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개화 단국대·미국 하버드대 방문 교수지난주 필자와 같은 연구소에 방문학자로 와 있는 한국의 인류학자가 중국의 북동부지역의 자살에 대한 `의료-인류학적(medical-anthropology)` 연구로 발표를 하였다. 이 발표에 따르면 1990년대 중국의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23명이었으며, 여성의 자살률이 남성의 자살률의 2배였다고 한다. 하지만 2010년에 들어오면서 자살률은 10만 명당 9.8명으로 줄어들었다고 한다. 이런 발표를 들으면서 한국의 높은 자살률이 떠올랐고, 중국의 사례에서 배울 것은 없는지 생각하게 되었다.1990년대 중국의 자살률 중에서 특히 농촌 지역에 거주하는 여성의 자살률이 높았다고 한다. 발표자는 중국 동북부의 몇 개 농촌 마을을 대상으로 조사를 하였는데, 이들의 자살원인은 첫째, 원만하지 못한 애정-결혼 관계, 둘째, 실망스러운 경제 상황, 셋째, 우울증 등이었다. 그리고 자살의 방법으로는 살충제나 생-콩물(사포닌 성분이 독성을 갖고 있어 자살에 종종 사용된다고 함)이 사용되었다고 한다. 또한 대다수의 여성들이 평균 3명 이상의 여성 자살자를 알고 있었으며, 사회적으로도 자살이 최후의 문제 해결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었고, 자살 관련 정보들이 커뮤니티 내에서 공유되고 학습되었다. 2010년을 전후로 해서 자살률이 절반 이하로 낮아진 것은 중국 정부의 자살 방지 프로그램의 적극적인 적용 덕분도 있지만, 텔레비전이 농촌으로 보급된것도 기여하였다고 발표자는 강조하였다. 농촌 여성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마을을 세상의 전부로 알고 있다가 텔레비전을 통해서 더 넓고 더 많은 기회가 있는 세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며, 이것은 자살률을 낮추는 데 기여했다는 것이다. 또한 2000년 이후의 중국의 급속한 경제 생성 덕분에 농촌 인구의 도시 유입이 많아지고, 소득 수준이 높아진 것도 자살률이 낮아지는 데 크게 기여하였다고 발표자는 지적했다.발표에 토론자로 참석했던, 중국의 자살 연구의 대부인 하버드 인류학과의 클레이만 교수는 자살의 원인을 개인적인 것으로 보는 것에 비판적이었다. 자살을 개인적인 문제로 보는 사람들은 그 원인으로 우울증을 든다. 이에 대해 클레이만 교수는 우울증이 자살의 중요 원인이기는 하지만 절대적인 원인은 아니라며, 사회적, 경제적 원인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이런 발표를 들으면서 필자는 한국의 높은 자살률이 떠올랐다. 현재 한국은 10년째 OECD 국가 중에서 자살률이 1위이고, 작년에 인구 10만 명당 자살자는 27명이었다. 중국과 달리 한국에서 남성의 자살률은 여성의 자살률의 2배가 넘으며, 노인의 자살률이 청년이나 장년층보다 훨씬 높다. 또한 20대의 경우 사망원인의 1위가 자살이라고 한다. 전 세대에 걸쳐서 자살이 만연하고 있는 것이다.며칠 전 신문 보도에 따르면 한국의 하위 50%의 부는 전체 부의 2%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리고 이 하위 50%에는 마땅한 직장을 구하지 못한 청년층, 88만원으로 먹고 살아가는 세대, 그리고 노인 빈곤층이 있다. 특히 노인들은 한국의 경제 성장 과정에서 그 과실은 나눠가지지 못했고, 노후를 보장할 저축이나 연금도 없고, 이를 대체할 사회보장도 충분히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의 정치인들은 청년과 노인을 대립시키고 이런 대립 속에서 자신의 정치적 잇속을 차리려고 한다. 하지만 소득 불균형과 불완전한 복지 정책으로 인해서 고통 받고 자살을 마지막 수단으로 취하는 사람들은 세대 전반에 걸쳐있다.중국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한국의 높은 자살률을 해결할 방법이 눈에 띄는 경제 성장과 일자리의 확대이다. 하지만, 현재 한국은 몇 년째 2~3%의 낮은 경제 성장률을 보이고 있으며, 소위 경제의 `낙수효과`도 표를 얻기 위한 정치적 선전에 지나지 않았음이 밝혀진 상황이다. 남은 수단은 하위 50%가 2%보다는 더 많은 부를 나눠가질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뿐이다.
2015-1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