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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상위 1% 교수가 지방대에 더 많다구?

등록일 2016-09-27 02:01 게재일 2016-09-2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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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개화 <br /><br />단국대 교수·교양학부
▲ 배개화 단국대 교수·교양학부

며칠 전 인터넷 웹서핑을 하다가 한국 대학 교수의 연구 성과에 대한 신문 기사를 봤다. 이 기사에 따르면 세계적 학술정보 서비스 기업인 톰슨 로이터가 선정한 `세계 상위 1% 연구자`에 국내 연구기관 소속 연구자 28명이 이름을 올렸다고 한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경상대 수학과 교수 4명이 여기에 포함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중의 한 명은 시간강사였다. 서울대, 고려대, KAIST, 울산과학기술원(UNIST)이 2명씩, 그리고 연세대, 포스텍은 1명씩 이름을 올렸다. 이런 내용들을 보면서 한국의 대학 및 연구 시스템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톰슨로이터가 선정한 세계 상위 1% 연구자의 기준은 “연구자의 논문이 다른 논문에 얼마나 많이 인용 되었는가”이다. 논문의 피인용 지수는 논문의 우수성과 영향력을 평가하는 가장 정확한 지표이기 때문에, 이런 논문을 많이 쓸수록 좋은 학자로 평가받는다. 그리고 한글로 쓴 국내 학술지보다는 영어로 출판되는 국제 학술지에 실을수록 많은 독자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더 많은 피인용 횟수를 갖게 된다. 개별 연구자뿐만 아니라 대학 평가도 소속 연구자의 국제 학술지 게재 논문 개수 및 우수 학술지 게재 등이 중요한 기준이 된다.

물론 4명의 상위 1% 교수를 갖고 있는 것만으로 경상대가 다른 대학보다 더 월등히 좋은 대학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경상대의 사례를 보면 어떻게 하면 좋은 연구자가 많은 대학을 만들 수 있는가에 대한 힌트를 얻게 된다.

우리는 경상대 교수 4명이 모두 수학자인 것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이들은 모두 수학밖에 모르는 수학에 미친 사람들이라고 한다. 수학 교수를 임용할 때 이런 사람들을 임용하였기 때문에, 그들이 경상대에 모일 수 있었다. 그리고 이들이 모여서 함께 연구를 하다 보니 서로의 연구에 도움이 되었다. 한마디로 우수한 연구자를 뽑지 않으면 우수한 연구가 나올 수 없다.

관련 기사를 읽다가 보니, 댓글에 전 세계 상위 1% 교수인데 왜 시간 강사지? 라고 질문하는 것을 읽었다. 이 댓글은 필자에게 10년 전 지방의 모 대학에서 비정규직 전임강사로 일할 때, 한 교수로부터 들었던 말을 생각나게 했다. 보통 대학 교수들이 교수를 뽑을 때 자기보다 나은 사람을 뽑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단 교수로 채용되면 다른 학교로의 이동이 자유롭지 않기 때문에, 함께 오랫동안 있기에 편한 사람을 채용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런 사람은 대체로 기존 교수보다 나이가 어리고, 학과의 여러 가지 일을 시키기에 편한 사람이다.

또한 최근의 연구 업적평가 시스템도 좋은 논문을 쓰기 어렵게 하는 경향이 있다. 이미 신문보도 등을 통해서 여러 번 지적된 이야기지만, 현재의 연구업적 시스템은 주로 얼마나 많은 논문을 썼는가라는 `양` 평가를 중시한다. 양적 평가 시스템은 연구자 평가에 기준이 없던 시기에 비하면 개선된 것이다. 덕분에 여성 연구자나 지방대 출신 연구자들도 연구 기관에서 직장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그러나 부작용도 분명하다. 일 년 동안 써야하는 연구 업적 점수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많은 연구자들이 그것을 채우느라 바쁘다. 하지만 국제적으로 인용지수가 높은 논문을 쓰기 위해서는 한 가지 주제에 대해서 오랫동안 몰두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올 여름에 있었던 브라질 올림픽에서 가장 금메달을 많이 땄던 한국 양궁의 국가대표 선발 기준은 우수한 연구자를 만들어가는 기준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그 기준은 파벌 형성을 허락하지 않고, 오로지 선발 당시의 실력으로만 뽑는다는 것이다. 이것은 미국 대학에 본교 출신 교수가 적고, 교수 업적 평가를 엄격하게 하는 것과 유사해 보인다. 실력이 좋은 사람들을 뽑고, 그 사람들이 모여서 서로 경쟁하면서 열심히 하는 것이 좋은 연구자와 좋은 대학을 만드는 지름길이 아닐까 한다. 또한, 연구자들에게 좋은 연구결과가 나올 수 있게 충분한 시간과 지원을 주는 것도 필요하다.

※이 사업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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