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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으로 돌아오는 길

등록일 2016-02-23 02:01 게재일 2016-02-2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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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개화<br /><br />단국대 교수<br /><br />
▲ 배개화 단국대 교수

지금 필자는 이 글을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쓰고 있다. 한국행 비행기에서 이렇게 글을 쓰고 있노라니 국제화시대라는 말의 뜻이 실감된다. 마치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가는 기차안에서 글을 쓰는 것 같다.

교통의 발전과 상대적으로 저렴해진 비행기 값은 사람들이 느끼는, 국가와 국가 간의 지리적 거리감을 줄이고 있다. 60년대나 70년대에는 한국 학자가 한 번 하버드로 오게 되면 일 년 동안 한국으로 돌아갈 생각은 아예 하지도 못했다고 한다. 비행기 표 값도 너무 비싸고, 시간도 많이 걸리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여행이나 업무상의 목적으로 쉽게 국가 간 이동이 가능하고 실제로 많은 동료들이 국제 여행을 떠나곤 한다.

교통뿐만 아니라 통신의 발전도 국가 간의 지리적 거리감을 줄이고 있다. 14년 전 하버드에 박사 논문 준비생으로 왔을 때는 스마트폰도 스마트폰 어플도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때였다. 미국에서 한국으로 전화를 하려면 1분에 1천원 가까이 하는 유선 국제 전화를 사용하거나 국제전화카드를 이용해서 전화를 걸어야 했다. 전화비가 비싸다 보니 한국으로 전화할 기회도 적고 전화하더라도 필요한 용건만 간단하게 말하고 끊는다. 하지만 지금은 스마트폰을 통해서 무료 인터넷 전화를 걸 수 있다.

미국은 한국과 달리 전화를 하면, 전화를 건 사람과 전화를 받은 사람 모두 전화비를 내야한다. 그러다보니 미국 사람들은 전화를 하는 것보다는 문자 메시지나 e-메일을 주로 이용한다. 필자의 경험상으로는 통신사에 돈을 내야하는 문자 메시지보다는 e-메일을 더 많이 사용하는 것 같다. 스마트 폰 어플이 메일의 도착을 실시간으로 알려주기 때문에 문자 메시지처럼 금방 확인할 수 있고 학교 메일 등을 이용하면 공식적인 느낌도 들어서 더 자주 이용했던 것 같다.

필자가 1년 동안 있었던 연구소 직원의 말도 비슷하다. 몇 년 전만 해도 외국의 학자들과 의사소통할 때는 전화를 많이 사용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전화가 거의 걸려오지 않고 본인도 자주 걸지 않는다고 한다. 대신에 대부분의 의사소통이 e-메일을 통해서 이루어진다고 한다. 서로 주고받은 내용들이 문자로 기록되어 보관되고 또 여러 사람들에게 한꺼번에 동일한 정보를 전달하고 교환할 수 있는 것이 e-메일의 장점이기 때문인 듯하다.

이 같은 교통과 통신의 발전은 인간관계에도 많은 변화를 주었다. 필자가 소속된 연구소의 방문학자들 중에는 결혼하여 가족과 함께 오는 경우도 있지만, 혼자 오는 경우도 많다. 혼자 오는 학자들은 결혼을 안 한 경우도 있지만, 남편이 다른 나라에서 일을 하고 있어서 함께 올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아내는 홍콩의 대학에서 일하는데 남편은 호주에서 일한다거나, 아내는 싱가포르에 있는데 남편은 런던에 있다거나 하는 사정으로 혼자 오는 것이다.

예전엔 이런 대륙간 커플은 상상도 못했다. 전화도 자주 못하고 만나지도 못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서로 멀어지게 된다. 하지만 지금은 실시간으로 e-메일을 주고 받거나 공짜로 국제 전화를 하고 비행기 여행도 상대적으로 쉽기 때문에 서로 떨어져 있더라도 정서적인 유대감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서로 마음만 잘 맞으면 연인이나 부부관계를 계속해서 유지할 수 있다.

교통, 통신의 발전으로 서로가 외국인을 많이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서인지 외국인에 대한 심리적 거리감도 많이 준 것 같고 문화적 차이도 많이 준 것 같다. 사람이 국제화 된다는 것은 다른 나라 사람들과 좀 더 쉽게 의사소통할 수 있고 좀 더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필자도 이번 하버드 방문 기간 동안에 많은 외국 친구를 사귀었다. 그들 중에는 정말 평생의 친구가 되기로 약속한 친구도 있고, 학술적인 공통 관심사로 인해서 지속적으로 협력을 하기로 약속한 친구도 있다. 미국에 안 왔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기적들이다. 그런 고마운 마음을 품고 필자는 지금 한국으로 돌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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