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옥시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연일 신문이나 방송으로 보도되고 있다. 필자도 가습기를 늘 사용하고 있고, 특히 2010년쯤에 가습기 살균제를 몇 달 사용한 적이 있어서 뉴스를 유심히 보고 있다. 많은 언론에서 보도하듯이 이번 일은 기업의 비윤리적 영리추구와 그를 방조한 정부의 허술한 감독 때문이라는 생각이 필자도 들었다. 이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유해한 화학물질이 들어간 상품을 제조 유통하는 것에 대한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
필자는 원래 살균 소독 이런 것에 좀 둔감한 편이다. 너무 깨끗한 것보다는 병균들과 함께 사는 것이 건강에 더 이롭다는 게으른 생각을 갖고 있다. 그런데 언론에서 가습기 내부에 세균이 많다고 계속 보도했고, 갑자기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하는 대중적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필자도 덩달아 모 마트에서 PB 상품으로 판매하는 가습기 살균제를 샀다. 하지만 필자는 화학 물질에 민감하기 때문에 살균제를 넣은 가습기의 수증기를 흡입했을 경우, 입이 쓰다거나 하는 반응이 생겨서 사용을 중지했다. 만약 계속 사용했다면 필자도 폐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을 지도 모른다.
최근에는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 말고도 공기 청정제인 `페브리즈`의 유해성 문제도 논란이 되고 있다. 페브리즈는 가습기 살균제보다도 더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생활필수품이다. 페브리즈 역시 공기 중에 분사하고 나면, 필자는 목이 따갑고 입 안이 쓴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밥을 먹고 난 뒤라던가, 손님이 온다거나, 혹은 기분 전환을 위해서 페브리즈를 계속해서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페브리즈를 제조 판매하는 한국 P&G에서는 페브리즈의 성분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폐의 섬유질화를 유발하는 화학물질이 포함된 가습기 살균제가 10년 이상 유통되고, 생활필수품처럼 된 페브리즈의 화학성분이 공개되지 않고 있는 것은, 모두 이를 규율하는 법이 명확하게 없기 때문이다. 2012년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서 임산부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2013년 5월 22일 정부에서는 화학물질 사용을 규제하는 화학물질의 등록·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을 제정 공포했다. 하지만, 2013년 9월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3차 무역투자진흥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박 대통령이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말하며, 이 법의 “시행과정에서 기업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 각별히 유념해 달라”고 말한 뒤 법의 내용이 개정되었다고 한다.
한국의 기업들은 지속적으로 지나친 규제가 기업 활동을 방해하고, 그 결과 국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규제를 완화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어렵게 제정 공포된 화평법이 무력화된 이유도 이런 기업들의 요구 때문이다. 이러한 주장은 지금까지 다수 언론의 지지를 받았고, 정부도 같은 이유로 기업 규제 완화를 주장했다. 그러나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기업이 영리 추구를 마음대로 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면 생길 수 있는 재앙의 한 예를 잘 보여준다. 즉, 이 사건은 규제 완화가 국가 경제를 살리기보다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준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옥시측은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을 상품화 이전부터 알고 있었고, 2012년부터 유해성이 문제가 되자, 그 성분의 유해성 실험 결과를 조작하였다고 한다. 기업들은 양심에 따라 정당한 기업 활동을 하면 되니까, 지나친 규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이 보여주는 것처럼 기업의 맹목적인 이윤 추구는 곧 소비자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 애초에 기업이 죄를 짓지 않게 법을 만들고 이를 따르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들뢰즈가 말했던가. 죄 짓는 아담이 있는 것이 아니라 아담이 죄를 짓게 만드는 세상이 있다고. 기업이 나쁜 기업이 되지 않도록 유해한 화학 물질의 사용을 규제하고 그것을 관리 감독할 수 있도록 `화평법`을 원래 취지에 맞게 고치고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