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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학, 미국 대학

등록일 2016-06-21 02:01 게재일 2016-06-2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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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개화<br /><br />단국대 교수·교양학부
▲ 배개화 단국대 교수·교양학부

며칠 전 SNS를 통해서 캘리포니아 쪽에 있는 대학으로 연구년을 가 있는 대학원 선배의 글을 읽었다. 그것은 스탠포드 대학을 방문한 인상기였다. 그는 스탠포드 대학교 캠퍼스가 너무 멋있다는 칭찬과 함께 미국과 한국 대학의 교육의 질이 얼마나 차이 나는지에 대한 한탄 같은 것을 적어놓았다. 거기에는 스탠포드에 재직 중인 한국인 교수가 한국에서 대학교육을 받고 있는 학생들을 동정하는 이야기도 곁들여 있었다. 이 인상기 때문에 필자도 미국과 한국에서의 대학교 분위기랄까, 환경의 차이를 비교해 보았다.

3월부터 한국에 돌아온 이후, 바로 수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1년 동안 쉬었다가 하는 수업이라 많이 긴장되기도 하고 또 설레기도 했다. 이렇게 필자는 10년 이상 해온 익숙한 생활로 돌아갔고, 늘 해왔던 일이고 생활방식이라 금방 익숙해졌다. 일주일 단위로 필자의 생활은 다람쥐가 쳇바퀴 돌 듯이 반복되었고, 시간은 정신없이 빨리 흘러갔다. 한 학기 동안 무엇을 했는지 돌이켜보면 연구실, 교실 그리고 집을 오간 것 외에 별 자극 없는 생활이었다. 4월 말에 논문 발표를 위해 미국에 갔다 오지 않았다면 정말 악센트 없는 한 학기가 되었을 것이다.

이런 생활이 일주일에 두 세 번씩 연구 발표에 참석했던 작년의 생활과 많이 다른 것은 사실이다. 필자가 방문교수로 있었던 하버드-엔칭 연구소만 해도 일주일에 한두 번의 발표회가 있다. 방문 학자의 공식적인 논문 발표가 일주일에 한 번 정도씩 있었고, 비공식적으로 하는 발표도 2주에 한 번 정도씩 있었다. 이 연구소는 중국학에 중점을 둔 연구소이기 때문에 중국학 관련 발표가 많지만, 그밖에도 한문 문화권인 한국, 일본, 대만, 베트남, 그리고 타이 등에 대한 발표도 있다.

이밖에도 동아시아학 관련해서 한국학 연구소, 일본학 연구소, 그리고 중국학 연구소 등이 있다. 이 연구소들에서도 일주일에 한 번 정도로 학자들이나 외교관 등의 연구 발표가 있다. 발표자는 미국 대학 교수인 경우도 있지만, 아시아 대학 학자들이 더 많다.

이 발표자 내지 강연자 중에는 일본의 아베 수상도 있었다. 필자가 한국에 있을 때는 대통령 얼굴을 직접 볼 기회가 한 번도 없었지만, 하버드에 있었던 덕분에 다른 나라 수상의 얼굴도 직접 보고 그의 강연도 들을 수 있었다. 한 강연에서는 역대 주한 미국 대사들을 한자리에서 모두 만날 수 있었다. 이런 것이 가능했던 것은 필자가 하버드 대학교에 있었기 때문이다.

필자의 경험 상 하버드 대학원에 입학하는 학생들이 다 뛰어난 것도 아니고, 모두 학문적으로 성공적인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곳의 연구 및 교육 환경은 한국에서는 접할 수 없는 많은 정보들을 학생들에게 제공한다. 또한 세계 각국으로부터 온 학자들이나 연구자들의 다양한 연구 내용들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 이런 경험을 많이 하다보면, 일국적인 관점보다는 국제적 관점, 다른 말로는 여러 나라의 사례를 비교해서 보는 관점을 갖게 되고, 교수들도 그런 것을 학생들에게 요구한다.

하지만, 한국에 돌아온 이후로 이런 학문적 자극은 더 이상 없다. 필자의 연구 분야인 국문학내지 한국학 관련 학회에 참석할 수 있는 기회가 있지만, 이런 학회들에 모두 참가하기 위해서는 전국을 돌아다녀야 한다. 또한 한국학, 한국문학뿐만 아니라 역사, 경제 등을 하는 연구자들은 `한국의 특수성`을 매우 강조하는 경향이 많다. 한국의 한국학은 비교 연구를 통한 보편성의 논증이라는 점에서 매우 취약하다. 한국의 연구 환경이 이런 비교 연구를 할 수 있는 조건을 충분히 제공하지 못하는 것이다.

요즘 대학 평가의 중요한 이슈 중 하나가 대학의 국제화이다. 많은 대학은 이것을 외국인 학생을 많이 유치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실천하고 있다. 하지만 대학의 국제화란 이 같은 학문의 국제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언젠가 한국 대학에서도 필자가 경험한 것과 같은 국제적 학문 교류가 가능한 날이 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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