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개화 단국대 교수·교양학부며칠 전, 외국 친구 부부를 서울 명동에서 만났다. 아내는 타이완 사람이고, 남편은 영국 사람이다. 필자가 친분이 있는 쪽은 아내 쪽으로, 이 여성은 지금 홍콩에 있는 대학에서 타이완 현대 문학을 가르치고 있다. 이 친구는 일주일 정도 수업이 없는 때를 이용하여 남편과 함께 한국 여행을 왔다. 친구들 덕분에, 필자는 수년 만에 명동에 가 볼 수 있었다. 친구들과 대화하면서, 필자는 한국문화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았다.필자는 친구 부부 그리고 한국학자 한 명과 함께 명동의 한 식당에 갔다. 이 식당은 만두와 칼국수로 유명해서, 메뉴도 단지 세 개뿐이었다. 그런 만큼 주문하면 음식이 정말 빨리 나왔다. 식탁의 회전율을 높여 많은 손님을 받기 위해서 음식 나오는 속도가 빠른 것이다. 그런 만큼 손님들도 느긋하게 앉아서 오랫동안 먹을 수는 없다. 빨리 먹고 빨리 나와야 한다.식사 도중, 친구 남편이 자기가 한라산과 설악산을 등반했는데, 사람들이 줄을 지어서 산을 올라가는 것에 너무 놀랐다, 그런데 왜 한국 여성들은 헤어스타일이 모두 같으냐고 말했다. 한국 여성들의 같은 헤어스타일이라고 하니까, 소위 아줌마 파마가 머리에 떠올랐다. 아줌마 파마는 우리가 다 알고 있는 것처럼 머리를 짧게 잘라서 파마를 한 것이다. 함께 식사하던 다른 한국 학자가 그런 헤어스타일은 50-60대 여성들이 많이 하고, 요새 젊은 여성들은 긴 생머리를 많이 한다고 대답했다. 필자도 우스갯소리로 그것은 한국인의 헤어 유니폼이라고 거들었다.그러자, 타이완 친구가 여행지에 등산복을 입은 사람들이 많은 것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왜 다 그 옷을 입고 여행을 하느냐는 것이다. 친구 말에 필자는 한국 사람들은 유행에 민감해서 다 같이 똑같은 헤어스타일이나 옷을 입고 다니는 경향이 있다고 해명했다.요즘 한국인들은 외국인들로부터 옷을 잘 입고, 잘생긴 사람들이 많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하지만, 그런 세련됨과 아름다움에 왠지 획일성이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스타일의 획일성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다. 대학교의 교정이나 강의실에서도 비슷한 헤어스타일을 하고 비슷한 옷을 입은 학생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학교의 로고가 새겨져 있는 점퍼를 입고 있는 경우도 있고, 어떤 때는 커플 티셔츠 같은 것을 입고 있는 학생들도 있다.한국 사람들에게는 남과 달라 보이는 것을 피하려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더구나 그것이 좋은 것이라고 소문이 나면 따라하는 경향도 있다. 개성의 시대라고 말하지만, 정말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면 주변 사람들이 불편함을 느낀다. 물론 서로 비슷해지는 것의 장점도 있다. 타인과 공유하는 부분이 있는 만큼, 서로 말할거리도 생기고 친근감도 증가한다.E. 프롬은 `자유란 무엇인가`라는 글에서, 현대인의 `자동 인형화`에 대해서 비판하였다. 그는 현대인들이 교육이나 문화 등에 의해서 주입된 대로 행동하고 사고하는 것을`자동 인형화`라고 불렀다. 현대인들은 스스로 자유롭게 행동하고 생각한다고 믿고 있지만, 많은 경우는 외부로부터 주입된 것을 무의식적으로 따라하는 것이다. 한국사회는 이런 자동 인형화 경향이 큰 것 같다. 대중매체나 인터넷 등에서 소개되는 상품들을 먹고, 입고, 발라서 타인과 비슷해져야 만족하는 심리에는 자유에 대한 부담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이 사업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201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