대해서 논술문을 써보라고 하였다. 이에 대해서 어떤 학생은 멸종위기동물을 돕는 것의 타당성에 대해서 논하는 글을 썼고, 어떤 학생은 동물보호에 대해서 논하는 글을 썼다. 제돌이와 같은 멸종위기동물의 보호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글은 상대적으로 논증이 잘 되었지만, 동물보호의 정당성을 논하는 글은 주장을 뒷받침하는 논거가 충분히 제시되지 않았다.멸종위기동물보호의 경우는 보통 `종 다양성`과 `생태계의 균형`이라는 관점에서 많이 논증된다. 이 경우는 종의 다양성이 확보되어야 생태계의 먹이사슬이 안정되고, 그래야만 생태계의 균형이 유지된다는 것이 중요한 논거로 제시된다. 현재 우리들은 환경문제를 피부에 와 닿을 정도로 심각하게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이런 논거들은 쉽게 납득 가능한 것이 된다.하지만 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유기동물들이나 개사육장, 혹은 개나 고양이 공장 등에 학대받고 있는 동물들을 보호할 필요성에 대해서는 충분한 논거가 제시되지 않는 것이다. 학생들이 제시하는 논거는 모든 생명은 소중하기 때문에 동물의 생명도 인간의 생명만큼 소중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왜 유기되거나 사육장에 있는 개나 고양이를 보호하는데 돈을 써야 하는 이유가 되는지 충분하지 않게 느껴진다.근대 이후, 동물에 대한 인간의 생각은 이성 중심주의에 의해 결정된다. 예를 들어 17세기 프랑스의 철학자 데카르트는 동물에게는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이 없기 때문에 영혼이 없으며 오직 사람만이 영혼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동물은 영혼이 없는 기계나 다름없기 때문에 고통을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 그는 이런 신념하에 동물실험을 하기도 하였다.반면에 1960년대 리처드 라이더는 동물 실험을 하거나 동물 학대를 하는 것은 `종차별주의`(speciesism)라고 비판하였다. 피터 싱어는 감각능력이 있는 `모든 존재`에게 쾌락과 고통에 관한 이익은 동등하게 고려되어야 한다는 공리주의를 근거로, 동물도 고통이나 쾌락을 느끼는 한, 인간과 동등한 이익을 누리며 윤리적 고려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현재의 동물보호법은 리처드 라이더나 피터 싱어의 주장을 수용하고 있다. 하지만 필자의 논술 교실의 학생들을 포함해서 많은 사람들은 인간의 이익과 관련 없는 무조건적인 동물보호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이것은 우리가 여전히 이성 중심주의라는 관점에서 동물의 문제를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고통 받는 동물이 자신과 애착관계에 있지 않을 경우에는 그 동물의 고통에 공감하기 힘들다.※이 사업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2016-12-06

여전히 역동적인 대한민국

▲ 배개화 단국대 교수·교양학부지난 토요일 서울 광화문에 약 150만명(주최측 추산)의 시민들이 모여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 집회를 벌였다. 이번 집회의 규모는 역대 최대라고 말한다. 한 달 전, JTBC에서 최순실씨의 태블릿 PC에 담긴 내용을 보도한 직후, 언론과 정치인들을 필두로 많은 사람들이 놀라고 분노하기는 하였지만 박 대통령에 대한 퇴진 운동이 이렇게 지속적으로 계속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정치권도 국민들의 요구를 동력으로 삼아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추진 중이다. 이번 사태가 어떻게 종결될지는 필자는 솔직히 잘 모른다. 그러나 이번 일을 통해서 한국 사회는 정치적으로 여전히 역동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고, 시민들이 사회를 그리고 역사를 바꾸고자 하는 의지 또한 매우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성향은, 우리 사회의 민주화를 이끌어온 추진력이었다.이런 역동성에 대해서 필자가 만난 일본 사람들은 매우 부러워한다. 일본 사회에는 이런 대중적 에너지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것에 매력을 느껴서 한국에 대해서 공부하는 사람도 있다. 필자와 같은 전공인 한 일본인 교수는 한국 여성과 결혼하였다. 그가 한국인 부인을 만난 것은 광주에서였는데,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언론보도가 그를 광주로 오게 하였다고 한다. 그는 한국인의 정치적 에너지에 대해서 부러움을 표시하며, 일본인에게 그런 것이 부족함을 많이 속상해했다.필자는 2013년 여름에 한 달 동안 일본의 도쿠 대학에 잠시 연구를 하러 간 적이 있었다. 그 때 필자를 초대했던 동양문화과의 학과장과 친분을 쌓게 되었다. 그 분은 정년퇴직이 가까운 분이셨는데, 일본의 전공투 세대(1960년대 일본학생운동 세대)라고 했다. 한 번은 필자가 공부하고 있는 연구실에 들러 `써니`라는 영화를 보라며 포터블 CD 플레이어를 건네주셨다. 이 영화는 여고시절의 추억을 1980년의 광주사태를 배경으로 묘사하고 있는 영화이다. 이 노교수에게 한국의 1980년대는 일종의 노스텔지어였던 것이다.필자가 만난 한 심리학자는 일본인이나 독일인이 매우 순종적이라고 말한다. 그는 이런 순종적인 성향이 일본이나 독일에서 파시즘이 발흥할 수 있었던 온상이 되었다고 말했다. 이런 의견이 논리적이고 근거가 있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순종적인 대중이란 결국 명령에 잘 순응하는 대중이라는 뜻이고, 이런 대중들이 다수를 차지하는 사회에서는 위정자에 대한 복종이 대화나 토론보다 쉽게 일어날 것 같다.누구든지 자신의 결정이나 처분에 상대가 고분고분 순응할 때 심리적으로 만족감을 느끼고, 일이 잘 되고 있다고 느낄 것은 당연한 일이다. 위정자가 권위적 일수록 시민들이 거리에 나와서 자신의 정치적 요구를 집단적으로 표출하는 것을 매우 불편하게 느낄 것이다. 하지만 대중들이 위정자의 힘에 굴복하여 침묵하고 순종하기만 한다면, 그 사회는 민주적인 것과는 점점 멀어질 것은 분명하다. 민주적인 사회란 힘보다는 말-대화가 지배적인 사회이며, 그런 만큼 이성적인 사회이기 때문이다.하지만 현재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언론 보도들을 보면, 이런 대화나 이성이라는 용어들과는 반대되는 용어들이 많이 등장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불통,` `무당,` `굿,` `꼭두각시` 등과 같은 용어들이 모두 그런 것이다. 이런 것들은 지금까지 우리 국민들이 여러 가지 역사적 경험을 통해서 쌓아온, 그래서 상식적인 것이 된 판단 기준과는 매우 거리가 있다.필자는 이번 사건이 한국사회가 좀 더 좋은 사회로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희망한다. 헬조선이니 흙수저-금수저니 하는 용어들이 한 때의 유행어가 되었으면 한다. 거리에 나온 국민들이 단지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만을 바라고 나오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필자는 확신하고 있다.※이 사업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2016-11-29

서로 마음이 잘 맞으려면

▲ 배개화 단국대 교수·교양학부마음이 잘 맞는다는 말이 있다. 이것은 의견 일치를 쉽게 본다는 뜻일 것이다. 교실에서도 교사와 학생들 사이의 의사소통은 중요하다. 필자는 수업을 시작할 때 1, 2분 정도 학생들과 정서적인 의사소통을 하려고 한다. 학기 초에는 학생들의 수업 상황도 알아볼 겸, 서로 친밀도를 높이기 위해서 “요새 수업하느라고 힘들죠? 오늘은 무슨 수업 있었어요?”라고 물어본다. 그러면 애들이 칭얼거리며 “오늘 수업 2개 있었어요, 혹은 3개 있었어요, 힘들어요.” 이렇게 말한다. 요즘처럼 날씨가 영하로 내려가면 “여러분 오늘 많이 춥죠? 옷 따뜻하게 입고 다니세요.”라고 말한다. 한 번은 이런 대화가 수업 시간을 통째로 바꾸는 일로 발전한 적도 있다. 오후 4시부터 시작하는 수업이라, “여러분 수업이 오후 늦게 있어서 힘들죠?” 이렇게 말했더니 “이 수업 듣기 위해서 오전 수업 끝내고 6시간 기다렸어요. 수업 시간 바꿔주세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예상치 못한 발언이라 필자가 수업 시간 바꾸는 것은 힘들 것 같다고 말하니까 “그럼 왜 그런 건 물어봤데”라고 말한다. 혼자 말인데, 다 들리게 말한다. 그러자 학생들 중 몇몇이 수업 시간 바꿔주세요 하고 조른다. 바꾸고 싶은 사람 손을 들어보라고 하니 다들 손을 든다. 결국 학교 측에 문의해서 우여곡절 끝에 수업 시간을 변경했다.학생들과 의사소통을 위해서 필자가 말을 많이 해야 하는 일도 있는데 주로 과제와 관련해서이다. 한 번은 조별과제의 주제를 정하는 시간이었다. 서로 다른 주제가 나오도록 유도하고 있는데 다른 조가 이미 나온 주제로 발표를 하겠다고 한다. 그래서 필자는 같은 주제는 먼저 나왔으니까 안 된다고 하니까 무슨 그런 말이 있냐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래서 필자는 그럼 가위바위보 해서 정해야 하는데, 꼭 문제를 제기한 조가 이긴다는 보장은 없다고 대답했다. 또, 한 주제에 대해서 두 조가 각각 찬성, 반대의 논술문을 써야 하는데 몇 조는 협조를 하지 않는다. 그래서 찬반 팀끼리의 상대적 평가가 아니라는 것을 길게 설명했다. 그러자 입장 조정이 된다.간혹 한두 명의 학생들의 반대를 설득하기 위해서 긴 설명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한 번은 발표를 할 때 PPT(파워포인트)를 작성하고 모든 조원이 나와서 본인이 맡은 부분을 발표하라고 말했다. 그러자 두 명의 학생이 조원이 다 나오면 너무 정신이 없으니, 한 명만 했으면 한다고 반대의견을 제시한다. 그래서 필자는 각자 맡은 부분을 발표하는 것을 보고 개별 평가를 하겠다고 말한다. 그리고 조별 과제 하는 법과 점수 배정에 대해서 다시 긴 설명을 해줬다. 그러자 더 이상 반론이 없다. 그래도 혹시 몰라서 필자는 수업 끝나고 문제가 해결되었는지 학생에게 다시 확인한다.이렇게 요즘 학생들은 자기 의사를 관철하려는 의지가 강하다. 특히 과제처럼 본인의 이익과 직결될 경우 자기가 원하는 쪽으로 유도하려고 한다. 그런 학생이 한두 명이라도 필자는 수업 시간에 이 학생들을 설득시켜야 한다. 물론 이런 과정이 항상 유쾌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잔말 말고 시키는 대로 해”라고는 절대로 말할 수 없다. 이렇게 말하면 학생들은 잠깐 순응할지 모르지만 속으로는 불만이 쌓이게 되고 결국 좋지 않은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필자의 교실에서는 다수결보다는 모두가 동의하는 쪽으로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편이다. 이것은 다들 이해할 수 있는 결론이 내려지지 않으면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교사가 학생들보다 권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마음대로 쓸 수가 없다. 더구나 명령을 내리듯이 말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또한 학기 초에 서로 약속한 원칙은 꼭 지키려고 노력한다. 예외를 두면, 다른 학생들이 피해를 보았다고 억울해하기 때문이다.

2016-11-22

트럼프 대통령 당선과 대중정치

▲ 배개화 단국대 교수·교양학부지난 주 수요일 제45대 미국 대통령을 뽑는 선거인단 선거가 있었다. 그 결과 공화당의 트럼프 대통령 후보가 과반 이상의 선거인단을 확보하여, 오는 12월 19일(현지 시간) 대통령 선거인단 투표에서 대통령으로 공식 선출된다. 이미 전 세계는 트럼프를 차기 대통령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동시에,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 후 세계의 경제, 정치, 안보 등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 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언론이나 주위의 친구들 반응이나 모두 트럼프의 당선은 전혀 예상치 못한 사태라고 말한다. 하지만, 필자는 올 초부터 미국 친구들로부터 트럼프가 당선될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한국 언론이나 미국 언론의 예측과는 달랐다. 이런 발언들은 미국 언론에서 발표했던 지지율 조사와는 많이 차이가 나서 설마 트럼프가 당선이 될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선거 결과는 트럼프의 승리였다. 지지율 조사와 같은 예측은 미국 주류 언론의 기대였던 것이다.사실 많은 사람들이 트럼프의 당선에 걱정부터 하는 것은 그의 선거 공약 때문이다. 그는 이민자와 불법체류자들이 미국인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며 과거보다 좀 더 과격한 이민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멕시코와의 국경에 펜스를 설치하겠다는 것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또한 한국에 대해서도 부자나라면서 미군의 주둔에 너무 적은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며 좀 더 많은 비용을 분담케 하겠다고 주장했다. 환태평양 경제동반자 협정(TPP)에서 탈퇴하겠다고도 하였다.이런 트럼프의 공략은 보호무역주의에 기인한다고 언론이나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트럼프를 지지했던 미국의 백인, 중하층의 고졸 남성들은 오랜 경제 침체로 자기의 일자리가 줄어들고 과거 미국이 누리던 풍요로부터 소외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이런 대중들의 심리를 잘 파악하고 이러한 심리에 호응하는 대선 캠페인을 펼쳤다.또한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지나칠 정도의 엘리트 정치인으로 비쳐진 점도 트럼프가 승리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제42대 미국 대통령 영부인, 뉴욕주 상원의원, 오바마 정부의 국무장관 출신이라는 화려한 경력은 그녀가 유능하고 준비된 정치인이라는 인상을 주는 동시에, 그들만의 리그를 뛰고 있는, 대중과 너무 먼 인물로 보였던 것이다. 반면에 트럼프는 자수성가 한 기업가로서 정치계에 특별한 배경이 없다는 점이나, TV 버라이어티 쇼에 등장한 적이 있을 정도로 대중들에게 친근했다는 점이 대중의 표를 얻는데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현재 한국 언론에서는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한국과의 FTA 협정에 대해 재협상하고, 미국으로 수입되는 제품에 대해서 높은 관세를 부과해 우리 기업들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걱정하고 있다.주한미군이 철수하면 우리나라는 안보위기에 처할 것이라는 걱정도 높다. 이런 걱정과 달리, 필자는 트럼프 덕분에 남한과 북한이 통일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더생기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그를 지지한 한국계 정치인은, 그가 평양에서 김정은과 만나서 대화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서 북한을 고립시키는 정책을 펼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필자는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언론에서 문제가 되었던 정책을 실제로 다 실행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이미 오바마 케어를 폐지하겠다는 공약을 파기할지도 모른다는 내용이 언론을 통해 흘러 나오고 있다. 멕시코 국경에 펜스를 설치하는 것도 실천할 지 의문이다.또한 미국 정치는 시스템에 의해서 운영되기 때문에, 트럼프 개인이 혼자서 모든 문제를 좌지우지 할 수 없을 것이라고 필자는 판단한다.

2016-11-15

이해관계가 진실 판단에도 영향을 미친다면?

▲ 배개화 단국대 교수·교양학부최근 천경자 화백의 그림 `미인도`가 가짜라는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이 논란은 1990년에 국립현대미술관이 이 작품의 전시회를 열었을 때부터 시작되었다. 당시 천경자 화백은 `미인도`를 자기가 그리지 않았다고 주장했으나, 이 주장은 미술협회나 법원에서 인정받지 못했다. 이에 충격을 받은 천 화백은 절필 선언을 하기도 했다. 위작 논란은 `미인도`가 처음이 아니다. 예전에 박수근 화백의 `빨래터`도 위작 논란에 휩싸인 적이 있다. 그런데 많은 경우 작가 본인이나 비평가들의 주장보다는 소장자나 소장 기관에 유리한 판결이 내려지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왜 그런 것일까? `미인도`의 위작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우선 1991년 천경자 화백이 제기한 위작 논란이 있었다. 이 때는 의뢰를 받은 한국화랑협회는 진품이라고 판정을 했고, 법원은 `판단불가`로 판결했다. 두 번째는 1999년에 있었다. 당시 권춘식이라는 그림 위조범이 경찰에 체포되었는데, 그가 검찰 수사 과정에서 본인이 천경자 화백의 그림 여러 개를 참조해서 `미인도`를 위조하였다고 자백했다. 이 때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등에서 작품을 감정했고, `진품`으로 판정했다.이전 두 번의 위작 논란에서는 진품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그래서 이번에 소송을 제기한 유족측은 프랑스의 `뤼미에르 테크놀로지`라는 감정팀에 이 작품을 의뢰했다. 이 감정팀은 `미인도`를 2억4천만 화소의 특수카메라와 다중분광 카메라 등의 장비를 동원해 촬영한 후 그림을 1천500층위로 나눠서 분석하는 기술을 사용하였다. 그 결과, 진품확률이 0.0002%라고 판정하였다. 붓의 터치와 같은 육안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미세한 차이들을 분석한 결과 통상적인 천화백의 기법과는 다르다고 판단한 것이다.하지만 국립현대미술관은 `뤼미에르 테크놀로지`의 위작 판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결정적인 반대 증거는 미술관이 이 그림을 1980년 4월부터 소장하였다는 점이다. 그런데, 프랑스팀은 이 그림이 1981년 작품인 `장미와 여인`을 보고 만든 위작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이처럼 사실관계가 맞지 않는다는 점을 근거로 미술관은 프랑스팀의 판정의 신뢰성에 문제를 제기 하고 있다.필자와 같은 문외한의 입장에서는 작가가 자기 작품 아니라고 하면 아닌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이 미술품 (경매) 시장이라는 것이 그렇게 만만찮은 것이라서 작가 자신의 주장마저도 무시되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다. 유명한 화가의 미술작품은 수십억을 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어떤 작품이 위작이라고 판정되면, 수십억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된다.천경자 화백의 작품들도 미술품 경매시장에서 고가로 거래되는 경우의 하나이다. 올해 3월 천 화백의 작품 중 하나가 17억원에 낙찰되었다. 이 낙찰가는 그의 작품 `초원 2`가 12억원에 낙찰된 이후, 7년 만에 가장 고가라고 한다. 더구나 천 화백이 작년에 작고하면서, 전문가들은 그의 작품 가격이 더 올라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술작품의 경우, 작가가 죽으면 그의 그림들은 한정판이 되기 때문에 가격이 올라가는 경향이 있다.이번 프랑스팀의 판정이 `미인도`의 위작 여부에 대한 법원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지는 확실하지 않다. 전문가들은 이 판정도 진위 여부를 판단하는 증거들 중의 하나일 뿐이라고 말한다. 또한 국립현대미술관은 이 작품이 진품이라는 입장을 계속해서 고수하고 있다. 위작으로 판명될 경우, 작품 가치는 10억여 원에서 0원으로 떨어질 뿐만 아니라, 국립현대미술관은 작품의 진위를 판단하지 못하는 기관이라는 불명예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미술계의 위작 논란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 삶에는 이익이나 이해관계에 따라서 진실이 왜곡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가짜임이 분명한데도 가짜라고 말할 수 없는 경우가 있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우리 삶에서 진실을 찾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그런 만큼 그것은 더욱 소중한 것이 된다.※이 사업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2016-1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