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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분양권 시장

등록일 2016-04-26 02:01 게재일 2016-04-26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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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개화<br /><br />단국대 교수·교양학부
▲ 배개화 단국대 교수·교양학부

필자는 2014년 말 아파트를 하나 분양받았다. 아파트 분양을 받은 이후로, 분양받은 아파트 단지와 연관된 인터넷 커뮤니티에 가입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새로운 세상을 알게 되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필자가 사는 지역 관련 여러 인터넷 커뮤니티에 가입해서 소위 부동산 전문가로 행세 하는 개인들이 있다. 이 분들의 직업이 정확하게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다들 자기들은 평범한 직장인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아파트 분양권 투자나 부동산 투자 등으로 지금까지 자기의 일 년 연봉보다 많이 벌어왔다고 말한다. 그리고 지금 분양 중이거나 완공이 다 돼가는 아파트의 미래 가치에 대해서 예측하기도 하고, 어느 아파트 단지에 투자하는 것이 수익이 날 것이라고 추천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알게 된 것이 우리 주변에 의외로 `아파트 분양권 투자`라는 것을 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는 것이다. 이번에 필자가 분양을 받으면서 알게된 건데, 민영 아파트 분양의 경우는 집이 있는 사람도 청약저축통장만 있으면 또 아파트 분양을 받을 수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아파트 분양권을 목적으로 청약저축통장을 만들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아파트 분양 신청을 한다.

필자가 분양받은 아파트 단지는. 여러 브랜드의 아파트들이 분양된 큰 단지이고 교통이 편리한 곳에 있기 때문에, 사람들의 관심을 많이 끌었다. 그래서 초기의 아파트 분양에서 그나마 브랜드가 괜찮은 아파트들은 경쟁률이 높았다. 필자도 두세 번 민영아파트 분양에 신청해봤지만, 높은 경쟁률로 번번이 떨어졌다. 그 때마다 실망한 필자는 도대체 누가 당첨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아파트 당첨자 발표가 나자마자,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자기는 아파트 당첨이 두 개가 되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고, 같은 단지 내 다른 아파트 분양권까지 서너 개의 분양권을 갖고 있다고 말하는 분도 있다. 이런 사람들은 대체로 아파트 분양권을 팔려고 내놓는다. 최초 계약 이후 일 년 간은 분양권 거래가 제한되기 때문에 이것들은 상당히 조심스럽게 그리고 비밀리에 진행된다.

본인이 살려고 분양받은 집이 아니기 때문에 분양권 프리미엄을 올리기 위해서 이 아파트 단지는 몇 동 몇 층이 로얄동 로얄층이고 하는 품평이 올라온다. 그리고 부동산 업자들도 입지가 좋지 않은 동 호수를 분양 받는 것보다는 프리미엄을 주고 로얄동 로얄층을 사거나 입지가 좋은 아파트 단지의 아파트를 사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그 결과, 아파트 단지들마다 분양비는 대략 비슷한데 프리미엄에는 꽤 차이가 생긴다.

필자 같으면 실현될지 안 될지 알 수 없는 가치를 예측하며 프리미엄까지 주고 분양권을 사지는 않을 것 같지만 어쨌든 꽤 거래가 된다. 다른 아파트 단지는 잘 모르겠고, 필자의 아파트 단지만 해도 전체 아파트의 평균 30-40%는 분양권의 주인이 바뀌었다. 자본주의 사회니까 자기 돈을 어디든 자유롭게 투자해서 돈 버는 것이 뭐가 문제냐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정말 자기 살 집을 구하는 사람은 분양을 받지 못하고, 소위 분양권 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사람들이 분양 받는 것에 불편한 마음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이런 이야기를 했더니, 친구들은 그게 언제 적부터의 이야기인데, 그걸 이제 알았냐고 비웃는다. 이런 친구의 말은 오래전 필자가 대학교를 다닐 때 악명 높았던 `떴다방`을 떠올리게 했다. `떴다방`은 여전히 성업 중이다. 하지만 그 때는 무주택자만 아파트 분양 신청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유주택자도 가능하다. 그러다보니 아파트 분양권 투자는 더 일상적으로 된 느낌이다. 아파트 분양권 시장이라는 현상을 보면서, 필자는 아파트가 부를 축적하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되며 정말 살 집이 필요한 사람에게만 분양되게 해야 한다는 생각을 더욱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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