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개화 단국대 교수·교양학부며칠 전, 고등학교 동창생 `밴드`에 들어갔다가, 포항항도중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동창생의 아들이 1년 동안 학교에서 친구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동창생이 아고라에 올린 글이나 신문 기사에 따르면, 이미 학교의 징계 절차도 마무리 됐고, 경찰 조사도 거의 마무리 되는 상황이라고 한다. 하지만, 가해자에 대한 학교의 조치나 경찰 조사 결과가 피해자 측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것 같다. 가해 학생들은 동창생의 아들에게 볼펜으로 온몸에 낙서를 하고, 칼로 손을 찌르고, 정수리를 동그랗게 잘라 잔디라며 물을 붓고, 흙과 치약을 먹이고, 심지어는 교실 커튼 뒤에서 음모를 뽑는 가해 행위를 저질렀다고 한다. 이러한 사실을 작년 12월 초쯤 학교 측에서 인지하고 두 차례 정도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열어 조사했다. 그 결과, 주동자인 윤모군과 김모군은 출석정지 8일과 학급교체, 서면사과의 징계를, 나머지 학생 5명은 출석정지 3일, 접근금지 등의 징계를 받았다고 한다. 피해자의 고소로 이뤄진 경찰 조사에서도 `성폭행` 혐의는 인정되지 않은 채 사건이 종결되는 분위기라고 한다.이 사건이나 다른 학교 폭력 사건을 보면 가해자들이 `친구`라는 가면을 쓰고 있는 점을 자주 발견하게 된다. 요즘 아이들은 함께 노는 친구들이 정해지게 되면, 그 아이들과 주로 다니고 소통하게 된다. 평소 놀던 친구 무리에서 벗어나면 외톨이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아이들은 친구가 가혹행위를 해도 어쩔 수 없이 순응하게 되는 경향을 보인다. 또한, 부모나 선생님 등이 보기에도 친구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이기에 `심한 장난`으로 가볍게 생각하게 된다. 즉, 가해 당사자나 주위 관찰자들이 폭력을 장난으로 보게 되는 착시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1년 동안 지속되어온 학교 폭력이 `심한 장난`으로 치부되다 보니, 가해 학생에 대한 처분도 피해자의 `기분`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가해자에게 큰 피해가 가지 않는 수준에서 내려진다. 학교의 관대한 처분은, 자신의 행동이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는 `폭력`이라는 점을 가해자가 깨닫지 못하게 만든다. 동창생에 따르면, 가해 학생은 반성문에 `내가 이번 일로 교내봉사 며칠 하는 동안, 너는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고등학교에 가라. 난 반성하고 있을께`라고 썼다고 한다. 이 문장은, 가해 학생이 학교의 징계로 인해 자신의 `고등학교 입시`가 잘못될까 하는 것에만 신경 쓰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학교 폭력이 일어날 때, 가해 학생만큼 피해자에게 방어적으로 나오는 쪽이 있는데, 이는 담임선생 등 학교 측이다. 이들은 학내에서 폭력 문제가 발생하면 이것이 자신들의 승진 등 인사고과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대체로 문제가 있다는 사실 자체를 은폐하거나 확대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내 직장 동료의 경우, 조카가 전학 간 학교에서 학교 폭력을 당해 학교 측에 학교폭력대책위원회를 열어줄 것을 요구하자, 학교 측에서는 한 번도 그런 위원회를 연 적이 없다고 답변했다고 한다. 실제로 학교 측은 이 위원회를 여는 절차도 모르고 있어서, 피해자 가족들이 관련 자료를 알아보고 시교육청에도 항의하고 했다고 한다. 결국, 직장 동료의 조카는 다시 전학을 가야했다.지인들의 사례이긴 하지만, 대체로 학교 폭력은 피해자가 피해 정도를 호소하는 것에 비해서,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다소 가볍게 내려지는 듯하다.이는 가해자들이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명학하게 인지하지 못하게 만든다. 가해학생들이 쓴 `반성문`이 보여주는 것처럼, 그들은 그냥 재미로 좀 심한 장난을 쳤다는 데, 재수가 없어 처벌을 받았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가해학생들도 앞으로 살아가야 할 날들이 많이 남아있는 남의 집의 귀한 자식들이다. 그런 만큼 더욱 적절한 처벌을 통해서 가해 학생들이 자신이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를 정확하게 깨닫게 함으로써 이들이 다시 그런 잘못을 저지르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가장 바람직한 훈육법은 `대화`를 통해서 가해자가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진심으로 반성하고, 피해자에게 사과하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말로 훈육되지 않는 상대에서는 적절한 `벌`을 통해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깨닫게 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는 `바늘 도둑이 소도둑` 되는 것을 막는 최선의 방법이다.
2015-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