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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노멀 크러시

▲ 배개화 단국대 교수얼마 전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노멀 크러시` 라는 단어를 보게 됐다. 기사를 읽다보니 `normal crush`라는 영어 단어가 나온다. 이 단어의 뜻은 “평범한 것에 대한 열정”쯤 되겠다. 이 현상을 다룬 한 신문 기사는 20·30 세대가 성공보다는 평범하지만 자기가 만족하는 삶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이 기사를 보면서 문득 작년 연말에 대학교 서클 선배들을 만나서 나눈 대화들이 생각이 났다. 그 때 필자는 필자의 세대만 해도 성공한 삶이나 그 성공한 삶에 이르는 방법에 대해 20·30세대와는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을 느꼈다. 한 선배는 자기 아들이 축구해설가가 되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원래는 축구 선수가 꿈이지만 축구선수가 될 만한 재능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축구해설가가 되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아이는 좀 더 쉬운 방법으로 축구 기자가 된 다음에 해설가로 전직하는 것으로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이 선배는 아이에게 이왕이면 영국에 가서 FIFA(피파)에서 일하는 것을 꿈꾸라고 말했다고 한다. 꿈을 크게 가져야 작은 꿈-신문기자-이라도 성취할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이 이야기를 듣고, 필자는 그렇게 너무 큰 목표를 갖게 되면, 성취하지 못했을 때 실망감이 크지 않냐? 비록 평범하더라도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행복감을 느낄 수 있게 교육하는 것이 더 좋지 않으냐? 고 반문했다. 너가 무엇이 되든 상관없이 너를 사랑한다고 늘 말해줘서 나중에 아이가 정말 뭐가 되든 행복감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게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에서이다. 그러자 다른 선배가 내 말을 반박한다. 어렸을 적에 여러 가지 꿈을 갖고 시도한 것이 모여서 지금의 자신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자기가 성균관대 교수를 할 줄을 몰랐지만, 그런 시행착오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자기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자 다른 사람들도 다들 수긍하는 분위기이다.아이들이 성인이 되어서도 불행한 것은 어릴 때부터 이런 교육을 받았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큰 꿈을 꿔야 작은 꿈이라도 이를 수 있다는 것은 나름의 실용주의일지도 모른다.하지만 아이의 입장에서는 FIFA에서 일하는 꿈을 꾸었는데 한국의 어느 일간지에서 축구 기사를 쓰고 있다면, 그것을 성공이라고 생각할까? 물론 다른 사람들 눈에 이것은 어려운 언론 고시를 패스한 성공한 삶으로 보일 것이다. 하지만 아이의 입장에서는 FIFA에서 일하지 않는 이상 무엇을 일해도 항상 마음에 불만과 불행감이 가득할 것이다.이런 필자의 생각은 학교에서 아이들을 교육하면서 관찰한 것이다. 필자는 수업 과제로 낸 학생들의 자기소개서를 읽다가 소위 수능성적 상위 0.4%에 해당하는 필자 학교 의대나 치대 학생들이 의외로 자존감이 낮은 것에 놀란 적이 있다. 이 아이들은 서울대에 가지 못해서 속상하거나 아니면 자기가 진짜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이러한 현상은 치·의대만 그런 것은 아니다. 필자는 우연히 자연대의 한 학생과 밥을 먹은 적이 있는데, 학생이 말하기를 약대에 가고 싶다고 한다. 학생 말로는 자기 과 선배 중에 실제로 약학대로 편입한 사람은 없다고 한다. 하지만 자신이 우리 대학에 입학한 것은 약학대가 있기 때문이며, 같은 대학 학생에 대한 우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 학생은 수업 시간 중 웃음이 없고 항상 긴장해 있어 필자의 관심을 끌었는데, 이제야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대학생들이 학업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면 의외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학에 입학하고서도 이런 아이들이 꽤 있다.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는 학생에게 한 번은 `작은 꿈이 쌓여 큰 것도 얻을 수 있어, 너무 큰 꿈부터 안 꿔도 돼` 라고 말해 준 적이 있다. 그 때 학생은 조금 안도하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노멀 크러시`가 그다지 회자되지 않는 것을 보면 “작은 꿈으로도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이 아직 우리 사회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것 같다.

2018-01-17

영화 `1987`을 보고

▲ 배개화 단국대 교수지난 주 초에 정말 아주 오랜만에 영화관에 가서 영화 `1987`을 보았다. 필자는 영화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지만 영화관을 가는 것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 필자가 이 영화를 보러 간 것은 대학에 들어간 뒤 선배들로부터 항상 들었던 `1987년 6월 항쟁`에 대한 영화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 필자는 1987년의 역사적 의미에 대해서 나름대로 생각해 보았다. 영화 `1987`은 1987년 6월 항쟁의 도화선이 되었던 서울대 언어과 84학번 학생 박종철의 고문치사 사건의 추이에 대해서 자세히 묘사하고 있다. 1월 14일 박종철이 치안본부 남영동 대공 분실에서 물고문을 받다가 질식했다. 경찰은 이것을 은폐하기 위해서 당시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장이었던 최환 검사에게 박종철 시신을 화장할 수 있도록 지휘해달라고 요청했다.하지만 최 검사는 부검을 고집하며 버텼고, 이 사건은 대검찰청 이홍규 공안4과장의 제보로 중앙일보의 신성호 기자에 의해 처음으로 보도 되었다.필자가 영화에서 받은 가장 큰 인상은 1987년 6월 이전의 대한민국은 국가에 의한 폭력이 난무하는 시대였다는 것이다. 박종철의 고문치사는 당시 일상적으로 행해지고 있던 국민에 대한 국가의 폭력을 상징하는 사건이었다.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최환 검사는 “국가가 국민을 고문으로 죽여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서 부검을 고집했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1987년은 국가 폭력에 대한 국민의 인내가 임계치에 도달했던 때였던 것이다.사실 한국의 현대사는 국가권력이 경찰이나 군대를 동원하여 폭력으로 국민을 억압해온 역사였다. 박정희 대통령 시대에는 군대를 이용하여 국민들의 시위를 진압하였으며, 전두환 대통령도 5·18 광주항쟁 때 시민들을 진압하기 위해서 군대를 투입했다가 대량 학살을 하기도 했다. 1981년 전두환 정권이 공식출범 하자 이에 대한 대학생들의 반대 데모를 막기 위해서 학교에 전투경찰이 상주하였다.전두환 대통령 시대의 국가 폭력을 상징하는 것은 단연 `백골단`이 아닐까 한다.`1987` 영화를 보면 흰색 헬멧을 쓰고 청바지를 입고 곤봉을 든 사람들이 학생들의 시위를 진압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들이 백골단이다. 이들은 학내 시위자들과 시위 군중들을 진압하고 체포하기 위해 구성된 사복경찰관들로서 대부분 무술 유단자와 특전사 출신으로 구성되어 있다.1987년 6·10 항쟁으로 전두환 대통령은 직선제 개헌을 발표했다. 하지만 그의 쿠데타 동료였던 노태우 장군이 대통령으로 취임하였고, 국가의 폭력은 정도만 약해졌지 여전했다. 1989년 3월 필자가 처음으로 등교하자 대학 교문 앞에는 전경들이 학생들의 학생증을 일일이 검사했다. 그 해 4월인지 5월인지에 필자는 백골단의 무서움을 몸으로 경험하기도 했다. 필자가 선배들과 학교 근처의 음식점에서 과모임을 하고 거리로 나왔을 때, 사복경찰들이 곤봉을 들고 우리를 향해 달려왔다. 우리는 공포에 질려서 건물 구석으로 도망쳤는데, 사복경찰은 거기까지 따라와서 곤봉을 휘둘렀다. 나중에 들으니 학생 몇 명이 파출소에 화염병을 던져서 그렇게 한 것이라고 했다.노무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대한민국의 `인권`이 많이 향상되었고 국민에 대한 국가 폭력은 현저하게 줄었다.필자는 이것이 노무현 대통령의 가장 큰 업적이라고 생각한다. 영화에 대한 기사에는 `남영동 대공 분실` `백골단` 그리고 `최루탄`에 대해서 해설하는 것도 있다.노 대통령 덕분에 지금의 젊은 세대에게 이런 것들은 학습해야 하는 과거의 사건이 되었다.1987년 6월 항쟁이 무엇이었는지는 세대에 따라서 그리고 정치 집단에 따라서 다르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 해를 기점으로 국가 폭력이 점차 줄어들게 되었다. 지난 해 우리가 촛불집회를 할 수 있었던 것도 공권력이 국민에 대한 폭력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는 사회적 합의가 확립되었기 때문이다.

2018-01-10

새해를 맞이하며

▲ 배개화 단국대 교수2017년이 가고 2018년이 왔다. 올해는 황금 개띠 해라고 한다. 기말고사를 치고, 성적 마감을 하고, 게재 결정이 된 논문들을 고쳐서 다시 보내고 등으로 한 학기 마무리를 정신없이 하고, 조금 쉬다 보니 어느 새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었다. 2018년 1월 1일이 되니 다들 서로에게 행복한 한 해가 되라고 SNS로 그림을 보내기도 하고, 문자를 보내기도 한다. 요즘은 어르신들도 다들 스마트폰을 사용해서 그런지 1월 1일에는 어머니에게도 SNS와 문자 메시지로 많은 연락이 온다. 서로의 덕담을 나누면서 한 해의 출발을 축하하는 것이다. 노소 할 것 없이 새해는 새로운 출발인 것은 틀림없다.올해 우리 가정의 가장 큰 변화는 남동생의 딸, 즉 조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것이다. 산후 조리원에서 본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초등학생이라니 깜짝 놀랐다. 연말에 남동생 집을 방문하니, 아이들이 초등학생용 새 책가방을 올케가 사줬다며 자랑했다. 여자 조카만 사주면 남자 조카가 울까 봐 초등학교에 입학하지 않는 녀석도 새 가방을 하나 얻은 것이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것에 즐거워하는 여자 조카의 모습을 보면서 필자도 덩달아 웃음이 났지만, 아이가 초등학교 때부터 사교육에 시달릴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조금 아프기도 했다.어머니도 이제는 자녀들로부터 생활비를 받아야겠다고 하신다. 국민연금이나 노령연금 등을 받지만 그것으로는 생활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조금씩 돈을 내라는 것이다. 서로 얼마씩 내기로 분담을 했다. 국민연금은 1988년부터 시작되었는데, 어머니가 40대였을 때만해도 국민들의 연금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노후는 자식들이 부양하겠지 하는 생각이 남아 있어서 그런지 국민연금을 열심히 넣지 않았다. 대신에 사적인 건강보험이니 종신보험이니 하는 것을 많이 들고 자식들 것까지 다 들었는데, 지금은 다 돈 낭비였다는 후회를 많이 한다.어머니를 보면 노후를 즐겁게 지내기 위해서는 건강과 돈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느낀다. 어머니는 무릎 연골에 문제가 있어서 늘 인공관절로 수술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로 고민 중이다. 몸이 좋지 않아서인지 어머니는 `우울하다,` `오래 살아서 뭐하냐`는 말을 자주 한다. 얼마 전 한 신문 기사를 보니 한국인의 기대 수명은 82세인데 건강수명은 65세라고 한다. 65세 이후 17년 간은 각종 질병 치료를 위해서 병원을 다니다가 사망한다는 것이다. 기사는 노후의 삶의 질을 위해서는 척추와 관절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는데, 어머니의 경우를 보면 맞는 말인 것 같다.필자에게도 올해가 오는 것이 마냥 즐겁기만 하지는 않다. 여자 친구-주로 대학 동창생들도 작년의 마지막 날 많은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그 메시지 중에는 “나는 이제 50대가 되지만 아직 40대인 친구들은 마지막 40대를 즐겁게 보내렴”이라는 것이 있었다. 필자는 대학교 재수를 하지 않았지만 몇몇 동창들은 재수를 했다. 그래서 친구들 중 몇 명은 50살이 된다. 나이 50은 정말 `장년`이 되는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절대로 젊다고는 말할 수 없는 나이라는 느낌을 준다. 친구들의 문자메시지에 필자는 `슬픈 노래는 부르지 않을 거야~`라고 답글을 달자, 다른 친구들도 `슬퍼`라고 답글을 계속 단다. 청춘은 이미 오래 전에 갔지만 거기에 확실한 마침표를 찍는다는 것은 역시 슬픈 일이다.필자의 집만 해도 어린이들보다는 중년과 노년의 비율이 높다. 노령화 시대의 축소판 같다. 그러다 보니 새해가 되도 희망 찬 이야기보다는 우울한 이야기가 많다. 그래서 필자는 젊게 살 수 있는 시간이 얼마 없으니까, 매일매일 좋은 것만 생각하고 즐겁게 살아야겠다고 생각한다. 점점 `유심론자`가 되어 가는 것이다. 올해는 다들 저마다의 기쁨과 행복을 많이 발견하는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2018-01-03

우연과 필연

▲ 배개화 단국대 교수요즘 TV 뉴스나 케이블 TV 뉴스 채널에서 계속해서 `제천 화재`에 대해서 보도하고 있다. 21일 오후 4시쯤 제천에서 발생한 화재로 29명이 사망하고 36명이 다쳤다. 그런데 사망자 중 20명이 2층 여자사우나에서 발견되었다. 그런데 3층 남자사우나에서는 한 명의 사망자도 없었다. 이처럼 2층과 3층의 피해 규모가 차이가 나는 것은 `우연`과 `필연`이 조합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3층 남자사우나에서 한 명의 사망자도 나오지 않은 것은 이발사로 일하는 직원이 손님들을 비상구로 탈출시켰기 때문이다. 반면에 2층 여자사우나에는 그 전날 직원 2명이 해고되어 출근하지 않았다. 세신사가 출근했지만 그녀는 불이 난 것을 알고는 2층 복도의 창문을 깨고 혼자 탈출했다. 본인 말로는 탈출하기 전에 `불났다고` 소리를 한 번 질렀다고 한다. 2층 여자사우나의 정문은 자동문인데 고장이 나서 열리지 않는 경우가 많았고, 2층 비상구 앞에는 목욕 바구니가 쌓여 있어 이것이 문을 가렸다.3층의 경우처럼 손님들의 탈출을 도울 직원이 있었느냐 없었느냐는 우연이라고 할 수 있다. 사우나 주인도 다음날 불이 날지 몰랐을 것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자동문이 고장 난 것과 비상구에 목욕 바구니를 쌓아놓은 것은 시설을 안전하게 관리해야 하고, 비상시 탈출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규칙을 어긴 것이다. 이것은 2층에서 많은 사망자가 나온 것에 대한 분명한 원인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사망자 10명은 열리지 않는 자동문 앞에서 발견되었고, 나머지는 탈의실에서 발견되었다고 한다.또한 1층에서 화재가 났을 때 1층의 스프링클러가 잠겨있어서 물이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나머지 층에서 스프링클러가 작동했는지는 논란이 있다. 한 언론에서는 전 층의 스프링클러가 잠겨있어 화재 당시 물이 나오지 않았다고 보도하였지만 다른 언론에서는 1층을 제외하고는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였다고 보도했다. 어쨌든 1층 스프링클러가 제대로 작동했다면 이처럼 큰 화재로 번지지 않았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다.또한 이 스포츠센터는 1층이 필로티 구조로 되어 있는데, 이런 구조의 건물은 1층에서 불이 날 경우 대형 화재로 번질 수 있다고 한다. 이번 경우처럼 승강기가 굴뚝 작용을 해서 1층의 불이 위층으로 쉽게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이 건물의 외벽은 드라이비트라는 것을 사용하고 있는데, 불이 붙으면 유독가스가 나와서 이로 인한 질식으로 많은 피해자가 나온다. 실재로 2층에는 불이 번진 흔적이 없고 대부분의 피해자가 유독가스로 질식사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세월호 사건 이후로 안전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아졌고, 더불어 대형 참사가 발생했을 때의 대응책에 대한 국민의 관심도 높다. 그래서 그런지 소방관들의 초기 화재 진압 대응이 옳았느냐 아니냐에 대해 언론과 네티즌들은 갑론을박 하고 있다. 하지만 소방관들의 대응을 논하기 이전에, 1층 (혹은 전 층의) 스프링클러가 제대로 작동했다면, 2층의 자동문이 제대로 열렸다면, 그리고 비상구 안내가 제대로 되었다면, 건물이 필로티 구조가 아니었다면, 건물 외벽이 드라이비트로 시공되지 않았다면 하는 아쉬움이 드는 것이다. 이 모든 것들은 29명이 사망하고 36명이 다치는 대형 참사를 필연으로 만드는 원인들이기 때문이다.오늘 아침 뉴스를 보니, 경찰은 건물주와 건물관리인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들은 건물의 안전을 책임지는 관리자로서 소방시설을 부실하게 관리해 이번 화재로 많은 사상자를 낸 혐의를 받고 있다. 3층의 이발사와 같은 조력자가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것은 `우연`의 영역이고 예측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리는 소방시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화재가 났을 때 어떤 결과를 낳을지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우리의 안전을 우연에 맡기지 말고 건물주나 관리자들은 규정대로 건물의 소방 관리나 안전 관리를 하고, 정부도 이를 엄격히 감독하면 좋겠다.

2017-12-27

님비 현상을 실감하다

▲ 배개화 단국대 교수요즘 필자는 님비(NIMBY) 현상이 무엇인지를 실감하고 있다. 사전을 찾아보면 “님비는 쓰레기장이나 핵폐기장, 원자력 발전소와 같이 공해나 위험의 가능성이 있는 사회적 시설물의 설치에 대해서, 그 필요성은 원칙적으로 인정하면서도 자기 주거 지역에서만은 안 된다고 하는 자기중심적인 태도나 경향”이라고 나온다. 이 정의 그대로 우리 아파트에서는 두 동이 쓰레기장의 위치를 두고 서로 싸우고 있다.이처럼 주민들이 쓰레기장을 두고 싸우는 이유는 다른 동에는 쓰레기장이 한 개씩 설치되어 있는데 한 동(A동)에는 쓰레기장이 두 개 설치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나는 아파트 앞쪽이고 다른 하나는 뒤쪽이다. 문제는 방이 있는 쪽에 설치된 쓰레기장이다. 이 아파트는 작년 12월에 입주한 새 아파트인데, 4베이 형이라 안방, 거실, 그리고 방 2개가 모두 한쪽 방향으로 나란히 설치되어 있다.A동의 1층에 사는 주민은 입주 초기부터 이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고, 시행사측에 문의를 해서 방 앞쪽으로 설치된 쓰레기장이 옆동 (B동)의 쓰레기장이며 잘못 설치되었기 때문에 무료로 철거나 이동을 해주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그는 아파트 입주자대표자 회의에도 참가해 여러 차례 민원을 넣었고, 8월 말에 입대위는 잘못 설치된 쓰레기장을 철거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쓰레기장을 이동할 곳이 마땅치 않고, 아파트 전체의 이미지 관리를 위해서 철거가 좋다는 판단에서였다. 여기에는 B동 대표도 찬성을 했다.그런데 이런 결정이 알려지자 문제의 쓰레기장을 주로 사용하는 옆 동(B동)의 1, 2라인 세대 주민들이 분노를 했다. 인터넷 카페와 입대위 회의에서 왜 우리 동 쓰레기장을 철거하려고 하느냐고 항의하고, 두 개가 있는 것이 문제라면 A동 뒤쪽에 있는 쓰레기장을 철거하라고 항의했다. 두 동의 몇몇 주민들은 인터넷 카페에서 항의글과 댓글로 서로 싸웠다.그런데 아파트의 쓰레기장은 공동시설물이기 때문에 철거나 이동을 하려면 아파트 전체의 소유자의 2/3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A동의 동대표와 주민들은 B동 주민들이 너무 거칠게 항의를 하기 때문에 철거, 존치 이 두 개 항목에 이동도 추가해서 다시 동의서를 받는 것을 재심의 하기를 요청했다. 하지만 재심의를 할 것인지에 대한 입대위 투표가 부결이 되면서 철거와 존치 둘 중 하나에 동의하는 것으로 일이 진행되었다.이 건은 아파트 소유자의 2/3의 동의를 얻지 못하고 말았다. 그러자 이제는 A동 사람들이 분노했다. 주민들은 왜 이동 항목을 넣어서 동의서를 얻을 수 있는 것에 대해서 재심의를 하지 않았는지 따졌고, 재심의 결정투표의 정당성에 문제가 있다고 성토했다. A동 주민들은 구청에 전화해서 재심의 투표가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답변을 받고, 입대위원장을 만나서 의결과정의 문제에 대해서 집단으로 항의하였다.두 동 주민들의 싸움은 아파트 커뮤니티의 위기를 불러일으켰다. 총 8개 동 중 4개 동의 동대표가 없는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대표들이 사임을 한 이유는 두 동간의 분쟁이었다. 이를 이유로 다른 두 동의 대표들이 사임을 하였고, A동의 대표도 사임을 결심했다. 한 동은 처음부터 대표가 없었다. 모든 아파트의 의사결정은 동 대표 회의에서 투표로 결정해야 하는데, 동대표들의 사임으로 의사결정 정족수를 충족하기 어렵게 되었다.현재 입대위원장은 타협안을 내놓고 주민들 간의 분쟁을 중재하려고 하고 있다. 그는 A동과 B동 주민들을 불러 이동과 존치로 주민 투표를 할 것에 대해서 서로 협의해보라고 말했다. A동 주민들은 쓰레기장 때문에 자기 동이 저평가 되고 있다며 빨리 이동되기를 원한다. B동 주민들은 다른 장소로 이동을 하면 불편하고 없던 쓰레기장이 설치되기 때문에 이동을 원치 않는다. 과연 이 쓰레기장은 어떻게 될까? 그 결과가 궁금하다.

2017-12-20

취업을 앞둔 여자 공대생의 한탄

▲ 배개화 단국대 교수필자는 최근 수업을 마치고 학생들과 점심을 먹은 적이 있다. 이 수업은 주로 고학년생들이 많은 재수강반이다. 이 여학생도 대학교 4학년 2학기로 내년 3월이면 졸업을 하게 된다. 두 번 정도 같이 점심을 먹었는데, 만날 때마다 학생의 고민은 취업이다. 이 여학생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통계상으로는 여자 대학 졸업생의 취업률이 높게 나오는 현실과 괴리감을 느꼈다. 지금이 취업 시즌이라 이 여학생은 여러 군데 원서를 넣었는데, 모두 서류 전형에서 떨어졌다고 한다. 그러면서 자기 전공이 산업공학인 것이 취업에 걸림돌인 것 같다고 원인 분석을 한다. 전공이 공학이기 때문에 취직을 하면 현장에서 일해야 하는데, 회사 측에서는 여성이 현장 일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그 이유는 아무래도 현장-공장이나 작업장은 남성 노동자들이 압도적인 다수인데, 여성이 이들을 관리감독을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즉 노동자들이 여자 감독자의 말을 순순히 따라주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이들의 통제가 힘들 수 있다는 것이다.이런 이야기를 듣고 있던 같은 과 남학생이 우리 이야기에 끼어든다. 남학생은 여자가 하기에는 공장일이 육체적으로도 힘들다고 말한다. 그래서 필자가 많이 힘드냐고 물어보니까, 여학생 본인도 공장은 육체노동의 강도가 세기 때문에 힘들다고 대답한다. 결국, 여성들은 성격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남성들보다 약하기 때문에 남자 위주의 산업장이나 공사장에서는 일하기 힘들고, 이 때문에 회사에서는 여성들을 채용하기를 꺼린다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여기서만 들은 것은 아니다. 필자의 학생 중 한 명은 학교의 취업진로지도센터에서 일을 하고 있다. 학교에서 해마다 하는 취업 박람회장에서 우연히 이 학생을 만났는데, 필자에게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 한다. 회사에서 취업진로센터로 연락이 오는데 대부분 남학생을 원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센터에서 여학생을 추천하면 남학생 없냐고 물어본다고 한다.이 학생은 여학생으로 “취업이 너무 남자 위주로 되는 것 같다”고 씁쓸해 했다.이러한 상황은 언론보도에서도 확인된다. 한 신문사의 보도에 따르면 2017년 11월 사람인 설문조사에서 기업들은 유리한 성별로 74.2%가 `남성`을 꼽아 `여성`을 꼽은 25.9%와 압도적인 격차를 보였다. 여성 취업자들의 우려가 막연한 짐작이 아닌 엄연한 현실일 수 있음을 나타내는 대목이다.현재 여자 공대생은 2015년 기준으로 10만명이 넘는다. 또한 교육부에서도 여성공학인력을 양성하기 위해서 입학과 취업을 촉진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중 하나로 교육부는 한국연구재단과 함께 2016년부터 여성공학도 양성을 위해서 3년간 8개 대학을 선정하여 3년간 대학별로 최대 10억까지 총 150억원을 지원하고 있다. 이처럼 정부가 여성 공학도 양성에 신경을 쓰는 것은 현재 공학생수로는 2025년에는 25만명의 공학 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남성 위주의 공학인력으로는 이러한 인력 부족을 해소하기 어렵기 때문에, 정부는 여학생들의 공대 입학을 장려하고 여성 공학 인력의 수를 늘이려는 것이다.하지만 이러한 정부의 정책은 현실과는 괴리가 있어 보인다. 필자의 학생만 해도 설비기사 자격증도 따고 취업을 위해서 준비를 많이 하였다. 하지만 이 학생은 자신이 준비한 것들을 현장에서 실천할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다. 옆의 남학생은 `올리브 영`에 1년짜리 비정규직 자리가 있으니 거기에 지원하라고 부추긴다. 하지만 여학생은 자신의 전공을 살리고 싶은 마음이 커 보인다. 이 학생이 올해 안에 자신의 전공을 살릴 곳으로 취직될 수 있을지 바라보는 필자도 마음이 답답하기만하다.

2017-12-13

또다시 한국이 싫어질 때

▲ 배개화 단국대 교수지난 달 19일 제주도의 한 특성화 고등학생 이민호 군이 현장실습에 나갔다가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언론에서는 이 군이 기계에 목이 끼어서 큰 부상을 입었고 이를 치료하던 중 사망하였다고 보도했다. 이 사건을 보면서 필자는 민호군의 사망사고는 정부가 보조금을 이용해서 학교를 지배하려는 정책과 기업체가 실습 학생을 값싼 `노동력`으로 착취했기 때문에 생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SBS의 보도에 따르면, 이민호 군은 생수공장에서 일을 하면서, 생수 생산의 전체 공정을 담당했다고 한다. 즉, 이군은 생수가 병에 주입되고, 생수병이 일정한 개수(보통 2l는 6개, 500ml는 20개)로 포장되고, 포장된 생수병들이 적재되면 그것들을 지게차에 실어서 옆으로 옮겨 놓는 일을 하였다. 생수 주입과 포장까지는 기계화 되어 있기 때문에 이민호군은 주로 적재된 생수병들을 지게차로 옮기는 일을 했다.SBS에 따르면 이 일들은 경력이 오래된 부장급이 하던 일이라고 한다. 그런 일을 실습생인 이군이 감독자 없이 `혼자서` 전부 관리했고, 심지어 공장일지까지 다 썼다고 한다. 그런데 사고 당일에는 포장된 생수병을 옮겨서 적재하는 리프트가 작동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이군이 리프트 안까지 들어가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던 중에 갑자기 리프트가 내려왔다고 한다. 이군의 상체가 리프트의 끝 쪽에 끼는 사고가 났을 때, 그의 옆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2분 뒤에 같이 실습 나온 친구가 민호 군을 발견했다.필자가 이해하는 현장 실습은 숙련된 노동자의 감독이나 지도하에 학생들이 배운 것을 연습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민호 군의 경우는 연습이 아니라 다른 숙련공이 해야 할 일을 도맡아서 한 것이다. 이런 상황을 과연 `실습`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오히려 `파견 근무`라고 불러야 하는 것 아닌가? 이런 상황은 필자에게는 특성화 고등학교가 인력업체가 되어서 공장에 헐값의 노동자를 파견한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특성화 고등학교 학생의 사망 사건은 이민호 군의 경우가 처음이 아니다. 올해 1월에는 전주의 한 특성화고 현장실습생인 홍수연(19) 양이 자살했다. 수연 양은 작년 9월 현장실습생으로 입사해 지난 1월 중순까지 일하는 동안 실적 압박과 감정노동에 따른 스트레스에 시달려왔다고 한다.자살 당일에 그는 “콜 수를 다 못 채웠다”는 문자를 남겼다고 한다.이후 고용노동부 전주지청은 LG유플러수 전주 고객센터(협력사 엘비휴넷)에 대한 근로감독을 한 결과 현장실습생들이 고객센터 해지 방어부서인 `SAVE팀`과 상품판매를 담당하는 `가입부서` 등에서 연장근로를 했지만 추가 수당을 받지 못한 정황을 다수 발견했고, 근로계약서 작성 시 법적 기재사항 누락과 퇴직연금 운영교육 미실시 등이 확인됐다고 한다.이렇게 기업체가 실습학생들을 대상으로 노동 착취를 할 수 있는 것은 취업률을 높이려는 학교와 이를 악용하려는 기업체의 이해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2008년부터 취업률이 학교 평가의 절대 기준이 되고 특성화 학교에 대한 정부 지원의 규모를 결정하는 요인이 되었다. 이 때문에, 학교 측에서는 될 수 있으면 많은 학생을 현장 실습에 보내려고 한다. 이런 것들이 기업체가 학생들을 노동 착취하고 학교가 이를 방관하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12월 1일 정부는 내년부터는 특성화고의 고등학생들이 3학년 2학기에 현장 실습을 나가는 것을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런 조치는 학생들이 실습 가서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일시적으로 막을 수는 있다. 하지만 정부와 교육부가 특정한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이 기준을 근거로 학교를 돈으로 지배하려는 정책을 계속 고수하는 한, 그리고 기업체가 학생들을 대항력이 없는 값싼 노동력으로 생각하는 한, 민호 군이나 수연 양의 비극은 언제든지 다시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2017-12-06

수능과 지진

▲ 배개화 단국대 교수지난 15일 오후 2시 30분쯤 됐을 때 필자는 교실에서 수업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한 학생의 핸드폰으로 재난 문자 경고음이 울렸다. 그 직후 칠판 앞에 걸린 프로젝터 스크린이 위아래로 움직였다. 학생들은 지진이라고 웅성거렸다. 수업을 끝내고 연구실에 돌아와 인터넷 포털 사이트를 살펴보니 포항에서 2시 29분경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했다는 속보가 올라오고 있었다. 수직으로 금이 간 아파트의 외벽, 기울어진 필로티 기둥, 넘어진 담장 그리고 부서진 자동차 등의 사진과 동영상이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속속 올라왔다. 필자는 그림만 봐도 지진의 강도를 생생히 느낄 수 있었다.집에 돌아와서 TV를 켜니 9시 뉴스가 나온다. 앵커는 교육부에서 16일로 예정된 대학수학능력(수능) 시험을 1주일 연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한다.지진으로 시험장으로 사용될 학교 건물들에 금이 가는 등으로 인한 안전 문제 때문이라고 한다. 이것은 1992년 수능 시험이 시작된 이래로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포항의 지진이 전국의 수험생들의 운명에도 큰 영향을 미친 것이다.21일에는 한 종합편성채널의 8시 뉴스에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나와서 23일 금요일에 있을 수능 시험에 대한 교육부의 입장을 말했다. 김 부총리는 지진에 따른 여러 가지 대응 매뉴얼을 설명하고 있었다. 그가 설명한 시험 당일의 매뉴얼에 따르면, 8시 10분 수험생의 입실 시간 이전에 지진이 오면 다른 시험장으로 이동하고, 시험 도중 지진이 오면 심각하지 않을 경우 시험을 계속 진행하고, 안전에 위험을 느낄 정도의 강도 높은 지진이 오면 모두 건물 밖으로 대피한다는 것이다.이런 설명을 들으면서 필자는 과연 23일 포항에서 수능 시험이 제대로 치러질지 걱정이 들었다. 사람들마다 지진에 예민한 정도가 다르다. 여기 천안만 해도 예민한 아기 엄마들은 너무 무서웠다고 호들갑을 떤다. 학생들 중에도 다른 사람보다 지진에 민감한 친구들이 있을텐데, 강제로 시험을 치게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또 학생들이 건물 밖으로 대피할 경우는 시험이 무효가 된다는 말에는 23일 제발 지진이 일어나지 않기를 하늘에 빌 도리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우리나라 사람들은 대학 입시는 자신이나 자녀의 미래를 좌우할 중대사로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아이들은 태어난 이후 18년 동안 수능 시험을 잘 치기 위해서 공부한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이렇기 때문에 국가에서도 매년 공정한 시험을 치르기 위해서 많은 신경을 쓰고 노력을 하고 있다.그런데 23일 포항에서 지진이 심하게 나서 학생들이 건물 밖으로 나오게 되면 시험이 무효가 된다는 것은 정말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수능 점수가 없으면 학생들은 정시 지원 자체가 불가능하고, 수시 시험에 합격한 경우라도 수능 점수를 제출해야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김상곤 부총리는 그에 대한 교육부의 대책이 있기는 하지만 아직 말할 수 없다고 한다. 필자도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예상할 수는 있지만, 실제로 이것이 실행되는 상황이 오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왜 교육부는 23일 수능 시험을 포항이 아닌 다른 지역으로 옮겨서 칠 생각은 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영천이나 경주 등 아예 다른 지역에서 친다면 지진에 대비한 여러 가지 시나리오가 필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에서 말하는 수능 시험 여러 번 치는 문제는 이런 일로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일단 포항의 시험장에서 수능시험을 치기로 한 이상, 가능한 지진이 일어나지 않기를 우리 모두 마음을 모아 기도하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수험생들은 불안한 마음을 잘 다스리고 안정을 찾았으면 좋겠다. 자칫하면 지진 때문이 아니라 마인드 컨트롤 실패로 수능 시험을 망칠 수 있기 때문이다.

2017-11-22

블라인드 채용

▲ 배개화 단국대 교수문재인 정부가 정부기관과 대기업 등에 블라인드 채용을 요구하자 많은 정부기관들이 이번 하반기부터 신입사원 채용에서 블라인드 채용을 실시하고 있다고 한다. 블라인드 채용은 이력서에 사진, 학교, 학점, 어학성적 등 소위 말하는 `스펙`을 기재하지 않고, 지원자들의 개성과 인성, 역량, 가치관 등을 토대로 공정하게 평가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블라인드 채용은 실시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여러 가지 혼란이 있는 것 같다. 필자는 블라인드 채용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가 지원자의 외모를 보지 않고 뽑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머니투데이가 인용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인사담당자가 면접에서 첫인상을 고려하는 비율은 86%로 “피면접자의 외모가 취업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또한 한 취업포털이 취업준비생 1천11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73.5%가 “면접을 위해 외모를 관리한다”고 답했다.특히 블라인드 채용에서는 출신학교나 학점, 그리고 스펙을 보지 않기 때문에 면접에서 외모가 수려해야 인사담당자에게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인식이 퍼져서 취업 준비생들이 외모에 오히려 더 신경쓰고 있다고 한다. 업무 능력 외의 것을 보지 않겠다는 블라인드 채용의 취지가 `눈에 보이는 요소로 취업에 성공할 수 있다`는 왜곡된 믿음을 취업 준비생들에게 심어주고 있는 것이다.지난 7월 정부의 정책발표에 따라, 현재 전국 332개 공공기관에서 블라인드 채용을 시행중이다. 민간기업의 경우도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 4일 209개사를 대상으로 올해 채용 계획을 설문한 결과, 62개사(약 30%)가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작년 11월 입사지원서에 사진을 부착하거나 신체 조건을 기재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의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했다.이런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입사 원서에 개인의 외모 관련 정보를 요구하는 회사들이 있다. 필자는 주말 평소 알고 지내던 20대 후반 여성의 이름만 들으면 다 아는 유명한 닭고기 회사의 입사 원서를 살펴본 일이 있었다. 이 입사원서는 지원자의 사진뿐만 아니라 키, 몸무게 등을 적으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지인은 업무와 관련 없는 키, 몸무게를 왜 적으라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어서 입사 지원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이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필자는 재작년 보스턴에서 은행 계좌를 개설할 때의 일이 생각났다. 미국 은행은 현금을 바꿔주는 직원과 은행 계좌 개설, 폐지 그리고 금융 상품 가입 등을 도와주고 상담해주는 직원이 구분되어 있다. 필자가 은행에 갔을 때 남자 직원의 도움을 받아서 은행 계좌를 열었는데, 그 직원의 외모를 보는 순간 “아, 미국 은행은 외모를 보고 뽑지 않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필자는 한국이라면 은행에서 그런 외모의 직원은 절대로 볼일이 없을 것이라고 지금도 생각한다.지금까지 취업 시즌 때마다 논란이 되었던 것이 능력이 아니라 외모를 보고 뽑는다는 것이다. 특히 여자의 경우 외모가 최고의 스펙이라고 말해지곤 한다. 하지만 지금은 블라인드 채용 때문에 취업의 성공여부에 면접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이런 이유로 남성 지원자들도 과거 어느 때보다 외모에 신경을 쓰는 분위기로 흘러가는 것 같다.그래서인지 요즘 피부과나 성형외과를 가면 20대의 젊은 남성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젊은 남자 손님들은 이마, 입 꼬리 혹은 턱 등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에 보톡스를 맞기도 하고, 필러 등을 코나 턱 등에 넣는 쁘띠 성형을 하기도 한다고 한다. 능력만 보고 필요한 인재를 채용하겠다는 취지의 블라인드 채용이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 취업할 수 있다`는 왜곡된 믿음을 만들어내지 않을까 걱정된다. 취지에 맞게 블라인드 채용이 성공적으로 제도화 되었으면 한다.

2017-11-15

여론의 사유화

▲ 배개화단국대 교수 요즘 언론에서 이명박 및 박근혜 정권하에 있었던 국정원 댓글 조작 사건에 대한 검찰 조사 내용들을 연일 보도하고 있다. 검찰의 조사에 따르면, 이명박, 박근혜 정권 때 국정원과 기무사가 댓글부대를 조직하고, 인터넷 여론을 조작하려고 했으며, 그 활동 결과를 청와대에 정기적으로 보고했다고 한다. 이런 보도를 보면서, 지난 7~8년간 정치권력이나 국가기관이 여론을 사유화 하려고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실 댓글공작이 정치권에서 논란이 된 것은 2013년 대통령 선거 당시 `국정원 인터넷 댓글` 사건을 통해서이다. 국정원에서 댓글 부대를 조직하여 상대 후보를 음해하고, 그 지지자들을 공격하거나 조롱하는 댓글들을 달았다는 의혹이다. 이것은 당시 검찰의 조사까지 받았지만 모두 혐의가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내려졌다. 그러나 최근에 검찰 조사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2013년 국정원 댓글 조작은 의혹이 아니라 사실이라는 것이 밝혀졌다.국정원이 파견 검찰 등을 동원해 국정원 댓글 사건을 은폐하려고 했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점입가경으로 검찰은 이명박 전 대통령 시기부터 국정원뿐만 아니라 기무사도 댓글 조작에 동참하였다는 비밀문건들이 다량으로 발견되었다고 밝혔다.이 문건은 국군 사이버사령부(군사이버사)가 이명박 정부 시절부터 청와대에 보고한 댓글 공작 보고서이다. 이에 따르면 군사이버사는 이명박 전 대통령 집권 3년차인 2010년부터 정치 개입 활동을 시작했으며, 인터넷 매체를 직접 만들어 운영하고, 기무사령부 부대원들이 댓글 활동에 관여했다.청와대에 보고한 대응작전결과보고서 등에는 천안함 폭침사건, 연평도 포격도발 사건, 작전권 환수 연기 비난, 한·미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지지 여론조성 등에 대한 사이버 댓글 대응 내용이 기재돼 있었으며, 김관진 전 장관을 영웅시하는 이미지 파일 등도 발견됐다. 사이버사는 또한 2012년 5월 14일부터 2014년 4월 25일까지 인터넷 매체인`포인트 뉴스`를 직접 설립해 운영했다.이 매체 운영 예산이 국정원 승인을 통해 군사정보활동비에서 충당된 것으로 조사됐다. 포인트 뉴스가 게시한 기사는 7천500여 건이었다고 한다.이런 조사 결과는 전 정권이 국가 기관을 사유화하고 권력 유지에 유리한 방향으로 여론을 조작하려고 하였음을 보여준다. 해당 기관이 국정원, 기무사라는 점은 전 정권이 국민들을 심리전의 대상으로 보고, 국가 기관을 동원해 국민과 사이버 상에서 전쟁을 벌였음을 보여준다. 이것은 지난 7~8년간 인터넷 포털사이트나 각종 게시판 댓글들에 “빨갱이” “종북 세력”이라는 단어들이 난무했던 이유를 잘 설명한다.또한 이런 댓글 공작이 나쁜 것은 우리 사회의 건전한 의사소통을 방해하고 국민들의 사고방식을 이분법적으로 만든다는 점이다. 전 정권이 국가기관을 이용해서 사이버 댓글 공작을 했던 것은 국민들이 선동에 의해서 쉽게 생각이 바뀌는 우매한 대중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한 이런 댓글공작을 통해서 국민들에게 여러 가지 민감한 정치나 외교-안보 관련 이슈들을 아군과 적군이라는 이분법으로 판단하게 만들려고 했다는 것이다.국가적 현안을 이분법적으로 규정하고 설명하는 것은 매우 손쉽고 편리한 논리화이다. 우리가 이런 이분법을 어린이들이 즐겨보는 애니메이션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것처럼 유아적이고 수준이 낮은 사고방식이기도 하다. 하지만 성인들이라면 요새 유행하는 미국 드라마에서 볼 수 있듯이, 세상이 선과 악, 혹은 내 편 네 편으로 쉽게 나눌 수 없다는 것을 잘 알 것이다. 무엇보다 권력 유지를 위해서 국민의 여론을 사유화 하는 일은 더 이상 우리 역사에서 사라졌으면 한다. 국민들을 자신의 아바타로 만들어서 자신이 생각하는 것처럼 생각하게 하려는 정치가가 있는 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아직 미래형일 것이다.

2017-11-08

공공기관 특혜 채용 논란

▲ 배개화 단국대 교수최근 언론에서는 `현대판 음서제`를 비판하는 기사나 칼럼들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음서제도는 고려와 조선 시대, 나라에 공을 세운 신하나 지위가 높은 관리의 자손을 과거를 치르지 아니하고 관리로 채용하던 제도이다. 현대판 음서제는 우리나라의 고위공직자의 자녀나 부유층의 자녀가 공공기관에 취직할 때 특혜를 받는 것을 풍자하는 말이다. 고위 공직자나 자녀의 특혜 채용이 대중들에게 처음 알려진 것은 강원랜드의 채용비리였다. 최흥집 전 사장이 2011년 7월 취임 직후 500명 정도의 신입사원을 뽑으라고 지시했다. 이중 최 전 사장이 직접 청탁받아 채용을 지시한 사람은 전체의 절반이 넘는 267명이고 그 중 250여 명이 최종합격했다. 최근에는 우리은행의 채용비리가 논란이 되고 있다. 10월 17일 국정감사에서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우리은행은 지난해 하반기 신입사원 150명을 공채로 뽑으면서 그 중 16명을 금융감독원이나 국정원, 은행 주요 고객의 자녀와 친인척, 지인 등을 특혜 채용한 것으로 보인다는 의혹을 제기했다.이뿐만 아니라 수서고속철도 운영사(SR)도 자사와 모기업인 코레일의 임직원 자녀 12명을 뽑은 것으로 드러났다. 황홍주 의원에 따르면, 농협중앙회는 지역 농축협의 임원 자녀 채용 비리를 자체 감사에서 적발하고도 채용 취소나 직무범죄 고발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지금까지 감사원, 중소기업진흥공단, 강원랜드, 한국석유공사, 한국석탄공사, 부산항만공사, 중소기업진흥공단, 서울교통공사, 한국항공우주산업(KAI), SR, 우리은행 등 정부기관과 공기업, 금융권 곳곳에서 의혹이 제기됐다.이처럼 공기업 채용비리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정부는 지난 27일 약 1천100개 공공기관의 최근 5년간 채용을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채용 비리 연루자를 중징계하고 채용된 당사자는 퇴출시키고 5년 동안 공공기관 임용을 제한하겠다고 한다.현재 문제가 된 공공기관들은 소위 `신의 직장`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이 직장들은 높은 연봉과 고용 안정성 , 그리고 휴가를 포함하는 복지 제도 등이 다른 곳보다 월등히 좋은 곳으로 국민들에게 인식되고 있다. 이 기업들은 한국 사회의 취업 문화를 이끌어나가는 `플래그쉽(flagship)` 직장이라고 할 수 있다.많은 취업준비생들이 공공기관에 취업하기를 원하고 있기 때문에 취업 경쟁도 치열하다. 하지만 민간기업과는 달리 공기업은 채용 과정에서 비리가 적을 것이라고 지금까지 사람들은 믿어왔다. 공기업은 최종 면접과 같이 심사자의 주관에 영향을 많이 받지만, 채용을 결정하는 데서 오너의 의사결정이 절대적인 민간 기업에 비해서는 공정한 심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믿어진다.그런 곳에서 청탁에 의한 특혜 채용이 있다는 의혹과 논란은 `공정한 경쟁`을 기대하는 국민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이러한 실망은 직장이 한국사회에서 갖는 상징성 때문에 더욱 크게 느껴진다. 이것은 신분세습의 문제를 넘어서는 걱정거리를 만들어낸다. 이것은 각종 부분에서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는 공공기관의 엘리트들이 실력이 아닌 인맥과 배경에 의해서 선출된다는 점이다.작년 겨울 계절학기 수업을 할 때, 필자는 1학년 평점이 낮아서 취업을 포기하고 창업으로 결정했다는 복학생을 만난 적이 있다. 다른 고 학번 학생들도 1학년 평점이 4.0이 넘지 않으면 취업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중 공공기관 취업을 생각하는 학생은 거의 없었다. 이렇게 공공기업은 누군가에게는 좋은 학점과 스펙 관리로도 취업하기 힘든 높은 문턱이다. 하지만 이번 채용 비리 사건은 공공기관이 누구에게는 채용자 측의 세심하고 꼼꼼한 배려와 함께 쉽게 넘을 수 있는 낮은 문턱임을 보여준다. 이런 것을 생각하면 괜히 필자가 억울해지려고 한다.

2017-11-01

최근 개 물림 사고를 보고

▲ 배개화 단국대 교수최근 들어 공원이나 집 앞에서 행인이 개에게 물려 다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집에서 유아가 반려견에게 목이 물려 사망했다던지, 공원에서 노약자가 산책 나온 개에 물린 후 합병증으로 사망하는 일이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다. 이로 인해서 반려견에 대한 관리 및 안전조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이지고 있다. 이런 여론에 불을 붙인 것은 며칠 전 유명 한식당(한일관) 대표가 개에게 물린 후 사망한 사건이다. 그는 이웃집의 프렌치 불독에게 다리를 물렸는데, 그것이 패혈증으로 발전하여 숨졌다. 프렌치 불독의 주인이 유명 연예인인 최시원 씨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개 물림` 사고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더욱 커졌다.사람이 사망한 사건이지만, 사건 당사자들의 의사에 따라서 이 사건이 법정으로 간다든가 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언론보도에 따르면 피해자의 가족이 “배상을 받고 싶지 않다”고 밝혔으며, 경찰도 이 사건과 관련해서 최시원 씨 가족에 대해서 수사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하지만 네티즌들은 이 문제를 쉽게 생각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의 개를 안락사 시켜야 한다는 주장과 나쁜 개는 없다, 관리를 잘못한 견주의 잘못이라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반려견이 사람을 문 이후 개 주인들은 우리 개는 원래 이런 개가 아니다, 얌전하다며 적반하장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얌전한 줄 알았던 우리 개는 이미 다른 사람을 물어서 얌전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했다. 주인 입장에서는 자식을 잃는 아픔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사람이 다치는 것은 더 큰 문제이기 때문에 문제의 반려견은 안락사 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최근 반려동물 문화가 대중화 되면서, 공공장소에 개가 사람과 함께 다니는 경우가 많다. 개들은 활동량이 많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반려견을 실내에서 스트레스 없이 키우려면 산책을 하라고 권장하고 있다.이런 이유로 가끔 공원에 나가보면 아이를 동반한 어른보다 개와 함께 나온 어른들이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공원에 나온 개들 중에는 소형견이 많아서 그런지, 입마개한 개들은 거의 없고 가끔은 개들이 목줄도 없이 뛰어다닌다.아이 키우는 부모들은 이런 개들을 공원에서 만날까봐 매우 걱정을 많이 한다. 필자가 사는 동네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개에게 목줄과 입마개를 하지 않고 공원에 나온 사람들에 대한 성토의 글이 올라온다. 특히 한 살 된 아기가 거실에서 반려견에게 목이 물려 죽은 보도가 나온 이후로 이런 성토의 글이 더 올라오고 있다.하지만 반려견의 예절은 대중화 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반려견과 외출 시에는 반드시 목줄을 해서 개가 사람의 통제를 벗어나지 않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냥개로 주로 사용되는 개들의 경우에는 특히 외출 시 입마개와 목줄 혹은 몸줄을 해서 개가 불시에 타인을 무는 사고를 미리 예방하는 것이 필요하다.이렇게 반려견이라는 이름의 맹견에게 물리는 사건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이런 개들을 공공장소에 안전장치 없이 풀어놓으면 안 된다는 것을 견주들에게 인지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그 가장 좋은 방법은 법을 강화하는 것이다.현재는 맹견에게 입마개를 씌우지 않고 외출할 경우 견주에게 5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는 것이 전부이고, 사람을 물었을 때의 보상기준도 확실하게 정해진 것이 없다.현재 국회에서는 일명 `맹견 피해 방지법`을 논의 중이라고 한다. 현재 맹견 관리 의무 강화를 위해 목줄 및 입마개 등 안전장치 착용, 사육 및 관리에 필요한 교육 의무화 등을 포함한 동물보호법 개정안들이 발의돼 있다. 이 법안이 빨리 통과돼서 반려견과 안전하게 함께 살 수 있는 문화가 정착이 되었으면 좋겠다.

2017-10-25

왜 커피숍에 혼자 가나

▲ 배개화 단국대 교수지난 일요일 필자는 같은 연구실 선후배들과 함께 추석 인사를 위해서 대학원 지도 교수님댁을 방문했다. 밖에서 저녁을 먹고 교수님의 댁으로 가서 커피를 하면서 담소를 나눴다. 그 대화중에 요새 사람들이 커피숍에 혼자 가는 현상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지도 교수님은 일본에 갔다가 스타벅스에 들렀더니 혼자 앉는 자리밖에 없었다면서 너무 삭막해보였다고 말씀하셨다. 이 말에 다른 선배도 한국 스타벅스의 상황도 비슷하다고 말한다. 그는 예전에는 여러 명이 같이 앉아서 스터디를 하거나 회의를 할 수 있는 자리가 많았는데, 지금은 혼자 앉는 자리가 많다고 말한다.보통 우리 세대에게 커피숍에 가기 위해서 외출하는 것은 애인이나 친구, 혹은 일로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서이다. 커피숍은 적은 비용으로 다른 사람들과 만나서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이다.2년 전만 해도 필자는 그런 고정 관념이 있어서인지 커피숍에 혼자 간다는 것이 어색했다. 그러다보니 커피숍에 갈 일이 별로 없었다.하지만 요즘은 필자도 커피숍에 혼자 간다. 혼자 책을 읽거나, 뭔가를 쓸 일이 있으면 책과 노트북 컴퓨터를 챙겨서 커피숍에 간다. 주중에는 퇴근 후에 갈 때도 있고, 주말에는 오후에 가곤 한다. 이렇게 가면 짧게는 2, 3시간 길게는 5시간 이상 커피숍에서 책을 보거나 글을 쓴다.이것은 재작년에 연구년으로 미국에 갔을 때 생긴 습관이다. 그때 도서관이나 연구실에서 혼자 공부를 하고 있다 보면 너무 답답하고 지겨운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가까운 커피숍이나 커피가 맛있다고 소문이 난 커피숍을 찾아서 가곤 했다. 커피숍에 앉아 있는 사람들을 구경하거나 바깥 풍경을 보면서 커피를 마시고 책을 읽거나 글을 썼다. 필자는 그러던 것을 한국에 와서도 계속 하고 있다.스타벅스에 혼자 있는 자리가 늘어나는 것은 필자처럼 커피숍을 만남의 장소가 아니라 혼자 만의 공부나 업무 등을 하는 장소로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서인 것 같기도 하다. 이상하게 연구실에서 혼자 있을 때보다 집중이 잘 된다. 연구자들은 커피숍의 백색 소음이 집중력을 높여서라고 하는데, 이런 이유에서인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커피숍에 가면 혼자이기는 하지만 왠지 혼자가 아닌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기도 한다. 아무래도 여러 사람이 한 공간에 있다 보니 고개만 들어도 사람들이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지금 우리나라에서는 혼족, 혼밥, 혼술, 심지어는 혼자하는 여행과 같은 혼자 즐길 수 있는 문화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이렇게 혼자 살고, 먹고, 마시고, 즐기는 문화가 유행하는 것은 둘이 같이 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부담되기 때문이다. 누군가와 같이 살고, 먹고, 마시고, 즐기려면 돈이 배로 든다. 물론 만난 사람들이 공평하게 나눠 내면 되지만, 그것이 연애나 결혼일 경우에는 누군가가 좀 더 부담해야 한다. 요즘 젊은 세대는 이런 부담이 점점 싫어 보인다. 둘이 같이 쓰는 것보다 혼자 쓰는 것이 훨씬 윤택하게 많이 쓸 수 있기 때문이다.필자의 친구들만 봐도 혼자 사는 사람과 가족을 부양하는 사람들의 삶의 패턴은 매우 다르다. 솔직히 결혼한 것이 안한 것보다 더 낫다는 생각은 점점 들지 않는다.여전히 우리 사회는 결혼에 많은 가치부여를 하지만, 실제로 경제력이 있다면 혼자 사는 것이 더 여유 있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그러면서도 사람들은 괜히 혼자 사람이 북적이는 커피숍 같은데 가서 책을 읽거나 업무를 보면서 앉아있기도 하다.커피숍에 혼자 앉는 자리가 많은 것은 혼자인 것을 즐겨서라기보다는 필자처럼 혼자가 아닌 분위기를 느끼기 위해서인지도 모른다. 이런 것을 보면 사람은 참 모순된 존재이다.

2017-10-18

일과 여가의 균형

▲ 배개화 단국대 교수단군 이래 가장 긴 연휴가 끝났다. 연휴가 끝나고 보니, 연휴 전에 세운 여러 가지 계획을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고 보낸 것 같은 아쉬움도 있다. 또 빼먹은 수업 보강 때문에 종강이 늦어지는 것을 생각하면, 긴 휴가가 꼭 반가운 것만도 아니었다. 처음에는 긴 휴가를 이용해서 가족들과 좀 더 시간을 보내야지 하는 마음이 있었다. 하지만, 다른 가족들이 다들 바빠서 필자도 빨리 올라올 수밖에 없었다. 물론 시간이 더 있었다고 해도 더 오래 있었을지는 의문이다. 명절 당일 오후가 되면, 빨리 집에 가서 쉬고 싶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고향에 내려오면 정말 매우 노동 강도가 높은 시간을 보내게 된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수면부족 상태에서 고향에 내려가서 가족들과 함께 시장에 가서 제사떡이나 친지 선물 등을 사고, 저녁 늦게 잠든다. 추석 당일에는 아침에 일어나서 차례를 지내고 친척들에게 점심 대접을 하면 2시쯤 된다. 이때쯤 되면, 슬슬 집으로 가고 싶어진다.집으로 올 때는 동생이 모는 차를 타고 5시간 동안 함께 왔다. 처음에는 서로 커피도 마시고, 군것질도 하면서 기분 좋게 출발한다. 처음에는 대화도 매우 화기애애하게 시작된다. 우리 가족은 정치적 견해가 비슷하기 때문에 정치 이야기를 하면 대화가 매우 잘 통한다. 가끔은 동생들이 나보다 한국 정치를 더 잘 아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하지만 우리의 대화에도 위기가 있다. 중간 중간 한 동생이 필자에게 짜증을 낸다. 가끔 필자가 다른 사람들에 대한 불평불만을 말할 때가 있는데, 그런 이야기가 너무 듣기 싫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오랜 만에 만났는데, 서로 즐거운 이야기를 하고 가도 시간이 아까운 판이데, 부정적인 이야기를 해서 다른 사람에게도 스트레스를 주었기 때문이다. 갑자기 가족이라고 너무 편하게 생각하고 되는 대로 말한 것에 대한 후회가 밀려온다.추석 다음날은 목요일이다. 날짜를 보니 아직도 휴가가 5일이나 남았다. 그러나 필자는 남은 휴가 시간을 즐기면서 보내지는 못했다. 논문을 써야 한다는 강박 관념 때문이다. 학기가 시작되면 논문에만 집중할 시간이 없기 때문에 긴 연휴는 논문을 쓸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그래서 아침 겸 점심을 먹고 학교로 간다. 가서 혼자 연구실에서 컴퓨터를 켜고 논문을 어떻게 쓸지 고민한다.그런데 어떻게 써야할지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 그러면서 고향에서 가족들과 친지들에게 립 서비스를 많이 하지 못하고 말다툼이 있은 것이 왠지 논문 스트레스 때문인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놀 때는 노는 일에만 집중하고 다른 생각은 하지 말아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것이다. 결국 오랜 만에 만든 가족들과의 소중한 시간을 짜증과 말다툼으로 망친 것 같은 생각이 들어 필자는 속이 상해버린다.언론 보도에 따르면 시민들은 긴 연휴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과 부정적인 반응이 반반이라고 한다. 연휴 덕분에 일이 줄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사람도 있지만 일이 더 늘어서 휴식 시간이 주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연휴 동안 일을 했고, 필자의 동생들도 휴가 기간 동안 집에서 일을 했다. 우리처럼 집에서 밀린 업무를 처리하느라 휴가가 진정 휴가가 아닌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이런 것을 보면 왠지 지금까지 제대로 노는 법을 배우지 못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여가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제대로 배웠다면 이렇게 긴 여유시간을 좀 더 즐겁게 보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의 삶을 좀 더 풍부하고 길게 느끼며 살기 위해서는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해야 한다. 필자의 나이에 그럴 수 있는 가능한 방법은 많이 노는 것이다. 진심으로 필자는 어서 빨리 일중독을 극복하고 삶을 좀 더 즐길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희망한다.

2017-10-11

한반도 전쟁 재발은 재앙인데…

▲ 배개화 단국대 교수지난 주 제72차 유엔총회가 유엔본부가 있는 뉴욕에서 개최되었다. 이 유엔총회를 무대로 미국과 북한의 지도자가 인신공격에 가까운 수준으로 말을 주고받았다. 이 때문에 전 세계 언론에서는 한반도에서 곧 전쟁이 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 기사를 계속 내고 있다. 이런 기사들을 읽다보면 정말 전쟁이 일어나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든다.말(言) 전쟁은 미국 대통령이 시작했다. 지난 19일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김정은 국방위원장을 “로켓 맨”이라고 비난하고, 북한이 핵 개발을 계속 강행할 경우 “완전히 파괴할 수밖에 없다”고 엄포를 놓았다.이에 북한도 발끈해서 미국에게 대응하였다. 우선, 22일에 북한은 북태평양에서 수소 폭탄 실험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또한 23일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는 이용호 북한 외무상이 트럼프 대통령을 “투전꾼,” “정신이상자,” 그리고 “악의 (惡)대통령”이라고 비난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자기 말에 책임을 지게하겠다고 협박했다.이처럼 미국과 북한 사이의 언쟁이 점점 격해지면서, 22일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북미 등 관련국에게 한반도의 평화 유지에 협조할 것을 호소하였던 것은 빛을 바래고 있다.더구나 23일에는 함경북도 길주에서 지하 핵 실험으로 추정되는 강도 2.6의 지진이 발생하여 긴장을 더욱 고조하고 있다. 또한 25일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23일 미국의 B-1B 전략폭격기와 F-15C 전투기가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북한 쪽 국제공역을 비행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이것은 1953년 정전협정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고 지적했다.연합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25일자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SCMP)에서 중국의 안보 전문가들이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구체적인 대비책을 논의할 필요성을 제기했다고 한다. 즉, 전쟁 발발로 인한 북한 난민의 중국 유입, 위기 이후의 한반도 정치 질서의 회복 등이 논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이 한반도에서의 실제적인 전쟁 발발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들에 따르면 북한이 실질적인 핵보유국이며, 핵보유국 간의 직접적인 전쟁이 없었기 때문에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그리고 25일자 JTBC 보도에 따르면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핵전쟁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한반도의 위기상황은 평창올림픽으로 불똥이 튀고 있다. 한반도의 전쟁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자 몇몇 국가들이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에 불참하겠다는 입장 표명을 하였다. 현재 프랑스는 평창이 휴전선에 인접해 있고, 곧 전쟁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이유로 동계 올림픽에 불참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오스트리아 역시 동계올림픽 불참 가능성을 시사했다.이런 상황을 고려해서인지 문재인 대통령은 유엔 기조연설에서 동계올림픽에 북한이 참여할 것을 촉구했다. 북한 선수단이 평창에 오게 된다면 불참을 고려하고 있는 다른 나라들도 안심하고 올 것이라는 계산에서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발언은 한반도의 위기로 인해서 평창올림픽이 실패하면 어떻게 하지? 하는 정도의 걱정에 머무르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현재 언론에서는 한반도에서의 전쟁 가능성에 대한 뉴스 보도를 계속해서 내보내고 있다. 이런 기사들을 접하다보면 정말 전쟁이 일어나는 것이 아닌가라는 걱정이 든다. 북한과 미국이 진짜 군사적 충돌을 하게 되면, 그로 인해 고통을 받을 사람들은 우리들이다. 이런 상황인데도, 한국은 기껏해야 평화를 호소하고 평창 올림픽에 북한 참여를 촉구하는 등과 같은 간접적인 대응밖에 할 수 없는 것이 안타깝다. 어서 빨리 한반도의 안보 상황도 전쟁 중단에서 전쟁 종결로 이행할 날이 오기를 상상할 뿐이다.

2017-09-27

이 말(馬)은 왜 내 말(言)은 안 듣나?

▲ 배개화 단국대 교수필자의 취미생활 중 하나는 승마이다. 이 번 달로 배운지 1년 되는 초보자이지만, 지난주부터는 원형 연습장에서 나와, 승마장 마당에서 말을 타고 있다. 지난 일요일에는 필자는 두 번째로 승마장 마당에서 말을 탔다. 그런데 며칠 전에는 고분고분 하던 말이 갑자기 필자의 말을 안 들어서 몹시 힘들었다. 말은 몹시 겁이 많고 예민한 동물이라 작은 소리에도 깜짝깜짝 놀란다. 말이 놀라면 갑자기 풀쩍 뛰거나 달리거나 한다. 이 때, 기승자가 말에 집중하지 않고 딴 생각을 하고 있으면 말에서 떨어지기가 십상이다. 말 등은 생각보다 높기 때문(대개의 말은 등 높이가 150cm 이상이다)에 갑자기 떨어지면, 몸에 충격이 크고 심하면 팔이 부러질 수 있다. 이런 것들을 고려해서 승마장 사장님은, 웬만해서는 잘 놀라지 않는 말을 필자에게 타게 했다. 이 말의 이름은 찰리인데, 빨간 털에 약간 마른 못생긴 말이다. 필자가 초-초보자 시절, 즉 말을 배운지 3개월 정도 됐을 때 처음 이 말을 탔다.처음 찰리를 탔을 때 참 고생을 했다. 말이 천천히 걷기(평보)를 시작해야 하는데, 아무리 가라고 지시를 내려도 걷지 않고 가만히 서 있기만 한다. 입으로 출발 신호를 주고 옆구리를 발로 차도 전혀 반응이 없다. 사장님은 기승자가 초보자라고 깔보고 간 보는 거라면서, “채찍으로 세게 때리세요!”라고 말한다. 필자는 동물을 때리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채찍질을 심하게 할 수 없었다. 결국, 그 날은 자꾸 멈추는 말을 가게 만드는 데에 레슨 시간을 다 보냈던 것 같다. 하지만 점점 말 타는 실력이 늘어서 이제는 찰리를 잘 탈 수 있게 됐다. 첫 날, 마당에서 찰리는 꽤 잘해줬다. 그런데 지난 일요일에는 찰리가 마당을 한 바퀴 정도 돌다가 자꾸 멈추었다. 한 번은 너무 짜증나서 필자가 신경질을 부리며 찰리를 채찍으로 두 번 연속 때렸다. 그러자 찰리도 뒷발로 나무 울타리를 뻥 찬다. 저도 같이 필자에게 짜증을 낸 것이다. 그 뒤로도 찰리는 자꾸 뒷발질을 하며 짜증스러워 한다. 이럴 때마다 `아! 이 말은 왜 이렇게 내 말을 안 듣나`하는 생각만 든다.말에게 구보를 시키려고 하니 역시 제대로 되지 않는다. 조금 뛰다가 자꾸 멈춘다. 승마장 사장님이 다른 사람에게 찰리를 타보라고 시켰다. 그러자 찰리는 마치 딴 말이 된 것처럼 사뿐사뿐 구보를 매우 잘 한다. 머리도 예쁘게 구부리고 배가 적당히 들어간 것이 몸매도 아름다워 보인다. 필자가 알고 있는 찰리가 아니라 다른 말인 것 같다. 필자가 아는 찰리는 빨간 털을 가진 좀 비루하게 생긴 못난 말이다.사장님은 필자의 고삐 잡는 방법을 지적한다. 팔을 너무 앞으로 뻗고 팔이 경직되어 있어서 재갈이 말의 입을 자꾸 당긴다는 것이다. 이 날 필자는, 말이 고삐를 자꾸 당겨서 말의 입이 아프지 않게 팔을 앞으로 뻗었다. 하지만 이것 때문에 고삐의 유연성이 떨어져서 말의 입을 더욱 아프게 한 것이다. 말은 입이 아프면 머리를 심하게 흔들거나 멈추거나 한다. 이것을 모른 채 자꾸 멈추지 말고 가자고 옆구리를 차고 채찍으로 때리고 했으니 말이 신경질을 낼 만도 하다.결국, 이 날 즐겁게 말을 타지 못하고, 말과 신경전을 벌인 것은 모두 필자의 탓이었다. 말이 나쁜 말이고 게으른 말인 탓은 아니었다. 같은 말이지만 다른 사람이 탈 때는 딴 말처럼 움직였고, 심지어는 멋있어 보이기까지 했다. 이 날 필자가 즐겁게 말을 타고 싶었다면 `왜 이렇게 말을 안 듣나?` 하고 말 탓을 하기 전에 필자의 말 타는 법에 대해서 신경을 썼어야 했다.“이 세상에 나쁜 말은 없다, 말을 못 타는 기승자가 있을 뿐이다.” 우리의 삶에도 이런 면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2017-09-20

우리시대 문화의 값어치

▲ 배개화 단국대 교수지난 5일 마광수 교수가 자살하였다. 이번 월요일에는 최영미 시인이 인터넷 뉴스에 오르내려 네티즌의 눈총을 받았다. 이 분들과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두 사건을 보면서 `우리시대 문화`의 값어치에 대해서 새삼스럽게 생각해 보게 되었다.필자는 대학원 박사과정 때 수업에서 할 발표문을 준비하면서 마광수 교수의 윤동주 시인에 대한 연구 논문을 읽었다. 그 때 필자는 `아! 이 사람은 천재다`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가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즐거운 사라`라는 소설 때문이었다. 이 소설이 외설 시비에 휘말려, 마 교수는 재판에서 유죄 선고를 받았다.마광수 교수가 작고한 날은 마침 필자 소속 대학의 개강모임이 있는 날이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자연스럽게 그의 이야기로 넘어갔다. 한 교수가 지금에서 보면 `즐거운 사라`가 그렇게 야한 것도 아닌데, 외설물로 출판 금지하고 실형까지 살게 한 것은 심한 처사였다고 말했다.그가 만약 단지 작가였다면 용인될 수 있을 표현들이 교수이기 때문에 문제가 된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그 때 한 교수가 `그래도 교수가 그런 글을 쓰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느냐`는 질문을 던진다. 다른 교수도 `아무래도 교수는 그렇게 해서는 안 될 것 같다`고 동조한다.논란 당시, `즐거운 사라`가 교수와 대학생의 성관계를 묘사한 것과 그가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했던 말들이 큰 문제가 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즉, 언론과 대중이 문제 삼은 것은 `교수가 학생을 성적 대상으로 본다`는 점이다. 이들은 그의 작품을 범죄 의도의 표현, 미래에 저지를지 모를 범죄의 증거로 보았다. 여기에는 즐거운 사라를 `소설`-지어낸 이야기-로 그의 발언을 일종의 퍼포먼스로 보는 관점은 존재하지 않는다.이번 월요일에는 `서른, 잔치는 끝났다`로 유명한 최영미 시인이 네티즌의 비난을 받았다.한 언론에서 최영미 시인의 페이스북 글을 인용해서 서울의 유명 호텔에 이-메일을 보내서 자신이 1년 동안 거주할 수 있는 호텔방을 제공하면 좋겠다고 요청했다는 기사를 냈다. 이 기사에 따르면 시인은 자신이 유명한 시인이므로 자신의 장기 투숙이 홍보가 될 것이니 방을 무료로 제공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이것이 알려지자 네티즌들은 시인을 갑질 시인이라고 비난하며 엄청난 악성 댓글을 달았고, 언론은 이를 부추겼다.시인의 해명에 따르면 월세 만기로 인해서 집을 비워야 했고, 때마침 구청으로부터 1년에 1천300만원을 받는 기초생활수급자 신청을 하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한다. 그 때 미국 시인 도로시 파커가 호텔에서 살다가 죽은 것처럼 자신도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그래서 서울의 한 호텔에 편지를 했다는 것이다.이것을 보면서 미국이 자기 시인에게 해줄 수 있는 대접을 한국은 왜 못해주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문화는 공공재이다. 이것은 사회 전체의 가치를 올리는 것이고 모두가 공유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회 전체가 가꾸고 투자할 필요가 있다.얼마 전까지 우리는 한강의 `채식주의자`의 맨부커 상 수상에 흥분했고, 해마다 `노벨문학상` 수상에 기대를 건다. 그러나 정작 좋은 작품을 써서 소위 `노벨상의 꿈`을 실현할지도 모르는 시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투자는 너무 박하다.마광수 교수와 최영미 시인은 훌륭한 연구자이자 시인이다. 자신의 연구와 작품으로 빛나는 시간을 가진 적도 있다. 하지만 마 교수의 자살원인은 생활고였고, 최영미 시인도 1년에 1천만원도 못 번다고 한다.돈이 모든 것의 척도인 현재 우리 사회의 관점에서 보면 우리 사회의 문화의 가치는 매우 낮은 것이 분명하다.

2017-09-13

지역 커뮤니티와 민주주의의 연습

▲ 배개화 단국대 교수필자는 지난해 12월 중순 신축 아파트에 입주했다. 필자에게는 생애 최초의 주택인데, 앞의 주차장이 있는 동의 2층이다. 다른 아파트에도 계속 분양신청을 했지만 떨어진 탓에 이것도 운이 좋은 거라며 필자는 계약을 했다. 이후 내 집이다보니 관심이 생겨서 포털 사이트에 개설된 아파트 커뮤니티에 가입해서 가끔 게시글들을 보곤 한다. 필자도 소위 커뮤니티 생활을 시작한 것이다. 입주 전에는 입주준비위원회라는 것이 만들어져서, 이 조직을 중심으로 아파트 건설과 관련된 입주자들의 민원이 많이 해결됐다. 대표적인 해결 사례는 1, 2, 3층의 방화문이 플라스틱에서 철제로 바뀐 것이다. 하지만 모든 것이 다 잘 진행된 것은 아니었다. 한 번은 아파트 이름을 새긴 돌을 설치하는 것이 문제를 일으켰다. 이것이 뒤에 있는 저층 세대의 조망권을 방해한다고 해서 입주예정자가 항의를 하여 다른 입주민들의 눈총을 받았다.하지만 살아보기 전에는 잘 모른다고, 입주 후에 점점 더 큰 문제가 발견되기 시작했다. 몇 달 전에는 주차장 문제로 커뮤니티 전체가 몸살을 알았다. 지금은 쓰레기장 문제로 커뮤니티에서 논쟁이 심하다. 필자가 살고 있는 동은 앞뒤로 쓰레기장이 두 개나 설치돼 있다. 1층 세대의 경우는 쓰레기장이 자녀 방의 창문 앞쪽에 있어서, 입주 초기부터 계속 문제제기를 해왔다.그런데 2주전에 앞 베란다 쪽에 설치된 쓰레기장을 폐쇄하고 철거를 할지 주민 투표를 한다는 입주자대표자협의회의 공고문이 각 동에 붙었다. 아래층의 부인이 시공사 측에 민원을 넣어서 설계 잘못이기 때문에 이전 및 폐쇄에 따른 비용을 모두 부담한다는 답변을 들었다. 이 분이 입주자대표자협의회의 입주자총회에 안건을 상정시켜, 쓰레기장 철거에 대한 주민 투표를 실시한다고 의결이 됐다.이 공고문이 붙은 후에 해당 쓰레기장을 사용하는 동의 특정 라인 주민들이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 항의 글을 쓰고 항의를 심하게 했다. 필자도 폐쇄가 좋지 않을까라는 댓글을 달았다가 이기적인 사람이라고 욕을 먹었다.우리 아파트 사례를 보면 사람들은 오프라인과 온라인 커뮤니티 활동 중에서 온라인을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대표성을 갖는 공식 의결기구는 오프라인 모임인 입주자총회이다. 이것은 매달 두 번째, 네 번째 목요일 저녁에 열린다. 여기는 회장이나 각 동의 동장 등의 임원과 아파트 일에 관심이 많은 부녀회원 그리고 일부 주민들이 모인다. 이곳에서 여러 가지 현안이 논의되고 의결된다. 물론 필자는 한 번도 참석한 적이 없다.그런데 주차장이나 쓰레기장과 같이 다수의 이해가 얽혀있는 것에 대한 의결 결과가 공고되면 온라인 커뮤니티가 매우 시끄러워진다. 왜 본인이 알지 못하는 사이에 이런 일이 의결됐느냐는 성토가 빗발친다. 입대위의 입장은 입주자 총회에서 모든 것이 결정되니 총회에 참석해서 자신의 의사를 밝히라는 것이다.현재 문제의 쓰레기장 폐쇄에 대한 주민투표는 중지됐다고 한다. 폐쇄로 다른 동 쓰레기장을 이용해야 하는 해당 동의 특정 라인 주민들이 `호소문`을 돌리는 등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분들은 처음에는 쓰레기장 이전을 대안으로 이야기했었지만, 분위기가 자신들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해서인지 지금은 쓰레기장의 유지를 주장하고 있다.이런 일이 생긴 것은 총회가 결과만 공유될 뿐, 안건, 회의 내용 그리고 의결 사항 등이 주민들에게 공유가 잘 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투표도 총회에 참석한 사람들만 하다 보니 다른 세대원들은 자기도 모른 채 일이 결정됐다는 불만을 갖게 된다. 그렇다고 투표까지 해서 뽑은 대표기구의 의결사항을 힘으로 무력화시키는 것도 너무 규칙을 지키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우리 아파트는 지금 `민주주의`의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2017-09-06

탈북자들은 난민일까? 이주자일까?

▲ 배개화 단국대 교수지난 주말 서울대학교에서 탈북 문학 관련 국제학술 대회가 열렸다. 이것은 작년 12월 말에 이어 두 번째 학술대회이다. 지난 번 학술대회는 주로 한국 학자들 위주로 진행되었는데, 이번 학술대회는 한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 국가에서 참석하였다. 필자도 영어로 출판된 탈북 여성 문학에 대해서 발표를 하였다. 필자의 발표에 포함된 영어 수기 중, 하나는 이연서의 `일곱 개의 이름을 가진 소녀`, 그리고 다른 하나는 박연미의 `살기 위해서:북한 탈북자의 이야기`라는 책이다. 이연서는 18살인 1997년 12월 북한을 탈출하여, 중국에서 10년 정도 있다가 한국에 입국하였다. 그 사이에 그녀는 중국 공안의 검거와 강제 송환을 피하기 위해서 이름을 5번 정도 바꿨고, 이연서는 한국에서 주민등록증 신청을 위해서 새로 만든 이름이다. 박연미는 어머니와 함께 만13살인 2006년쯤에 탈북 하였다. 박연미는 탈북을 도운 사람이 인신매매단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음에도 중국에 남는 것을 결정했다. 이는 북한으로 돌아가면 굶어 죽을 수 있지만, 중국에 남으면 밥은 먹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이다. 그 후, 그녀는 1년 이상 중국인 인신매매상의 첩으로 생활했다.탈북자들의 이야기를 읽다가 보면 이들이 처음부터 남한으로 오기 위해서 북한을 탈출한 것은 아님을 알 수 있다. 많은 경우는 먹을 것을 찾아서 부유해 보이는 중국으로 넘어왔다. 하지만 탈북 사실이 발각되어 북한으로 송환될 경우, 이들은 `강제 노역소`나 `수용소` 등에서 인간 이하의 생활을 하거나, 최악의 경우 사형 당할 수도 있다. 이것이 두려워서 이들은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중국에서 생활하다가, 여러 가지 경로를 통해서 한국으로 입국하거나 제3국으로 입국한다.탈북자들이 지속적으로 주장하는 것은 자신들을 난민으로 인정하고 북한으로 강제송환하지 말라는 것이다. 보통 `불법체류자`는 체류하는 국가의 국내법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불법체류가 발각되면 강제추방 된다. 하지만 `난민`은 국제법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국제난민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고, 갈 나라가 정해질 때까지 체류국-탈북자의 경우 주로 중국-에 머무를 수 있다.필자도 탈북자들의 주장에 설득당해서 탈북자들을 난민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학회에 참여한 서울대의 통일평화연구원 원장인 정근식 교수는 탈북자 중에는 난민도 있지만 이주자도 있다고 말한다. 요즘 북한의 상류 계층에서는 자녀의 교육과 미래를 위해서 의도적으로 탈북을 시켜 한국으로 보낸다는 것이다. 그는 그런 탈북 학생들이 서울대에도 꽤 있다고 말했다. 그러므로 모든 탈북자들을 일괄해서 난민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중국 인민대학에서 온 발표자는 이런 중국정부의 입장을 두둔하면서 해결책의 모델로 중국의 사례를 들었다. 60~70년대 중국의 경제가 좋지 않을 때는 광조우 지역 사람들이 홍콩으로 많이 이주했는데, 중국경제가 좋아지면서 다시 돌아왔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처럼 탈북자 문제의 가장 좋은 해결책은 북한 경제를 빨리 회복시켜 탈북자의 수를 줄이고, 중국내의 불법체류자들이 자발적으로 귀국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이런 상황을 보면 최근의 탈북은 박연미처럼 배가 고파서 탈출하는 경우도 있지만, 더 나은 삶을 찾아 떠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이유로 탈북자를 난민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이주자로 볼 것인가라는 논란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 이런 논란을 피하기 위해 정부는 탈북자를 `북한이탈주민`이라고 부르고, 탈북자를 `북한이탈주민에 관한 법`으로 보호하고 있다. 난민이냐 이주자냐는 논란을 떠나서, 필자는 북한 주민들이 북한 이탈 과정에서 더 이상 끔직한 고통-인신매매, 매매혼 등-을 겪지 않도록 한국 및 주변국들의 협조와 관심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2017-08-29

살충제 달걀과 먹을거리 안전

▲ 배개화 단국대 교수지난 7일에 스웨덴, 스위스, 벨기에가 살충제 성분이 있는 달걀 판매를 중단했다는 뉴스가 보도되었다. 뉴스 보도 직후, 코스트코에서 팔고 있는 벨기에산 와플의 판매가 중단되었고, 뒤이어 이마트, 홈플러스 등에서 달걀 판매를 중단했다. 이 뉴스를 접했을 때만 해도 설마 우리나라 달걀에도 살충제를 뿌릴까 하는 생각을 필자는 하고 있었다.하지만 국산 달걀의 안전성에 대한 소비자의 걱정이 커지자, 농림수산부는 전국의 산란계 농장의 달걀에 살충제 성분이 있는지를 검사했다. 그리고 18일에 49곳의 산란계 농장에서 생산된 달걀에서 유럽에서 문제가 된 피프로닐 등의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었다는 사실이 보도되었다. 몇 년 전 필자는 덴마크 다이어트(달걀과 자몽으로 하는 다이어트)를 하면서 하루에 달걀을 6개 이상 먹었던 적도 있기 때문에 이 뉴스가 정말 반갑지 않았다.구매한 달걀이 살충제 성분이 있는 달걀인지 아닌지는 달걀 껍질에 찍힌 농장번호 등을 확인하면 알 수 있다고 한다. 농장에서 달걀을 출하할 때 달걀 껍질에 농장 번호와 출하날짜를 찍기 때문이다. 49개 농장 중에는 필자의 옆 도시인 아산의 농장도 두 군데인가 포함되어 있어서, 필자도 냉장고 안에 있는 달걀껍질에 찍힌 농장 기호를 확인해 보았다. 다행히 냉장고 속 달걀은 문제가 된 농장들의 것이 아니었다.필자는 건강 염려증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설탕, 소금 그리고 조미료는 될 수 있으면 먹지 않으려고 한다. 그러다보니 소위 맛있는 음식은 많이 먹지 못하는 편이다. 하지만 평소에 다른 사람들보다 달걀을 많이 먹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보다 살충제 성분을 많이 섭취했을 가능성이 높다. 살충제가 설탕, 소금 그리고 조미료보다 몸에 더 안 좋은 것은 분명하기 때문에, 지금까지 이 세 가지를 적게 먹으려고 노력해 온 것이 모두 허사였다는 생각이 든다.전문가들은 이번 살충제 달걀 파동이 모두 `동물 복지`와 연관이 있다고 지적한다. 원래 닭은 마당에서 풀어놓고 키우는 가축이다. 하지만 달걀이나 닭고기를 대량 생산하기 위해서 공장식 농장이 생겼고, 좁은 닭장에서 닭들은 옴짝달싹도 못하고 생활하고 있다. 농장의 환경이 좋지 못하다보니 닭에게 병도 잘 생기고 진드기나 기생충 등이 많이 생긴다. 이것을 치료하거나 방지하기 위해서 사람들은 닭에게 항생제를 먹이거나 살충제를 뿌린다.문제는 이번에 발표된 살충제 달걀 농장의 60%가 무항생제 사용, 친환경 판정을 받은 농장들이라고 한다. 이 농장들에서 생산된 달걀에는 모두 농림수산부의 친환경 인증마크가 붙어있다. 필자는 달걀을 살 때, 좀 비싸더라도 무항생제, 친환경 마크 표시가 된 달걀을 산다. 다른 소비자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들은 친환경도 아니고 살충제 성분이 든 달걀을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먹은 것이다.언론보도에 따르면 달걀에서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드러난 살충제 5종 중 1종을 제외한 4종의 `반감기`는 약 7일이라고 한다. 이를 근거로 전문가들은 살충제가 섭취 후 7일이면 몸 밖으로 배출되기 때문에 몸 안에 남아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은 낮다고 말한다. 하지만 필자처럼 다이어트로 혹은 좋아해서 다량의 달걀을 한꺼번에 그리고 지속적으로 먹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살충제 달걀이 유해하지 않다고 말하기 어려울 것이다.살충제 달걀에 놀란 사람들은 이제는 방목하는 농장의 달걀이나 유정란을 먹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이야기를 한다. 이런 달걀들은 공장 달걀들보다 생산 단가가 비싸지만, 살충제성분이 있는 달걀보다는 나을 것이다. 안 그래도 한국의 먹거리 물가가 비싸다고 말들이 많은데, 달걀 값마저 올라간다면 정말 먹을 것이 없을 것 같다. 무엇보다 냉장고 속 달걀을 먹어야 하는지 버려야 하는지도 고민이다.

2017-0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