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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을 보면서

등록일 2016-03-15 02:01 게재일 2016-03-15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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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개화<br /><br />단국대 교수·교양학부
▲ 배개화 단국대 교수·교양학부

지난 주말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이 있다. 그것은 바둑 세계랭킹 4위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AlphaGo)와의 경기였다. 경기 전, 이세돌씨는 알파고와의 대결에서 5대 0으로 이길 것을 예측했다. 하지만 이세돌씨는 세 게임 연속으로 알파고에게 불계패했다. 다행히 그는 지난 13일 있었던 4번째 대국에서 1승을 올려 자존심을 챙겼다.

알파고는 구글의 자회사인 딥마인드(Deep mind)에서 만든 바둑 프로그램으로, 인간처럼 스스로 생각하고 학습할 수 있게 프로그래밍 되었다고 한다. 알파고는 딥러닝(Deep Learning) 방식을 사용해 바둑을 익혔는데, 이러한 학습방식은 스스로 패턴을 찾고 학습해 판단하는 알고리즘에 기반하고 있다고 한다. 이것은 인간이 별도의 기준을 정해주지 않으며, 대신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컴퓨터가 스스로 분석하며 학습하게 되는 것이 특징이다. 이번 대국 전까지 알피고는 딥러닝 방식으로 약 16만 건의 기보를 학습하고, 수천 만 건의 연습 경기를 했다고 한다.

이 학습결과를 바탕으로 알파고는 2015년 10월 유럽 바둑 챔피언인 판 후이와 5번의 대국을 펼쳐 5전 5승을 했다. 또한, 알파고는 다른 바둑프로그램과도 500번 대국해 499승을 거두었다. 알파고는 이세돌과의 4번째 대국에서 첫 패를 당했다. 이세돌의 승리를 보며 네티즌들은 인간과 기계의 대결에서 인간이 자존심을 챙겼다고 좋아했다. 하지만, 알파고의 패배는 단순한 패배가 아니라, 아직은 완벽하지 않은 인공지능 기술의 한계를 보여준 것이다.

알파고의 제작자인 데미스 하사비스는 이세돌과 대국을 하는 이유가 자신들의 테스트로는 발견할 수 없는 알파고의 오류를 발견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실제로 알파고는 이세돌과의 4번째 대국에서 패함으로써 알파고의 인공지능프로그램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현재 인공지능은 자동차 무인 운전 등과 같이 다양한 방면에 활용되기 시작하고 있으며, 더욱 광범위하게 대중화될 예정이다. 따라서 알파고의 패배는 현 단계에서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신한 다른 기술 작업들에 적용되었을 때 오작동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알파고의 경기 운영을 보면, 인간과 같은 수준의 인공지능은 아직은 미래형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알파고는 `몬테카를로 트리 탐색`에 의존한다고 한다. 자기학습 프로세스를 통해 기존의 바둑 기보를 연구하고, 그 결과에 따라 `선례를 놓고 볼 때 좋은 수`를 추려낸다. 그리고 남은 선택지를 두고 계산해 최선의 판단을 내리는 것이다. 이것은 알파고의 바둑이 창조적이라기보다는 과거에 있었던 바둑 대국의 모방 내지 반복임을 보여준다. 실제 바둑 전문가들은 언론을 통해서 알파고의 바둑이 90년대 스타일 혹은 이창호 바둑을 모방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4번째 대국의 승패를 가르는 결정적인 수는 이세돌이 놓은 78번째 수라고 한다. 이에 대등해 알파고는 79번째 수를 이상하게 두었고, 이것이 패배의 원인이 되었다. 하사비스는 알파고가 79번째 수를 놓을 때 승률을 70%로 계산하고 있었고, 87번째 수에서 승률이 50%이하가 되고서야 자신의 패배를 처음으로 인지했다고 했다. 이 말은 알파고가 지금까지의 3번의 대국 및 4번째 대국의 79번째 수를 놓을 때까지 단 한 번도 승률이 50% 이하인 수를 두지 않았다는 것을 말한다. 동시에 이세돌이 78번째 수를 놓을 때까지 이세돌은 이길 승률이 없는 상태였다는 것을 보여준다.

필자는 인간과 기계의 차이점은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닐까 한다. 인간은 지는 상황을 이기는 상황으로 바꿀 수 있는 능력이 있다. 하지만 기계는 처음부터 끝까지 승리하는 수만을 놓도록 프로그램 되어 있으며, 즉 오류(패배의 수)가 생길 경우 스스로 그것을 고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또한 알파고가 보여주듯, 기계는 과거의 정보, 혹은 입력된 정보 중에 최선의 것을 뽑아서 모방하거나 반복한다. 하지만 인간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나갈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여기에 기계에게는 없는 인간의 강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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