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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정치에서 감성적 판단의 끝은?

▲ 배개화 단국대 교수·교양학부지난주 화요일 아침, 필자는 인터넷신문에서 JTBC의 특종 기사를 보았다. 미르재단 설립과 자녀의 이화여대 입학 특혜 의혹 등으로 세간을 시끄럽게 하던 최순실씨에 대한 것이었다. JTBC의 보도에 따르면, 최순실씨가 독일로 떠나면서 사무실을 정리했는데, 그 사무실에서 버린 컴퓨터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문 등이 포함된 파일들이 다수 발견되었다는 것이다. 수요일 저녁, 박근혜 대통령은 최순실씨로부터 국정운영에 대한 조언을 받았다는 사과문을 발표하였다. JTBC의 보도는 그간 소문으로만 떠돌던 최순실씨가 민간인 신분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것이 거짓이 아님을 증명했다. 그리고 대통령의 사과도 그런 점이 있었음을 사실상 시인한 것이었다.이 소식을 접한 국민들은 큰 충격을 받았고, 혹은 분노를 혹은 실망감을 느꼈다. 그 결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14%로 떨어졌으며, 여당 지지층의 대통령 지지율도 크게 하락하였다.지난 월요일 저녁까지만 해도, 박근혜 대통령의 이미지는 국민에게 한 약속은 꼭 지키는 사람, 외부의 압력에 굴복하지 않는 강한 의지를 가진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이런 이미지는 “경제를 살리겠다,” “증세 없는 복지를 하겠다”는 약속을 그가 꼭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을 지지자들에게 주었다.그 덕분에, 박근혜 후보는 대통령이 되었다. 그러나 최근의 보도들은 그간의 이미지들이 모두 `허상`이었음을 드러냈다. 국민이 믿고 의지할 만한 강한 지도자가 아니라 국가적 의사결정을 한 민간인에게 의지한 나약한 지도자라는 것이 밝혀졌다.언론을 통해서 쏟아지는 최순실씨와 관련된 보도를 읽으면서, 박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배신감을, 반대자들은 모욕감을 느낀다. 국민 모두가 속았다는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 집안 사람들과의 관계는 여러 번 언론에 회자되었고,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선출 과정에서도 언론에 노출된 적이 있었다. 이 때는 한나라당이 경쟁력 있는 후보인 이명박 전 대통령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2년 대선 과정에서는 대부분의 언론들은 이 부분에 대해서 침묵했고, 박근혜 대통령의 강한 지도자의 이미지를 만드는데 동참했다.또한 다수의 지지자들, 특히 박정희 대통령 시절을 같이 보낸 사람들은 박근혜 대통령을 “아버지를 잃은 불쌍한 사람”이라는 이유로 지지를 결정했다. 이런 심정은 박근혜 대통령이 한 때 30%대의 콘크리트 지지도를 유지할 수 있는 토대이기도 했다. 이 점은 며칠 전 mbn의 저녁 방송에서 한 여성 앵커가 최순실씨에게 “당신과 대통령의 관계는 이해할 만한 점이 있다. 불쌍한 언니를 위해서 빨리 귀국하라”고 말한 데도 잘 반영된다. 이런 발언은 그 지지자들의 집단적 심정을 표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최근 외신에서는 대통령이 무속인에게 조종당하는 것에 한국 국민들은 화가 난 것처럼 보이며, 박 대통령이 직위를 유지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보도하였다. 또한 한국이 국가적 위기에 처한 것처럼 보인다고도 보도했다.오늘 대한민국이 직면한 위기는, 국민들이 감성에 기반한 정치적 판단을 할 때 생길 수 있는 위험을 잘 보여준다. 불쌍한 사람을 돕고 싶으면 봉사기관에 지원금을 내거나 봉사활동을 하면 된다. 대통령을 선출하는 행위는 불쌍한 사람을 도와주는 자선 행위가 아니다. 우리 모두의 공통 이익이 연결된 국가의 지도자를 뽑을 때는 어디까지나` 이성`에 기반한 판단을 하여야 할 것이다.

2016-11-01

왜 한국 사람들은 다 비슷해 보여?

▲ 배개화 단국대 교수·교양학부며칠 전, 외국 친구 부부를 서울 명동에서 만났다. 아내는 타이완 사람이고, 남편은 영국 사람이다. 필자가 친분이 있는 쪽은 아내 쪽으로, 이 여성은 지금 홍콩에 있는 대학에서 타이완 현대 문학을 가르치고 있다. 이 친구는 일주일 정도 수업이 없는 때를 이용하여 남편과 함께 한국 여행을 왔다. 친구들 덕분에, 필자는 수년 만에 명동에 가 볼 수 있었다. 친구들과 대화하면서, 필자는 한국문화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았다.필자는 친구 부부 그리고 한국학자 한 명과 함께 명동의 한 식당에 갔다. 이 식당은 만두와 칼국수로 유명해서, 메뉴도 단지 세 개뿐이었다. 그런 만큼 주문하면 음식이 정말 빨리 나왔다. 식탁의 회전율을 높여 많은 손님을 받기 위해서 음식 나오는 속도가 빠른 것이다. 그런 만큼 손님들도 느긋하게 앉아서 오랫동안 먹을 수는 없다. 빨리 먹고 빨리 나와야 한다.식사 도중, 친구 남편이 자기가 한라산과 설악산을 등반했는데, 사람들이 줄을 지어서 산을 올라가는 것에 너무 놀랐다, 그런데 왜 한국 여성들은 헤어스타일이 모두 같으냐고 말했다. 한국 여성들의 같은 헤어스타일이라고 하니까, 소위 아줌마 파마가 머리에 떠올랐다. 아줌마 파마는 우리가 다 알고 있는 것처럼 머리를 짧게 잘라서 파마를 한 것이다. 함께 식사하던 다른 한국 학자가 그런 헤어스타일은 50-60대 여성들이 많이 하고, 요새 젊은 여성들은 긴 생머리를 많이 한다고 대답했다. 필자도 우스갯소리로 그것은 한국인의 헤어 유니폼이라고 거들었다.그러자, 타이완 친구가 여행지에 등산복을 입은 사람들이 많은 것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왜 다 그 옷을 입고 여행을 하느냐는 것이다. 친구 말에 필자는 한국 사람들은 유행에 민감해서 다 같이 똑같은 헤어스타일이나 옷을 입고 다니는 경향이 있다고 해명했다.요즘 한국인들은 외국인들로부터 옷을 잘 입고, 잘생긴 사람들이 많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하지만, 그런 세련됨과 아름다움에 왠지 획일성이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스타일의 획일성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다. 대학교의 교정이나 강의실에서도 비슷한 헤어스타일을 하고 비슷한 옷을 입은 학생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학교의 로고가 새겨져 있는 점퍼를 입고 있는 경우도 있고, 어떤 때는 커플 티셔츠 같은 것을 입고 있는 학생들도 있다.한국 사람들에게는 남과 달라 보이는 것을 피하려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더구나 그것이 좋은 것이라고 소문이 나면 따라하는 경향도 있다. 개성의 시대라고 말하지만, 정말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면 주변 사람들이 불편함을 느낀다. 물론 서로 비슷해지는 것의 장점도 있다. 타인과 공유하는 부분이 있는 만큼, 서로 말할거리도 생기고 친근감도 증가한다.E. 프롬은 `자유란 무엇인가`라는 글에서, 현대인의 `자동 인형화`에 대해서 비판하였다. 그는 현대인들이 교육이나 문화 등에 의해서 주입된 대로 행동하고 사고하는 것을`자동 인형화`라고 불렀다. 현대인들은 스스로 자유롭게 행동하고 생각한다고 믿고 있지만, 많은 경우는 외부로부터 주입된 것을 무의식적으로 따라하는 것이다. 한국사회는 이런 자동 인형화 경향이 큰 것 같다. 대중매체나 인터넷 등에서 소개되는 상품들을 먹고, 입고, 발라서 타인과 비슷해져야 만족하는 심리에는 자유에 대한 부담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이 사업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2016-10-25

미국 가수 밥 딜런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보고

▲ 배개화 단국대 교수·교양학부해마다 10월이 되면 노벨상 수상자들의 소식이 보도되곤 한다. 한국에서는 몇 년 전부터 노벨 문학상에 대한 기대로 관심이 높았고, 수상 후보자로는 시인 고은의 이름이 언급되곤 했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노벨 문학상 수상은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로 돌아갔다. 작년과 올해에는 일본의 유명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벨 문학상 수상이 점쳐졌으나, 결과는 미국 가수 밥 딜런이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필자는 밥 딜런의 수상이 의외라고 생각하면서도 뭔가 질문을 받는 느낌을 받았다. 밥 딜런은 대중 가수로서 노벨 문학상을 처음 받았다, 문학은 넓은 의미로 문자로 쓰인 것을 의미하며, 좁게는 소설, 희곡, 시, 수필, 평론 등과 같은 것을 의미한다. 문학상 역대 수상자로는 소설가나 시인이 많았다. 이 때문에 가수인 밥 딜런이 노벨 문학상을 받을 자격이 되는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선정위원회는 밥 딜런의 노래는 기본적으로 가사가 있기 때문에, 가사는 문학으로 볼 수 있지 않느냐는 입장이다. 또한 인쇄 출판이 대중화되기 이전의 시인들은 음유시인(즉석해서 시를 지어 노래로 부르는 사람들)이었다고 반문했다. 이런 주장이 반드시 틀리지 않은 것이 한국의 경우도 개화기 이전의 시가들, 즉 시조나 가사 등은 모두 즉흥 창작이었고, 노래로 먼저 만들어지고 나중에 기록되었다. 노래를 구비문학(입으로 전달되는 문학)의 범주에 넣을 수 있다면, 그의 노래도 문학의 하나로 볼 수 있다.그런데 문제는 대중가요의 경우 가수와 작사가가 다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선정위원회의 논리대로라면 가수보다는 작사가가 상을 받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대중들은 어떤 노래를 부른 가수를 기억하지 작사가를 기억하지 않는다. 어떤 노래를 완성시키는 사람은 최종적으로는 가수이기 때문이다. 밥 딜런의 경우는 `싱어송 라이터`(자기가 작사와 작곡한 곡을 노래로 부르는 사람)이기 때문에 수상자로서 자격이 된다고 말할 수 있다.밥 딜런의 대표곡으로는 `천국의 문을 두드려요(Knocking On Heaven`s Door)`와 `바람에 날리고 있어요(Blowing in the Wind)` 등이 있다. 이런 노래들은 필자도 음반이나 방송 등을 통해 자주 들어 익숙한 노래들이다. 그의 노래는 시적인 가사로 유명하며, 1960년대부터 저항음악의 대표로 사랑 받았다고 한다. `Blowing in the wind`의 가사는 전쟁 반대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런 가사 때문에 당시 밥 딜런은 베트남 전쟁에 대한 저항의 아이콘이기도 했다.밥 딜런의 전성기였다고 말해지는 1960년대는 전 세계적으로 학생운동이 활발했던 시기이다. 특히 1968년은 `68세대`라는 용어가 있을 정도로 전 세계적으로 학생운동이 가장 최고조에 달했던 해이다. 동시에 이 시대는 히피 문화와 함께 `비틀즈`와 같은 록 음악으로 상징되기도 한다. 모두 기성세대와 기성의 사회 구조에 대한 저항과 비판을 상징하는 것들이다. 비록 이 세대가 아닌 필자조차도 비틀즈, 밥 딜런, 혹은 존 바에즈 등과 같은 대중 가수들을 빼고는 `68세대`를 생각할 수 없다. 이런 점에서 밥 딜런의 수상은 1960년대 대중문화 및 그 때의 학생운동에 참가했던 대중들의 저항문화에 주어지는 상이라고 볼 수도 있다.필자는 밥 딜런의 수상은 1960년대 저항적 대중문화와 그 문화를 공유했던 세대들에게 주는 상이라고 생각한다. 수상자는 한 명이지만, 그는 68세대를 대표해서 받은 것이다. 이런 부분에 대한 이해 없이, 한국 언론에서는 슬슬 `K팝은 무엇을 노래하나`라며 노래 가사의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기사를 내고 있다.무슨 성공의 공식(公式)을 발견해서 그것만 따라하면 노벨상을 탈 수 있을 것이라는 사고 수준으로는 우리나라 사람이 노벨문학상 타기는 먼 미래의 일일 것이다.

2016-10-18

길 잃은 남의 반려견을 잡아먹은 한국 사람들

▲ 배개화 단국대 교수·교양학부얼마 전, 필자는 “음식물 쓰레기로 돌아온 반려견”이라는 기사를 읽고 놀란 적이 있다. 집을 나간 올드 잉글리쉬 쉽독이 길거리를 방황하다가 이웃 동네 노인들에게 잡혀서 두들겨 맞고 불태워져서 보신탕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하지만 그 개를 잡아먹은 사람들에 대한 처벌은 벌금형이 고작이라고 해서 애견인들을 분노하게 했다고 한다. 누가 봐도 집 잃은 개인데, 주인을 찾아주지 않고 잡아먹은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인간들인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보신탕이 되어 노인들의 공짜 좋아하는 입을 만족시켜준 반려견의 이름은 하트였다. 주인이 가족처럼 여기며 10년 동안 동고동락 해온 개였다. 그런데 지난 9월 26일 하트가 주인이 진공청소기로 청소하는 소리에 놀라서 집을 뛰쳐나갔다. 주인이 주위에 수소문하고 택배 기사를 중심으로 사진도 보여주고 했는데도 하트를 찾지 못하다가, 금요일에야 형사가 찾아와 하트가 죽었다는 소식을 전해주었다. 노인 4명이 하트를 잡아서 보신탕을 해먹은 것이다.그런데 남의 가족을 잡아먹은 사람들에 대한 처벌은 벌금형이었다. 반려견과 같은 반려동물은 재산으로 보기 때문에 이들 노인의 범죄는 “점유물이탈횡령죄”에 해당한다. 이것은 분실된 물건을 주인에게 돌려주지 않고 무단으로 소유하거나 사용한 죄이다. 이 범죄의 최대 벌금은 300만원이라고 한다. 현재의 법으로는, 주인이 겪고 있는 반려견을 잃은 마음의 충격, 고통 그리고 상실감에 대한 충분한 보상을 할 수 없다.반려견이나 반려 동물을 키우지 않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개는 하나의 물건이나 먹을거리에 지나지 않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에게 이들은 `가족`이다. 필자도 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 생활하고 있어서 `가족`이라는 말에 매우 공감한다. 필자의 고양이들은 애교가 많은 편이라, 필자가 귀가하면 거의 필자 곁에서 떨어지지 않고 붙어있다. 이들은 세상의 누구보다도 필자를 사랑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동생 같고 가족 같은 반려동물이 그냥 병사해도 가슴이 미어지는 판인데, 누군가가 죽여서 잡아먹었다고 한다면, 그 주인의 심정은 말할 수 없이 원통할 것이다. `길 잃은 나의 아이를 누군가가 잡아먹었다.` 이렇게 문장으로 쓰고 보면, 상황이 더욱 야만적으로 보인다. 남의 집 사랑하는 아이를 잡아먹는 사람들에게 `문화` 혹은 `교양`라는 단어는 매우 사치스러워 보인다.2002년 한일 월드컵이 열릴 당시, 프랑스의 유명 여배우 브리지트 바르도가 한국 사람들은 개를 먹는 야만인들이기 때문에 이 나라에서 월드컵을 열어서는 안 된다고 반대한 적이 있다. 그 때 필자는 미국에서 연수중이었는데, 외국인 친구들로부터 한국 사람들은 개를 먹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곤 했다. 그 때 필자는 정말 대답하기 난감해서 이렇게 둘러댔다. “한국에는 반려견으로 사람들과 함께 사는 개도 있고, 식용으로 사육장에서 키워지는 개도 있다. 한국 사람들이 먹는 개는 식용으로 키우는 개다.”그런데, 14년이 지난 지금, 남의 집 반려견을 잡아서 눈에서 피가 나고 다리가 부러지게 죽여서 잡아먹었다고 하니, 필자가 과거에 외국 친구들에게 한 답변은 거짓말이 되고 말았다. 또한, 필자의 과거 답변도 사실 `동물 보호론자`들의 관점에서는 잘못된 것이다. 요즘은 동물 번식장이나 개사육장 등이 동물학대 등과 같은 동물보호법 위반 사례로 언론매체에서 언급되고 있을 정도로 동물 보호 의식이 사회적으로 확산되고 있다.한국에서 보신탕 문화는 여전히 논란 중이다. 한국의 고유한 문화이니 문화 상대주의의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부분들을 인정한다고 치더라도, 길 잃은 남의 반려견을 마치 길 가다가 주운 십 원짜리처럼 생각하고 잡아먹는 것은 문제가 있다. 누가 봐도 남의 집 가족임에 분명한 반려견을 주인을 찾아주지 않고 잡아먹는 심보는 도대체 어떻게 하면 가질 수 있는 것일까? 이런 것들을 보면, 정말 한국은 `헬조선`이 맞다는 생각이 든다.

2016-10-11

자기의 밥값 술값은 자기가 내자

▲ 배개화 단국대 교수·교양학부지난 토요일 오랜만에 서울에서 한 달에 한 번씩 하는 공부 모임에 갔다. 외국 소설을 함께 읽고 토론하는 모임이었다. 스터디를 마친 후, 함께 치킨과 맥주를 먹었다. 이 날의 “치맥” 값은 한 여성학자가 냈다. 그러자 다른 학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이것이 김영란 법에 저촉되는 것은 아니지? 하는 것이었다. 예전 같으면, 기쁘게 얻어먹고 마셨을 것이지만, 지금은 남이 사주는 것을 얻어먹는 것이 직무와 연관이 없어도 초대 받은 사람의 마음이 편치 않은 것이다. `김영란법`은 2015년 3월 27일 제정, 공포된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로서 2016년 9월 28일부터 시행되었다. 이 법이 시행된 날, 각종 언론매체는 김영란법 위반에 대한 첫 신고가 대학생이 한 것이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한 대학생이 익명으로 한 교수가 다른 학생으로부터 “캔 커피”를 받았다고 신고했다고 한다. 경찰에서는 캔 커피가 3만원 미만의 것이라 김영란 법에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학생에게 안내한 후 사건을 종결했다고 한다.하지만, 이 보도를 보면서 필자는 “아, 이제는 학생들에게 캔 커피나 주스 병 같은 것도 받아서는 안 되겠구나”하는 생각을 했다. 가끔 학생들이 필자의 연구실을 찾아올 때 음료수를 한 병 정도씩 갖고 와서 주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만약 그 학생들이 필자의 수업을 듣고 있고 찾아온 용건이 수업 관련된 내용이라면, 천 원 미만의 음료수 병들도 청탁을 위한 수단으로 간주될 수 있다.마찬가지로 이제는 수업을 듣는 학생에게 밥을 사주거나 해서는 안 된다고 한다. 학생들에게 밥을 사주는 것은 `교수 강의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서라고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필자는 가끔 수업 시간에 말썽을 부리거나 혹은 칭찬을 해주고 싶은 학생들이 있을 때 같이 밥을 먹으면서 대화를 하곤 한다. 연구실에서 용건만 말하는 것보다는 밥을 같이 하면 서로 심적인 긴장과 부담이 줄기 때문이다.학생들과 교수들이 회식을 할 때에도 학생들이 교수의 밥값을 내주면 안 된다고 한다. 다만, 모임 전체의 비용을 학과 운영비에서 쓰거나, 교수가 자기 밥값을 자기가 내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또한 교수의 집에 초대되어 갈 때, 지나치게 비싼 물건을 갖고 가는 것도 안 된다고 한다. 초대에 대한 답례품으로 비싼 양주나 선물을 사가지고 가면 이것도 모두 부정 청탁 금지를 위반한 것이 되기 때문이다.몇 년 전, 일본의 도호쿠 대학에 한 달 간 방문했을 때, 필자는 학과의 회식 자리에서 학생들과 교수들이 모두 각자 돈을 내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던 적이 있다. 또한 작년에 보스턴에 있을 때도 대학원생들이 교수에게 저녁 초대를 받으면 포도주 한 병 정도 사가는 것을 보았다. 한국도 김영란 법 덕분에 회식에서 교수와 학생이 더치페이를 하거나, 교수의 집에 초대되어 갈 때 서로 부담 없는 작은 선물(3만원 이하의)을 사가는 것이 점점 눈에 익은 풍경이 될 것으로 보인다.필자가 최근에 주위 사람들로부터 자주 듣는 이야기가 “세상에 공짜가 없다”는 것이다. 친구 관계이든 비즈니스 관계이든 간에 무엇인가를 받았으면 돌려줘야 한다. 친구 사이라도 받은 뒤 돌려주어야 할 것을 빨리 주지 않으면, 불만과 서운함이 쌓이고 점점 관계가 나빠진다. 서로 이해관계가 없는 친구사이에도 이런데, 만약 이것이 청탁성의 선물이나 뇌물이면 그 돌려줌의 무게는 더 커지는 것이다.그래서 필자는 선물은 될 수 있으면 안 주고 안 받고, 밥 먹거나 술을 먹을 일이 있으면 자기가 먹고 마신 것은 자기가 내는 것을 선호한다. 그래야 서로에게 빚진 기분 없이 다음에도 쿨 하게 만날 수 있다. 이번을 기회로 자기 밥값이나 술값은 자기가 내는 문화가 정착되었으면 좋겠다.

2016-10-04

전 세계 상위 1% 교수가 지방대에 더 많다구?

▲ 배개화 단국대 교수·교양학부며칠 전 인터넷 웹서핑을 하다가 한국 대학 교수의 연구 성과에 대한 신문 기사를 봤다. 이 기사에 따르면 세계적 학술정보 서비스 기업인 톰슨 로이터가 선정한 `세계 상위 1% 연구자`에 국내 연구기관 소속 연구자 28명이 이름을 올렸다고 한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경상대 수학과 교수 4명이 여기에 포함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중의 한 명은 시간강사였다. 서울대, 고려대, KAIST, 울산과학기술원(UNIST)이 2명씩, 그리고 연세대, 포스텍은 1명씩 이름을 올렸다. 이런 내용들을 보면서 한국의 대학 및 연구 시스템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톰슨로이터가 선정한 세계 상위 1% 연구자의 기준은 “연구자의 논문이 다른 논문에 얼마나 많이 인용 되었는가”이다. 논문의 피인용 지수는 논문의 우수성과 영향력을 평가하는 가장 정확한 지표이기 때문에, 이런 논문을 많이 쓸수록 좋은 학자로 평가받는다. 그리고 한글로 쓴 국내 학술지보다는 영어로 출판되는 국제 학술지에 실을수록 많은 독자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더 많은 피인용 횟수를 갖게 된다. 개별 연구자뿐만 아니라 대학 평가도 소속 연구자의 국제 학술지 게재 논문 개수 및 우수 학술지 게재 등이 중요한 기준이 된다.물론 4명의 상위 1% 교수를 갖고 있는 것만으로 경상대가 다른 대학보다 더 월등히 좋은 대학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경상대의 사례를 보면 어떻게 하면 좋은 연구자가 많은 대학을 만들 수 있는가에 대한 힌트를 얻게 된다.우리는 경상대 교수 4명이 모두 수학자인 것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이들은 모두 수학밖에 모르는 수학에 미친 사람들이라고 한다. 수학 교수를 임용할 때 이런 사람들을 임용하였기 때문에, 그들이 경상대에 모일 수 있었다. 그리고 이들이 모여서 함께 연구를 하다 보니 서로의 연구에 도움이 되었다. 한마디로 우수한 연구자를 뽑지 않으면 우수한 연구가 나올 수 없다.관련 기사를 읽다가 보니, 댓글에 전 세계 상위 1% 교수인데 왜 시간 강사지? 라고 질문하는 것을 읽었다. 이 댓글은 필자에게 10년 전 지방의 모 대학에서 비정규직 전임강사로 일할 때, 한 교수로부터 들었던 말을 생각나게 했다. 보통 대학 교수들이 교수를 뽑을 때 자기보다 나은 사람을 뽑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단 교수로 채용되면 다른 학교로의 이동이 자유롭지 않기 때문에, 함께 오랫동안 있기에 편한 사람을 채용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런 사람은 대체로 기존 교수보다 나이가 어리고, 학과의 여러 가지 일을 시키기에 편한 사람이다.또한 최근의 연구 업적평가 시스템도 좋은 논문을 쓰기 어렵게 하는 경향이 있다. 이미 신문보도 등을 통해서 여러 번 지적된 이야기지만, 현재의 연구업적 시스템은 주로 얼마나 많은 논문을 썼는가라는 `양` 평가를 중시한다. 양적 평가 시스템은 연구자 평가에 기준이 없던 시기에 비하면 개선된 것이다. 덕분에 여성 연구자나 지방대 출신 연구자들도 연구 기관에서 직장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그러나 부작용도 분명하다. 일 년 동안 써야하는 연구 업적 점수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많은 연구자들이 그것을 채우느라 바쁘다. 하지만 국제적으로 인용지수가 높은 논문을 쓰기 위해서는 한 가지 주제에 대해서 오랫동안 몰두하는 시간이 필요하다.올 여름에 있었던 브라질 올림픽에서 가장 금메달을 많이 땄던 한국 양궁의 국가대표 선발 기준은 우수한 연구자를 만들어가는 기준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그 기준은 파벌 형성을 허락하지 않고, 오로지 선발 당시의 실력으로만 뽑는다는 것이다. 이것은 미국 대학에 본교 출신 교수가 적고, 교수 업적 평가를 엄격하게 하는 것과 유사해 보인다. 실력이 좋은 사람들을 뽑고, 그 사람들이 모여서 서로 경쟁하면서 열심히 하는 것이 좋은 연구자와 좋은 대학을 만드는 지름길이 아닐까 한다. 또한, 연구자들에게 좋은 연구결과가 나올 수 있게 충분한 시간과 지원을 주는 것도 필요하다.※이 사업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2016-09-27

한국은 지진으로부터 정말 안전한가?

▲ 배개화 단국대 교수·교양학부지난 주 월요일 저녁 9시쯤 친구로부터 문자 메시지가 왔다. 그것은 지진으로 아파트가 흔들리는 것을 느끼지 못했냐고 묻는 메시지였다. 그 날, 필자는 7시부터 9시까지 단국대학교의 한 건물 지하에서 요가 연습을 하고 있었다. 지하에 있었던 탓인지, 아무 것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아파트와 같이 높은 건물에 있었던 사람들은 상당한 정도의 흔들림을 느꼈다고 한다. 집으로 돌아와서 TV를 켜보니, 경주에서 진도 5.1과 5.8 규모의 지진이 각각 한 번씩 있었다는 뉴스 보도가 나오고 있었다. 특히 본진인 5.8은 1978년의 첫 지진 관측 이래 역대 최대 규모의 지진이라고 했다. 이로 인해서 사람이 다치거나 물건이 떨어져 파손되고 건물의 벽에 금이 가는 등의 사고가 다수 발생했다고 한다. 또한 전국에서 사람들이 건물의 흔들림과 같은 진동을 느꼈다고 한다.무엇보다 필자를 걱정하게 한 것은, 월성원자력발전소의 발전기 4기가 지진으로 인해서 운전을 중단했다는 뉴스였다. 월성 원자력 발전소는 진앙지에서 직전거리로 불과 27km 떨어져 있어 지진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우리나라의 모든 원전은 원전에 도달하는 진동의 세기가 0.1g(중력가속도)을 넘어서면 수동으로 발전소를 멈추는데, 당시 그 세기가 0.1g 이상이었다고 한다. 이에 따라 발전소 측에서 발전을 중단했다.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측에서는 우리나라의 원전은 진도 7까지를 견딜 수 있게 내진 설계가 되어 있기 때문에, 5.8 정도의 진동은 충분히 견딜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설명은 국민들을 안심시키기보다는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다. 이번 지진은 5.8이지만, 다음 지진이 그보다 세기가 더 강하다면, 과연 우리나라 원전들은 안전할까 하는 불안감이 생겨나고 있다.경주 주변에는 다수의 원자력 발전소가 있다. 월성원자력발전소 외에도 울산의 신고리 원자력 발전소, 부산의 고리원자력발전소 등이 운영 중이다. 이들 발전소들은 모두 진앙지인 경주로부터 영향권 내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만약 더 큰 규모의 지진이 일어난다면,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와 같은 대형 방사능 유출 사고가 한국에서도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이번 지진은 몇 년 전에 있었던 동일본 대지진의 영향이라고 한다. 원래 경주는 왼쪽의 유라시아판과 오른쪽의 태평양판이 맞부딪치는 곳에 위치하고 있다고 한다. 동일본 대지진으로 태평양판이 왼쪽으로 움직이면서 유라시아판과 부딪치면서 경주지역 단층(양산단층)을 따라 축적된 에너지가 방출된 것이 이번 지진의 원인이라고 지진 전문가들은 말한다.이외에도 울산단층이 위치하고 있어 경주지역은 역사적으로 지진이 잦았다고 한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신라 혜공왕 15년(779년) 3월에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많은 집이 무너지고 100여 명이 사망했다. 전문가들은 이 정도의 지진이면 진도 6.0이상이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고려 정동 원년(1035) 9월에도 경주 지역에 지진이 나 집이 많이 무너졌다는 기록이 있다.이런 정보들을 언론을 통해서 접하면서 필자는 왜 이처럼 단층활동이 활발한 경상도 지역에 원자력 발전소를 다수 지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발전소 건설을 계획하는 과정에서 지진 발생 가능성이 검토되었을 것이 틀림없다. 단지 한국은 지진이 잘 발생하지 않는다는 경험적 믿음으로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한 것이라면 너무 안이한 판단이라는 생각이 든다.이번 경주 지진은 한국이 더 이상 지진의 안전지역이 아니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 더구나 경주인근 지역에 다수의 원자력 발전소가 있는 것은 지진으로 인한 방사능 유출이라는 불행한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수도 있는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이번 지진이 전국에 영향을 미쳤듯이 지진으로 인한 원전 피해 역시 전국적일 가능성이 높다. 노후 발전소의 계속 운영여부나 새로운 원자력 발전소 건설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2016-09-20

추석 연휴와 김영란 법의 관계?

▲ 배개화 단국대 교수·교양학부며칠 전 신문을 보다보니 텅 비어있는 국회의 복도 사진이 실려 있었다. 예전과 달리 국회의원에게 온 선물이 적다는 설명과 함께였다. 이런 일이 생긴 것은 9월 28일부터 시행되는 `김영란 법` 때문이다. 매년 명절이 되면, 언론을 통해서 국회위원이나 고위 공무원 혹은 기업체 간부들의 집 앞에 선물들이 쌓여있는 것이 보도되곤 했었다. 이에 비하면 며칠 전 국회의 사진은 김영란 법이 만든 색다른 풍경이다. 김영란 법의 공식 명칭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로 `청탁금지법`이라고도 부른다. 이 법은 본인 혹은 제3자를 통하여 직무를 수행하는 공직자 등에게 부정한 청탁을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그리고 `공직자 또는 공적 업무 종사자`에는 국가 및 지방 공무원, 공직유관단체, 공공기관의 장과 그 임직원, 각급 학교의 장과 교직원 및 학교 법인의 임직원, 언론사의 대표자와 그 임직원 등이다.이처럼 `청탁금지법`이 시행되는 것은 그 만큼 우리나라에 부정청탁이 만연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최근에 연일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있는 김형준 서울검창청 부장검사의 뇌물수수 의혹은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김형준 검사는 고등학교 친구로부터 여러 가지 금전적인 편의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언론에서는 김형준 검사에게 돈을 준 사람을 스폰서라고 부르고 있다. 불우이웃 돕기 하는 것도 아니고 제공자가 아무런 대가를 기대하지 않고 돈을 줬을 리 없으니, 받은 사람이 아무리 순수한 돈이다, 그냥 빌린 것이다는 말로는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기 어려울 것이다.하지만, 대학교에 있다 보면, 이런 스폰서 검사나 명절에 선물을 받았느니 하는 이야기는 모두 남의 나라 이야기 같다. 간혹 대학원에서 석사나 박사 학위 심사를 하고 `거마비`(소위 교통비)로 몇 백씩 준다는 언론보도가 있는데, 필자는 이런 일을 경험해 본 적이 없다.학생이 학교에 논문 심사비로 낸 것(10만원 내외)을 통장으로 입금 받는 외에, 다른 돈을 학생으로부터 직접 받는 일은 없다. 필자는 스승의 날이라고 학생에게 꽃을 받은 적도 별로 없다. 또한 필자는 나이가 어리거나 지위가 낮은 사람에게는 절대로 밥을 얻어먹지 않는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하지만, 필자도 김영란 법의 규정에서 아주 예외는 아니다. 간혹 수업을 하다보면, 4학년 학생이 취업이 되어서 출석을 할 수 없는데, 최소 학점을 달라고 필자에게 요청하는 경우가 있다. 이것은 필자뿐만 아니라 다른 교수들도 경험하는 일이다. 예전 같으면 이런 학생에게 학점을 주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지만, 9월 28일 이후부터는 이것을 들어주면 `김영란 법`을 어기는 것이 된다.이것은 본인이나 제3자를 통한 부정한 청탁을 들어주는 경우에 해당하기 때문이다.필자가 재직 중인 학교에서는 전체 출석 일수의 3분의 1을 결석하면 F학점을 주게 되어 있다. 이처럼 교수가 학생에게 F학점을 주게 되면, 학생은 과목을 이수하지 않은 것이 된다.졸업을 위해서는 반드시 이수해야만 하는 학점이 있기 때문에, 출석 날짜가 부족해서 F학점을 받게 되면, 학생은 졸업장을 받을 수 없게 된다. 이런 이유로 학교에서는 졸업 전 취업자에게 학점을 어떻게 줄 것인가에 대한 방침을 마련하는 문제를 논의 중이다.이렇게 김영란 법은 이미 시행 전부터 우리 사회의 여러 가지 관행들에 영향을 주고 있다. 청탁과 이해 당사자들 간의 부정한 금전 거래는 우리 사회가 합리적으로 운영되는 데 방해가 되고 있는 것임에 틀림없다. 물론 추석과 같은 명절에 오가는 선물은 순수한 마음의 표현일 수 있다. 하지만 “오이 밭에서는 신발 끈을 묶지 말고, 배나무 아래서는 갓끈을 고쳐 매지 마라”는 옛말처럼 오해의 소지가 있는 행동은 아예 하지 않는 것이 서로를 위해서 그리고 사회의 발전을 위해서 필요할 것이다.

2016-09-13

청년들이 나라를 떠나는 이유

▲ 배개화 단국대 교수·교양학부얼마 전 TV를 시청하다가 한 방송사에서 청년들이 한국을 떠나는 것에 대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잠깐 보았다. 직장이 있는 미래를 찾아서 호주나 일본으로 떠나는 청년들에 대한 것이었다. 필자가 작년에 만났던 한 대학생도 처음에는 일 년짜리 어학연수를 미국으로 갔다가 지역 소재 대학에 편입했다. 이 학생은 필자에게 졸업 이후에는 인턴 경력을 쌓은 후 대학원에 진학하고, 안정적인 직장을 얻어서 미국에 정착하는 것이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말 한국의 많은 청년들은 한국에서 미래를 발견하지 못하는 것일까? 한국의 높은 청년 실업률은 청년들의 이런 선택에 대한 이유를 짐작케 한다. 올 3월초 정부가 발표한 청년 실업률은 12.5%로 1998년 이후 가장 높다고 한다. 실업률은 경제 활동 가능자 중에서 어떤 유형의 경제활동도 하지 않는 상태에 있는 사람의 비율을 말한다. 청년 실업률이 12.5%라는 것은 취업 외에도 아르바이트, 재학, 군 입대 등의 활동을 전혀 하지 않는 청년들이 100명 중 12.5명이라는 말이다. `청년 실업`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필자도 몇 번 말하곤 했지만, 통계는 이 문제가 매우 심각함을 잘 보여준다.필자는 대학에서 학생들을 교육하다 보니 학생들의 미래에 대해서 많은 책임감을 느낀다. 항상 긍정적으로 사고하고 적극적으로 행동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학생들에게 말한다. 하지만 긍정할 현실과 적극적으로 행동할 목표가 있을 때 이런 조언도 학생들의 마음에 와 닿을 것이다. 많은 학생들은 대학을 졸업한 후 인턴이나 계약직으로 첫 직장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고, 그마저도 고용불안에 시달린다.학생들과 대화를 해보면, 취업에 대한 준비를 잘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9급이나 7급 공무원 시험이나 임용 고시 준비를 하는 학생들은 그나마 목표를 갖고 취업준비를 하고 있는 편이다. 어떤 학생들은 자영업을 할 계획을 갖고 있기도 하고, 어떤 경우는 아예 공장에 고졸자로 취업을 하려는 경우도 있다. 전공 특성상 좋은 직장을 갖기 위해서는 대학원을 가야하고, 그런 경우라도 미래가 보장되지 않은 경우에는 학생들은 고졸 자격으로 공장 취업을 선택하기도 한다.더구나 오늘 신문 보도에 따르면, 9월 4일 국회입법조사처가 세계 상위 소득 데이터베이스(WTID)와 국제통화기금(IMF)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2년 기준 우리나라의 상위 10% 소득집중도는 44.9%로 나타났다고 한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외환위기 이전인 1995년에만 해도 상위 10%의 소득집중도가 29.2%였지만, 2008년 43.4%, 그리고 2012년 44.9%까지 올랐다.높은 청년 실업률과 상위 10%의 높은 소득집중률은 한국에서의 빈부 갈등이 세대 갈등으로 표출되는 이유를 잘 설명해준다. 청년들의 입장에서 보면 중, 장년층들이 부를 독점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헬 조선`이나 `이번 생은 망했다`느니 하는 표현들은 이런 현실에 대한 청년들의 부정적인 심리를 잘 표현하고 있다.일부 적극적인 청년들은 외국으로 이주해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으려고 한다. 과거에는 미국이 주된 이주 지역이었지만, 서브 프라임 모기지론 사태 이후 미국의 이민 정책은 매우 까다로워졌기 때문에 청년들에게 미국은 호락호락한 선택지가 아니다. 일본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우리나라보다 대학 졸업자의 취업률이 높기 때문에, 최근에는 일본으로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 졸업자나 유학생들도 있다.필자는 청년들이 유학하는 나라에서 직업을 구하거나, 아니면 한국에서 대학 졸업 후 외국에서 좋은 직장을 구하는 것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생각한다.자기의 미래를 발견하고 인생의 목표를 세울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곳이라면 능력껏 가는 것이 좋다. 하지만, 청년들이 한국에서는 직장을 구할 수 없기 때문에, 외국으로 가는 것이라면 그것은 가슴 아픈 일이다. 좀 더 청년들에게 미래를 보여줄 수 있는 대한민국이 되었으면 한다.

2016-09-06

`덕혜옹주` 역사 왜곡 논란을 보면서

▲ 배개화 단국대 교수·교양학부요즘 영화 `덕혜옹주`가 누적 관객이 500만을 넘어서면서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런 관심에는 `덕혜옹주`가 팩션, 즉 역사적 사실이나 인물에 대한 기록을 바탕으로 작가가 상상력을 더해 만든 창작물(faction, 즉 fact와 fiction의 합성어)이라는 것도 있다. 영화가 극적인 흥미를 높이기 위해서 역사를 왜곡했다는 것이 언론에서 회자되는 비판의 주된 내용이다. 그렇다면 이 영화의 어떤 부분이 역사를 왜곡한 것으로 비판받고 있으며, 이러한 논란이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무엇일까? 필자는 2008년이 될 때까지 덕혜옹주의 존재자체를 알지 못했다. 혼마 야스코(本馬恭子)의 `도쿠케이 히메(德惠姬)`가 `대한제국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어 한국에 소개된 이후에야, 필자는 그녀의 존재를 인지하게 됐다. 덕혜옹주의 삶에 대한 짧은 요약 기사를 읽으면서, 필자는 그녀의 비극적 삶과 식민지 기간 동안 조선인의 수난사가 겹쳐지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동시에 이 이야기의 흥행의 가능성 역시 발견했다.이후, 권비영 작가가 이것을 소설 `덕혜옹주`로 출판해서 베스트셀러가 됐고, 영화는 이것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잘 알려진 것처럼 덕혜옹주는 대한제국 황제 고종과 귀인 양씨(貴人 梁氏) 사이에서 옹주로 태어난 뒤, 13살 되던 해에 일본으로 건너가서 일본식 교육을 받았고, 조현병(정신분열증)을 앓았다. 이후 그녀는 대마도주 소 다케유키와 혼인했지만, 딸이 자살을 했고 그 자신은 이혼을 한 후 정신병원에 수감됐다. 이런 부분은 소설과 영화의 사실에 해당한다.하지만 영화가 덕혜옹주를 독립투사로 묘사한 점은 증거가 없는 허구이다. 영화에서 덕혜옹주는 일본의 군수공장에 징용으로 끌려온 조선 노동자들 앞에서 연설을 하고, 일제에 저항하는 조선 유학생 모임에 참석하며, 조선독립단체의 도움으로 영친왕(고종의 아들)과 함께 중국 상하이(上海)로 망명하려고 하는 점 등은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다. 덕혜옹주의 역사 왜곡을 비판하는 쪽의 주장은 덕혜옹주가 독립투사였던 적이 없다는 점이다.그렇다면 왜 영화는 덕혜옹주를 독립투사로 묘사한 것일까? 이에 대해서 원작자는 “역사를 왜곡해서는 안 되겠지만 영화적 재미를 위해 어쩔 수 없이 가미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덕혜옹주가 자신의 역사적 역할을 깨닫게 하기 위해서 노동자들 앞에서 연설하는 장면 등을 가공해서 넣었다는 것이다.하지만 필자는 덕혜옹주의 삶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와 감동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인간 덕혜옹주의 삶에 좀 더 집중해서 묘사하면 더 좋지 않았겠냐는 비평가들의 비평에 필자는 충분히 동의한다. 그래서 필자는 왜 작가는 덕혜옹주를 영웅으로 만들려고 한 것일까? 왜 그녀에게 도덕적 월계관을 굳이 씌우려고 한 것일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이러한 허구화에는 한국의 대중들이 공유하고 있는 정치적 무의식이 작용하고 있다. 즉, 여기에는 독립 운동을 한 사람을 윤리적인 사람으로 평가하고, 그에 대한 호감도가 상승하는 대중들의 무의식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이 영화는 친일 행위를 부정적으로 보고, 반일을 긍정적으로 보는 `정치적 무의식`은 어떤 영화를 볼지를 선택하는 대중들의 기호에 영향을 미칠 정도라는 점을 잘 보여준다.사실, 팩션의 역사 왜곡에 대해서 필자는 좀 관대한 편이다. 그것은 이런 팩션을 통해서 잘 몰랐던 역사적 사실이나 인물에 대해서 대중들이 알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덕혜옹주` 역시 영화화 되면서 그동안 대중들이 잘 알지 못했던 한국 근대사의 한 에피소드들을 대중적으로 인지할 수 있게 되었다. 동시에 이 영화는 흥미 있는 개인사가 대중들의 `정치적 무의식`과 결합하면서 대 흥행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도 보여주고 있다.

2016-08-30

더워도 너무 덥다

▲ 배개화 단국대 교수·교양학부필자의 기억 상 가장 더웠던 해는 1994년이었다. 그 때 필자는 석사 논문을 준비하는 중이어서 매일 학교에 나가서 공부를 했다. 학교 연구실에 에어컨이 있을 리 없으니 무척 더웠다. 더위 때문인지 학교에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그 때 박사 논문을 쓰던 선배 언니와 필자 둘이서만 학교를 나왔다. 더위와 싸우면서 같이 공부해서인지 이 선배 언니와 나는 지금까지 친하다. 그런 언니와 며칠 전에 학회에서 만났다. 언니는 그 때의 추억을 떠올렸는데, 그 이유는 올해가 더워도 너무 덥다는 이야기를 했기 때문이다. 이 글을 쓰는 오늘도 낮 최고 온도가 34도였다. 다른 지역도 35도 36도를 넘는다고 한다. 이렇게 더운데도 불구하고 필자의 집에는 에어컨이 설치되어 있지 않다. 일 년 동안 잠시 살기 위해서 들어온 집이라 에어컨을 설치하기가 번거로웠기도 하고 전기료 걱정도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올 여름이 이렇게 더운 줄 알았다면 당연히 에어컨을 설치했을 것이다. 십 년 가까이 된 낡은 선풍기로 버티기에는 너무 덥다. 날씨와 매일 싸우다보니 점점 지쳐가는 느낌이다. 일도 거의 2주일 이상 손을 놓았다.이렇게 더운 날씨에는 에어컨을 싫어하는 사람도 에어컨을 켜지 않을 수 없다. 필자는 선풍기로 버티느라 전기료 걱정이 없다. 하지만 요즘 TV를 켤 때마다 뉴스 시간에 에어컨 사용으로 인한 전기료 폭탄에 대해서 계속 방송하고 있다.한국의 가정용 전기가 6단계의 누진제를 실시하고 있는데 100㎾ 단위로 한 단계씩 올라간다. 그리고 100㎾인 1단계와 500㎾ 이상인 6단계 사이에는 요금 차이가 11.7배 정도 나도록 설계되어 있다.연합뉴스에 따르면 우리나라 산업용 전기요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전기요금보다 평균 40~50% 저렴한 편이라고 한다. 또한 YTN의 보도에 따르면, 국제에너지기구, IEA의 분석 결과 1인당 가정용 전력 소비량은 OECD 평균의 54.6%로 34개 회원국 가운데 26째이다. 하지만 산업용 전체 전기 소비량을 집계하면 OECD 평균의 1.3배로 높아진다고 한다. 이런 통계 자료들은 개인들을 희생해서 기업들에게 이익을 주는, 우리나라 특유의 정책적 특징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현재 정부에서는 전기 누진제에 대한 비판 여론 때문에 누진제를 3단계나 4단계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누진제를 줄이는 방안에 대한 검토는 몇 년 전부터 있었다고 하나 확실한 결론은 아직까지 없었다. 올해는 무더위로 인해서 대다수의 가정이 갑작스럽게 늘어난 전기료를 실감하였기 때문에, 누진제 개정을 압박하는 여론이 높아진 것이다.미국 정부에서는 최근 폭염으로 인한 열사병에 대비해서 `에어컨을 사용하여 시원한 곳에 있으라`고 국민들에게 권고했다고 한다. 필자도 작년에 미국에서 연구년을 보낼 때 5월 말부터 에어컨을 사용했고, 거의 하루에 12시간 정도 에어컨을 켜놓았지만 에어컨 사용으로 추가된 전기료는 3만원 정도였다. 물론 창에 다는 작은 에어컨이었기 때문에 큰 에어컨에 비해서 전기 사용이 적었을 것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전기료 걱정에 에어컨을 켜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매일 TV를 틀면 나오는 전기료 폭탄을 걱정하는 뉴스들을 보면서, 왜 우리나라는 국가 경제, 기업 경영을 위해서 개인에게 이토록 희생과 손해를 강요하는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물론 이 개인들은 어떤 기업의 직원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기업의 이익이나 이윤이 모두 기업 구성원들이나 사회 전체 구성원에게 1/n로 돌아가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선풍기 바람으로 버티면서 무더위로 밤잠을 설치면서 필자는 괜히 억울해졌다. 필자가 열사병에 걸린다고 누가 치료비를 대신 내주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국가는 개인에게 희생을 강요하는지 하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2016-08-23

마음을 비워야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

▲ 배개화 교수·단국대 교양학부요즘 올림픽 경기가 한창이다. 원래는 올림픽 경기는 보지 말고 연구에 집중하자는 것이 올 여름 필자의 계획이었다. 하지만 35도를 넘는 폭염에 에어컨 없이 선풍기 바람으로 버티다 보니, 밤에 잠이 잘 안 온다. 그러다보니 본의 아니게 올림픽 경기들을 보게 되었다. 며칠 전이었나, 자다가 더워서 평소보다 일찍 깨보니, TV에서 펜싱 경기를 방송하고 있었다. 에페 금메달을 딴 박상영 선수의 경기였다. 그 경기를 보면서 필자는 삶의 태도랄까 그런 것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필자도 오랜 시간을 뭔가를 성취하기 위해서 앞만 보고 살아온 것 같다. 특히 대학원 입학 이후에는 정말 생계와 연구, 이 두 개를 해결하기 위해서 정신없이 살아왔던 것 같다. 지난 시간 동안 필자는 늘 과거에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해서 후회하거나 미래에 이룰 것에 대해서 공상하며 살았다. 과거와 미래 사이에서 현재의 필자는 늘 불평불만에 가득 차 있었다. 그러다보니 잘 웃지도 않고 짜증에 가득 찬 얼굴을 하고 있었다. 타인과 대화할 때도 상대방을 편치 않게 했고, 필자 자신도 사람들과 만나는 것이 불편해서 늘 연구실에서 혼자 있었다.마음속에는 무언가 목표에 대한 의식이 있었고, 이것을 성취하지 못하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이 있다. 이런 마음은 뭔가 목표하는 일에 장애물이 생겼다고 느낄 때 초조함이나 집착으로 변한다. 혹은 자폭하는 심정이 되기도 한다. 한 때 공부하는 것이 너무 지겨워져서, 이렇게 연구실에 혼자 앉아 공부하는 것이 다 무슨 소용인가 라는 생각을 했던 적도 있었다. 이것을 해서 나라를 구하는 것도 인류에 공헌하는 것도 아닌데, 하는 허무함이 느껴졌다.그런데 박상영 선수는 14대 10으로 거의 끝난 것처럼 보이는 경기를 승리로 이끌었다. 연속으로 5점을 딴 것이다. 그 순간 상대방은 속수무책인 것으로 보였다. 박상영 선수가 점수를 한 점씩 따갈 때마다 필자도 모르게 환호성을 질렀다. 불가능한 것을 가능한 것으로 바꾸는 듯한 순간이었다. 필자를 포함해서 관객들은 모두 그 순간 그의 승리를 마치 나의 승리인 것처럼 환호했을 것이다.더 욱사람에게 감동을 준 것은 박상영 선수의 인터뷰였다. 승리를 위한 전략이 있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특별한 전략은 없고 올림픽을 즐기자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고 대답했다. 그는 또한 경기 초에는 금메달을 따야한다는 심리적 부담감 때문에 경기를 생각대로 잘 풀지 못했는데, 마지막 순간 마음을 비우고 이 순간을 즐기자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마음을 비워야 얻을 수 있다는 말은 자주 듣는다. 하지만 이 말을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20살 밖에 되지 않은 청년의 말에서 이 말을 듣는 순간, 이 격언의 의미를 실감할 수 있었다. 왜냐하면 이 청년은 실제로 그렇게 해서 원하는 것을 얻었기 때문이다.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마음을 비울 수 있을까? 그것은 현재를 즐기는 마음에서 나온다. 현재를 즐기는 마음이란 결과와 상관없이 지금을 즐기는 마음이다. 지금을 즐길 수 있기 때문에 지금에 집중할 수 있고, 그러다보니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 당장의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해서 초조하고 불안한 마음을 갖고 있으면 현재에 집중할 수 없다. 오히려 그러한 불안과 초조와 싸우는데 자신의 소중한 에너지를 소비하게 된다.올림픽을 통해서 성공, 노력 그리고 인생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볼 수 있다는 것이 올림픽이 우리에게 주는 또 다른 즐거움인 것 같다. 타인의 경험에서 따라할 만한 소중한 교훈을 얻는 것은 매우 즐거운 경험이다. 이번 올림픽에서 필자가 배운 것은 다음과 같은 것이다. 현재를 즐길 수 있는 사람만이 마음을 비울 수 있다. 그리고 마음을 비울 때 사람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

2016-08-18

중화주의, 유럽중심주의 그리고 미국중심주의

▲ 배개화 단국대 교수·교양학부필자는 이번 여름방학을 이용하여 잠시 미국의 보스턴을 방문했다. 잠시 머물고 있는 숙소에서 필자는 우연히 스위스에서 온 여성 학자를 만났다. 그녀와 몇 번 만나 이야기 하면서, 이제 `유럽중심주의`는 교과서에나 있는 단어라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의 역사학과 철학의 화두였던 `서구의 몰락`의 의미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이 여성학자는 스위스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있는데, 주로 경영 혁신이나 소셜 네트워크를 이용해서 비즈니스에 필요한 회사의 사람들을 찾고 그들과 약속을 잡는 전략을 세우는 것을 연구한다고 했다. 서로 보스턴에 온 목적이나 체류 기간 등에 대해서 이야기 하던 중, 갑자기 그녀는 `미국 사람 어떻게 생각해요?`라고 필자에게 물어보았다. 너무 갑작스럽고 직접적인 질문이라 잠시 당황했다. 필자는 작년에 하버드대학교에서 연구년을 보내면서 많지는 않지만 미국 친구들을 사귀었기 때문에 좋다 싫다 한마디로 말하기 어려웠다. 필자가 우물거리자 이 학자는 자기가 만난 학자로부터 겪은 이야기를 했다.보스턴에 있는 대학 중 한 곳에서 경영학을 가르치고 있는 교수를 만났는데, 그녀가 스위스에서 왔다는 이야기를 한참 들은 후에 갑자기 “아 프랑스에서 오셨다구요?”하고 물었다고 한다. 나중에 그녀는 술자리에서 미국 학자가 “프랑스와 스위스가 뭐가 달라요?”라고 물었다고 약간 다른 버전의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요점은 미국학자가 스위스라는 나라를 전혀 모른다는 것이다.며칠 뒤 아침에 필자는 이 학자를 우연히 다시 만났다. 그녀는 필자에게 또 미국 사람들에 대해 불평했다. 이번에는 보스턴 근교에 있는 대학의 경영학 교수와 만나서 대화했다고 한다. 그녀와 미국 학자는 경영혁신 방법에 대해서 토론하였는데 둘 사이에 관점의 차이가 있었다고 한다.미국 학자는 미국의 성공적인 경영혁신 모델을 스위스의 기업에 그대로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었고 한다. 이에 스위스 학자는 스위스의 기업 환경이나 사정이 미국과 다르므로 스위스에 맞는 방법으로 혁신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자 미국 학자가 미국에는 경영혁신 등으로 노벨상을 탄 사람들도 많다, 미국의 우수한 모델을 스위스에 적용하는 것이 좋다고 반박했다고 한다. 이 말에 그녀는 매우 자존심이 상한 것으로 보였다.이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필자는 `유럽중심주의`는 이제 교과서 속에나 있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럽중심주의는 유럽이 세계의 중심이라는 말이다. 여기에는 다른 지역 나라들에 대한 유럽의 문화적, 정치적 우월성이 표현되어 있다. 15세기부터 17세기에 이르는 대항해 시대와 18세기의 산업혁명과 프랑스혁명을 거쳐 19세기 말, 20세기 초에 걸쳐 유럽 국가들은 아프리카, 아시아 그리고 라틴 아메리카를 식민지로 삼았다. 청나라가 1840~1842년의 제1차 아편전쟁 이후로 몰락의 길을 걷고, 19세기 말에 제국주의가 전성기를 맞으면서 세상의 모든 부와 힘은 유럽에 집중해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스위스는 제국이었던 적은 없다. 스위스는 `윌리엄 텔` 이야기에서 볼 수 있듯이 15세기까지 신성로마제국의 속국이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스위스가 유럽에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이 유럽 사람으로부터 미국 사람들의 무례함과 오만함에 대한 불평을 들으면서 필자는 세계의 중심이 미국이 맞나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미국은 전 세계에 영향력을 미치는 유일한`제국`이다. 하지만 이것을 시시콜콜한 일상사를 이야기하는 자리에서 스위스 사람으로부터 들을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좀 우습기도 하고 슬프기도 했다.그러면서 필자의 머리에 떠오른 단어가`미국중심주의`였다. 우리나라는 역사상 한 번도 중심이었던 적이 없는 것 같다. 내가 세상의 중심이라고 생각하면서 사는 것이 어떤 것인지 궁금하다.

2016-08-09

내 개인정보는 인류의 자산?

▲ 배개화 단국대 교수·교양학부며칠 전 필자에게 인터파크에서 이-메일이 왔다. 해킹으로 인해서 필자의 개인정보가 유출됐으니 확인하라는 것이었다. 필자는 그 메일을 읽자마자 로그인 하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이런 메일조차도 필자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아내려는 가짜 메일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에서였다. 하지만 오늘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올라오는 기사들을 보니, 인터파크가 해킹당해서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이 사실임을 알았다. 그래서 필자도 급히 로그인 해보니 개인정보가 유출됐다고 나왔다. 이번이 몇 번인지 왜 한국의 인터넷 사이트들은 보안 관리가 철저하지 못한지 정말 짜증나고 화가 났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인터파크의 개인정보 유출은 1천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이처럼 한국에서의 인터넷 사이트 해킹의 규모는 매우 크다. 한 번 해킹 사건이 터질 때마다 개인정보 유출의 규모가 수백만에서 천만 명에 이른다. 예전 네이트(nate), 옥션(auction) 그리고 KT의 개인정보 유출 규모도 1천만 건이 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밖에도 농협은행과 국민은행, 롯데카드사의 해킹 규모도 매우 컸다. 이런 것을 모두 합치면 총 1억 건이 넘는 개인정보가 유출됐다고 한다.문제는 이렇게 해킹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필자가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어떤 경우에는 실명과 함께 주민등록번호도 유출이 됐던 적도 있다. 그래서 필자는 수업 시간에 학생들과 인터넷 실명제에 대해서 토론할 때마다, “선생님의 개인정보는 인류의 자산이에요.”라고 말한다. 하도 해킹 피해를 입어서 유출된 자료만으로도 인터넷 상이나 현실 속에서 필자를 사칭하는 사람이 생겨도 누구나 속을 정도이다.인터넷 상에서 주민등록번호와 같은 개인정보 수집이 금지된 것도 잦은 인터넷 사이트 해킹 때문이다. 금융사가 해킹됐을 때 피해자로 대통령과 고위 공무원도 포함돼 있었다. 그 전까지만 해도 금융 기관이나 온라인 상거래 사이트 그리고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경우 가입하려면 주민등록번호 입력을 통한 실명인증을 요구했다. 그리고 이것은 모두 해당 사이트의 서버에 저장되어 있다가 해킹을 통해서 유출됐다.이런 해킹 사건들은 모두 해당 사이트를 운영하는 회사들의 보안 관리가 철저하지 못해서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인터파크는 고객 휴대전화번호 등을 서버로 보내는 과정에서 암호화하지 않았고, 고객 계좌번호 34만 개도 암호화 없이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직원 컴퓨터에서는 고객 주민등록번호와 여권 번호가 포함된 파일이 암호화되지 않은 채 발견됐다. 개인정보취급자의 컴퓨터도 이-메일과 메신저 사용이 가능했고, 인터넷으로 파일 전송 역시 차단하지 않았다. 예전 한 금융사의 해킹도, 직원이 컴퓨터에서 인터넷 무료 백신을 업데이트 하는 과정에서 해킹 프로그램이 설치되었기 때문이다. 해커가 가짜 백신 업데이트 파일을 보냈고, 직원이 그것을 설치하면서 보안이 뚫린 것이다.인터파크를 해킹한 범인들은 이 회사에 이메일을 보내서 30억 상당의 비트코인을 대가로 요구했다고 한다. 이처럼 범인들이 금전 획득을 목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을 명백히 하고 있는 만큼, 자기들이 요구하는 돈을 획득하지 못할 경우, 이 정보들을 다른 범죄 조직에 팔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로 인해서 보이스 피싱과 같은 2차, 3차의 범죄로 악용될 수 있다고 말한다.다른 나라에서는 잘 일어나지 않는 대형 해킹 사건이 한국에서는 왜 자꾸 일어나는지 정말 의문이 든다. 특히 주민등록번호를 포함한 중요한 개인정보를 구체적으로 요구하는 사이트들은 대부분은 금전거래와 관련된 사이트들이다. 만약 해킹 당했을 때, 고객들에게 직접적인 피해가 갈 수도 있고, 회사에도 손해를 준다. 이렇게 피해가 큰 데도 인터넷 사이트를 운용하는 기업들이 개인정보 보안 관리를 허술하게 하는 이유가 정말 궁금하다.

2016-08-02

한국의 엘리트주의는 역사가 길다?

▲ 배개화 단국대 교수·교양학부작년부터 연구 과제로 일제 말기에 출판된 문학 작품들에 대해서 연구하고 있다. 일제 말기 즉 중일전쟁부터 해방 직전(1937년 7월부터 1945년 8월 15일)까지 출판된 문학 작품들이다. 이들 문학 작품의 많은 경우는 현재 우리가 친일문학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정확하게 통계를 내기는 어렵지만, 이러한 친일문학의 많은 부분에 이광수가 포함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글들을 읽다보면, 이광수와 최근 우리 국민들을 화나게 한 한국 엘리트들과 사고방식이 유사함을 발견하고 놀라게 된다. 그가 쓴 친일 문학 작품의 대부분은 일본의 전쟁에 군인으로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일본 국민의 도리를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외국학자는 일본 정부와 총독부의 조선인 전쟁 동원을 연구한 `적을 위해 싸우기`라는 제목의 책을 출판하기도 하였다. 이처럼 이광수는 민족의 적을 위해서 전쟁에 나가서 싸우라, 혹은 천황을 위해서 죽는 것은 명예로운 죽음이라는 내용의 글을 무수히 출판한 것이다.특히 1943년 8월 징병령 실시가 결정되었을 때, 이광수는 매우 감격하여, `군인이 될 수 있다`는 제목의 소설을 출판하기도 하였다. 이 소설에서 봉일이라는 남자 유치원생이 조선인은 군인이 될 수 없다는 말에 크게 실망하였으며, 7살의 나이에 폐혈증으로 사망하는 순간에도 조선인은 군인이 될 수 없느냐고 아버지에게 묻는다. 이런 장면은 아이의 미래를 위해서 조선인에 대한 징병이 필요하다는 주제를 전달하고 있다.1945년 8월 15일 해방이 되었을 때 이광수는 `친일협력자`로 규정되어 다른 지식인들처럼 활발한 정치 활동을 하지 못했다. 대신 그는 그때까지 자신의 삶을 다룬 `나의 일생`이라는 글을 출판했다.이 책에서 그는 자신이 친일을 하게 된 이유가 일본의 폭압으로부터 `민족의 힘`을 보전하기 위해서라고 주장했다. 그는 당시 일본이 약 3만5천명 정도의 조선 엘리트들의 목록을 갖고 있었고, 조선인이 전쟁에 협조적이지 않을 때나 일본의 전쟁에 패하게 될지도 모를 경우, 이들을 모두 학살할 계획을 갖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들 엘리트 집단들이 학살될 경우 `조선은 패망`하게 되고, 조선 민족의 미래는 없어질 것이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해서 친일을 하였다고 친일의 이유를 설명했다.이광수가 주장하는 조선 엘리트는 단지 문필가나 지식인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민족개조론`에 따르면 엘리트들은 문학자, 지식인, 언론기자, 경제인, 지주, 정치인 등과 같은 사람들이다. 그는 이를 `중추계급`이라고 부르기도 했는데, 이들을 조선 사회를 이끌어나갈 핵심 역량으로 간주하였다. 그의 민조개조론은 이러한 핵심 역량들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에 대한 글이기도 했다.필자는 이 부분을 읽으면서 너무 기가 막혔다. 이광수는 조선 엘리트 3만 5천명의 목숨 값을 나머지 2천만 명의 목숨 값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의 논리에 따르면 이들 엘리트가 없으면, 조선이 망할 것이니 이들을 구하기 위해 나머지 2천만 명의 목숨은 불가피하게 희생하지 않을 수 없다. 뿐만 아니라, 그는 이들 엘리트들은 식민지 기간 동안 경제인으로, 군인으로, 그리고 전문기술자로 훈련을 받았기 때문에, 해방 이후의 국가 건설에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면서, 로마제국의 `망각법`을 모방하여 이들의 친일 행위를 모두 없었던 것으로 하자고 주장하기도 했다.이러한 주장은 최근 논란이 된 교육부 정책기획관 나향욱씨의 “민중은 개돼지”라는 발언을 연상시킨다. 그는 상층의 엘리트들과 정치인들, 기업가들이 국가를 운영해서, 나머지 국민을 먹여 살리는 것이 아니냐고 말해서 큰 물의를 빚었다. 이러한 발언에는 소수의 엘리트 집단들만 있으면, 국민의 나머지가 어떻게 하든 상관없이 국가는 잘 굴러갈 것이라는 생각이 담겨있다. 이런 면에서 나향욱 씨나 그와 생각을 공유하는 한국 사회의 초일류 엘리트들은 이광수의 후계자임에 틀림없다.※이 사업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2016-07-26

일본의 참의원 선거 결과를 보면서

▲ 배개화 단국대 교수·교양학부지난 10일 일본의 참의원 선거가 있었다. 그 결과 현재 집권당이 자민당이 전체 의석의 3분의 2를 차지하게 되었다. 자민당은 중의원의 의석도 3분의 2 이상을 얻었다. 중의원과 참의원의 의석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일본 헌법(현재 일본 헌법은 미군정 치하에 있던 1946년에 공포된 것으로, 일본 `자위권`만을 인정하고 있다)의 개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전쟁 가능한 일본을 만들겠다는 아베 신조 총리의 목표는 실현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실제 중앙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13일, 일본의 대표적인 극우단체인 일본회의의 회장 다쿠보 다다에가 “개헌 세력의 3분의 2 의석 확보는 전쟁 이후 처음으로 절호의 기회”라며 “내가 아베 총리라면 임기(2018년 9월) 안에 개헌을 실현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또한 15일에는 `아름다운 일본 헌법을 만드는 국민의 모임(국민의 모임)`에서 각 당에 “국민투표 실현을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밝혔다.7월 16일자 미국의 `내셔널 리뷰` (National Review)에서는 일본의 선거 결과에 대해서 일본이 파시즘으로 기울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이 기사는 일본의 파시즘화의 증거로, 일본의회가 일본을 제2차 세계대전의 전범으로 보는 `가학적인 역사관`을 수정해야 하며, 오히려 일본은 아시아를 제국주의로부터 해방하려고 했고, 난징 학살도 중국 측에서 과장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점을 들고 있다. 둘째로 제2차 세계대전을 합리화하는 중요한 이데올로기적 기반이었던 `천황 숭배`와 `국가 신토이즘`(신도를 국가 종교로 삼고, 천황을 국가 신도의 숭배대상으로 한 것)을 부활시키려고 하는 것, 셋째 국가의 이익과 안전에 배치되는 언론의 자유는 제한할 수 있도록 헌법을 개정하는 것 등이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이러한 회귀는 미국의, 아시아를 중심으로한 안보 전략의 결과이다. 일본의 재무장화는 아시아에서 미국의 전략적 이익을 보호하면서도 자국의 군사력을 소모하지 않는 가장 편리한 방법으로 선택된 것이다. 필자가 전에도 한 번 쓴 적이 있지만, 미국은 일본을 자신의 식민지 비슷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일본의 재무장화를 자기의 전략적 목표 하에 둘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을 것이다.하지만 일본은 세계 3위의 경제력을 갖춘 나라이고 미국, 중국, 러시아 다음으로 4위의 군사력을 갖춘 나라이다. 헌법 개정을 통해서 일본이 `전쟁할 수 있는 국가`로 전환된다면, 일본은 자력으로 그리고 자의로 전쟁을 수행할 수 있게 된다. 이 경우, 일본이 미국의 통제 하에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예측할 수 없다. 실제로 일본과 중국의 대규모 군사적 충돌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이런 상황은 한국이 자신의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무엇인가를 실질적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정부의 사드 미사일 기지의 한국 배치 발표나 그에 대한 해명 등을 보면, 과연 우리나라가 이런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모든 신문 보도들은 한국 정부가 경제적, 군사적인 실익 없이 미국이 요구하니까 어쩔 수 없이 응한 것으로 생각하게 만들고 있다. 야당 정치 지도자들도 자기들이 혹시라도 다음 대통령이 되었을 때 미국과의 관계를 고려해서 매우 소극적인 입장 표명만을 하고 있을 뿐이다.한 외교 전문가의 말에 의하면, 현재 우리나라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현실성 있는 해결책은 한반도에서 군사 대결이 아니라 평화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의 균형 외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중국과 일본, 혹은 미국이 어디서 군사대결을 벌일지 모르지만, 최소한 그 장소가 한반도가 되지 않도록 하는 현명한 정책적 판단이 필요하다.그래서 필자와 같이 문학 연구나 하는 서생까지도 국가적 안전 보장에 대한 걱정으로 이런 쓸 데 없는 글을 쓰지 않게 되었으면 좋겠다.※이 사업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2016-07-19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을 보고

▲ 배개화 단국대 교수·교양학부지난 8일 정부는 미군의 사드 미사일 부대를 우리나라에 배치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것이 발표되자 당장 중국에서 크게 반발하고 있고, 사드 부대 배치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는 경북 칠곡 주민들도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일방적인 정부의 정책 결정으로 인해서 국내·외적으로 많은 논란과 반발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사드(THAAD)는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의 약자이다. 사드 미사일 방어 체계는 적의 탄도미사일을 그 비행의 마지막(terminal) 단계에서 요격해서 파괴하는 것으로, 고고도(High Altitude)는 마지막 단계 중 높은 고도를 말한다.한미 양국 정부는 “북한의 핵과 대량살상무기(WMD), 탄도미사일 위협으로부터 대한민국과 우리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고 한미동맹의 군사력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적 조치”로 사드 배치를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즉, 정부는 북한의 핵위협을 사드 배치의 가장 중요한 이유로 제시하였다.하지만,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의하면 사드는 5천km이상 날아가는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고고도에서 요격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다. 실제로 미국은 북한에서부터 날아오는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방어하기 위해서, 2013년 4월 1개 포대를 괌에 배치했다. 하지만, 북한과 남한의 거리는 1천km 이내이기 때문에 5천km 이상을 날아가는 탄도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한 목적의 사드가 실효성이 있는지에 대해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사드 배치의 표면적 목적은 북한 핵에 대한 방어인데, 중국이 이에 심하게 반발하고 있는 점도 유의할 문제이다. 사드의 핵심 장비 중 하나인 X밴드 레이더는 미사일 탐지 거리가 1천~2천km에 이른다. 이론적으로는 베이징을 포함한 중국의 상당 지역을 이 레이더로 탐지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런 이유로 중국 측은 9일자 `환구시보`를 통해서 사드를 배치할 지역과 지역 기업과의 교류를 끊고, 사드 배치를 주장한 정계인사들을 제재하고 이들의 중국 입국은 물론 모든 교류관계를 단절하겠다며 배치 결정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사드 배치의 또 다른 문제점은 X 밴드 레이더가 발생시키는 매우 강한 전자파의 유해성 문제이다. 전자파의 유해성에 대한 우려 때문에, 미국은 사드 포대를 미국의 사막 지역에 설치하였으며, 반경 5.5km 안에는 민간인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현재 경북 칠곡이 사드 포대 배치의 가장 유력한 후보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경북 칠곡은 한국전쟁 때`왜관 전투` 혹은 `다부동 전투`로 알려진 격전지로서, 군사 전략상 요지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대구의 위성도시나 다름없는 지역에 인체에 대한 구체적인 영향 관계가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X 밴드 레이저를 배치하는 것은 위험한 것으로 보인다.사드 포대 배치의 이런 저런 문제점을 말했지만,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이처럼 주변국가와의 외교적 문제를 불러일으키고, 그 실효성이 의문시 되며, 더구나 남한과 같은 인구 밀집 지역에서 인체에 미칠 영향이 아직 검증되지 않은 군사 설비를 배치하는 결정을 하면서, 최소한 정치권 내에서의 의견 수렴 과정조차 없었다는 점이다. 아마 야당과 이 문제에 대해서 토론하기 시작했다면, 많은 반대 의견이 제시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반대 의견도 국민들의 의견으로서 경청하고, 정부의 최종적인 의사결정에 반영해야 한다.이 정부에 대해서 언론 등은 `불통 정부라고 말하곤 한다. 정부가 정책을 수립하고 결정하는 데에 국민의 의견을 잘 듣지 않는다는 것이다. 작년에 박근혜 정부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보상 문제를 두고, 당사자들의 의견 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일본 정부와 협상을 하였다. 그런 경우가 이번에 또 발생한 것이다. 주변국과의 외교, 경제적 문제나 국민들의 안전 문제에 대한 좀 더 공개적인 토론 과정 과정을 거치고 사드 부대 배치를 결정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2016-07-12

인성교육진흥법, 이건 무슨 법?

▲ 배개화 단국대 교수·교양학부약간 뒷북을 치는 글이기는 하지만, 오늘 필자는 인성교육진흥법에 대해서 써보려 한다. 얼마 전 전국교양교육학회에서 주최하는 전국 학술대회에 참가하였다. 몇 개의 분과별 발표들이 있었는데, 그 중 한 분과가 `인성 교육`에 대한 것을 발표했다. 인성 교육이 대학 교양교육의 중요한 주제가 된 것에 호기심을 느껴 참석하게 되었다. 그런데 여러 학자들의 발표와 토론을 듣다가 작년 7월부터 인성교육진흥법이 시행되고 있다는 것을 필자는 알게 되었다. 필자는 인성교육을 법으로까지 정해야 하는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인성교육진흥법에 의하면, 교육부 장관은 인성교육 종합계획을 5년마다 수립해야 하며, 지방자치단체 교육감은 종합계획에 따라 연도별 인성교육시행계획을 수립한다. 인성교육진흥위원회를 설치하여 인성교육의 방향, 종합 계획, 인성교육 설적 점검 및 평가를 한다. 그리고 교육부 장관과 교육감은 1년마다 각 학교의 인성교육 활동에 대한 평가를 시행한다. 교사는 인성교육 관련 연수를 일정 시간 이수해야 하며 사범대학이나 교육대학 등 교원 양성기관 역시 인성교육 과목을 필수로 개설해 운영해야 한다.이것을 보면 인성이라는 것도 마치 경제개발 5개년 계획처럼 국가에 의해서 생산되고 관리되는 것처럼 보인다. 이것은 각 개인의 개성을 특정한 규격에 맞춰 대량 생산하겠다는 생각을 내포하고 있다.하지만 우리가 `인성`이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이것은 대량 생산 되거나 규격화 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인터넷 국어사전에서 인성이라는 단어의 뜻을 찾아보면 “인성은 인간의 성품”이라고 나온다. 사전은 또한 성격 혹은 인성에 대해 “사람의 기분·태도·의견을 포괄하며, 다른 사람과의 상호작용에서 뚜렷이 드러난다”라고 규정함으로써, 이것이 개성, 즉 개별적 존재로서의 인간의 특성을 의미함을 보여준다. 이러한 정의에 따르면 세상에 50억의 사람이 있으면 인성도 50억 개가 존재하게 된다.각 개인의 인(간)성을 구성하는 것 중에는 도덕 감정이나 준법정신도 있을 것이다. 교육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은 타인과의 교섭 영역에 해당 하는 부분, 즉 도덕·윤리나 법의 영역일 것이다. 이것은 이미 기존 교육체제에서 윤리 교육으로 확립되어 있다. 각 교육과정에 윤리나 도덕 시간이 배정되어 있고, 각 사범 대학에 윤리교육학과가 있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준법정신을 좀 더 강화하기 위해서는 엄격한 법 집행 등을 통해서, 죄를 지으면 그에 대한 상응하는 처벌이 있음을 강하게 환기시키는 것이 좋다. 우리나라에서 `사형제`가 존치되고 있고, 사형집행에 대한 요구가 끊이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이다.웹서핑을 하다 보니 `인성교육진흥법`이 만들어진 이유가 2014년 5월에 있었던 세월호 사건 때문이라고 한다. 선실에서 구명복을 입은 채 기다리라는 방송을 듣고 그대로 하다가 많은 아이들이 희생된 것을 보고, 인성 교육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이라고 한다. 이런 `카더라 통신`이 진짜라면 필자는 너무 그 해결책이 황당하다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는다. 이 아이들은 위기 상황에 선생님과 책임자의 지시를 잘 따르라는 안전 교육 수칙을 잘 지켰기 때문에 죽은 것이다. 오히려 이 수칙을 지키지 않고, 마음대로 탈출한 아이들이 살아남았다. `세월호` 문제에 관한 한 아이들의 인성이 문제가 아니라 그 아이들을 제 때 구하지 못한 재난구조시스템이 문제이다.`인성교육진흥법`은 인성교육의 기본방향을 `가정과 학교, 사회에서 모두 장려`되는 인간을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교육에는 표준화된 교육 지침이라는 것이 있다. 하지만 인성을 표준화시키는 것이 가능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더구나 전 세계적으로 교육이나 사회에서 점점 요구하는 것은 다양성이다. 여기에는 획일화되고 표준화 된 사고나 행동방식으로는 혁신이나 창의성 등이 보장되지 않는 생각이 반영되어 있다. 이런 점에서 인성교육진흥법은 시대의 흐름을 역행하는 정책임이 명확하다.

2016-07-05

영국 국민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을 보고

▲ 배개화 단국대 교수·교양학부지난 주 토요일 오랜만에 친구들과 대학교 동창모임을 했다. 이런 저런 이야기는 브렉시트에 대한 이야기로까지 흘러갔다. 필자는 브렉시트라는 단어를 인터넷 포털 뉴스로 자주 접하기는 했지만, 무슨 뜻인지 몰라서 친구들에게 물어보았고, 브렉시트(Brexit)는 Britain과 Exit의 합성어임을 알게 되었다. 한마디로 브렉시트는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의미하는 단어이다. 지금 언론에서는 영국에서 브렉시트가 국민투표로 통과된 것에 대해서 1980년대 이후로의 신자유주의적 경제체제가 이제는 한계점에 도달했음을 보여주는 징후로 해석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전 세계적인 경제적, 정치적 불확실성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1993년에 마스트리흐트 조약 체결로 시작되었으며, 영국, 프랑스,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등을 포함해서 현재 28개국의 회원국이 있다. 모든 회원국은 유로화라는 단일 통화를 사용하고 있으며, 현존하는 경제 협력체 중 통합의 수준이 가장 높고, 관세 철폐를 목표로 하는 자유무역 협정에 해당한다. 유럽연합의 결성은 국가 간의 무역 장벽을 철폐하고 자유 무역을 촉진하는 신자유주의의 전 세계적인 확산에 크게 기여했다.이 때문에 영국 국민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은 신자유주의 그리고 세계화에 대한 제동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영국에서 브렉시트를 지지하는 정치 세력은 우파에서 좌파를 망라하고 있다. 우파 진영은 이민 유입을, 좌파 진영은 신자유주의 정책을 탈퇴 이유로 들고 있다. 브렉시트 지지자들의 대부분은 중, 하류층들로서 그들은 자신들이 처한 경제적 불평등과 직업 안정성의 약화 등을 유럽연합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한겨레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영국의 상위 1%의 소득은 1930년에 정점을 찍은 이후로 1980년에 최저였지만, 신자유주의와 함께 현재는 1930년대의 수준으로 회복하였다고 한다. 그에 비해서 저소득층의 수입은 거의 증가가 없었다고 한다.보다 가시적인 찬성 이유는 유럽연합 내에서 국가 간 인구이동이 자유롭게 되면서, 많은 이민자들이 영국으로 몰려 자국민의 실업률을 높이고, 부동산 가격을 상승시키는 등의 각종 사회 문제를 일으키는 것과, 영국이 유럽연합에 너무 많은 분담금을 내는 바람에 국민들에 대한 복지 혜택 등이 주는 것에 불만이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언론에서도 런던의 부동산가격이 폭락할지도 모른다는 예측과 함께 영국으로의 이민자 유입이 많이 줄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영국 국민은 유럽연합에서의 탈퇴가 이런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현재 영국 국민들이 브렉시트를 찬성하는 이유는 신자유주의로 인한 소득 양극화 때문이다. 이것은 신자유주의 문제점을 비판하는 좌파들의 주장에 맥이 닿아있다. 하지만 실제 국민들이 브렉시트를 찬성하는 정서적 이유는 이민 정책 등의 우파의 주장에 더 맥이 닿아있다. 이런 이유로 많은 전문가들은 현재 영국의 상황을 1930년대의 유럽의 상황에 투사하면서, 전 세계적인 경제 공황과 세계 전쟁의 가능성을 예측하기도 하고, 독일의 나치즘과 같은 파시즘이 도래할지도 모른다고 걱정하고 있다.영국의 결정은 전 세계 주가 및 환율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한국도 오늘 당장 주가가 폭락하고 환율이 올라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주가가 1천700선으로 폭락하고 달러 환율도 1천300원으로 올라갈지 모른다고 예측하고 있다. 영국의 국민투표 결과는 신자유주의와 세계화에 대한 제동이라고 볼 수 있다. 예측할 수는 없지만, 신자유주의와 세계화에 대한 일반 대중들의 저항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이것이 파시즘의 도래와 세계 전쟁과 같은 부정적 방향으로 진행될지,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고 모두가 공존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갈지 섣불리 예측할 수 없다. 다만, 필자는 후자의 방향으로 진행되기를 바랄 뿐이다.

2016-06-28

한국 대학, 미국 대학

▲ 배개화 단국대 교수·교양학부며칠 전 SNS를 통해서 캘리포니아 쪽에 있는 대학으로 연구년을 가 있는 대학원 선배의 글을 읽었다. 그것은 스탠포드 대학을 방문한 인상기였다. 그는 스탠포드 대학교 캠퍼스가 너무 멋있다는 칭찬과 함께 미국과 한국 대학의 교육의 질이 얼마나 차이 나는지에 대한 한탄 같은 것을 적어놓았다. 거기에는 스탠포드에 재직 중인 한국인 교수가 한국에서 대학교육을 받고 있는 학생들을 동정하는 이야기도 곁들여 있었다. 이 인상기 때문에 필자도 미국과 한국에서의 대학교 분위기랄까, 환경의 차이를 비교해 보았다. 3월부터 한국에 돌아온 이후, 바로 수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1년 동안 쉬었다가 하는 수업이라 많이 긴장되기도 하고 또 설레기도 했다. 이렇게 필자는 10년 이상 해온 익숙한 생활로 돌아갔고, 늘 해왔던 일이고 생활방식이라 금방 익숙해졌다. 일주일 단위로 필자의 생활은 다람쥐가 쳇바퀴 돌 듯이 반복되었고, 시간은 정신없이 빨리 흘러갔다. 한 학기 동안 무엇을 했는지 돌이켜보면 연구실, 교실 그리고 집을 오간 것 외에 별 자극 없는 생활이었다. 4월 말에 논문 발표를 위해 미국에 갔다 오지 않았다면 정말 악센트 없는 한 학기가 되었을 것이다.이런 생활이 일주일에 두 세 번씩 연구 발표에 참석했던 작년의 생활과 많이 다른 것은 사실이다. 필자가 방문교수로 있었던 하버드-엔칭 연구소만 해도 일주일에 한두 번의 발표회가 있다. 방문 학자의 공식적인 논문 발표가 일주일에 한 번 정도씩 있었고, 비공식적으로 하는 발표도 2주에 한 번 정도씩 있었다. 이 연구소는 중국학에 중점을 둔 연구소이기 때문에 중국학 관련 발표가 많지만, 그밖에도 한문 문화권인 한국, 일본, 대만, 베트남, 그리고 타이 등에 대한 발표도 있다.이밖에도 동아시아학 관련해서 한국학 연구소, 일본학 연구소, 그리고 중국학 연구소 등이 있다. 이 연구소들에서도 일주일에 한 번 정도로 학자들이나 외교관 등의 연구 발표가 있다. 발표자는 미국 대학 교수인 경우도 있지만, 아시아 대학 학자들이 더 많다.이 발표자 내지 강연자 중에는 일본의 아베 수상도 있었다. 필자가 한국에 있을 때는 대통령 얼굴을 직접 볼 기회가 한 번도 없었지만, 하버드에 있었던 덕분에 다른 나라 수상의 얼굴도 직접 보고 그의 강연도 들을 수 있었다. 한 강연에서는 역대 주한 미국 대사들을 한자리에서 모두 만날 수 있었다. 이런 것이 가능했던 것은 필자가 하버드 대학교에 있었기 때문이다.필자의 경험 상 하버드 대학원에 입학하는 학생들이 다 뛰어난 것도 아니고, 모두 학문적으로 성공적인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곳의 연구 및 교육 환경은 한국에서는 접할 수 없는 많은 정보들을 학생들에게 제공한다. 또한 세계 각국으로부터 온 학자들이나 연구자들의 다양한 연구 내용들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 이런 경험을 많이 하다보면, 일국적인 관점보다는 국제적 관점, 다른 말로는 여러 나라의 사례를 비교해서 보는 관점을 갖게 되고, 교수들도 그런 것을 학생들에게 요구한다.하지만, 한국에 돌아온 이후로 이런 학문적 자극은 더 이상 없다. 필자의 연구 분야인 국문학내지 한국학 관련 학회에 참석할 수 있는 기회가 있지만, 이런 학회들에 모두 참가하기 위해서는 전국을 돌아다녀야 한다. 또한 한국학, 한국문학뿐만 아니라 역사, 경제 등을 하는 연구자들은 `한국의 특수성`을 매우 강조하는 경향이 많다. 한국의 한국학은 비교 연구를 통한 보편성의 논증이라는 점에서 매우 취약하다. 한국의 연구 환경이 이런 비교 연구를 할 수 있는 조건을 충분히 제공하지 못하는 것이다.요즘 대학 평가의 중요한 이슈 중 하나가 대학의 국제화이다. 많은 대학은 이것을 외국인 학생을 많이 유치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실천하고 있다. 하지만 대학의 국제화란 이 같은 학문의 국제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언젠가 한국 대학에서도 필자가 경험한 것과 같은 국제적 학문 교류가 가능한 날이 왔으면 한다.

2016-0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