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한국으로 돌아온 뒤에도 보스턴에서 만난 영어 튜터(tutor)와 가끔 인터넷 무료 전화로 화상통화를 한다. 지난 일요일 아침에도 튜터의 전화를 받고 일어나서 두 시간 정도 같이 이야기 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 튜터는 요새 자기의 관심을 끌고 있는 유행이 있다고 말했다. 즉, 요새 자기가 미니멀리즘(minimalism)에 관심이 많다는 것이다.
미니멀리즘은 최소한의 생필품만으로 살아가는 것을 말한다. 튜터는 이집트 여행을 할 때, 배낭 하나에 꼭 필요한 물건만 넣어서 다녔는데, 생각보다 불편하지 않았다는 것을 느꼈다면서, 일상생활도 그렇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래서 기숙사에 있는 불필요한 물건 등을 버리고 있다고 했다.
이런 이야기를 듣다보니, 최근에 읽은 신문 기사가 떠올랐다. 이 기사는 한 부부의 생활방식을 예로 들면서 요새 20, 30대를 중심으로 유행하기 시작하고 있는 새로운 삶의 방식을 소개하고 있었다. 이들 부부의 집에는 가구가 침대와 테이블밖에 없다. 침대 밑에 서랍장이 달려있어 옷장을 대신하고 있으며, 테이블은 책상 겸용으로 사용된다. 그리고 그릇 등 생활 용품도 꼭 필요한 것만 갖춰져 있다.
이렇게 간소하게 사는 이유로 부부는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을 보관하는 공간에 쓸데없이 돈을 쓰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대신에 이 부부는 여행을 하거나 좋아하는 음반 등을 사는 것에는 돈을 아끼지 않고 사용한다고 말했다.
이런 글을 읽노라니, 필자도 왠지 이런 삶의 방식이 신선해 보이고, 한 번 실천해보고 싶기도 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이러한 유행은 현재 한국사회가 만들어낸 필연적인 결과인 것으로도 보였다. 이 부부가 공간에 투자를 하지 않고, 여행 등과 같이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돈을 사용하는 것은, 다른 젊은이들이 원룸에 살면서 아우디나 벤츠와 같은 고급 외제 승용차를 모는 것과 유사하다. 여행에 투자하느냐 아니면 고급 외제차에 투자하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리고 이런 소비 유형의 도래는 두말 할 것도 없이 한국 특히 서울의 높은 집값 때문이다. 현재 50, 60대가 20, 30대였을 때는 7~8년 저축하면 집을 살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젊은이들은 최소 30년은 저축해야 서울에서 집을 살 수 있다. 30년이라는 긴 세월을 오로지 집을 사는 것을 목적으로 산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너무 지루하고 막연하다.
그러다보니 미래를 준비하자는 생각보다는 현재를 즐기면서 살자는 쪽으로 젊은이들의 생각이 바뀌는 것이다. 그리고 그 한 방법으로 공간을 많이 차지하는 물건들을 사는데 소비하지 말고, 그 돈을 아껴서 여행과 같이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소비를 하는 것이 선택되는 것이다.
필자의 튜터는 미니멀리즘을 소비 중독에 대한 대안으로서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입장이었다. 그의 말처럼 자본주의 사회는 지속적인 소비의 확대를 통해서 더 많은 생산이 일어나야 유지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우리나라의 소비 지출 성장률이 역대 최저를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신문 기사들 중 일부는 인구 증가가 정체되고 있는 것을 그 원인으로 분석하기도 한다. 또 어떤 신문 기사들은 가계들이 집을 사기 위해서 많은 은행대출을 받는 경우가 많고, 이 대출의 원금과 이자를 갚는데 돈을 쓰다 보니 소비 지출을 할 여유가 없다고도 분석한다.
여기에 소비지출을 의식적으로 줄이는 `미니멀니즘`이 유행이 된다면, 소비는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 지나치게 높은 교육비로 인해서 아이를 낳지 않는 것처럼 지나치게 높은 집값으로 인해 이제는 소비 자체를 하지 않는 식으로 삶의 트렌드가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이런 것은 장기적으로 한국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임은 분명하다. 악순환의 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한국 경제의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최소한 미니멀리즘의 유행은 그 대책이 아님이 분명하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