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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커피숍에 혼자 가나

등록일 2017-10-18 21:00 게재일 2017-10-18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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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개화<br /><br />단국대 교수
▲ 배개화 단국대 교수

지난 일요일 필자는 같은 연구실 선후배들과 함께 추석 인사를 위해서 대학원 지도 교수님댁을 방문했다. 밖에서 저녁을 먹고 교수님의 댁으로 가서 커피를 하면서 담소를 나눴다. 그 대화중에 요새 사람들이 커피숍에 혼자 가는 현상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지도 교수님은 일본에 갔다가 스타벅스에 들렀더니 혼자 앉는 자리밖에 없었다면서 너무 삭막해보였다고 말씀하셨다. 이 말에 다른 선배도 한국 스타벅스의 상황도 비슷하다고 말한다. 그는 예전에는 여러 명이 같이 앉아서 스터디를 하거나 회의를 할 수 있는 자리가 많았는데, 지금은 혼자 앉는 자리가 많다고 말한다.

보통 우리 세대에게 커피숍에 가기 위해서 외출하는 것은 애인이나 친구, 혹은 일로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서이다. 커피숍은 적은 비용으로 다른 사람들과 만나서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이다.

2년 전만 해도 필자는 그런 고정 관념이 있어서인지 커피숍에 혼자 간다는 것이 어색했다. 그러다보니 커피숍에 갈 일이 별로 없었다.

하지만 요즘은 필자도 커피숍에 혼자 간다. 혼자 책을 읽거나, 뭔가를 쓸 일이 있으면 책과 노트북 컴퓨터를 챙겨서 커피숍에 간다. 주중에는 퇴근 후에 갈 때도 있고, 주말에는 오후에 가곤 한다. 이렇게 가면 짧게는 2, 3시간 길게는 5시간 이상 커피숍에서 책을 보거나 글을 쓴다.

이것은 재작년에 연구년으로 미국에 갔을 때 생긴 습관이다. 그때 도서관이나 연구실에서 혼자 공부를 하고 있다 보면 너무 답답하고 지겨운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가까운 커피숍이나 커피가 맛있다고 소문이 난 커피숍을 찾아서 가곤 했다. 커피숍에 앉아 있는 사람들을 구경하거나 바깥 풍경을 보면서 커피를 마시고 책을 읽거나 글을 썼다. 필자는 그러던 것을 한국에 와서도 계속 하고 있다.

스타벅스에 혼자 있는 자리가 늘어나는 것은 필자처럼 커피숍을 만남의 장소가 아니라 혼자 만의 공부나 업무 등을 하는 장소로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서인 것 같기도 하다. 이상하게 연구실에서 혼자 있을 때보다 집중이 잘 된다. 연구자들은 커피숍의 백색 소음이 집중력을 높여서라고 하는데, 이런 이유에서인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커피숍에 가면 혼자이기는 하지만 왠지 혼자가 아닌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기도 한다. 아무래도 여러 사람이 한 공간에 있다 보니 고개만 들어도 사람들이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혼족, 혼밥, 혼술, 심지어는 혼자하는 여행과 같은 혼자 즐길 수 있는 문화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이렇게 혼자 살고, 먹고, 마시고, 즐기는 문화가 유행하는 것은 둘이 같이 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부담되기 때문이다. 누군가와 같이 살고, 먹고, 마시고, 즐기려면 돈이 배로 든다. 물론 만난 사람들이 공평하게 나눠 내면 되지만, 그것이 연애나 결혼일 경우에는 누군가가 좀 더 부담해야 한다. 요즘 젊은 세대는 이런 부담이 점점 싫어 보인다. 둘이 같이 쓰는 것보다 혼자 쓰는 것이 훨씬 윤택하게 많이 쓸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의 친구들만 봐도 혼자 사는 사람과 가족을 부양하는 사람들의 삶의 패턴은 매우 다르다. 솔직히 결혼한 것이 안한 것보다 더 낫다는 생각은 점점 들지 않는다.

여전히 우리 사회는 결혼에 많은 가치부여를 하지만, 실제로 경제력이 있다면 혼자 사는 것이 더 여유 있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면서도 사람들은 괜히 혼자 사람이 북적이는 커피숍 같은데 가서 책을 읽거나 업무를 보면서 앉아있기도 하다.

커피숍에 혼자 앉는 자리가 많은 것은 혼자인 것을 즐겨서라기보다는 필자처럼 혼자가 아닌 분위기를 느끼기 위해서인지도 모른다. 이런 것을 보면 사람은 참 모순된 존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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