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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 클린턴 논란에 대한 단상

등록일 2015-03-10 02:01 게재일 2015-03-1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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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개화 단국대 교수·교양학부

최근 미국의 뉴스쇼나 라디오 대담 프로그램에서는 어떤 문제로 논쟁 중이다. 그것은 힐러리 클린턴이 국무장관 재직 기간(2009-2013) 동안 정부 이메일 계정을 개설하지 않고, 개인용 이메일 계정을 사용하였다는 것에 대한 것이다. 뉴욕타임스(NYT)가 지난 2일 이러한 사실을 처음 보도한 이래로 미국 언론은 이를 힐러리 클린턴 스캔들 혹은 힐러리 클린턴 논란으로 부르고 있다. 이것이 스캔들로 발전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미국 사회에서 큰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뉴욕 타임즈에 따르면 힐러리가 개인 서버와 이메일 계정을 공무용으로 사용한 것은, 모든 공직자의 서신교환은 소속 조직의 기록으로서 보전되어야 한다는 `연방 기록법`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있고 한다. 또한 개인 이메일 계정의 사용은 `투명한 정부`를 내세우는 오바마 정부의 정책과도 모순된다고 한다. 이 때문에, 힐러리 클린턴의 보좌관은 2달 전 5만5천페이지에 달하는 이메일을 정부에 제출했다. 하지만, 뉴욕 타임즈의 보도 이후 논란이 심해지자, 3월 4일 힐러리 클린턴은 그 메일의 공개를 정부에 요청한 상태이다.

힐러리 클린턴의 개인 이메일 계정을 사용한 것이 논란이 되는 것은 무엇보다 보안 문제 때문이다. 그녀는 자신의 집에 개인 서버를 설치하고 이에 토대한 이메일 계정을 개설하여 사용하였다고 한다. 사실 최근 미국 정부는 해커를 고용하여 미국 정부의 서버를 공격하였으며, 이중 취약한 일부 서버가 뚫리는 등 보안상의 문제가 불거졌다. 언론에서는 외국 해커 공격으로부터 힐러리의 개인 서버가 안전할 수 있는지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현하였다. 나는 며칠 전부터 영어 공부를 위해서 fox new radio를 듣고 있다는데, 뉴스에서는 클리턴의 개인 이메일 계정 사용을 부정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재밌는 것은 fox new live talk는 라디오 토크쇼이다. 한국 라디오처럼 진행자가 청취자와 토론하는 것인데, 듣다보면 심각한 내용임에도 웃음이 나올 때가 있다. 대부분 청취자들은 힐러리 클린턴의 개인 이메일 계정 사용에 대해서 부정적인데 비해서 이 진행자는 그녀를 옹호하는 입장이다. 이런 이유로 진행자와 청취자 사이에서 논란이 일어나는데, 어떨 때는 진행자가 청취자의 말을 하는데도 끼어들어 말하는 바람에 과격한 코러스를 듣는 느낌이 든다.

언론의 자유, 혹은 말할 자유는 미국에서는 매우 중요한 권리로 간주되며, 중요한 사회적 국가적 문제에 대해서 자유롭게 말하는 것을 누구도 말릴 수 없다. 이런 점은 우리나라와 매우 대조적이다. 언론의 자유가 많이 진전되었다고는 하지만 `설화`(舌禍)에 대한 공포는 뿌리 깊게 남아있다. 60대 중반인 우리 어머니는 항상 우리 형제에게 정치 문제에 대해서는 함부로 말하지 말라고 말 단속을 시킨다. 사적 공간인 집안에서조차도 `정치`나 `정치인`에 대해서 말하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는 것을 보면, 언론의 자유는 우리 어머니에게는 영원히 먼 나라의 이야기인 듯 같아 안타깝다.

사실, 나도 이 칼럼을 쓰면서 문제가 되지 않도록 적당히 내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 뭐 정치할 것도 아니고, 될 수 있으면 티가 안 나게 조용히 살고 싶다는 보수적 심리가 작용하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 사회에서 스며들어 있는 말하기에 대한 공포는 논객이라는 대리자를 내세워서 자기 생각을 말하는 문화를 만들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누가 대신해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래서 소위 논객이라는 사람들을 보면, 상대 진영으로부터 온갖 욕을 먹으면서도 꿋꿋하게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용기와 강한 정신력에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힐러리 클린턴이 여론과 공화당의 비판을 극복하고 민주당의 새로운 대통령 후보가 될지 지켜보는 것도 궁금하다. 동시에 우리 사회에 뿌리 깊은 `말하기에 대한 공포`도 빨리 사라졌으면, 그래서 모든 국민이 논객이 되어 자유롭게 자기 생각을 표현할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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