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잘 맞는다는 말이 있다. 이것은 의견 일치를 쉽게 본다는 뜻일 것이다. 교실에서도 교사와 학생들 사이의 의사소통은 중요하다. 필자는 수업을 시작할 때 1, 2분 정도 학생들과 정서적인 의사소통을 하려고 한다. 학기 초에는 학생들의 수업 상황도 알아볼 겸, 서로 친밀도를 높이기 위해서 “요새 수업하느라고 힘들죠? 오늘은 무슨 수업 있었어요?”라고 물어본다. 그러면 애들이 칭얼거리며 “오늘 수업 2개 있었어요, 혹은 3개 있었어요, 힘들어요.” 이렇게 말한다. 요즘처럼 날씨가 영하로 내려가면 “여러분 오늘 많이 춥죠? 옷 따뜻하게 입고 다니세요.”라고 말한다.
한 번은 이런 대화가 수업 시간을 통째로 바꾸는 일로 발전한 적도 있다. 오후 4시부터 시작하는 수업이라, “여러분 수업이 오후 늦게 있어서 힘들죠?” 이렇게 말했더니 “이 수업 듣기 위해서 오전 수업 끝내고 6시간 기다렸어요. 수업 시간 바꿔주세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예상치 못한 발언이라 필자가 수업 시간 바꾸는 것은 힘들 것 같다고 말하니까 “그럼 왜 그런 건 물어봤데”라고 말한다. 혼자 말인데, 다 들리게 말한다. 그러자 학생들 중 몇몇이 수업 시간 바꿔주세요 하고 조른다. 바꾸고 싶은 사람 손을 들어보라고 하니 다들 손을 든다. 결국 학교 측에 문의해서 우여곡절 끝에 수업 시간을 변경했다.
학생들과 의사소통을 위해서 필자가 말을 많이 해야 하는 일도 있는데 주로 과제와 관련해서이다. 한 번은 조별과제의 주제를 정하는 시간이었다. 서로 다른 주제가 나오도록 유도하고 있는데 다른 조가 이미 나온 주제로 발표를 하겠다고 한다. 그래서 필자는 같은 주제는 먼저 나왔으니까 안 된다고 하니까 무슨 그런 말이 있냐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래서 필자는 그럼 가위바위보 해서 정해야 하는데, 꼭 문제를 제기한 조가 이긴다는 보장은 없다고 대답했다. 또, 한 주제에 대해서 두 조가 각각 찬성, 반대의 논술문을 써야 하는데 몇 조는 협조를 하지 않는다. 그래서 찬반 팀끼리의 상대적 평가가 아니라는 것을 길게 설명했다. 그러자 입장 조정이 된다.
간혹 한두 명의 학생들의 반대를 설득하기 위해서 긴 설명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한 번은 발표를 할 때 PPT(파워포인트)를 작성하고 모든 조원이 나와서 본인이 맡은 부분을 발표하라고 말했다. 그러자 두 명의 학생이 조원이 다 나오면 너무 정신이 없으니, 한 명만 했으면 한다고 반대의견을 제시한다. 그래서 필자는 각자 맡은 부분을 발표하는 것을 보고 개별 평가를 하겠다고 말한다. 그리고 조별 과제 하는 법과 점수 배정에 대해서 다시 긴 설명을 해줬다. 그러자 더 이상 반론이 없다. 그래도 혹시 몰라서 필자는 수업 끝나고 문제가 해결되었는지 학생에게 다시 확인한다.
이렇게 요즘 학생들은 자기 의사를 관철하려는 의지가 강하다. 특히 과제처럼 본인의 이익과 직결될 경우 자기가 원하는 쪽으로 유도하려고 한다. 그런 학생이 한두 명이라도 필자는 수업 시간에 이 학생들을 설득시켜야 한다. 물론 이런 과정이 항상 유쾌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잔말 말고 시키는 대로 해”라고는 절대로 말할 수 없다. 이렇게 말하면 학생들은 잠깐 순응할지 모르지만 속으로는 불만이 쌓이게 되고 결국 좋지 않은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필자의 교실에서는 다수결보다는 모두가 동의하는 쪽으로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편이다. 이것은 다들 이해할 수 있는 결론이 내려지지 않으면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교사가 학생들보다 권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마음대로 쓸 수가 없다. 더구나 명령을 내리듯이 말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또한 학기 초에 서로 약속한 원칙은 꼭 지키려고 노력한다. 예외를 두면, 다른 학생들이 피해를 보았다고 억울해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