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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총선 결과를 보면서

등록일 2016-04-19 02:01 게재일 2016-04-1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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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개화<br /><br />단국대 교수 교양학부
▲ 배개화 단국대 교수 교양학부

지난 주 수요일 20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있었다. 칼럼에 쓴 대로 필자는 투표를 하러갔다. 이후 연구실에서 책을 읽다가 저녁 10시쯤 집에 돌아오니, 총선 개표 방송이 한창이었다. 여당이 압승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여당 당선자 수가 한참 적었다. 12시쯤 되어가니 정당비례대표 득표율과 지역구 당선자들의 윤곽이 분명해졌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서 보니, 더민주당이 새누리당과 한 석 차이로 제1당이 되어 있었다.

새누리당의 패배에 대해서 각 방송사나 신문사마다 다양한 원인 분석을 내놓았다. 새누리당이 야권 분열의 어부지리에만 편승해서 새로운 인물이나 새로운 정책 등을 제시하지 못했다, 혹은 친박, 비박 등으로 나눠서 공천권을 둘러싸고 내부 투쟁을 하는 것이 지지층에게 부정적으로 보였다, 혹은 국민의 당이 새누리의 중도보수층을 흡수했다 등등의 다양한 분석이 보도되었다.

필자는 소위 이런 식의 정치 공학적 해석이 별로 달갑지 않다. 이런 해석은 근본적인 원인을 회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확실히 선거 전략을 잘 세웠다. 국민들이 열망하는 `경제민주화`라는 이슈를 새누리당이 선점했다. 김종인씨를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영입하여, 국민들이 원하는 경제민주화, 복지 정책의 강화를 실현할 것처럼 보였다. 당의 상징색도 빨간색으로 바꿨다. 보수를 자처하는 새누리당이 마치 왼쪽으로 간 것처럼 행동했고, 이것은 유권자들에게 먹혔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늘 그렇듯이 기억상실증이 심했다. 이들은 증세 없는 복지는 없다면서 복지 정책을 확대하는 것에도 반대했다. 박근혜 대통령 역시 경제민주화와 사회 복지 관련 공략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그나마 지켜진 공약은 지지자를 의식한 `기초노령연금`의 지급 금액을 올리는 것 정도였다.

필자는 경제가 모든 것을 이긴다는 믿음이 있다. 사람들이 어떤 판단, 특히 정치적인 판단을 하는 동기에는 경제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종합부동산세에 분노한 중산층과 지나친 양극화로 소위 진보의 경제 정책에 실망한 서민들은, 한국의 경제성장기를 상징하는 인물들에게 투표했다. 그리고 그들은 집값의 현상유지와 일자리 창출에 대한 기대를 걸었다. 지난 8년 동안 한 분의 전직 대통령과 또 한 분의 현직 대통령은 높은 경제성장을 통한 이익의 낙수효과를 주장했다. 하지만, 많은 국민들은 병아리 눈물만큼의 낙수도 맞지 못했다.

신문 기사 등을 보면 현재 우리나라나 다른 나라의 경제 지표의 경우, 전통적인 경제학의 해결방안이 먹히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한다. 금리를 낮추면 돈을 많이 빌려서 투자를 하게 되고 그러면 고용이 일어나서 일자리가 생기고 하는 등의 처방이 전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 경제에서 소위 낙수 효과가 일어나지 않는 것도 비슷한 이유라고 생각된다. 무슨 일인지 각 경제 주체들은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을 더 이상 신뢰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필자는 경제가 모든 것을 이긴다고 믿고 있으면서도 경제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다. 그래서인지 막연히 아담 스미스나 마르크스 혹은 케인즈 같은 천재가 나와서 뭔가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줬으면 하는 생각에 빠지기도 한다. 우리 국민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재작년에 피케티의 `21세기 자본론`이 큰 돌풍을 일으켰던 것도 그런 이유인 것 같다. 그나마 이 문제와 관련해서 필자가 갖고 있는 생각은 현재 우리나라의 낮은 경제 성장률은 쉽게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앞으로의 경제정책은 주어진 국가의 재원을 국민 다수가 최대한 만족할 수 있도록 잘 배분하는 것에 중점이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경제 민주화`의 핵심은 이것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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