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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자!!

등록일 2017-03-07 02:01 게재일 2017-03-0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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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개화<br /><br />단국대 교수·교양학부
▲ 배개화 단국대 교수·교양학부

점심을 먹으려고 하는데 갑자기 SNS의 알림소리가 들린다. 뭔가 해서 보니 필자의 동네 친구가 보낸 문자이다. 공자와 제자들 사이의 문답을 적은 것인데, 그 주제는 행복에 관한 것이었다. 며칠 전 모임에서 논문 스트레스를 호소한 적이 있는데, 이것에 대한 위로의 문자인가 보다.

어느 날 공자는 두 제자에게 `벼슬해서 얻은 것이 무엇이고, 잃은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제자 공멸은 얻은 것은 없고 잃은 것만 세 가지인데, 첫째는 일이 많아 공부를 하지 못했고, 두 번째는 녹봉이 적어 친척을 돌볼 수 없었고, 셋째는 공무가 다급하여 친구들과의 관계가 소원해졌다고 대답했다. 반면에 제자 복자천은 잃은 것은 없고 얻은 것만 세 가지인데, 첫째는 예전에 배운 것을 날마다 실천하여 학문이 늘었고, 둘째는 녹봉은 적었지만 이를 아껴 친척을 도왔기에 더욱 친근해졌고, 셋째는 공무가 다급하지만 틈을 내니 친구들과 더욱 가까워졌다고 말했다.

이 글 밑에는 공멸은 자기 삶의 부정적인 면만 보았기에 불행했고, 복자천은 자기 삶의 긍정적인 면만 보았기에 행복했다는 해석이 달려있었다. 비슷한 삶이지만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다르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필자도 박사 졸업 이후부터 지금까지 별 차이 없는 삶을 살고 있다. 그런데 공멸처럼 생각할 때는 항상 뭔가 부족하고 불만족스러웠지만, 복자천처럼 생각하는 요즘은 대체로 즐겁고 행복하다.

`지금과 이곳`을 사는 태도도 행복감을 느끼는 데 필요하다. 한때 필자는 과거의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과 미래에 이루고 싶은 것에 대한 집착 속에서 살았다. 그 때 필자에게 지금은 미래를 위해서 희생되었고 이곳은 늘 떠나고 싶은 곳이었다. 하지만 백거이의 한시를 읽다가 `오늘은 내일의 과거이다. 지금을 즐겁게 살지 못하는 사람이 내일이 된다고 즐거울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지금 이곳`에서 살기로 결심했고, 이것을 실천하다보니 대체로 행복하다.

행복감을 높이는 데는 인간관계도 중요하다. 하버드 대학교 의대는 1938년부터 75년간 10대 남성 두 그룹 724명의 인생을 추적했다. 이들 중 60여 명만이 살아있고, 대부분이 90대가 되었다. 이들은 가정환경, 학력, 직업 등에서 그다지 공통점이 없다. 하지만 이들의 공통점은 좋은 인간관계를 유지해왔다는 것이다. 그래서 연구팀은 가족, 친구, 그리고 지역사회-소위 동네친구-와 관계가 좋은 사람일수록 행복하게 오래 산다는 결론을 내렸다. 외로움은 불행뿐만 아니라 건강과 뇌 기능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필자도 이런 연구결과에 동의하는 편이다. 대학교와 대학원을 다닐 때 필자는 친구가 많았다. 그런데 소위 `2말3초`에 필자의 인관관계에는 많은 변화가 생겼다. 이 때 필자가 아는 친구의 90%가 결혼을 해서 같이 놀 친구가 대폭 줄었고, 몇 년 뒤에는 청주에서 교수생활을 시작하면서 필자의 인간관계는 단절됐다. 이런 단절은 현재 살고 있는 도시로 이사 와서도 지속되었다. 필자는 동네 친구를 만드는데 소홀히 했고 소위 고독을 즐기는(?) 생활을 했다. 그러다가 재작년쯤인가 필자가 행복감을 많이 느끼지 못하는 것의 원인에는 `동네 친구`가 없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지금은 몇몇의 동네친구를 만들었다.

덧붙여서 자기에 대한 사랑도 행복의 레시피 중 하나라는 것을 말하고 싶다.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자기를 괴롭히는 사람과는 절연할 수 있는 정도의 자기애가 필요하다. 혹시 `스톡홀름 증후군`(인질이 인질범에게 호감을 느끼고 그를 좋아하는 심리)을 앓고 있다는 생각은 빨리 떨쳐버려야 한다. 또한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은 타인에게 상냥할 가능성이 높고, 타인의 비평에 관대한 편이다. 이는 타인들로부터 사랑받을 가능성을 높인다. 이것은 행복감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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