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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사람들의 특징?

등록일 2015-03-17 02:01 게재일 2015-03-1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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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개화 단국대 교수·교양학부

얼마 전 웹서핑을 하다가 미국의 팝스타 마돈나가 자기 팬과 인터뷰 한 것을 읽은 적이 있다. 그녀의 팬들이 한 질문 중에는`당신의 guilty pleasure가 뭔가요?`는 질문이 있었다. `guilty pleasure`는 지금 당장 즐거움을 느끼기는 하지만 마음속 한편에 `이러면 안 되는데`라는 죄책감도 동시에 느끼며 하는 행동들을 의미한다. 이 질문에 마돈나는 자기는 지금까지 한 번도 죄의식을 느낀 적이 없다고 대답했다. 최근 몇 년간 그녀가 자기보다 30살 이상 어린 연하남들과 염문을 뿌린 것을 생각하면, 나는 죄의식을 느낀 적이 없다는 그녀의 대답에서 나는 매우 강한 자기애를 느꼈다. 그리고 이런 강한 자기애와 자기 확신이 그녀가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말콤 글래드웰이라는 성공학 연구자는 성공하는 CEO의 특징으로 개방성, 성실성, 그리고 독선적 성격을 들었다. 사업을 하다보면 주위의 반대가 있을 수 있는데 성공한 CEO일수록 이런 반대를 무시하고 자기의 계획을 관철시키는 독선적 성격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말에는 `독불장군` `모난 돌 정 맞는다`와 같이 독선적인 성격에 대해서 경계하는 표현이 많다. 이런 것을 보면 보통 사람들의 모럴과 성공한 사람들의 모럴은 동일하지 않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 평범한 사람들을 보면 참 자기 반성을 잘하며, 누가 조금만 비판해도 금방 위축되고 자책한다. 그런데 마돈나의 경우처럼 성공한 사람들은 죄의식이나 후회 같은 것은 보기 힘든 것 같다. 이런 것을 좋게 말하면 카리스마라고 할 수도 있다. 자기 확신이 없는 사람이 다른 사람을 설득하고 이끌어나가기는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독선과 자기 확신은 같은 뜻 다른 표현인 것 같기도 하다.

문학자 중에서도 이렇게 자기 확신이 강한 캐릭터를 발견할 수 있다. 사실 마돈나의 인터뷰를 보면서 머리에 금방 떠올랐던 사람은 이광수이다. 이광수의 성격을 짐작할 수 있는 소설로는 그가 1938년에 발표한 `사랑`이다. 이 소설은 안빈이라는 의사가 세 명의 여자로부터 사랑을 받는 이야기이다. 첫 번째 여자는 그의 부인이고 두 번째는 그의 제자이자 여주인공인 석순옥이고 세 번째는 석순옥의 선배 인원이다. 이 세 여성들은 모두 안빈의 성자와 같은 고결한 성격과 조선 민족에 대한 사랑에 감동을 받아 그를 흠모한다. 여기에는 그의 금욕주의도 한몫하는데, 그는 석순옥과 플라토닉 한 사랑을 하며, 자기의 아내가 병으로 죽은 후로 재혼을 하지 않는다.

한편 석순옥은 안빈의 아내를 독살했다는 소문이 퍼지자, 안빈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자신이 사랑하지도 않는 남자와 결혼한다. 이후 그녀는 남편의 외도를 참고 견디며 그가 낳은 아이를 키운다. 또한 시어머니의 온갖 핍박도 참고 견디며 끝까지 부양한다. 그런데 이러한 인고의 배경에는`저를 죽이고 인연 있는 자를 사랑하라`는 안빈의 명령이 있다. 순옥은 안빈에 대한 존경심과 사랑 때문에 그의 명령을 절대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고 그것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이 명령에는 순옥의 행복에 대한 고려는 없다.

안빈이 가진 성자에 가까운 고귀한 성격과 다른 사람들에 대해 갖는 절대적 우월성은 이광수 자신의 이미지이기도 하다. 일제 말 한 일본 지식인은 이광수를 일본인보다 더 일본인의 정신을 이해하는 사람이라며 그의 경건하고 격조 있는 태도를 칭찬하기도 하였다. 해방 후 많은 사람들은 이광수를 많은 조선 청년들을 일본의 전쟁으로 몰아간 `친일파 매국노`라고 비난하였지만, 정작 본인은 아마 그런 비난을 진정 마음으로 용납하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는 일제 말 자신의 행동은 `조선인을 위한 것`이었다고 말해 더욱 비난 받기도 했지만, 그 말을 할 때 그의 마음속에는 죄의식이 없었을 것이 분명하다.

자기 확신이 강한 사람들, 그리고 자기 행동의 결과에 대해서 죄의식이 없는 사람들이 모두 성공한 사람들은 아니겠지만, 성공한 사람들 중에는 이런 경향을 갖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다. 이런 성격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보통 사람들이 쉽게 죄의식에 빠지는 것과는 차이가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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