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조 1위 걸린 사실상 결승전…월드컵 첫 조별리그 2연승 도전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최대 승부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한국시각 19일 오전 10시멕시코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개최국 멕시코와 A조 2차전을 치른다.
사실상 조 1위 결정전이다. 한국과 멕시코는 나란히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며 승점 3점을 확보했다. 한국은 체코를 2-1로 꺾으며 역전승을 거뒀고, 멕시코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을 2-0으로 제압했다. 이번 경기 승자는 조별리그 통과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게 된다.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멕시코가 앞선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멕시코가 13위, 한국이 22위다. 역대 A매치 전적에서도 한국은 4승3무8패로 열세다.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도 1998 프랑스 월드컵과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두 차례 만나 모두 패했다.
하지만 이번 대표팀은 이전과 분위기가 다르다. 체코전에서 보여준 경기력은 기대 이상이었다. 경기 초반 실점을 허용했지만 흔들리지 않고 역전에 성공했고, 선수들의 조직력과 체력, 자신감도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홍명보 감독은 경기 전 공식 기자회견에서 “멕시코는 체코와 전혀 다른 스타일의 팀이다. 강한 압박과 창의적인 플레이를 하는 만큼 경기 주도권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멕시코는 개최국의 이점을 최대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홈 팬들의 일방적인 응원 속에 강한 압박과 빠른 공수 전환을 앞세울 전망이다. 특히 장기간 합숙을 통해 조직력을 끌어올린 만큼 경기 초반부터 주도권 싸움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이 기대를 거는 선수는 역시 주장 손흥민이다.
손흥민은 유독 멕시코를 만나면 강했다. 지금까지 세 차례 맞대결에서 2골 1도움을 기록하며 모두 공격포인트를 올렸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강력한 왼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고, 2020년 평가전에서는 도움을 기록했다. 지난해 미국 평가전에서도 득점포를 가동했다.
멕시코 팬들에게도 손흥민은 특별한 선수다. 2018 러시아 월드컵 독일전에서 한국이 독일을 꺾으면서 멕시코가 극적으로 16강에 진출했던 인연 때문이다. 당시 멕시코 팬들은 손흥민을 향해 열광적인 환호를 보냈고, 지금도 그의 이름은 멕시코 축구팬들에게 친숙하게 남아 있다.
체코전에서도 손흥민은 가장 활발하게 움직인 선수 중 한 명이었다. 양 팀 선수 가운데 가장 빠른 최고 속도를 기록하며 공격과 압박의 중심 역할을 했다. 비록 득점에는 실패했지만 상대 수비를 흔드는 움직임만으로도 한국 공격에 큰 영향을 미쳤다.
중원의 열쇠는 이강인이 쥐고 있다.
체코전에서 황인범의 동점골을 도우며 공격 전개의 중심 역할을 맡았던 이강인은 이번 경기에서도 한국 공격의 핵심 자원이다. 상대 압박을 벗겨내는 탈압박 능력과 날카로운 전진 패스는 멕시코를 흔들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다.
박지성 JTBC 해설위원은 “이강인이 상대 압박을 벗겨내고 공격 전환의 시발점 역할을 해줘야 한다”며 “이번 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될 선수”라고 평가했다.
공교롭게도 멕시코의 하비에르 아기레 감독 역시 가장 경계하는 선수로 이강인을 지목했다. 과거 스페인 마요르카에서 이강인을 지도했던 아기레 감독은 “이강인은 경기장 전체를 보며 플레이하는 특별한 선수”라며 “그가 편하게 공을 잡지 못하도록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번 경기에서는 이강인과 멕시코의 17세 신성 힐베르토 모라의 중원 대결도 눈길을 끈다. 모라는 남아공전에서 멕시코 월드컵 역사상 최연소 출전 기록을 세우며 새로운 스타 탄생을 예고했다.
수비에서는 김민재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체코전에서 안정적인 수비와 빌드업 능력을 모두 보여준 김민재는 멕시코 최전방 공격수 라울 히메네스를 봉쇄해야 한다. 188㎝의 장신 공격수인 히메네스는 공중볼 장악 능력이 뛰어나고 득점 감각도 탁월하다. 남아공전에서도 헤더골을 기록하며 위협적인 모습을 보였다.
홍 감독은 “김민재의 중요성은 모두가 알고 있다”며 “수비수들이 조직적으로 움직이며 멕시코 공격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입장에서는 멕시코 수비의 핵심 세사르 몬테스가 징계로 결장하는 점도 긍정적인 요소다. 수비 라인의 중심축이 빠지면서 멕시코 수비 조직력에 일정 부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박지성 위원은 “멕시코 오른쪽 측면에는 공략 가능한 공간이 있다”며 “한국의 빠른 공격수들이 역습 상황에서 얼마나 효과적으로 활용하느냐가 승부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경기는 한국 축구 역사에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한국이 승리하면 월드컵 본선 역사상 처음으로 조별리그 2연승을 기록하게 된다. 동시에 오랫동안 이어진 조별리그 2차전 무승 징크스도 깨게 된다. 조별리그 통과 가능성 역시 크게 높아진다.
손흥민 개인에게도 의미 있는 무대다. 현재 월드컵 통산 3골을 기록 중인 그는 한 골만 추가하면 박지성, 안정환을 넘어 한국 선수 월드컵 최다 득점 단독 선두에 오른다. 두 골을 넣을 경우 일본의 혼다 게이스케를 넘어 아시아 선수 월드컵 최다 득점 기록까지 새로 쓰게 된다.
역대 전적과 FIFA 랭킹은 멕시코의 우세를 가리킨다. 하지만 체코전에서 보여준 홍명보호의 경기력은 충분히 기대를 품게 한다. 손흥민과 이강인, 김민재를 중심으로 한 대표팀이 개최국 멕시코를 상대로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 축구팬들의 시선이 과달라하라로 향하고 있다.
/류승완기자 ryusw@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