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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총통선거 결과와 여성 리더십에 대한 기대

등록일 2016-02-02 02:01 게재일 2016-02-02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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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개화<br /><br />단국대·하버드대 방문 교수
▲ 배개화 단국대·하버드대 방문 교수

필자가 있는 연구소는 동아시아 연구가 중점인 연구소다. 그러다보니 방문학자들도 주로 중국, 대만, 일본, 한국, 태국, 그리고 베트남 등에서 온 학자들이다. 요즘 필자는 대만에서 온 여자학자와 친하게 지내고 있다. 이 사람과 함께 영어 수업도 같이 듣고 있어서 대만의 총통 선거에 대해서 이야기 할 기회가 많았다. 선거 전부터 민진당의 여성후보인 차이잉원(蔡英文) 후보가 매우 유력한 총통 후보라는 이야기를 들었고 지난달 16일 치러진 대만 총통 선거 결과도 예상대로였다.

차이잉원 총통은 다른 민진당 후보들과도 다른 정치적 경력을 갖고 있다고 한다. 다른 후보들이 서민들과 함께 성장해온 경우라면 차이 총통은 런던 대학 법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법대교수 생활을 하다가 정치에 참여하게 된 경우라고 한다. 그런만큼 전통적인 민진당 지지자들을 만족시키지는 못하지만 전통적인 야당의 이미지인 `선동가`라는 이미지에서 탈피해 신뢰할 만한 지도자로서의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었다. 이런 차이가 차이 총통이 압도적인 승리를 얻을 수 있는 원동력이라고 판단된다.

최근 뉴욕 타임즈는 차이 총통의 승리를 국민당의 지나친 親중국 정책에 대한 대만인들의 반감의 결과이며 이 승리로 인해서 대만을 회복하려고 하는 중국의 계획은 연기되었다고 해석하고 있다. 이런 해석처럼 필자가 만난 대만 사람들의 중국에 대한 입장은 다소 복잡하다. 필자가 만난 대만학자도 경제적으로는 중국과 교류하고 싶지만 정치적으로 통합되고 싶지는 않다고 말한다. 이러한 현실적 이해와 함께 대만은 복잡한 민족적 구성과 역사적 경험도 대만인이 중국과의 통일에 대해 의견이 갈리게 만든다. 일단 타이완 원주민들이 있는데 이들에게 중국은 일본과 별 차이가 없는 제국이다. 하지만 많은 경우는 차이 총통처럼 중국에서 건너온 사람들이다. 그런데 중국에서 온 사람들에게도 내적인 구분이 존재하는데 그것은 1949년 전에 온 사람과 후에 온 사람이라는 구분이다. 1949년 전에 중국에서 온 사람들은 자기들은 대만인이지만, 1949년에 국민당 정부와 함께 온 사람들은 중국인이라고 주장한다. 반면에 국민당과 이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중국을 수복돼야 할 국가로 생각하고 중국에 대해 좀 더 적극적인 정책을 취하고 있다. 이런 복잡한 상황은 한반도의 상황과는 많이 다르다. 한 민족이니까 통일해야 한다는 주장에서부터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 대박론까지 다양한 유형이 있다. 하지만 적십자사를 통한 남북이산가족 상봉행사 등을 통해 남한과 북한의 주민은 한 민족이라는 믿음은 계속해서 재생산되고 있고 이것은 다른 어떤 이유보다도 가장 호소력 있는 통일의 이유이다. 하지만 대만의 경우는 한 민족이니까 통일해야 한다는 심정적인 이유는 많이 희박해 보인다. 국민당 정부가 중국 정부로서의 정통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것을 당 강령으로 삼고 있는 것이 가장 큰 통일의 동기인 듯하나, 이것은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인다. 그런 만큼 국민당의 親중국 정책은 중국에 대한 기억이 없는 젊은 세대에게는 더욱 매력없어 보인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좀 더 안정된 경제적 삶과 보장된 미래일 것이다.

여성 지도자들의 부상은 시민들이 더 이상은 큰 명분이나 이념에 의해서 투표를 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시민들은 여성 지도자들이 어머니처럼 좀 더 섬세하고 자상한 정치를 펼칠 것이라고 기대하기 때문에 그들을 지지한다. 이것은 차이 총통이 큰 명분인 독립을 내세우는 스타일이 아닌 것에서 알 수 있다. 대만 시민들은 차이 총통이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좀 더 균형있는 외교정책을 펼치면서 대만 사회를 좀 더 살만한 사회로 변화시키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비슷하게 우리 국민이 여성 지도자를 뽑았을 때도 비슷한 기대가 있었을 것이다. 따라서 박근혜 대통령의 리더십이 섬세하고 자상한 리더십이냐에 대한 성찰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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