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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해방도 필요하지만 남성해방도 필요하다

등록일 2016-05-03 02:01 게재일 2016-05-0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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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개화<br /><br />단국대 교수·교양학부
▲ 배개화 단국대 교수·교양학부

오늘 우연히 웹서핑을 하다가 “취업을 한 남자가 취업을 하지 않은 남자보다 결혼할 확률이 높다”는 내용의 신문 기사를 보았다. 신문 기사의 내용에 따르면 가임 가능한 20세부터 49세의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 취업한 남자가 취업하지 않은 남자보다 혼인확률이 5배, 취업한 여자는 미취업 여자보다 혼인확률이 2배 높았다.

이같이 혼인율에 차이가 생기는 이유는 아무래도 한국의 문화 때문으로 보인다. 한국에서 가정과 결혼은 감정적인 관계이기보다는 경제적인 관계인 경우가 많다. 여자는 자기를 부양할 남자를 찾는 경향이 강하고, 남자는 자기의 부양 능력을 최대한의 장점을 삼아 `젊고 예쁜` 여자를 만나려는 경향이 크다. 그래서인지 요새는 (종종 보도되는 남자 연애인의 결혼에서처럼) 남자가 여자보다 12살 정도 많아도 사람들은 그냥 보통 있는 일로 생각한다. 하지만 필자가 대학 다닐 때만 해도 4살 이상 나이 차이가 나면 굉장히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결혼으로 느꼈고, 주위에서도 별로 권하지 않았다.

반면에 여자가 남자를 부양할 수도 있다는 생각은 별로 하지 않는 것 같다. 필자의 주변에는 골드 미스 교수들이 많은데, 독신주의자도 있지만 결혼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않은 사람도 있다. 이 중에는 자기가 능력이 있으니까, 아직 시간 강사를 하고 있는 박사를 만나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결혼 생활로 산전수전을 겪은 나이 많은 언니들은 이런 말을 들으면 정색을 한다. `노는 박사`는 절대로 안 된다는 것이다. 차라리 능력 있는 `돌싱`이 낫다고 말한다. 한국 남자의 정서상 여자가 먹여 살리면, 그런 상황을 고맙게 생각하기보다는 여러 가지 자격지심에 두고두고 사람을 못살게 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 반대의 이유이다. 반면에 남자가 자기 일로 바쁘면 여자를 별로 괴롭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업주부가 꿈인 여성의 경우, 남자가 자기를 부양해야 하니까 직장이 있어야 한다. 반대로 가정을 부양할 수 있는 여성의 경우, `한국 남자 기질`이라는 것이 결혼하면 안 되는 사유가 된다. 이 `한국 남자 기질`이라는 것은 사람마다 다르고 일반화할 수 없는 매우 주관적인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꽤 설득력 있게 들린다.

그런데 필자가 미국에서 만난 여성학자들 중에서는 `노는 박사`와 결혼한 교수들이 꽤 있다. 미국 대학에서 정년보장을 받으려면, 책과 논문을 써야 하는데 그 때 아주 정신이 없고 시간도 없다. 이럴 때 남자 쪽에서 자기의 미래와 아내의 미래를 비교해보고, 되는 쪽으로 투자를 하는 것이다. 즉 아내가 더 `정년 보장`을 받을 가능성이 높으면, 자기가 아내를 물심양면으로 도와준다. 만약 한국이라면, 여자가 남자보다 더 능력이 있어도, 분명이 남자는 `내가 먼저 교수가 되어야 하니까, 네가 나를 위해서 희생하라`고 말할 것이다. 그 결과,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게 될 확률이 높다.

한국 사회는 모든 면에서 `정형화된 틀`이 개인들의 삶을 너무 규정하고 억압하는 경향이 높다. 결혼생활과 부양의 책임에서 남녀의 역할에 대한 지나친 고정 관념이 없다면, 취업하지 못한 남자라는 이유만으로 취업한 남자보다 5배나 결혼할 확률이 적을 이유가 없다. 서로 마음이 잘 맞고, 세계관도 비슷하고 하면 누가 부양하느냐에 상관없이 좋은 가정을 꾸려갈 수 있을 것이 분명하다.

이처럼 불균형한 혼인율은 사회를 불안하게 하는 요인이다. 좀 더 건강한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남자가 가정을 책임져야 한다는 이런 고정관념부터 빨리 없어져야 한다. 그리고 가족을 형성하고 관계를 만들어나가는 데에 다양한 유형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사회 전체가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여성 해방 뿐만 아니라 남성 해방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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