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지난 주말 도쿄에 갔다. 도쿄에 있는 한국학 연구자들의 연구회에서 논문을 발표하기 위해서이다. 4박 5일의 일정으로 도쿄 여행을 가면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만남의 소중함이랄까 그런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필자가 일본에 갈 수 있게 된 것은 지난여름 후배와의 우연한 만남 덕분이다. 8월 중순쯤인가 한 학술대회에 참석했는데, 거기서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후배를 만났다. 서로의 근황을 묻는 중에 후배가 도쿄대학교 혼고 캠퍼스에서 특별초빙교수로 일하고 있다고 말한다. 혹시나 해서 필자가 도쿄에서 한국학 학자들이 하는 연구회에 대해서 질문을 하니까, 자기도 그 연구회 모임에 나간다고 대답했다.
필자는 일본에서 한국학을 연구하는 학자들을 만나서 교류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마침 후배가 도쿄대학교에서 일을 하고 있고 필자가 참석하고 싶은 연구회에도 간다고 한다. 그래서 필자는 후배에게 겨울방학 때 그 연구회에서 발표를 하고 싶으니 연구회 책임자에게 말씀드려 필자가 발표할 수 있게 도와 달라고 말했다. 그러자 후배가 흔쾌히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한다. 또 자기가 도쿄대학교에서 일하고 있으니까, 학교의 게스트하우스를 예약할 수 있다고도 말해 준다. 정말 모든 것이 고마웠다.
메일로 연구회 책임자와 대화를 한 결과, 필자는 후배와 함께 연구회에서 발표를 하게 되었다. 그것이 지난 금요일이다. 연구회가 열리는 장소에 가니 20명 남짓 되는 분들이 와 계신다. 그 중에는 이미 낯이 익은 연구자들도 몇 분 있었다. 2015년 3월 미국의 시카고에서 있었던 아시아학회(Association of Asian Studies)의 국제학술대회에서 뵈었던 분들이다. 필자가 “안녕하세요? 2년 전에 뵈었는데 엊그제 뵌 것 같네요.”라고 말하니까 다들 공감하는 눈치이다.
한국학을 연구하는 외국 연구자들의 숫자는 그렇게 많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몇 번 국제 학술대회에 참석하다보면 서로의 만남이 누적되고 어느 순간 서로 아는 사이라는 느낌을 갖게 된다. 이번 만남도 마찬가지이다. 2년 전 시카고에서 만날 때만 해도 서로 서먹서먹하고 개인적인 대화가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뒷풀이 장소에서 일본 연구자 한 분이 필자를 부르더니 옆에서 같이 식사를 하자고 한다. 함께 술과 밥을 먹으면서 상대방의 연구 관심사도 알게 되고 한국 문학을 연구하는 이유도 듣게 된다.
일요일에는 연구회 책임자이신 선생님이 필자와 후배, 그리고 다른 한국학생과 함께 요코하마로 갔다. 필자가 도쿄에서 가 볼 만한 곳을 알려달라고 하니까, 자기가 직접 데려다 주겠다며 함께 요코하마에 간 것이다. 사실 대학교수들은 매우 바쁘다. 수업, 연구 그리고 각종 회의와 학술모임 등으로 눈코 뜰 새가 없다. 그런 중에도 이렇게 필자를 위해서 하루의 시간을 내주시니까 너무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 9시 반에 서로 만나서 헤어지니 밤 10시이다. 12시간 정도 함께 다니면서 두 끼의 식사를 같이 하고 술과 차를 함께 마시면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다 보니, 무언가 친해진 느낌이 든다. 그리고 다른 후배들도 나이 차이가 많이 나서 모두 나에게`선생님`이라고 부르는데, 이렇게 서로 같이 시간을 보내다보니 많이 친해진 것 같다. 물론 필자가 이 분들의 시간을 뺏고 귀찮게 하는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도 들고, 이 빚을 어떻게 갚아야 하나 하는 마음의 부담도 생긴다.
사람과 사람은 만나야 하는 것 같다. 그래야 무언가 경험도 쌓이고 새로운 기회도 생기는 것 같다. 그리고 이런 만남들이 처음에는 모두 우연으로부터 시작한다는 것도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그래서 필자는 모든 만남은 `기적`이라고 말하곤 한다. 얼마나 많은 우연이 겹쳐야 서로 만나게 되는지를, 만나고 나면 늘 실감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