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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섬마을 여교사 성폭행 사건을 보면서

▲ 배개화 단국대 교수·교양학부지난 5월 22일 새벽 전라남도 신안군 흑산도에서 학부모 등 주민 3명이 초등학교 관사에서 생활하고 있던 여교사를 성폭행 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 사건이 알려지자 큰 파장이 일었고, 현재 흑산도는 관광객이 30% 정도 줄 정도로 심각한 경제적 타격을 받고 있다고 한다. 성폭행 사건의 심각성만큼이나 사건의 파장이 엉뚱한 방향으로 비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강남역 10번 출구에서 있었던 `묻지마 살인`과는 달리, 이 사건은 처음에는 언론의 주목을 크게 받지 못했다. 이 사건이 처음으로 보도된 것은 5월 25일쯤 인터넷 포털 사이트를 통해서였다. 처음에는 두 세 개의 언론사가 이 사건을 기사화했으며, 포털 사이트 검색 순위에도 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이 기사들에 댓글들이 수천 개 이상 달리기 시작하자, 다른 신문사들에서도 기사를 냈다. 기사 수가 많아지고 포털 사이트 검색 순위에 오르면서, 이 사건의 사회적인 파장이 대중들에게 점점 더 크게 인지되었다.이 사건이 처음에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한 것은 전라남도 교육청의 한 간부가 말했듯이“피해 교사가 성폭행 후 살해당한 것도 아니고, 일과 후에 (술을 먹은 후) 일어난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네티즌들의 생각은 달랐다. “학부모가 포함된 세 명의 남성이 여교사를 집단으로 성폭행”했다는 점은 “한국 사회를 지탱하고 있던 견고한 도덕윤리의 한 축이 붕괴”되는 것을 상징하는 것처럼 보였다.한국 사회의 오랫동안 내려오는 견고한 윤리적 사유 중의 하나가 `군사부일체`이다. 자신의 자식을 교육하고 있는 스승이기에 그 사람이 나보다 신분이 낮든, 나이가 어리든간에 부모는 그 사람에게 최소한의 예의와 존경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생각이 아직까지는 남아있기 때문에, 학부모가 자신의 자식을 가르치는 선생을 `성폭행`했다는 것은 `근친상간`만큼이나 비윤리적으로 대중들은 받아들였다. 더구나 미리 공모했을 가능성이 높은 `윤간`이라는 점이 사건을 더욱 심각하게 보이게 만들었다.거기에 더해서 이 사건이 신안군에서 벌어지면서, 이 사건에 대한 논란이 지역에 대한 왕따 현상으로 변질되고 있다. 즉, 과거 TV의 사회 폭로 프로그램을 통해서 알려진 `염전 노예`사건의 배경이 신안군이었던 점과 연결되어서 이 지역에 대한 사회적 왕따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한 TV 뉴스 기사에서 이 지역 주민이“그 사건에 대해서 될 수 있으면 말하려고 하지 않는다, 관광객이 줄까 걱정이다”는 발언을 편집해서 보도한 이후, 이 지역 주민들은 모두 파렴치하고 몰 도덕한 사람들로 매도되고 있다.더 심각한 것은 일부 네티즌들은 전직 대통령 중 한 분의 고향이 신안군 출신이라는 것을 들먹이며, 이 문제를 정치적으로 악용하려고 한다는 점이다. 신안군 사람들은 모두 파렴치하고 몰 도덕하니, 그곳 출신 전직 대통령도 이처럼 파렴치하고 몰도덕 하다는 식의 논리를 전개하고 있는 것이다.언론들의 반응 역시 이런 `지역 왕따`현상에 대해서 방조하는 분위기이다. 많은 언론들이 강남역 10번 출구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은 “여성 혐오” 사건이 아니라, “묻지마 살인”이라는 점을 밝히기 위해서 TV 토론과 전문가 발언을 보도하던 것과는 매우 대조적이다.2012년 수원에서 조선족 남성이 한 여대생을 납치해서 토막 살해한 사건이 벌어졌을 때, 조선족은 식인습관을 가진 야만인으로 매도하는 글들이 SNS를 통해서 유포되었다. 당시`이주 노동자`들에 대한 불편한 시각을 갖고 있던 사람들이 이런 사건을 활용하여 자신의 주장을 강화하는 논거로 삼았다. 이번 성폭행 사건도 지역감정을 합리화하는 논거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신안군에서 벌어진 성폭행 사건을 통해서 논의되어야 할 것은 외지에서 근무하고 있는 초등학교 여교사들의 안전을 보장할 만한 시설이 매우 부족하다는 것과 성폭행을 심각한 범죄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남성우월적인 시각이다. 이런 부분에 대한 건설적 논의가 아니라 해당 지역에 대한 왕따로 비약하는 것에 대해서는 심히 유감이다.

2016-06-14

`금수저` `흙수저` 이런 말들이 너무 싫다

▲ 배개화 단국대 교수·교양학부필자는 인터넷 포털 사이트로 뉴스를 많이 읽는 편이다. 이명박 정권 때부터였던 것 같다. 대통령이 국민들을 `서민`이라고 부르면서, 신문 기사들에서 `서민`이라는 단어들이 많이 나오기 시작했다. 국민, 시민, 직장인, 노동자, 농민, 혹은 학생 등과 같은 단어들은 많이 보았지만, 서민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공공연하게 사용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이러면서 우리 사회에 소위 `갑질 논란`도 언론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서민이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사회적 특권이나 경제적인 부를 많이 누리지 못하는 일반 사람” 혹은 “이전에, 아무 벼슬이 없는 일반 평민을 이르던 말”이라는 뜻을 찾을 수 있다.서민이란 한마디로 평민이라는 뜻이다. 대놓고 `평민`이라고 말하기 민망하니까, 조금 돌려서 `서민`이라고 부른다.`서민`이 스스로를 서민이라고 부르지는 않을 테니, `서민`이라고 부르는 주체가 있을 것이다. 타인을 `서민`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은 자기를 `귀족`으로 생각할 것이다. 그럼 우리 사회에서 누가 `귀족`인가? 얼마 전 뉴스를 보니까, 반포의 한 아파트의 주민자치회장이 아파트 관리 사무소장에게 `하인 주제에 감히` 라고 언어폭력을 행사했다고 한다. 그곳의 30평대 아파트 값이 10억이 넘는다고 하던데, 그럼 그 정도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으면 귀족일까? 사회적으로 합의된 `귀족`의 자격은 아직 없지만, 그 용어를 사용하신 분은 자신이 귀족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비슷하게 요즘 언론 매체에서 자주 사용되는 용어가 `흙수저`, `금수저`이다. 이런 단어의 유행에는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서는 `열심히 공부하고, 열심히 일하는 것`만으로는 안 되고, `집에 돈이 많아야 한다`는 사고방식이 반영되어 있다. 같은 학교 안에도 금수저, 흙수저가 있고, 같은 직장 안에도 금수저, 흙수저가 있다는 식이다. 우리 사회에는 이미 확립된 신분이 있고, 좋은 교육이나 좋은 직업만으로는 그러한 신분의 벽을 뛰어넘을 수 없다는 생각이 이런 용어에 반영되어 있다. 얼마 정도의 경제 수준이어야지 `흙수저``금수저`인지에 대한 명확한 규정은 없다. 그냥 막연히 가난한 사람과 부유한 사람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런 용어들은 마음대로 사용된다.그런데, 언론에서 자꾸 이런 용어를 사용하면서, 독자들에게 이상한 학습효과가 발생한다. `서민``흙수저`라는 용어 사용들은 대체로 부정적 정보들과 연결되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독자들에게도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준다. 이런 사례들은 필자의 수업 시간에도 발견된다. 토론 중에 한 학생이 “빈민층과 소외계층은 책임을 질 수 없기 때문에….”라는 발언을 하였다. 상대측이 말의 의미를 다시 따져 묻자 학생은 다시 한 번 “빈민층과 소외계층은 책임을 질 권리가 없기 때문에…”라고 다시 말했다. 이 말을 하는 학생의 머릿속에는 `빈민층과 소외계층`은 무책임하고 사회에 기생하는 사람들이라는 의식이 잠재되어 있다.우리에게는 매우 명확히 의미가 규정된 사회학적 용어들이 있다. 국민, 시민, 노동자, 농민, 혹은 학생 등. 경제적으로는 고소득층, 중간소득층, 저소득층 등이 있고, 그것을 구분하는 소득 기준이 확립되어 있다. 하지만, 이런 용어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언론이 자꾸 `서민` 혹은 `흙수저`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 사회는 이미 계층 간 이동이 자유롭지 않은 신분제 사회이니, 네가 `서민` 혹은 `흙수저` 신분이라는 것에 순종하라고 말하고 싶은 것일까?대한민국은 만 20세 이상의 성인은 투표권과 피투표권을 갖는 민주공화국이다. 헌법적으로 주민등록번호를 갖고 있는 우리들은 모두 대등하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는 이런 사실을 감추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자기 외에 다른 사람들에게 너는 `평민`이다, 너는 `흙수저`라는 생각을 주입시키고 싶어 한다. 대등한 권리를 가진 타인을 향해 `평민` 운운하는 언론 현상은 빨리 근절되었으면 한다.

2016-06-08

왜 자동차에는 많은 세금이 붙는 것일까?

▲ 배개화 단국대 교수·교양학부오늘 한 신문에서 앞으로 지방정부는 일 년에 두 번 내는 자동차세를 예전에는 배기량에 따라 부과했지만, 앞으로는 자동차 가격에 비례해서 부과하게 된다고 보도하였다. 비싼 외제차가 배기량이 작다는 이유만으로 가격이 싸지만 배기량이 큰 국산차보다 적은 세금을 내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자동차는 재산적 측면이 크기 때문에 가치에 따라서 세금을 내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 변경의 이유였다. 이것을 보면서 필자는 자동차에 왜 유독 많은 세금이 부과되는지 의문이 들었다.이런 의문은 최근 필자가 중고 자동차를 사서 그것을 자동차 등록 사무소에서 등록하는 과정에서 생겼다. 필자가 5월 초에 구매한 중고차는 필자에게는 세 번째이다. 그러니까 지금까지 필자는 자동차 등록을 하면서 등록세와 취득세를 세 번이나 냈다.하지만, 그 전에는 자동차 취득세가 비싸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자동차 취득세는 7%라니까 당연히 내야하는 줄 알았고, 아무 생각 없이 냈다. 하지만 50만원 정도의 세금을 내고 나서, 갑자기 자동차 가격에 비해서 취득세가 너무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필자가 구매한 아파트의 취득세와 이번에 산 중고차의 취득세가 그렇게 많이 차이가 나지 않았다.이것은 아파트에 비해 자동차에 높은 비율의 취득세가 부과되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아파트 취득세는 85제곱미터를 기준으로 6억 이하는 취득가액의 1%, 6억부터 9억 이하는 2% 9억 이상은 3%이다. 하지만 자동차의 경우는 일관되게 7%의 취득세를 낸다. 따라서 1천만원 하는 차의 취득세가 70만원이라면, 5억원 하는 아파트의 취득세는 500만원이다. 만약 아파트가 10억이라고 하면 취득세가 3천만원으로, 가치가 100배 정도 적은 자동차에 비해 세금은 42배 많이 낸다.이런 불만을 지인에게 말했더니, 자동차는 사치품으로 분류 돼서 취득세가 비싼 것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래서 인터넷을 검색했더니 자동차는 양주나 귀금속 등과 같은 사치품으로 분류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새 자동차를 사면 내야 하는 `개별소비세`라는 것이 있는데, 이 세금은 자동차가 `사치품`으로 분류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개별 소비세는 자동차 출고가의 5%가 붙는다고 한다. 이 세금은 일반적인 상품에 붙는 부가가치세(10%)와는 별도로 내야하는 세금이다.취득세나 부가가치세 등 현재 적용되는 우리나라의 세금 관련법은 1977년에 공포된 것이라고 한다. 1976년 처음 출시된 1세대 포니가 1년 동안 1만726대가 판매되어 43.5%의 점유율을 보였다는 내용을 보면 1977년에는 자동차가 사치품이었을 수도 싶다. 그리고 높은 취득세와 개별 소비세의 추가 부과 등은 자동차를 구매하는 것을 억제하기 위해서임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하지만, 현재 자동차는 냉장고나 세탁기처럼 생활필수품처럼 되었다. 2014년 10월 30일 한국의 등록된 총자동차 수는 2천만대를 돌파했다고 한다. 자동차 한 대당 인구수는 2.56명이다. 4인 가구를 1세대로 본다면 세대 당 1대 이상의 자동차를 갖고 있다. 또한 아파트마다 있는 주차 대란이나 새 아파트에서 벌어지는 주차 대수 논란에서 볼 수 있듯이 세대마다 한 대 이상의 차가 있는 것은 생활 속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들 자동차들은 출·퇴근용도 있지만 소형 트럭 등과 같이 생계 활동을 위한 것도 많다.자동차를 사치품으로 보고 높은 취득세를 부과하고 거기에 개별 소비세까지 부과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1년 간 새 자동차에 부과되는 개별소비세가 약 1조 정도 된다고 하니, 자동차는 중요한 세금의 징수원이기는 하다. 하지만, 그 근거가 자동차가 사치품이기 때문이라는 것은 현실과 맞지 않는다. 자동차세처럼 자동차 가격에 비례해서 세금을 차별적으로 부과하든지, 아파트처럼 가격에 따라서 세금 부과 비율을 다르게 하든지 하는 식으로 자동차에 대한 세금 부과 기준과 비율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2016-05-31

강남역 살인 사건과 여성 혐오

▲ 배개화 단국대 교수·교양학부최근 여성을 대상으로 한 `묻지마 살인` 사건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지난 17일 새벽 김모씨가 강남역 10번 출구 근처 건물의 남녀공용 화장실에서 여성 A(23)씨를 흉기로 살해했다. 김씨는 다음날 경찰에 체포되었는데, 살해 이유로 “여성들이 자신을 무시한 것에 화가 나서 A씨를 살해했다”고 진술하였다. 이 사건은 곧 언론과 SNS를 중심으로 `여성 혐오 범죄`로 규정되고,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여성 혐오`에 대한 심각한 문제제기가 언론과 여성들을 중심으로 제시되고 있다.이 사건이 처음 보도 되었을 때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혐오 범죄”라는 점이 더 많이 부각되었으나 이번 주 들어와서는 여성 혐오 범죄이기보다는 정신질환자에 의한 `묻지마 살인`으로 정리되고 있다. 김씨가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고 여성들이 자신을 괴롭힌다는 피해망상증이 심했는데, 최근 약을 먹지 않아 피해망상이 심해졌고, 이것이 범행으로 이어졌다고 한다.피해 `망상`과 `혐오`는 명백히 다른 정신 작용이기 때문에, 이 사건을 여성혐오 사건으로 보기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하고 있다.그런데, 김씨의 `묻지마 살해`로 인해 반대 성에 대한 적대적인 감정이 사회적으로 공론화되었다. SNS를 중심으로 여성들을 `된장녀` `김치녀` 등으로 조롱하며 비하하는 것이나 여성에 대한 성폭력 등에 여성들이 공개적으로 비판하기 시작했다. 강남역 10번 출구는 `여성에 대한 혐오`를 비판하는 입장과 `여성 혐오의 타당성`을 옹호하는 입장들이 일종의 퍼포먼스로 연출되는 장소가 되었다. 많은 여성들이 묻지마 살인을 비난하는 메모지를 남기는 반면, 일부 네티즌들은 그러한 메모지를 훼손하고 피해자를 조롱하는 듯한 조화를 보내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실제 한국 남성들을 중심으로 한 `여성 혐오`는 겉으로 드러나는 것보다 심각하지 않을 수 있다. 또한 여성 인권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실제 여성의 인권은 과거보다 더 보호 받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직장 내 혹은 학교 내의 성폭행 문제나 가정 폭력 문제 등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커지고 피해 여성들을 보호하는 기관 등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지금 `여성 혐오`가 사회적인 공론이 되고, `여성 혐오 범죄`라는 새로운 유형의 범죄가 등장하게 된 것일까? 최근 `시사 In`에서는 일부 남성을 중심으로 여성 혐오의 원인으로 `연애와 결혼 시장에서의 남녀 성비`의 차이를 들고 있다. 한국 여성이 주로 `김치녀` `된장녀`로 비난 받는 것은 연애와 결혼 시장에서 여성의 상대적인 우위를 상쇄시키기 위한 남성들의 전략이라는 것이다.1980년대 이후에 태어난 사람들의 경우 남녀 성비의 불균형이 심각하다. 이것은 여성들이 결혼 시장에서 남성보다 비교 우위에 있는 결과를 낳았다. 이를 상쇄하기 위해서 남자들은 여성들을 비하하고 심리적으로 학대함으로써 자신의 우월감을 드러내고, 여성들로 하여금 자신감을 잃게 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또한, 통계자료에 의하면 취업한 남성과 미취업 남성의 결혼률이 5배나 차이가 난다고 한다.현재와 같은 청년 취업률이 낮은 상황은 많은 청년들이 결혼 시장에서 낮은 경쟁력을 갖게 한다. 때문에 일부 남성들을 중심으로 집단적으로 여성들을 비하하고 공격하는 현상이 벌어진다는 것이다.이 점은 여성 비하의 주된 논거가 결혼 비용이나 데이트 비용 그리고 남성의 가족 부양이 주로 제시되는 것에서도 뒷받침 된다.강남역 10번 출구에서 벌어진 `묻지마 살인` 사건으로 불거진 `여성 혐오`는 남녀 간의 성비 불균형, 높은 실업률, 그리고 상대적으로 높아진 여성 인권 의식 등이 복합적으로 얽힌 사회 문제의 대중적 표현임을 보여준다.

2016-05-24

옥시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보고

▲ 배개화 단국대 교수·교양학부최근 옥시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연일 신문이나 방송으로 보도되고 있다. 필자도 가습기를 늘 사용하고 있고, 특히 2010년쯤에 가습기 살균제를 몇 달 사용한 적이 있어서 뉴스를 유심히 보고 있다. 많은 언론에서 보도하듯이 이번 일은 기업의 비윤리적 영리추구와 그를 방조한 정부의 허술한 감독 때문이라는 생각이 필자도 들었다. 이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유해한 화학물질이 들어간 상품을 제조 유통하는 것에 대한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필자는 원래 살균 소독 이런 것에 좀 둔감한 편이다. 너무 깨끗한 것보다는 병균들과 함께 사는 것이 건강에 더 이롭다는 게으른 생각을 갖고 있다. 그런데 언론에서 가습기 내부에 세균이 많다고 계속 보도했고, 갑자기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하는 대중적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필자도 덩달아 모 마트에서 PB 상품으로 판매하는 가습기 살균제를 샀다. 하지만 필자는 화학 물질에 민감하기 때문에 살균제를 넣은 가습기의 수증기를 흡입했을 경우, 입이 쓰다거나 하는 반응이 생겨서 사용을 중지했다. 만약 계속 사용했다면 필자도 폐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을 지도 모른다.최근에는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 말고도 공기 청정제인 `페브리즈`의 유해성 문제도 논란이 되고 있다. 페브리즈는 가습기 살균제보다도 더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생활필수품이다. 페브리즈 역시 공기 중에 분사하고 나면, 필자는 목이 따갑고 입 안이 쓴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밥을 먹고 난 뒤라던가, 손님이 온다거나, 혹은 기분 전환을 위해서 페브리즈를 계속해서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페브리즈를 제조 판매하는 한국 PG에서는 페브리즈의 성분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이처럼 폐의 섬유질화를 유발하는 화학물질이 포함된 가습기 살균제가 10년 이상 유통되고, 생활필수품처럼 된 페브리즈의 화학성분이 공개되지 않고 있는 것은, 모두 이를 규율하는 법이 명확하게 없기 때문이다. 2012년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서 임산부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2013년 5월 22일 정부에서는 화학물질 사용을 규제하는 화학물질의 등록·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을 제정 공포했다. 하지만, 2013년 9월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3차 무역투자진흥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박 대통령이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말하며, 이 법의 “시행과정에서 기업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 각별히 유념해 달라”고 말한 뒤 법의 내용이 개정되었다고 한다.한국의 기업들은 지속적으로 지나친 규제가 기업 활동을 방해하고, 그 결과 국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규제를 완화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어렵게 제정 공포된 화평법이 무력화된 이유도 이런 기업들의 요구 때문이다. 이러한 주장은 지금까지 다수 언론의 지지를 받았고, 정부도 같은 이유로 기업 규제 완화를 주장했다. 그러나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기업이 영리 추구를 마음대로 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면 생길 수 있는 재앙의 한 예를 잘 보여준다. 즉, 이 사건은 규제 완화가 국가 경제를 살리기보다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준다.언론보도에 따르면 옥시측은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을 상품화 이전부터 알고 있었고, 2012년부터 유해성이 문제가 되자, 그 성분의 유해성 실험 결과를 조작하였다고 한다. 기업들은 양심에 따라 정당한 기업 활동을 하면 되니까, 지나친 규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이 보여주는 것처럼 기업의 맹목적인 이윤 추구는 곧 소비자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 애초에 기업이 죄를 짓지 않게 법을 만들고 이를 따르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들뢰즈가 말했던가. 죄 짓는 아담이 있는 것이 아니라 아담이 죄를 짓게 만드는 세상이 있다고. 기업이 나쁜 기업이 되지 않도록 유해한 화학 물질의 사용을 규제하고 그것을 관리 감독할 수 있도록 `화평법`을 원래 취지에 맞게 고치고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2016-05-17

중간고사를 치르고 나서

▲ 배개화 단국대 교수·교양학부지난주 초에 중간고사 성적 처리가 끝났고 중간고사 성적 공시가 그 주 화요일 날 자정에 있었다. 그 후 수요일 오전에 수업을 들어가니 애들이 모두 기운이 없이 축 처져 있었다. 필자도 그 전날까지 성적 처리 등으로 수면 부족 상태여서 학생들의 상태를 예민하게 파악하지 못했다. 학생들에게 중간고사 결과 때문에 힘이 빠진 거냐고 지나가면서 묻는 것으로 끝냈다. 하지만 학생들의 우울은 이번 주에도 지속되었다. 특히 문과 계열의 학생들에게 이런 증세가 심했다. 대학 신입생들은 대부분 일 학년 일 학기 중간고사를 치기 전까지는 이 번에 잘해서 인생의 새로운 전기를 만들어보자는 마음을 갖고 있다. 좋은 성적을 얻고, 학점 관리를 잘 하고, 그래서 높은 평점으로 대학을 졸업하고, 좋은 직장을 얻고 등의 계획을 마음속으로 짜는 것이다. 하지만 중간고사 성적이 생각만큼 나오지 않으면 왠지 자기가 세운 계획이 시작부터 잘 안 되고 있다는 느낌을 학생들은 갖는다. 그러다보면 의기소침해지고 금방 좌절 모드로 들어간다.우울해하고, 기운 없어 하는 학생들에게 “중간고사 성적 때문에 힘 빠져 하느냐”고 필자가 물었다. 그러자 학생들은 아주 작은 소리로 “네”하고 대답한다. 아이들의 기분을 대략 짐작하는 필자는 “너무 그렇게 실망하지 말아요, 이번 중간고사는 전체 시험의 십육 분의 일밖에 안돼요”라고 말해줬다. 또 이 과목에서 중간고사의 비중은 20%이므로, 전체로 따지면 십육 분의 일 곱하기 오 분의 일의 비중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도 더불어 강조했다.이렇게 말하긴 했지만, 분명 학생들 사이에 상대적인 능력의 차이가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거기에 노력까지 더해지면 분명 성적 차이가 생겨날 것은 분명하다. 현재의 성적 평가 시스템에 따르면 모두 1등을 줄 수는 없다. 1등이 되지 못한 것에 실망한 학생들은 곧 자포자기해서 대학교 수업에 열의가 없어진다.의기소침한 필자는 학생들에게 너무 빨리 포기하지 말고, 좀 더 힘내라고 말해주고 싶다. 인생은 기니까 작은 실패에 너무 연연하지 마라고도 말해주고 싶다. 하지만 이런 격려는 언젠가는 좋은 날이 올 것이라는 희망이 있을 때이다. 필자가 대학을 다닐 때만 해도 8~9% 대의 경제 성장의 끝자락이라 대학을 졸업하면 어쨌든 일자리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한국은 2% 대의 경제 성장을 하고 있는 상황이고, 고등학교 졸업생의 대학교 진학률도 70% 가까이 된다. 대학 졸업장이 곧 취업이 아닌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무엇을 위해 포기하지 말라는지 말하는 사람도 애매하다.그래서인지 학생들은 예전처럼 취업준비도 열심히 하지 않는다. 4학년이 돼서 필자에게 상담을 받으러 오는 학생들과 대화해보면 희망은 대기업인데 준비가 전혀 안되어 있는 경우도 있다. 장래 희망의 경우 재미를 추구하는 경향도 강하다. 전공을 불문하고 `스포츠 에이전시`가 되고 싶다는 남학생이 많은 것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아니면 경제학이나 경영학과의 복수전공을 한다. 상대적으로 문과의 다른 전공에 비해서 취업할 수 있는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공과대학이나 의과대학처럼 `전문성`과 `취업`이 보장된 과의 경우 학생들의 인생에 대한 태도는 좀 더 긍정적이다. 이들은 중간고사 성적에 연연해하지 않는다. 의과대학의 경우 예과 때의 학점이 졸업에 큰 영향을 주지 않고 공대생의 경우는 어떻게든 취업이 될 거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태도는 인문, 사회계열 학생들과 확실히 비교된다.더구나 최근 교육과학부의 `프라임 사업`의 경우는 이런 대학 분위기를 더욱 조장하고 있다. 문과계열 특히 인문학은 취업이 되지 않는 불필요한 학문으로 낙인찍고 취업이 되고 국가 경쟁력에 보탬이 되는 공과대학을 육성하겠다고 공공연하게 말한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는 인문, 사회 계열을 지원한 학생들의 우울함은 더욱 늘어갈 수밖에 없다. 교수가 학생들에게 힘내라고도 말할 수 없는 현실이 참 답답하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2016-05-10

여성해방도 필요하지만 남성해방도 필요하다

▲ 배개화 단국대 교수·교양학부오늘 우연히 웹서핑을 하다가 “취업을 한 남자가 취업을 하지 않은 남자보다 결혼할 확률이 높다”는 내용의 신문 기사를 보았다. 신문 기사의 내용에 따르면 가임 가능한 20세부터 49세의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 취업한 남자가 취업하지 않은 남자보다 혼인확률이 5배, 취업한 여자는 미취업 여자보다 혼인확률이 2배 높았다. 이같이 혼인율에 차이가 생기는 이유는 아무래도 한국의 문화 때문으로 보인다. 한국에서 가정과 결혼은 감정적인 관계이기보다는 경제적인 관계인 경우가 많다. 여자는 자기를 부양할 남자를 찾는 경향이 강하고, 남자는 자기의 부양 능력을 최대한의 장점을 삼아 `젊고 예쁜` 여자를 만나려는 경향이 크다. 그래서인지 요새는 (종종 보도되는 남자 연애인의 결혼에서처럼) 남자가 여자보다 12살 정도 많아도 사람들은 그냥 보통 있는 일로 생각한다. 하지만 필자가 대학 다닐 때만 해도 4살 이상 나이 차이가 나면 굉장히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결혼으로 느꼈고, 주위에서도 별로 권하지 않았다.반면에 여자가 남자를 부양할 수도 있다는 생각은 별로 하지 않는 것 같다. 필자의 주변에는 골드 미스 교수들이 많은데, 독신주의자도 있지만 결혼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않은 사람도 있다. 이 중에는 자기가 능력이 있으니까, 아직 시간 강사를 하고 있는 박사를 만나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하지만, 결혼 생활로 산전수전을 겪은 나이 많은 언니들은 이런 말을 들으면 정색을 한다. `노는 박사`는 절대로 안 된다는 것이다. 차라리 능력 있는 `돌싱`이 낫다고 말한다. 한국 남자의 정서상 여자가 먹여 살리면, 그런 상황을 고맙게 생각하기보다는 여러 가지 자격지심에 두고두고 사람을 못살게 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 반대의 이유이다. 반면에 남자가 자기 일로 바쁘면 여자를 별로 괴롭히지 않는다는 것이다.전업주부가 꿈인 여성의 경우, 남자가 자기를 부양해야 하니까 직장이 있어야 한다. 반대로 가정을 부양할 수 있는 여성의 경우, `한국 남자 기질`이라는 것이 결혼하면 안 되는 사유가 된다. 이 `한국 남자 기질`이라는 것은 사람마다 다르고 일반화할 수 없는 매우 주관적인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꽤 설득력 있게 들린다.그런데 필자가 미국에서 만난 여성학자들 중에서는 `노는 박사`와 결혼한 교수들이 꽤 있다. 미국 대학에서 정년보장을 받으려면, 책과 논문을 써야 하는데 그 때 아주 정신이 없고 시간도 없다. 이럴 때 남자 쪽에서 자기의 미래와 아내의 미래를 비교해보고, 되는 쪽으로 투자를 하는 것이다. 즉 아내가 더 `정년 보장`을 받을 가능성이 높으면, 자기가 아내를 물심양면으로 도와준다. 만약 한국이라면, 여자가 남자보다 더 능력이 있어도, 분명이 남자는 `내가 먼저 교수가 되어야 하니까, 네가 나를 위해서 희생하라`고 말할 것이다. 그 결과,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게 될 확률이 높다.한국 사회는 모든 면에서 `정형화된 틀`이 개인들의 삶을 너무 규정하고 억압하는 경향이 높다. 결혼생활과 부양의 책임에서 남녀의 역할에 대한 지나친 고정 관념이 없다면, 취업하지 못한 남자라는 이유만으로 취업한 남자보다 5배나 결혼할 확률이 적을 이유가 없다. 서로 마음이 잘 맞고, 세계관도 비슷하고 하면 누가 부양하느냐에 상관없이 좋은 가정을 꾸려갈 수 있을 것이 분명하다.이처럼 불균형한 혼인율은 사회를 불안하게 하는 요인이다. 좀 더 건강한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남자가 가정을 책임져야 한다는 이런 고정관념부터 빨리 없어져야 한다. 그리고 가족을 형성하고 관계를 만들어나가는 데에 다양한 유형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사회 전체가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여성 해방 뿐만 아니라 남성 해방도 필요하다.

2016-05-03

아파트 분양권 시장

▲ 배개화 단국대 교수·교양학부필자는 2014년 말 아파트를 하나 분양받았다. 아파트 분양을 받은 이후로, 분양받은 아파트 단지와 연관된 인터넷 커뮤니티에 가입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새로운 세상을 알게 되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필자가 사는 지역 관련 여러 인터넷 커뮤니티에 가입해서 소위 부동산 전문가로 행세 하는 개인들이 있다. 이 분들의 직업이 정확하게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다들 자기들은 평범한 직장인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아파트 분양권 투자나 부동산 투자 등으로 지금까지 자기의 일 년 연봉보다 많이 벌어왔다고 말한다. 그리고 지금 분양 중이거나 완공이 다 돼가는 아파트의 미래 가치에 대해서 예측하기도 하고, 어느 아파트 단지에 투자하는 것이 수익이 날 것이라고 추천하기도 한다.그러면서 알게 된 것이 우리 주변에 의외로 `아파트 분양권 투자`라는 것을 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는 것이다. 이번에 필자가 분양을 받으면서 알게된 건데, 민영 아파트 분양의 경우는 집이 있는 사람도 청약저축통장만 있으면 또 아파트 분양을 받을 수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아파트 분양권을 목적으로 청약저축통장을 만들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아파트 분양 신청을 한다.필자가 분양받은 아파트 단지는. 여러 브랜드의 아파트들이 분양된 큰 단지이고 교통이 편리한 곳에 있기 때문에, 사람들의 관심을 많이 끌었다. 그래서 초기의 아파트 분양에서 그나마 브랜드가 괜찮은 아파트들은 경쟁률이 높았다. 필자도 두세 번 민영아파트 분양에 신청해봤지만, 높은 경쟁률로 번번이 떨어졌다. 그 때마다 실망한 필자는 도대체 누가 당첨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그런데 아파트 당첨자 발표가 나자마자,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자기는 아파트 당첨이 두 개가 되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고, 같은 단지 내 다른 아파트 분양권까지 서너 개의 분양권을 갖고 있다고 말하는 분도 있다. 이런 사람들은 대체로 아파트 분양권을 팔려고 내놓는다. 최초 계약 이후 일 년 간은 분양권 거래가 제한되기 때문에 이것들은 상당히 조심스럽게 그리고 비밀리에 진행된다.본인이 살려고 분양받은 집이 아니기 때문에 분양권 프리미엄을 올리기 위해서 이 아파트 단지는 몇 동 몇 층이 로얄동 로얄층이고 하는 품평이 올라온다. 그리고 부동산 업자들도 입지가 좋지 않은 동 호수를 분양 받는 것보다는 프리미엄을 주고 로얄동 로얄층을 사거나 입지가 좋은 아파트 단지의 아파트를 사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그 결과, 아파트 단지들마다 분양비는 대략 비슷한데 프리미엄에는 꽤 차이가 생긴다.필자 같으면 실현될지 안 될지 알 수 없는 가치를 예측하며 프리미엄까지 주고 분양권을 사지는 않을 것 같지만 어쨌든 꽤 거래가 된다. 다른 아파트 단지는 잘 모르겠고, 필자의 아파트 단지만 해도 전체 아파트의 평균 30-40%는 분양권의 주인이 바뀌었다. 자본주의 사회니까 자기 돈을 어디든 자유롭게 투자해서 돈 버는 것이 뭐가 문제냐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정말 자기 살 집을 구하는 사람은 분양을 받지 못하고, 소위 분양권 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사람들이 분양 받는 것에 불편한 마음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이런 이야기를 했더니, 친구들은 그게 언제 적부터의 이야기인데, 그걸 이제 알았냐고 비웃는다. 이런 친구의 말은 오래전 필자가 대학교를 다닐 때 악명 높았던 `떴다방`을 떠올리게 했다. `떴다방`은 여전히 성업 중이다. 하지만 그 때는 무주택자만 아파트 분양 신청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유주택자도 가능하다. 그러다보니 아파트 분양권 투자는 더 일상적으로 된 느낌이다. 아파트 분양권 시장이라는 현상을 보면서, 필자는 아파트가 부를 축적하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되며 정말 살 집이 필요한 사람에게만 분양되게 해야 한다는 생각을 더욱 하게 된다.

2016-04-26

20대 총선 결과를 보면서

▲ 배개화 단국대 교수 교양학부지난 주 수요일 20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있었다. 칼럼에 쓴 대로 필자는 투표를 하러갔다. 이후 연구실에서 책을 읽다가 저녁 10시쯤 집에 돌아오니, 총선 개표 방송이 한창이었다. 여당이 압승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여당 당선자 수가 한참 적었다. 12시쯤 되어가니 정당비례대표 득표율과 지역구 당선자들의 윤곽이 분명해졌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서 보니, 더민주당이 새누리당과 한 석 차이로 제1당이 되어 있었다. 새누리당의 패배에 대해서 각 방송사나 신문사마다 다양한 원인 분석을 내놓았다. 새누리당이 야권 분열의 어부지리에만 편승해서 새로운 인물이나 새로운 정책 등을 제시하지 못했다, 혹은 친박, 비박 등으로 나눠서 공천권을 둘러싸고 내부 투쟁을 하는 것이 지지층에게 부정적으로 보였다, 혹은 국민의 당이 새누리의 중도보수층을 흡수했다 등등의 다양한 분석이 보도되었다.필자는 소위 이런 식의 정치 공학적 해석이 별로 달갑지 않다. 이런 해석은 근본적인 원인을 회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확실히 선거 전략을 잘 세웠다. 국민들이 열망하는 `경제민주화`라는 이슈를 새누리당이 선점했다. 김종인씨를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영입하여, 국민들이 원하는 경제민주화, 복지 정책의 강화를 실현할 것처럼 보였다. 당의 상징색도 빨간색으로 바꿨다. 보수를 자처하는 새누리당이 마치 왼쪽으로 간 것처럼 행동했고, 이것은 유권자들에게 먹혔다.하지만 새누리당은 늘 그렇듯이 기억상실증이 심했다. 이들은 증세 없는 복지는 없다면서 복지 정책을 확대하는 것에도 반대했다. 박근혜 대통령 역시 경제민주화와 사회 복지 관련 공략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그나마 지켜진 공약은 지지자를 의식한 `기초노령연금`의 지급 금액을 올리는 것 정도였다.필자는 경제가 모든 것을 이긴다는 믿음이 있다. 사람들이 어떤 판단, 특히 정치적인 판단을 하는 동기에는 경제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종합부동산세에 분노한 중산층과 지나친 양극화로 소위 진보의 경제 정책에 실망한 서민들은, 한국의 경제성장기를 상징하는 인물들에게 투표했다. 그리고 그들은 집값의 현상유지와 일자리 창출에 대한 기대를 걸었다. 지난 8년 동안 한 분의 전직 대통령과 또 한 분의 현직 대통령은 높은 경제성장을 통한 이익의 낙수효과를 주장했다. 하지만, 많은 국민들은 병아리 눈물만큼의 낙수도 맞지 못했다.신문 기사 등을 보면 현재 우리나라나 다른 나라의 경제 지표의 경우, 전통적인 경제학의 해결방안이 먹히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한다. 금리를 낮추면 돈을 많이 빌려서 투자를 하게 되고 그러면 고용이 일어나서 일자리가 생기고 하는 등의 처방이 전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 경제에서 소위 낙수 효과가 일어나지 않는 것도 비슷한 이유라고 생각된다. 무슨 일인지 각 경제 주체들은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을 더 이상 신뢰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필자는 경제가 모든 것을 이긴다고 믿고 있으면서도 경제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다. 그래서인지 막연히 아담 스미스나 마르크스 혹은 케인즈 같은 천재가 나와서 뭔가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줬으면 하는 생각에 빠지기도 한다. 우리 국민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재작년에 피케티의 `21세기 자본론`이 큰 돌풍을 일으켰던 것도 그런 이유인 것 같다. 그나마 이 문제와 관련해서 필자가 갖고 있는 생각은 현재 우리나라의 낮은 경제 성장률은 쉽게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앞으로의 경제정책은 주어진 국가의 재원을 국민 다수가 최대한 만족할 수 있도록 잘 배분하는 것에 중점이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경제 민주화`의 핵심은 이것이 아닐까 한다.

2016-04-19

오늘은 국회의원 선거일

▲ 배개화 단국대 교수·교양학부오늘은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날이다. 지난 주말에 사전투표가 이뤄졌고 투표율은 12.19%라고 한다. 지난 20년간, 한국의 투표율은 대통령 선거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50%대에 머무르고 있다.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을 뽑는데 국민들의 투표율이 낮은 것은 선거의 결과가 이미 선거가 시작되기 전부터 결정되어 있는 지역이 많기 때문이다. 필자의 고향인 포항도 그런 지역의 하나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씨가 6선을 했고, 그가 정계 은퇴를 한 이후에도 그가 속했던 정당의 후보들이 당선되고 있다.필자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로 유학을 왔다. 그 때 이후로는 포항 지역에서 이뤄지는 선거에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다. 그러다가 2000년 중반이었나, 포항에 왔다가 필자의 본가가 있는 동네 큰 길에 필자가 고등학교 때 보았던 사람의 선거 플래카드가 걸려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저 사람이 아직도 국회의원을 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순간 들었다. 나중에 미디어를 통해서 그 분이 이상득씨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생각해보면 필자는 선거나 투표에 매우 무관심했다. 요즘 언론에서 20대의 투표율이 매우 저조하다고 언급하곤 하는데, 필자도 20대에는 그런 낮은 투표율에 영향을 미친 사람의 하나였다. 오히려 필자보다는 필자의 부모 세대가 선거에는 더 적극적이다. 필자가 한 첫 투표는 어머니의 성화 때문이었다. 김영삼 후보와 김대중 후보의 대결이 있었던 대통령 선거였는데, 어머니는 필자에게 빨리 포항으로 내려와서 김영삼 후보에게 투표하라고 몇 번이나 전화했다. 어머니의 성화도 있고, 필자가 성인이 된 이후의 첫 대통령 선거라 어쩔 수 없이 포항으로 내려왔다. 하지만 주민등록증을 분실해서 결국 투표는 못했고, 어머니의 소원은 들어주지 못했다.그 뒤로 몇 번의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가 있었지만, 필자는 몇 번 선거에 참여한 적이 없다. 현실 정치에 대한 믿음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생각이 변하게 된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라는 생각이 든다. 그 때 필자는 박사논문을 쓰기 위해서 보스턴에서 연구를 하고 있었다. 필자의 평소 경향대로 재외국민 투표도 하지 않았다. 나중에 결과를 보니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되었다. 한국에 돌아와 보니 투표에 참여했던 필자의 동생들은 필자보다 더 정치에 관심이 많고 적극적으로 변해 있었다.며칠 전 한 TV방송에서 우리나라에서 정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심 세대는 50, 60대, 특히 50대라고 한다. 모든 세대 중에 50대의 인구수가 가장 많기 때문에 이들의 정치적 판단이 전체 투표 결과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 50대는 10여 년 전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당선시킨 동시에 현재 박 대통령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보낸 세대이다. 같이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투표를 했으면서도 필자의 30대 동생들과 50대가 시간이 지난 후 정치적 성향의 차이가 발생했다. 이 차이는 모두 부동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현재 한국의 50대들은 중산층 이상이면 대체로 2채 정도의 집은 모두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필자는 최근 푸코가 미국의 신자유주의에 대해서 분석한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그에 따르면, 2차 세계대전 직후, 미국의 신자유주의자들은 소부르주아지의 국가를 기획했다. 이들은 모든 국민들이 보험, 금융 자산, 그리고 부동산 등으로 자산을 갖게 함으로써 개인 기업가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했다. 이것은 당시 혁명의 가능성에 대한 가장 효율적인 방어책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21세기 이들이 꿈꾸었던 유토피아는 어디에도 없다.필자는 오늘 투표를 하러 가려고 한다. 솔직히 말하면 필자가 속한 지역의 국회의원 후보에 대해서 아는 것은 별로 없다. 하지만 투표를 하러 가는 것은 교사로서 필자의 학생들에게 책임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결국 현실의 한국사회를 움직이는 것은 현실의 정치가들이기 때문에 여기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주고 싶기 때문이다.

2016-04-13

원칙은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 걸까?

▲ 배개화 단국대 교수·교양학부필자는 수업시작 10분 전쯤에 교실에 들어가서 수업이 시작하는 정각에 출석을 부른다. 출석을 다 부른 다음에 대답하지 않은 학생들의 이름을 한 번 더 불러준다. 그래도 학생들이 답변을 하지 않으면 결석 체크를 하고, 수업이 끝난 다음 지각한 학생들은 지각 처리를 해준다. 필자와 학생이 정한 출석 처리 기준은 필자가 이름은 두 번 부른 이후도 안 온 학생, 그리고 수업 시작하고 5분이 지나서 오면 지각 처리로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고지한 대로 지금까지 출석 및 지각처리를 해왔다. 그런데 오늘은 평소와 달리 학생들이 많이 지각했다. 그 중 한 학생은 8시 반부터 필자에게 문자와 전화를 계속해서 보내 늦을 것 같은데, 출석으로 처리해달라고 요청했다. 그가 제시한 지각의 이유는 분당에서 통학버스를 탔는데, 차가 분당 안을 빙빙 돌기만 할 뿐 고속도로로 나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신의 예고대로 이 학생은 수업이 한참 지난 후에 교실로 들어왔고, 수업이 끝나자 통학버스 회사에서 써준 `지각 사유서`를 제출했다.그러자 다른 네 명의 학생도 자신도 서울에서 내려오는 통학버스를 탔는데, 고속도로가 막혀서 차가 늦게 도착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도 버스회사에서 써준 지각 사유서를 내면 출석으로 해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필자는 분당에서 온 학생의 출석을 인정해줬기 때문에, 이 학생들의 출석도 인정해주기로 하고, 다음 시간에 지각사유서를 가져오라고 말했다.그러자 또 다른 두 명의 여학생이 자기들은 9시 34분(필자의 수업은 9시 30분에 시작한다)에 교실로 들어왔으니 출석 처리해달라고 주장한다. 이 학생들은 수업시작 후 5분 안에 들어오면 출석처리를 해준 전례를 자신에게 적용해달라는 것이다. 하지만 필자가 두 번째 출석을 부르고 있을 때 이 학생들은 들어오지 않았고, 그 때는 이미 35분이 지나 있었다. 그래서 필자는 이들의 출석 처리는 인정해주지 않았다.사실, 지각한 학생들 중 세 번째 그룹의 학생들이 가장 일찍 왔다. 그리고 앞의 두 그룹은 상대적으로 늦게 왔다. 하지만 앞의 두 그룹은 출석 처리를, 마지막 그룹들은 지각 처리를 했다. 만약 마지막 그룹 학생들이 정말로 34분에 왔다고 생각하면 상당히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앞의 두 그룹은 상황에 대한 고려를 해주었음에 비해서 마지막 그룹의 경우는 원칙을 적용한 것이다.수업이 끝난 다음, 학생들과 이런 이야기를 하고 나니, 필자는 마음이 몹시 피로해졌을 뿐만 아니라, 뭔가 심리적인 아노미 상태에 빠져들었다.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것과 학생들의 상황을 고려하고 타협해야 한다는 것 사이에서 마음의 갈등을 느낀 것이다. 더구나 더 늦게 온 학생은 출석처리하고 상대적으로 일찍 온 학생은 지각처리를 했다. 마음 같으면, 모두 지각처리를 하고 싶었지만, 고속도로가 막혀서 늦은 것은 학생 탓이 아니니 무조건 지각이라고 할 수도 없다.이런 문제를 다른 동료 교수와 이야기하니 한 사람은 자기는 무조건 지각처리 한다고 말한다. 고속도로가 막히면 그것까지 고려해서 집을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은 필자처럼 상황을 고려해준다고 말했다. 또 다른 동료는, 필자가 출석을 너무 정각에 부른다며, 그렇게 빡빡하게 굴면 강의평점이 낮아진다고 경고한다. 그러면서 그는 너무 그렇게 빡빡하게 하지 말고 좀 늦게 부르라고 충고한다.이렇게 다들 출석 부르는 것을 두고도 사람들마다 제각각인 것처럼, 기업을 운영하거나 국가를 운영하기 위해서 만든 규칙의 적용도 그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원칙대로만 할 것인가, 상황에 따라 다르게 할 것인가, 아니면 조금 서로 여유를 가질 것인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필자의 경험상 어느 쪽도 쉽지는 않다. 원칙대로 하면 원칙대로 하는 대로 여유 있게 하면 여유 있게 하는 대로 마음의 갈등과 피로함이 있다.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어느 쪽이든 불만이 있다. 오늘은 원칙의 적용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되는 날이었다.

2016-04-05

새로운 삶의 트렌드, 미니멀리즘(minimalism)

▲ 배개화 단국대 교수·교양학부필자는 한국으로 돌아온 뒤에도 보스턴에서 만난 영어 튜터(tutor)와 가끔 인터넷 무료 전화로 화상통화를 한다. 지난 일요일 아침에도 튜터의 전화를 받고 일어나서 두 시간 정도 같이 이야기 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 튜터는 요새 자기의 관심을 끌고 있는 유행이 있다고 말했다. 즉, 요새 자기가 미니멀리즘(minimalism)에 관심이 많다는 것이다. 미니멀리즘은 최소한의 생필품만으로 살아가는 것을 말한다. 튜터는 이집트 여행을 할 때, 배낭 하나에 꼭 필요한 물건만 넣어서 다녔는데, 생각보다 불편하지 않았다는 것을 느꼈다면서, 일상생활도 그렇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래서 기숙사에 있는 불필요한 물건 등을 버리고 있다고 했다.이런 이야기를 듣다보니, 최근에 읽은 신문 기사가 떠올랐다. 이 기사는 한 부부의 생활방식을 예로 들면서 요새 20, 30대를 중심으로 유행하기 시작하고 있는 새로운 삶의 방식을 소개하고 있었다. 이들 부부의 집에는 가구가 침대와 테이블밖에 없다. 침대 밑에 서랍장이 달려있어 옷장을 대신하고 있으며, 테이블은 책상 겸용으로 사용된다. 그리고 그릇 등 생활 용품도 꼭 필요한 것만 갖춰져 있다.이렇게 간소하게 사는 이유로 부부는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을 보관하는 공간에 쓸데없이 돈을 쓰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대신에 이 부부는 여행을 하거나 좋아하는 음반 등을 사는 것에는 돈을 아끼지 않고 사용한다고 말했다.이런 글을 읽노라니, 필자도 왠지 이런 삶의 방식이 신선해 보이고, 한 번 실천해보고 싶기도 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이러한 유행은 현재 한국사회가 만들어낸 필연적인 결과인 것으로도 보였다. 이 부부가 공간에 투자를 하지 않고, 여행 등과 같이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돈을 사용하는 것은, 다른 젊은이들이 원룸에 살면서 아우디나 벤츠와 같은 고급 외제 승용차를 모는 것과 유사하다. 여행에 투자하느냐 아니면 고급 외제차에 투자하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그리고 이런 소비 유형의 도래는 두말 할 것도 없이 한국 특히 서울의 높은 집값 때문이다. 현재 50, 60대가 20, 30대였을 때는 7~8년 저축하면 집을 살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젊은이들은 최소 30년은 저축해야 서울에서 집을 살 수 있다. 30년이라는 긴 세월을 오로지 집을 사는 것을 목적으로 산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너무 지루하고 막연하다.그러다보니 미래를 준비하자는 생각보다는 현재를 즐기면서 살자는 쪽으로 젊은이들의 생각이 바뀌는 것이다. 그리고 그 한 방법으로 공간을 많이 차지하는 물건들을 사는데 소비하지 말고, 그 돈을 아껴서 여행과 같이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소비를 하는 것이 선택되는 것이다.필자의 튜터는 미니멀리즘을 소비 중독에 대한 대안으로서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입장이었다. 그의 말처럼 자본주의 사회는 지속적인 소비의 확대를 통해서 더 많은 생산이 일어나야 유지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우리나라의 소비 지출 성장률이 역대 최저를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이에 대해 신문 기사들 중 일부는 인구 증가가 정체되고 있는 것을 그 원인으로 분석하기도 한다. 또 어떤 신문 기사들은 가계들이 집을 사기 위해서 많은 은행대출을 받는 경우가 많고, 이 대출의 원금과 이자를 갚는데 돈을 쓰다 보니 소비 지출을 할 여유가 없다고도 분석한다.여기에 소비지출을 의식적으로 줄이는 `미니멀니즘`이 유행이 된다면, 소비는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 지나치게 높은 교육비로 인해서 아이를 낳지 않는 것처럼 지나치게 높은 집값으로 인해 이제는 소비 자체를 하지 않는 식으로 삶의 트렌드가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이런 것은 장기적으로 한국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임은 분명하다. 악순환의 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한국 경제의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최소한 미니멀리즘의 유행은 그 대책이 아님이 분명하므로.

2016-03-29

이동통신사의 도가 지나친 텔레마케팅

▲ 배개화 단국대 교수·교양학부필자가 한국에 돌아온 지 한 달가량 된다. 한국에 돌아온 것을 실감하는 것 중의 하나가 시도 때도 없이 걸려오는 텔레마케팅 전화이다. 가장 자주 걸려오는 텔레마케팅 전화는 통신사의 고객만족센터라면서 걸려오는 전화이다. 대부분의 전화는 스마트폰을 새 것으로 저렴하게 교체하라는 것이다. 한국은 통신사에서 모바일 폰을 주로 판매하기 때문에 새 걸로 바꾸게 되면 통신사도 바꾸게 된다. 또한 모바일 폰의 할부와 약정 할인 등의 복잡한 설계를 통해서, 한 번 사면 최소한 2년은 쓰게 되어 있다. 이런 이유로 신규 고객 유치나 기존 고객을 유지하기 위해서 모바일 폰 구매를 권유하는 텔레마케팅을 하는 것이다.필자의 경우, 2년 약정에 3년 폰 할부로 계약했다. 원래 계약대로라면 올해 1월 달로 2년 약정기간이 끝났다. 그래서인지 현재 가입 중인 통신사의 고객만족센터라면서 새로운 스마트 폰으로 바꾸라고 권유하는 전화가 하루에도 몇 번씩 온다. 처음에는 텔레마케터의 안내를 좀 들었지만, 지금은 전화기의 약정기간이 끝나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러면 상대방은 말없이 다짜고짜 전화를 끊어버린다. 이런 식의 전화를 한두 번도 아니고 자꾸 받다보면 정말 너무 짜증스럽다. 더구나 뭔가 집중해서 일을 해야 할 때 이런 식의 전화를 받고 나면 정말 화가 난다.한 번은 참다못해서 이용 중인 통신사의 고객센터로 전화를 했다. 상담원은 그런 식의 마케팅 전화는 대리점 쪽에서 하는 것이라서 자신들은 책임이 없다는 것이다. 그럼 약정 기간이 끝난 것은 어떻게 대리점 쪽에서 아냐고 필자가 물었더니, 그것은 본사에서도 알 수 없다고 한다. 나중에 좀 더 직급이 높은 사람이라면서 통신사 고객센터에서 전화가 다시 왔다. 필자의 가입정보를 조회한 이력이 회사의 전산 기록에서 확인되지 않기 때문에 어느 대리점에서 마케팅 전화를 걸었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본사에서는 대리점이 마케팅 전화를 걸지 못하게 할 수도 없다고 했다.결론은 걸려오는 마케팅 전화는 수신인이 알아서 거절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안내원은 스팸 방지 어플을 모바일 폰에 설치하라고 충고한다. 좀 비약해서 말하자면, 길을 가다가 누군가에게 맞아도 그것은 본인이 방어를 제대로 하지 못해서 맞은 것이니까, 맞은 것은 맞은 사람 책임이라는 식이다. 이런 논리는 인터넷 뱅킹을 할 때 사용자의 컴퓨터에 무수히 많은 보안프로그램을 깔게 하는 것과 동일하다. 사용자가 컴퓨터 보안을 제대로 못했기 때문에 인터넷 뱅킹 사고가 난다는 것이다.비교하기는 그렇지만, 필자가 보스턴에 있을 때 텔레마케팅 전화를 받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런 만큼 이동통신사의 마케팅 전화도 오지 않았다. 미국의 소비자들은 통신사를 통해서 모바일 폰을 구입하는 경우도 있지만, 전화기를 먼저 구입한 다음에 개통하는 경우도 많다. 분명 통신사간의 고객 유치 경쟁은 있을 것이지만, 이런 식으로 심하게 텔레마케팅을 하지는 않는다.반면에 한국은 이동통신사 간의 고객 유치 경쟁이 매우 심한 것 같다. 통신사의 고객센터 쪽에서는 대리점에서 자체로 알아서 하는 일이라고는 하지만, 필자의 약정기간이 끝난 것은 어떻게 안 것일까? 그냥 마케팅 멘트로 일단 던지고 보는 말일지도 모른다고 좋게 생각하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어디선가 본인의 개인 정보가 유출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불안감이 생긴다.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도 `인터넷 가입`을 권유하는 텔레마케팅 전화가 걸려왔다. 현재 한국은 인터넷, 이동통신, 그리고 집 전화 서비스를 모두 서너 개의 통신사에서 하고 있다. 모바일 폰을 갖고 있다면 누구나 이런 식의 마케팅 전화 테러를 이동통신 관련 업체로부터 당하는 것이다. 하지만 누가 걸었는지 확인도 안 되고 오지 못하게 할 수도 없다. 마치 유령과 싸우는 느낌이다. 필자가 능력이 된다면, 텔레마케팅 금지법이라도 만들고 싶다.

2016-03-22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을 보면서

▲ 배개화 단국대 교수·교양학부지난 주말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이 있다. 그것은 바둑 세계랭킹 4위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AlphaGo)와의 경기였다. 경기 전, 이세돌씨는 알파고와의 대결에서 5대 0으로 이길 것을 예측했다. 하지만 이세돌씨는 세 게임 연속으로 알파고에게 불계패했다. 다행히 그는 지난 13일 있었던 4번째 대국에서 1승을 올려 자존심을 챙겼다. 알파고는 구글의 자회사인 딥마인드(Deep mind)에서 만든 바둑 프로그램으로, 인간처럼 스스로 생각하고 학습할 수 있게 프로그래밍 되었다고 한다. 알파고는 딥러닝(Deep Learning) 방식을 사용해 바둑을 익혔는데, 이러한 학습방식은 스스로 패턴을 찾고 학습해 판단하는 알고리즘에 기반하고 있다고 한다. 이것은 인간이 별도의 기준을 정해주지 않으며, 대신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컴퓨터가 스스로 분석하며 학습하게 되는 것이 특징이다. 이번 대국 전까지 알피고는 딥러닝 방식으로 약 16만 건의 기보를 학습하고, 수천 만 건의 연습 경기를 했다고 한다.이 학습결과를 바탕으로 알파고는 2015년 10월 유럽 바둑 챔피언인 판 후이와 5번의 대국을 펼쳐 5전 5승을 했다. 또한, 알파고는 다른 바둑프로그램과도 500번 대국해 499승을 거두었다. 알파고는 이세돌과의 4번째 대국에서 첫 패를 당했다. 이세돌의 승리를 보며 네티즌들은 인간과 기계의 대결에서 인간이 자존심을 챙겼다고 좋아했다. 하지만, 알파고의 패배는 단순한 패배가 아니라, 아직은 완벽하지 않은 인공지능 기술의 한계를 보여준 것이다.알파고의 제작자인 데미스 하사비스는 이세돌과 대국을 하는 이유가 자신들의 테스트로는 발견할 수 없는 알파고의 오류를 발견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실제로 알파고는 이세돌과의 4번째 대국에서 패함으로써 알파고의 인공지능프로그램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현재 인공지능은 자동차 무인 운전 등과 같이 다양한 방면에 활용되기 시작하고 있으며, 더욱 광범위하게 대중화될 예정이다. 따라서 알파고의 패배는 현 단계에서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신한 다른 기술 작업들에 적용되었을 때 오작동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또한 알파고의 경기 운영을 보면, 인간과 같은 수준의 인공지능은 아직은 미래형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알파고는 `몬테카를로 트리 탐색`에 의존한다고 한다. 자기학습 프로세스를 통해 기존의 바둑 기보를 연구하고, 그 결과에 따라 `선례를 놓고 볼 때 좋은 수`를 추려낸다. 그리고 남은 선택지를 두고 계산해 최선의 판단을 내리는 것이다. 이것은 알파고의 바둑이 창조적이라기보다는 과거에 있었던 바둑 대국의 모방 내지 반복임을 보여준다. 실제 바둑 전문가들은 언론을 통해서 알파고의 바둑이 90년대 스타일 혹은 이창호 바둑을 모방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4번째 대국의 승패를 가르는 결정적인 수는 이세돌이 놓은 78번째 수라고 한다. 이에 대등해 알파고는 79번째 수를 이상하게 두었고, 이것이 패배의 원인이 되었다. 하사비스는 알파고가 79번째 수를 놓을 때 승률을 70%로 계산하고 있었고, 87번째 수에서 승률이 50%이하가 되고서야 자신의 패배를 처음으로 인지했다고 했다. 이 말은 알파고가 지금까지의 3번의 대국 및 4번째 대국의 79번째 수를 놓을 때까지 단 한 번도 승률이 50% 이하인 수를 두지 않았다는 것을 말한다. 동시에 이세돌이 78번째 수를 놓을 때까지 이세돌은 이길 승률이 없는 상태였다는 것을 보여준다.필자는 인간과 기계의 차이점은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닐까 한다. 인간은 지는 상황을 이기는 상황으로 바꿀 수 있는 능력이 있다. 하지만 기계는 처음부터 끝까지 승리하는 수만을 놓도록 프로그램 되어 있으며, 즉 오류(패배의 수)가 생길 경우 스스로 그것을 고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또한 알파고가 보여주듯, 기계는 과거의 정보, 혹은 입력된 정보 중에 최선의 것을 뽑아서 모방하거나 반복한다. 하지만 인간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나갈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여기에 기계에게는 없는 인간의 강점이 있다.

2016-03-15

어두운 표정의 한국 사람들

▲ 배개화 단국대 교수·교양학부미국에서 한국으로 돌아온 지 2주 되었다. 지난달 22일 인천공항의 입국장을 통해서 한국으로 들어왔을 때, 가장 눈에 띈 것은 사람들이었다. 입국 심사를 위해서 길게 줄을 서 있는 사람들의 얼굴에서 필자가 받은 인상은 표정이 모두 굳어있다는 것이다. 그들의 대부분은 음력 설 연휴와 겨울 방학 등을 이용해서 해외여행을 갔다 온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신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왔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얼굴은 어두웠다.23일은 필자가 재직 중인 대학에 교수 연수회가 있었다. 1년 만에 학교 동료들을 본다고 생각하니 많이 마음이 설렜다. 하지만, 1년만의 교수 연수회에서 만난 동료들의 얼굴은 입국장의 얼굴들처럼 어두웠다. 보직 교수들은 학교 운영과 관련된 발표를 하면서 “대학 구조조정” 혹은 “연구업적 관리” 등과 같은 심각한 이야기들을 쏟아내었다. 여기에 학교의 재정상황이 어려우니 모두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는 말도 이어졌다.1년 만에 만난 친한 동료의 얼굴도 어두웠다. 함께 점심식사를 하기로 약속하면서, 필자가 기대한 것은 오랜 만에 만난 사람들끼리의 즐거운 수다였다. 하지만 이 친구의 주된 이야기는 학내의 정치에 대해서였다. 재작년 한 학기 동안 필자와 이 친구는 일주일에 한 번 점심 식사를 했는데, 그것을 다른 사람들이 보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어떤 사람이 필자와 이 친구가 친하냐고 물었다고 한다. 이 친구의 요지는 당당하게 친하다고 말했다는 것이지만, 우리 둘이 같은 라인으로 보이면 어떻게 하냐는 걱정도 곁들였다.1년 만에 만난 대학 동창생의 얼굴도 어두웠다. 매일 아이들과 씨름하느라 힘들다는 것이다. 더구나 방학이라 매끼 아이들 밥 챙기고 밥 먹으라고 실랑이하느라 힘들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친구는 필자에게 무자식이 상팔자라고 한다. 무엇보다 친구는 서울의 전세비가 작년 한 해 너무 올라서 아무래도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야한다고 걱정했다. 서울의 학군 좋은 지역이어서인지 45평 아파트의 전세비가 8억이라고 했다. 웃음기 없는 친구의 얼굴을 보면서 대한민국 중산층의 삶도 고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지난 주 수요일부터는 봄 학기 수업이 시작되었다. 수요일 첫 시간 첫 수업을 들어갈 때 필자가 기대한 것은 대학 신입생들의 발랄하고 상기된 얼굴이었다. 하지만 학생들의 얼굴도 어두웠다. 도무지 신입생다운 표정은 아니었다. 뭔가 활기가 없는 무표정한 얼굴들이었다. 그래서 필자는 “선생님은 여러분들 만나서 반갑고 즐거운데 여러분은 안 반가운가 봐요?”라고 말하며 억지로 학생들을 웃겼다. 다른 교수들에게 “학생들이 저를 환영하지 않는 것 같아요”라고 걱정하는 말을 하자,`다른 교수들에게도 그래요. 요새 애들은 삶에 대한 기대나 희망이 없어서 그런가 봐요.`라고 대답했다.한국에 온 뒤 필자를 보고 반가워하며 좋아한 것은 필자의 두 고양이들과 가족들뿐이다. 그 밖의 사람들은 모두 어두운 표정으로 필자를 맞았다. 각자의 근심걱정으로 한 번 어두워진 얼굴들이 습관화되어, 별일 없어도 어두운 표정인 것이다. 우울한 얼굴에 대고 마구 웃을 수는 없으니까, 필자의 얼굴도 우울해진다. 거울을 보니, 필자의 얼굴도 왠지 지치고 피곤해 보인다. 며칠 사이에 폭삭 늙은 것 같은 기분도 든다.필자가 한국으로 돌아올 때, 그곳에서 사귄 친구들이 한국에서도 즐겁고 행복하게 지내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상당한 노력이 아니고는 이런 당부를 실천하기가 어려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주위의 심각하고 어두운 분위기가 필자의 마음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만 같다. 이런 기분을 떨쳐버리기 위해 필자는 친구나 동료에게 “우리 심각한 이야기는 하지 말자, 우리끼리라도 만나면 서로 웃으면서 지내자.”라고 당부한다.다들 지금의 한국 상황이 1998년 IMF 때보다 더 어려운 것 같다고 말한다. 그래서인지 지금 우리 사회의 표정은 너무 어둡다. 우리 사회가 웃음기 있는 표정을 갖도록 해줄 사람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2016-03-08

한국으로 돌아오는 길

▲ 배개화 단국대 교수지금 필자는 이 글을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쓰고 있다. 한국행 비행기에서 이렇게 글을 쓰고 있노라니 국제화시대라는 말의 뜻이 실감된다. 마치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가는 기차안에서 글을 쓰는 것 같다. 교통의 발전과 상대적으로 저렴해진 비행기 값은 사람들이 느끼는, 국가와 국가 간의 지리적 거리감을 줄이고 있다. 60년대나 70년대에는 한국 학자가 한 번 하버드로 오게 되면 일 년 동안 한국으로 돌아갈 생각은 아예 하지도 못했다고 한다. 비행기 표 값도 너무 비싸고, 시간도 많이 걸리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여행이나 업무상의 목적으로 쉽게 국가 간 이동이 가능하고 실제로 많은 동료들이 국제 여행을 떠나곤 한다.교통뿐만 아니라 통신의 발전도 국가 간의 지리적 거리감을 줄이고 있다. 14년 전 하버드에 박사 논문 준비생으로 왔을 때는 스마트폰도 스마트폰 어플도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때였다. 미국에서 한국으로 전화를 하려면 1분에 1천원 가까이 하는 유선 국제 전화를 사용하거나 국제전화카드를 이용해서 전화를 걸어야 했다. 전화비가 비싸다 보니 한국으로 전화할 기회도 적고 전화하더라도 필요한 용건만 간단하게 말하고 끊는다. 하지만 지금은 스마트폰을 통해서 무료 인터넷 전화를 걸 수 있다.미국은 한국과 달리 전화를 하면, 전화를 건 사람과 전화를 받은 사람 모두 전화비를 내야한다. 그러다보니 미국 사람들은 전화를 하는 것보다는 문자 메시지나 e-메일을 주로 이용한다. 필자의 경험상으로는 통신사에 돈을 내야하는 문자 메시지보다는 e-메일을 더 많이 사용하는 것 같다. 스마트 폰 어플이 메일의 도착을 실시간으로 알려주기 때문에 문자 메시지처럼 금방 확인할 수 있고 학교 메일 등을 이용하면 공식적인 느낌도 들어서 더 자주 이용했던 것 같다.필자가 1년 동안 있었던 연구소 직원의 말도 비슷하다. 몇 년 전만 해도 외국의 학자들과 의사소통할 때는 전화를 많이 사용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전화가 거의 걸려오지 않고 본인도 자주 걸지 않는다고 한다. 대신에 대부분의 의사소통이 e-메일을 통해서 이루어진다고 한다. 서로 주고받은 내용들이 문자로 기록되어 보관되고 또 여러 사람들에게 한꺼번에 동일한 정보를 전달하고 교환할 수 있는 것이 e-메일의 장점이기 때문인 듯하다.이 같은 교통과 통신의 발전은 인간관계에도 많은 변화를 주었다. 필자가 소속된 연구소의 방문학자들 중에는 결혼하여 가족과 함께 오는 경우도 있지만, 혼자 오는 경우도 많다. 혼자 오는 학자들은 결혼을 안 한 경우도 있지만, 남편이 다른 나라에서 일을 하고 있어서 함께 올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아내는 홍콩의 대학에서 일하는데 남편은 호주에서 일한다거나, 아내는 싱가포르에 있는데 남편은 런던에 있다거나 하는 사정으로 혼자 오는 것이다.예전엔 이런 대륙간 커플은 상상도 못했다. 전화도 자주 못하고 만나지도 못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서로 멀어지게 된다. 하지만 지금은 실시간으로 e-메일을 주고 받거나 공짜로 국제 전화를 하고 비행기 여행도 상대적으로 쉽기 때문에 서로 떨어져 있더라도 정서적인 유대감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서로 마음만 잘 맞으면 연인이나 부부관계를 계속해서 유지할 수 있다.교통, 통신의 발전으로 서로가 외국인을 많이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서인지 외국인에 대한 심리적 거리감도 많이 준 것 같고 문화적 차이도 많이 준 것 같다. 사람이 국제화 된다는 것은 다른 나라 사람들과 좀 더 쉽게 의사소통할 수 있고 좀 더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필자도 이번 하버드 방문 기간 동안에 많은 외국 친구를 사귀었다. 그들 중에는 정말 평생의 친구가 되기로 약속한 친구도 있고, 학술적인 공통 관심사로 인해서 지속적으로 협력을 하기로 약속한 친구도 있다. 미국에 안 왔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기적들이다. 그런 고마운 마음을 품고 필자는 지금 한국으로 돌아가고 있다.

2016-02-23

외국인이 보는 한국인의 선교여행

▲ 배개화 단국대·하버드대 방문 교수지난 주말 필자는 소속 연구소의 전임 부소장 부부와 함께 점심 식사를 하였다. 이 부부는 1960년대 초 대학을 졸업하고 함께 미국 평화봉사단(peace corps)의 일원으로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 때 한국 사람들에게 영어를 가르쳤다고 한다. 1960년대 초중반의 한국은 정치적으로 격변이 심하고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시기였다. 이 부부는 그 때 한국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을 계기로 한국학 연구자가 되었고 여러모로 한국과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미국 평화봉사단은 미국 정부에서 운영하며 자원봉사자는 미국 시민으로서 대학을 졸업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외국에서 봉사하면서 그 나라에 미국의 문화를 알려주고 그 나라의 문화를 배우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파견이 되기 전 3개월 정도 훈련을 하며 2년 정도 한 나라에 머물면서 자원봉사를 한다. 내가 만난 부부나 하버드대의 한국학 관련 교수들은 모두 2년 이상 한국에 머물면서 1960년대의 가난한 한국을 경험했다. 특히 이 부부는 한국인을 입양했을 정도로 한국에 대한 애정이 깊다.이 분들의 여행일정 등을 함께 이야기하다가 한국인의 해외 선교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지난 수년 동안 한국의 기독교인들은 이집트나 아프가니스탄 등 위험지역으로 선교여행을 가서 테러를 당한 적이 몇 번 있었다. 2004년에는 이라크에서 김선일씨가 탈레반에게 납치되어 살해당했고, 2007년에는 `분당 샘물교회` 신도들이 아프가니스탄으로 기독교 선교를 하러 갔다가 집단 납치당하였다. 2014년 2월에는 이집트로 성지순례를 갔던 교인들이 시나이 반도에서 발생한 자살 폭탄 테러로 사망하고 부상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부소장 부부는 이집트 시나이 반도에서 있었던 끔찍한 폭탄테러 사건을 회상하면서 한국인의 선교 태도에 대해서 비판했다. 그는 한국 교인들이 `해외 관광을 선교라는 이름으로 떠나는데, 이것은 그들의 일정이 2주 정도인 것에서 잘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문제는 그냥 관광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으로 민감한 지역으로 여행을 떠나며 그 지역 주민에 대한 충분한 이해도 없이 선교를 하려고 한다는 점이라고 그는 말했다.한 예로 그는 베트남의 경우를 들었다. 베트남의 고산지역에는 소수민족들이 많이 살고 있는데 그들 중에는 기독교도들이 많다. 그들이 산에 사는 이유는 소수민족에 대한 정치적 박해를 피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런데 이런 지역으로 한국 기독교도들이 선교 여행을 와 2주 정도 선교활동을 하는데 이런 행동은 이들 소수민족뿐만 아니라 한국인 방문자들에게 모두 위험한 행동이라고 그는 비판했다. 특히 2주 동안의 선교 기간은 너무 짧은 일정이라서 그 지역 사람들과 아무런 신뢰감도 형성하지 못한다고 한다. 말도 잘 안 통하는 외국인이 와서 자기들의 생활 방식과 사고방식을 바꾸라고 권한다면 기분이 좋은 사람들은 별로 없을 것이다. 특히 이슬람교과 같이 기독교와 오랫동안 경쟁 및 갈등 관계에 있었고 정치적으로 군사적으로 복잡한 지역으로 가서 주말 선교를 하는 것은 너무 오만한 행동일 뿐만 아니라 자기 목숨을 내놓는 행동이다.임무 수행을 위해 현지인과의 신뢰감을 쌓는 것의 중요성은 지난 학기 수업시간에도 들은 적이 있다. 당시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파견돼 현지에 주둔 했던 한 여군은 현지 주민과의 신뢰감 형성의 어려움과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문제는 곧 자신들의`안전`과도 직결되는 문제이기에 이런 이유로 그는 자신이 여자라는 점을 이용, 지역의 여성들과 친분을 쌓고 그들과 소통하면서 주둔지의 문화와 정서를 이해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총을 든 군인들, 더구나 주둔군들도 현지 주민들에게 이렇게 조심스럽고 그들로부터 받을 위협에 대해서 늘 대비하고 있다. 이에 대비하면 선교여행을 떠나는 한국인들의 용기는 놀라울 따름이다. 특히 위험지역으로의 해외 관광을 선교라는 이름으로 떠나는 행동은 지양했으면 한다.

2016-02-16

대만 총통선거 결과와 여성 리더십에 대한 기대

▲ 배개화 단국대·하버드대 방문 교수필자가 있는 연구소는 동아시아 연구가 중점인 연구소다. 그러다보니 방문학자들도 주로 중국, 대만, 일본, 한국, 태국, 그리고 베트남 등에서 온 학자들이다. 요즘 필자는 대만에서 온 여자학자와 친하게 지내고 있다. 이 사람과 함께 영어 수업도 같이 듣고 있어서 대만의 총통 선거에 대해서 이야기 할 기회가 많았다. 선거 전부터 민진당의 여성후보인 차이잉원(蔡英文) 후보가 매우 유력한 총통 후보라는 이야기를 들었고 지난달 16일 치러진 대만 총통 선거 결과도 예상대로였다. 차이잉원 총통은 다른 민진당 후보들과도 다른 정치적 경력을 갖고 있다고 한다. 다른 후보들이 서민들과 함께 성장해온 경우라면 차이 총통은 런던 대학 법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법대교수 생활을 하다가 정치에 참여하게 된 경우라고 한다. 그런만큼 전통적인 민진당 지지자들을 만족시키지는 못하지만 전통적인 야당의 이미지인 `선동가`라는 이미지에서 탈피해 신뢰할 만한 지도자로서의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었다. 이런 차이가 차이 총통이 압도적인 승리를 얻을 수 있는 원동력이라고 판단된다.최근 뉴욕 타임즈는 차이 총통의 승리를 국민당의 지나친 親중국 정책에 대한 대만인들의 반감의 결과이며 이 승리로 인해서 대만을 회복하려고 하는 중국의 계획은 연기되었다고 해석하고 있다. 이런 해석처럼 필자가 만난 대만 사람들의 중국에 대한 입장은 다소 복잡하다. 필자가 만난 대만학자도 경제적으로는 중국과 교류하고 싶지만 정치적으로 통합되고 싶지는 않다고 말한다. 이러한 현실적 이해와 함께 대만은 복잡한 민족적 구성과 역사적 경험도 대만인이 중국과의 통일에 대해 의견이 갈리게 만든다. 일단 타이완 원주민들이 있는데 이들에게 중국은 일본과 별 차이가 없는 제국이다. 하지만 많은 경우는 차이 총통처럼 중국에서 건너온 사람들이다. 그런데 중국에서 온 사람들에게도 내적인 구분이 존재하는데 그것은 1949년 전에 온 사람과 후에 온 사람이라는 구분이다. 1949년 전에 중국에서 온 사람들은 자기들은 대만인이지만, 1949년에 국민당 정부와 함께 온 사람들은 중국인이라고 주장한다. 반면에 국민당과 이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중국을 수복돼야 할 국가로 생각하고 중국에 대해 좀 더 적극적인 정책을 취하고 있다. 이런 복잡한 상황은 한반도의 상황과는 많이 다르다. 한 민족이니까 통일해야 한다는 주장에서부터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 대박론까지 다양한 유형이 있다. 하지만 적십자사를 통한 남북이산가족 상봉행사 등을 통해 남한과 북한의 주민은 한 민족이라는 믿음은 계속해서 재생산되고 있고 이것은 다른 어떤 이유보다도 가장 호소력 있는 통일의 이유이다. 하지만 대만의 경우는 한 민족이니까 통일해야 한다는 심정적인 이유는 많이 희박해 보인다. 국민당 정부가 중국 정부로서의 정통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것을 당 강령으로 삼고 있는 것이 가장 큰 통일의 동기인 듯하나, 이것은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인다. 그런 만큼 국민당의 親중국 정책은 중국에 대한 기억이 없는 젊은 세대에게는 더욱 매력없어 보인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좀 더 안정된 경제적 삶과 보장된 미래일 것이다.여성 지도자들의 부상은 시민들이 더 이상은 큰 명분이나 이념에 의해서 투표를 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시민들은 여성 지도자들이 어머니처럼 좀 더 섬세하고 자상한 정치를 펼칠 것이라고 기대하기 때문에 그들을 지지한다. 이것은 차이 총통이 큰 명분인 독립을 내세우는 스타일이 아닌 것에서 알 수 있다. 대만 시민들은 차이 총통이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좀 더 균형있는 외교정책을 펼치면서 대만 사회를 좀 더 살만한 사회로 변화시키기를 기대하는 것이다.비슷하게 우리 국민이 여성 지도자를 뽑았을 때도 비슷한 기대가 있었을 것이다. 따라서 박근혜 대통령의 리더십이 섬세하고 자상한 리더십이냐에 대한 성찰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2016-02-02

美 동부를 덮친 눈사태를 보면서

▲ 배개화 단국대·하버드대 방문 교수지난 주말에 미국 11개 주에 대설주의보가 내려졌다. 미국 언론보도에 따르면 뉴욕시는 역대 최고 하루 적설량을 기록했다고 한다. 70㎝ 가까이 내린 눈으로 뉴욕의 존 F 케네디공항의 비행기의 이·착륙이 연기되었을 뿐만 아니라, 자동차의 운행이 금지되고 기차 및 지하철의 운행이 정지되었다고 한다. 워싱턴 DC도 60㎝ 이상의 눈이 내려 학교에 휴교령이 내려지고 일부지역에서는 전기가 끊어졌다. 그리고 강풍과 폭설로 인해서 25일부터는 미국 연방 정부도 일시적으로 폐쇄된다고 한다. 보스턴도 예외는 아니어서 뉴스나 라디오를 통해서 대설주의보가 내려졌다. 이 때문에 사람들이 다들 걱정했다. 눈이 너무 많이 와서 길이 너무 미끄러우면 어떻게 하나, 대중교통이 끊어지면 어떻게 하나 걱정이 많았다. 호들갑스러운 언론보도와 사람들의 걱정과는 달리 보스턴에서는 토요일 오후가 되어서야 눈이 내리기 시작했고 저녁 8시쯤 되었을 때 눈은 발이 파묻힐 정도로 내렸다. 필자는 눈이 많이 내리는 것 같아서 버스가 끊어질까봐 평소보다 일찍 연구소를 나와 집으로 돌아왔다.다음날 온라인 뉴스에는 뉴욕과 워싱턴 DC가 눈으로 인해 난장판이 된 거리 사진이 게재되어 있었다. 하지만 보스턴의 경우에는 밤새 제설차가 거리의 눈을 치워서인지 도로 위에 눈이 거의 남아있지 않았다. 그리고 버스와 차량 운행도 원만했다. 더구나 일요일에는 보스턴이 맑게 개어 태양이 쨍하고 비췄다.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이 왠지 토요일에 눈이 온 덕분인 것 같이 느껴질 정도였다.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워싱턴 DC는 남쪽 지역이어서 겨울에 눈이 잘 오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제설차량 등이 준비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눈이 오면 도시가 거의 마비될 지경이라고 한다. 하지만 보스턴은 눈이 많이 내리는 지역이다. 더구나 작년 2월에는 100년 만에 두 번째로 많이 내렸다고 할 정도로 내렸던 터라 제설차량이나 장비가 비교적 잘 갖춰져 있다. 그리고 사람들도 눈이 내리면 어떻게 치워야 할지에 대한 어느 정도의 학습이 돼 있다.이렇게 대조적인 도시들의 모습을 보면서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보스턴은 눈이 원래 많이 내리는 지역이기에 시 정부에서 제설 장비나 차량을 마련하는데 예산을 투자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매번 내리는 눈으로 인해서 생기는 교통 체증과 도시 기능 마비로 인해서 막대한 금전적인 손해를 입는 것보다는 눈을 효과적으로 치우는 데 예산을 투자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다.하지만 평소에 눈이 많이 내리지 않는 남부 도시들의 경우, 어쩌다가 내리는 많은 양의 눈에 대비해서 굳이 제설 장비나 차량에 예산을 투자하는 것은 예산 낭비일 수 있다. 언론보도에서는 25일부터 연방정부를 일시적으로 폐쇄한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는데 외국인이 보기에 무척 큰 국가적 사태인 것처럼 보이는 이런 사태도 미국인의 입장에서는 제설장비 구입에 돈 쓰는 것보다는 더 효율적인 것이다.이렇게 본다면, 보스턴은 눈사태에 준비가 잘 되어있는 도시라고 칭찬하고 워싱턴은 준비가 안 된 도시라고 일방적으로 비난받을 수는 없다. 각 도시가 상황과 조건에 맞게 얼마나 효율적으로 문제에 대처하고 있는지가 판단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한국 사회의 여러 가지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에도 비슷한 태도와 접근 방법이 필요하다. 준비된 정부나 정치인이라면 당장 여론의 관심을 끌고 불평의 거리가 되는 문제보다는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잘 파악하고 그것을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더 이상 언론이나 대중들의 입에서 `헬 조선`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일시적인 불편함이나 불평, 혹은 악의적인 선동 때문에 사람들이 자기가 사는 나라를 지옥이라고 부르는 것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2016-01-26

사람은 실수를 할 수 있다

▲ 배개화 단국대·하버드대 방문 교수이번 주말에 필자는 필자가 소속된 연구소가 주관하는 단체여행을 왔다. 뉴 헴프셔에 있는 워싱턴 산이라는 매우 유명한 스키 리조트가 있는 곳으로 스키를 타러왔다. 필자는 이 나이가 될 동안 스키장에 간 적이 없기 때문에 이번이 첫 스키장 방문이었다. 스키장에 온 만큼 스키를 즐겨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스키를 탈 줄 모르므로 필자는 아주 많은 실수를 했다. 그리고 이번 경험을 통해 `시도와 실패`의 진정한 의미를 깨달을 수 있었다. 스키여행 첫날 필자는 원래 스키 강습을 받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같이 간 사람들이 스키 타는 것에 꽤 익숙해 필자에게 스키 타는 법을 알려주겠다고 말했다. 그래서 강습을 받지 않고 곧장 스키 레인으로 갔다. 이 스키 레인은 스키장에서 비교적 쉬운 코스였다. 하지만 스키 강습을 받지 않은 필자에게 이 코스는 매우 가팔랐고 몸을 전혀 통제할 수 없었다. 그 결과 필자는 주로 눈 위에 넘어져 누워있었고, 같이 간 사람은 주로 필자를 일으켜 세우는데 많은 시간을 써야했다. 한 15번쯤 넘어졌을 때, 필자는 이 레인은 스키로는 내려갈 수 없다고 판단하고 걸어서 내려가기로 했다. 이 곳의 스키 레인은 매우 길어서 걸어서 내려오는데 한 시간 이상 걸렸다. 필자와 같이 간 친구 중 한 명도 스키 초보여서 아주 많이 넘어졌고 그녀는 결국 스노우 스쿠터를 불러 타고 내려왔다. 내려오는 도중에 그녀는 필자를 발견했고 그녀 덕분에 스노우 스쿠터를 이용할 수 있었다.필자는 스키 타는 법을 어떻게든 배우고 싶었다. 그래서 둘째 날은 스키 학교를 등록해서 한 시간 반 동안 강습을 받았다. 스키 강습은 거의 평지에 가까운 눈밭에서 진행되었기 때문에 거의 넘어지지 않고 강습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혼자서 조금 긴 레인을 시도했을 때 필자는 몸을 가눌 수 없었고 오른쪽 발에 힘이 많이 들어가서 자꾸 왼쪽으로 돌다가 결국은 넘어졌다. 하지만 조금씩 긴장이 풀리면서 혼자 힘으로 넘어지지 않고 스키 슬로프를 내려올 수 있었다.위에서 말했듯이, 필자는 이틀 동안 눈밭에 아주 많이 넘어졌다. 필자가 기억하기로 이번에 넘어지기 전에 마지막으로 넘어진 것은 고등학교 3학년 때였다. 그 때 필자는 지나가는 버스를 따라잡기 위해서 뛰어가다가 넘어졌다. 그 때 필자는 아주 많이 창피했고, 그래서 벌떡 일어나 전혀 넘어지지 않은 척했다. 인간은 직립보행을 하는 동물이라 넘어지면 창피함을 느끼게 되어 있는 것 같다.거의 25년 이상 넘어지지 않다가, 이번에 눈 위에서 아주 많이 넘어졌다. 필자는 마치 걸음마를 배우는 한살배기 아기 때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 들었다. 걸음마를 처음 배울 때, 우리는 아주 많이 넘어졌을 것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그 때 부끄러웠던 기억은 전혀 없다. 그런데 성장하면서 필자는 창피함이라는 감정을 갖게 되었고, 뭔가 실수를 하면 그것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굉장히 자책하게 되었다.하지만 이번 스키 캠프의 경험을 통해 필자는 소위 말하는 `트라이얼 앤 에러` 즉 도전과 실패에 대해서 좀 더 유연한 생각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사람은 무언가를 익혀 능숙해지기 위해서는 많은 도전과 실패를 경험하게 된다. 만약 실패를 두려워하거나 무서워한다면 우리는 새로운 것을 배우거나 성취할 수 없을 것이다.사람들은 모두 뭔가를 성취하고 싶은 목표를 갖고 있다. 때로는 그 목표를 쉽게 이루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 원하는 대로 하지 못한다. 그럴 때 어떤 사람은 쉽게 좌절하고, 더 이상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으려고 한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실패에서 무언가를 배운다고 생각하고 계속 도전한다. 우리는 시도하지 않으면 새로운 것을 배울 수도 성취할 수도 없다. 실패에서 배우고 조금씩 발전한다는 생각으로 인생을 살아간다면, 우리 인생은 훨씬 풍요롭고 다채로워질 것이다.

2016-0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