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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가수 밥 딜런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보고

등록일 2016-10-18 02:01 게재일 2016-10-18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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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개화<br /><br />단국대 교수·교양학부
▲ 배개화 단국대 교수·교양학부

해마다 10월이 되면 노벨상 수상자들의 소식이 보도되곤 한다. 한국에서는 몇 년 전부터 노벨 문학상에 대한 기대로 관심이 높았고, 수상 후보자로는 시인 고은의 이름이 언급되곤 했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노벨 문학상 수상은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로 돌아갔다. 작년과 올해에는 일본의 유명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벨 문학상 수상이 점쳐졌으나, 결과는 미국 가수 밥 딜런이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필자는 밥 딜런의 수상이 의외라고 생각하면서도 뭔가 질문을 받는 느낌을 받았다.

밥 딜런은 대중 가수로서 노벨 문학상을 처음 받았다, 문학은 넓은 의미로 문자로 쓰인 것을 의미하며, 좁게는 소설, 희곡, 시, 수필, 평론 등과 같은 것을 의미한다. 문학상 역대 수상자로는 소설가나 시인이 많았다. 이 때문에 가수인 밥 딜런이 노벨 문학상을 받을 자격이 되는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선정위원회는 밥 딜런의 노래는 기본적으로 가사가 있기 때문에, 가사는 문학으로 볼 수 있지 않느냐는 입장이다. 또한 인쇄 출판이 대중화되기 이전의 시인들은 음유시인(즉석해서 시를 지어 노래로 부르는 사람들)이었다고 반문했다. 이런 주장이 반드시 틀리지 않은 것이 한국의 경우도 개화기 이전의 시가들, 즉 시조나 가사 등은 모두 즉흥 창작이었고, 노래로 먼저 만들어지고 나중에 기록되었다. 노래를 구비문학(입으로 전달되는 문학)의 범주에 넣을 수 있다면, 그의 노래도 문학의 하나로 볼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대중가요의 경우 가수와 작사가가 다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선정위원회의 논리대로라면 가수보다는 작사가가 상을 받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대중들은 어떤 노래를 부른 가수를 기억하지 작사가를 기억하지 않는다. 어떤 노래를 완성시키는 사람은 최종적으로는 가수이기 때문이다. 밥 딜런의 경우는 `싱어송 라이터`(자기가 작사와 작곡한 곡을 노래로 부르는 사람)이기 때문에 수상자로서 자격이 된다고 말할 수 있다.

밥 딜런의 대표곡으로는 `천국의 문을 두드려요(Knocking On Heaven`s Door)`와 `바람에 날리고 있어요(Blowing in the Wind)` 등이 있다. 이런 노래들은 필자도 음반이나 방송 등을 통해 자주 들어 익숙한 노래들이다. 그의 노래는 시적인 가사로 유명하며, 1960년대부터 저항음악의 대표로 사랑 받았다고 한다. `Blowing in the wind`의 가사는 전쟁 반대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런 가사 때문에 당시 밥 딜런은 베트남 전쟁에 대한 저항의 아이콘이기도 했다.

밥 딜런의 전성기였다고 말해지는 1960년대는 전 세계적으로 학생운동이 활발했던 시기이다. 특히 1968년은 `68세대`라는 용어가 있을 정도로 전 세계적으로 학생운동이 가장 최고조에 달했던 해이다. 동시에 이 시대는 히피 문화와 함께 `비틀즈`와 같은 록 음악으로 상징되기도 한다. 모두 기성세대와 기성의 사회 구조에 대한 저항과 비판을 상징하는 것들이다. 비록 이 세대가 아닌 필자조차도 비틀즈, 밥 딜런, 혹은 존 바에즈 등과 같은 대중 가수들을 빼고는 `68세대`를 생각할 수 없다. 이런 점에서 밥 딜런의 수상은 1960년대 대중문화 및 그 때의 학생운동에 참가했던 대중들의 저항문화에 주어지는 상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필자는 밥 딜런의 수상은 1960년대 저항적 대중문화와 그 문화를 공유했던 세대들에게 주는 상이라고 생각한다. 수상자는 한 명이지만, 그는 68세대를 대표해서 받은 것이다. 이런 부분에 대한 이해 없이, 한국 언론에서는 슬슬 `K팝은 무엇을 노래하나`라며 노래 가사의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기사를 내고 있다.

무슨 성공의 공식(公式)을 발견해서 그것만 따라하면 노벨상을 탈 수 있을 것이라는 사고 수준으로는 우리나라 사람이 노벨문학상 타기는 먼 미래의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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