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나라에는 여러 가지 대형 사고들이 끊이지 않고 있어, 국민들의 걱정과 `안전`에 대한 불안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우선 올 1월 10일에만 해도 의정부의 `대봉그린 아파트`라는 도시형 생활주택(원룸)에서 불이 나서 4명이 사망하고 140여 명이 부상당하는 큰 사고가 발생했다. 1층 주차장에 주차했던 오토바이에서 시작된 불이 그 원인이었다.
이 빌딩에는 10층 이하의 건물에는 `스프링클러`를 설치하지 하지 않아도 된다는 규정 때문에 화재의 조기 진화가 불가능했고 덕분에 많은 사상자를 냈다.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은 것과 불에 잘 타는 외벽 단열재를 사용한 것이 화재의 규모를 키웠다고 한다. 반면에, 이런 비극에는 항상 가슴이 훈훈해지는 일도 동시에 일어난다. 마침 이 건물 세입자인 소방관이 화재 당시 집에 있다가 화재를 피해서 다른 거주민들을 옥상으로 안전하게 대피하도록 도왔다거나, 우연히 옆을 지나던 간판 설치 기술자가 자기 밧줄을 이용해 주민들을 구했다거나 하는 소식이 그것이다.
이처럼 서로 대비되는 현상들을 볼 때면, 나는 우리나라에는 이렇게 용감하고 정의감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대형 사고들이 왜 이렇게 많이 발생할까? 하는 의문이 들곤 한다. 언론 보도의 내용 등을 보았을 때, 이 사건이 이처럼 큰 사건으로 번지게 된 것에는 10층 이하 건물에는 `스프링클러`를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거나 불에 잘 타는 값싼 건물 외벽 단열재를 사용을 허용하는 건축 규정이 그 원인이었다. 즉 값싸게 건물을 건축할 수 있도록 허용한 건축 `규정`들이 작은 피해로 끝날 수 있는 화재를 크게 키운 원인이었다고 할 수 있다.
비슷하게 이런 대형 화재가 발생할 때면 자주 보도되는 것 중에 하나가 도로에 주차된 차들로 인해서 소방차의 진입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오래된 주택이 많이 있는 지역의 경우 이런 일이 많이 발생한다. 이럴 때면, 여론은 도로에 주차를 한 사람들의 질서의식의 결여에 대해서 비난한다. 하지만 왜 차 소유자들이 자기 차를 길가에다가 주차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갖지 않는다. 이들이 집 근처 도로에다가 차를 대는 것은 집에 `주차장`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집에 주차장이 없는 것은 우리나라에서는 주차장 설치가 주택 준공 허가에 필수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들을 보면서 예전 어느 책에서 본 `죄 짓는 아담이 세상에 있는 것이 아니라, 아담이 죄를 짓게 하는 세상이 있다`는 구절이 생각난다. 집을 짓는다는 일에는 그에 따른 건축 규정이 있고, 사업자들은 그 규정 안에서 건축을 하려고 한다. 우리나라 주택에 주차장이 없는 경우가 많은 것이나, 대봉그린 아파트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은 것이나 가연성 단열재를 사용한 것은 건축 규정에 그런 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주택 사업자의 입장에서 규정에 없는데 미래의 사고를 미리 염려해 굳이 돈이 드는 것들을 설치하거나 설비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건물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어 있지 않으면 화재가 났을 때 건물 자체로 진화 되지 않는다는 것이나 가연성 단열재는 불에 잘 탄다는 것은 100% 예상할 수 있다. 불이 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우연` 즉 확률상의 문제이며, 예측할 수 없는 일이다. 확실히 예측되는 `필연`적 결과와 예측할 수 없는 `우연`적 결과 중에서 우리가 고려해야 할 것은 전자이고, 그에 맞는 예방 조치가 있어야 한다. 이런 것들을 우리는 긍정적으로는 `규정,` 부정적으로는 `규제`라고 부른다.
이번 사건의 충격이 커서인지 지난 15일 `국민안전처`에서는 건물 외벽 불연재 사용을 의무화를 추진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여기에 10층 이하 건물에 `스프링클러` 설치도 추가됐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그 때 그 때의 사고에 대한 대증적 조치가 아닌 좀 더 거시적인 안목을 가지고 안전과 관련된 규정들이 정비되고 제정됐으면 한다. 더 나아가 사람의 생명이 걸린 안전 문제는 정부의 `규제 완화`정책에서 예외로 했으면 한다. 이런 조치들이 경제를 살리는 데 도움이 되는 것보다는 `기업이 본의 아닌 죄를 짓게 하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