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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베와 IS 사이

등록일 2015-01-27 02:01 게재일 2015-01-2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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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개화 단국대 교수·교양학부

최근 우리나라의 청소년 범죄 목록에 새로운 항목이 추가됐다. 그것은 바로 `테러`다. 작년 말, 오모군의 소위 `종북 콘서트 테러`사건과 지난주의 김모군의 IS 가입을 위한 시리아 밀입국 사건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를 다루는 언론의 태도는 다소 온도 차이가 있다. 오군의 테러에 대해서는 청소년의 일탈행위로 다소 가볍게 다루는 반면에, 김군의 시리아 밀입국에 대해서는 `테러의 국내 수입 가능성`을 운운하며 호들갑을 떨고 있다. 과연, 이런 이중적 태도가 바람직한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1월 10일에 한국의 10대 소년 김모군이 터키의 시리아 접경지역에서 행방불명됐다고 한다. 현지에서는 이 소년이 IS라는 이슬람 무장단체에 가담했다는 소문이 있었지만, 한국 정부는 이를 처음에는 부인했다. 하지만 소년의 컴퓨터 사용 기록이나 SNS 통신 기록 등을 조사하면서 이 소년이 IS에 가입하기 위해 시리아로 밀입국했을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10대 소년의 IS 가입 가능성을 두고 언론은 `한국인이 국제 테러단체에 가입했다니` 하는 당혹감과 `이 소년이 한국에 입국해서 테러를 하면 어쩌지`라는 두려움을 표현하고 있다.

나는 김군에 대한 언론의 보도를 보면서 작년 12월 중순에 익산에 있었던 `신은미&황선 통일토크콘서트 현장 사제 폭탄테러`사건을 떠올렸다. 이 사건을 저지른 오모군은 김군과 같은 10대 청소년이었다. 그는 콘서트 장에서 `북한을 지상낙원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느냐?`고 질문을 던진 후 사제 폭탄을 투척해, 콘서트 장에 있었던 청중들이 다치거나 대피했다. 일베회원이었던 이 청소년은 테러 전날 `네오-아니메`라는 인터넷 사이트에 테러 계획을 고지했다고 한다. 또한 오군의 테러가 성공하자 일베 회원들은 `이것은 의거다`라고 찬양하며 오군의 얼굴과 안중근 의사의 얼굴을 합성한 사진을 올렸다고 한다.

김군과 오군의 공통점 중의 하나가 `여성 혐오`이다. 김군은 IS 가입 이유로 페미니스트가 싫어서라고 말했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오군이 활동한 일베 역시 `여성`혐오 내지 비하가 난무하는 곳이다. 여성에 대한 혐오 내지 페미니스트에 대한 증오는 강한 남성에 대한 동일시를 동반한다. 김군의 경우 동일시의 대상은 IS이고, 오군을 옹호한 일베의 경우에는 우리나라의 군인출신 지도자들이다. 일베 회원들이 황선 씨의 토크 콘서트가 종북적이라는 이유로 옹호한 것에서 알 수 있듯, 이들에게는 북한에 대한 증오 정서도 강하다.

많은 언론들은 김군의 IS 가입 가능성을 보도하며, 그가 귀국해서 테러를 하면 어떻게 하지라며 걱정을 한다. 반면에 오군의 테러에 대해서는 `청소년의 일탈 행위`로 볼 뿐, 그다지 걱정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상반된 태도가 발생하는 것은 IS의 테러는 대상을 가리지 않는 무차별적인 테러이지만, 오군의 테러는 `종북주의자`라는 제한된 대상에 대한 것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즉, 내가 `종북주의자`가 아니면 테러 당할 일 없으니 안심해도 좋지만, IS는 나도 테러할 수 있기 때문에 걱정된다는 식이다.

그렇다면, IS테러와 오군의 콘서트장 테러가 본질적으로 다른 것인가? 오군의 옹호자들이라면 `당연히 다르지 오군은 정의를 실현한 것인데`라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프랑스 주간지 `샤를리 엡도`를 테러했던 젊은이들 역시 자신은 정의를 위해 테러했다고 주장했다. 두 정의의 진정성은 따지기 어려운 일이지만, 둘 다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무차별 폭력을 행사했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만약 오군의 테러를 옹호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IS에 대해서도 비난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과거 청소년 문제는 가출, 학교 폭력, 성문제 등이었다. 하지만 최근에 여기에 `테러`가 추가됐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테러`를 꽉 막힌 인생의 돌파구, 새로운 삶의 가능성으로 생각할 만큼 좋은 사회를 만들지 못한 것에 대해서 반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청소년들은 애지중지 가꾸고 키워야 할 대상이지, 정치적 목적에 이용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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