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하버드대학교에서 김구재단과 하버드 한국학연구소(Korean Institute) 공동주최로 포럼이 열렸다. 포럼은 전 주한미국대사 3명을 초청하여 이들과 청중이 담화하는 것이었다. 발표자는 1997년부터 2001년까지 대사를 지낸 보스워즈씨, 2008년부터 2011년까지 대사를 지낸 스티븐스씨, 그리고 2011년부터 2014년까지 대사를 지낸 성 김씨였다.
이 포럼에서 그렇게 중요한 문제는 아니었지만, 필자에게는 꽤 인상 깊게 다가온 대화가 있다. 그것은 `젊은이`들에 대한 것이었다.
이들 전 대사들은 반복해서 한국인의 반미의식을 언급했다. 이들에게 한국인의 반미의식은 1980년대에 일어났던 대학생들의 미 대사관 점거 사건들과 연관되어 회상되었다. 이때는 한국 사회가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한 민주화 운동이 가장 활발했다. 그리고 미국은 당시 한국사회의 심각한 정치적 문제에 대한 방조자로서 대학생들의 지탄의 대상이 되었고, 이것은 가끔 미국대사관 점거 사건이나 미국문화원 방화사건 등으로 표현되었다.
이런 경험을 통해 이들은 미국이라는 나라의 관점에서 다른 하나는 그 상황을 직접 경험한 개인의 관점에서 한국의 젊은이들은 왜 미국을 이토록 미워하는가에 대한 의문을 갖게 되었을 것이다.
포럼 패널 중 한 명이었던 캐시 문은 대학생들의 반미의식을 한국에서 매우 고생한 사건과 연결해서 말하였다. 한국교포 2세인 그녀는 1980년 초에 미국대사관 인턴으로 서울에서 근무했다고 한다. 그녀가 서울에 도착한지 얼마 안 되서 미국 대사관에 대학생들이 담을 넘어 침입하는 사건이 발생했고, 그 일을 수습하기 위해서 대사관 사람들이 며칠 동안 밤을 새며 고생했다고 한다. 스티븐스 전 대사도 1984년부터 1989년까지 서울과 부산의 미국대사관 영사관에서 근무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대학생의 반미감정을 직접 경험했다고 말했다.
자기의 체험담을 말하면서 전 대사들은 왜 한국의 젊은이들은 미국을 미워하는(혹은 했는)지에 대한 미국의 의문을 표시하였다. 그러면서 1970년대 80년대 한국의 젊은이들은 강한 반미감정을 갖고 있었는데, 요즘의 젊은이들도 여전히 그런 감정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 질문하였다. 현재 한국은 과거와 같이 소위 학생운동이 활발하지 않고, 국내 문제의 원인을 미국 탓으로 돌리는 일도 직접적으로 표현되는 일이 없다. 하지만, 이런 고요함 밑에 여전히 반미감정이 존재하는 것은 아닌가에 대한 의문은 있을 수 있다.
젊은이들은 `미래 세대`이다. 이들은 지금 당장은 한국사회나 한미관계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지만, 미래에는 그렇지 않다. 즉, 이들에게 잠재된 생각이나 정치적 경향 등은 미래 한국의 정치와 한미 관계를 결정하는 것이다. 현재의 젊은이들을 보면 미래의 한국 사회를 예측할 수 있기 때문에, 한국의 젊은이들의 미국에 대한 감정이나 생각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럽게 생길 수 있고, 또 미국을 미워하는 사람이 없게 만들고 싶은 욕망도 생길 수 있다.
대사들의 한국 젊은이들에 대한 관심은 현재 한국의 정치에서 일어나고 있는 `젊은이 쟁탈전`을 필자에게 상기시켰다. 지난 십 수 년 간 논란이 되었던 `역사 바로 세우기` 혹은 `역사교육` 문제 등은 모두 젊은이들을 자기편으로 만들려는 것에 목적이 있다. 하지만, 한국사회의 이들에 대한 투자는 그들의 가치만큼 크지 않아 보인다. 대사들과의 대화중에서 미국의 취업비자 문제에 대한 유학생들의 질문이 있었다. 취업 비자 할당량이 너무 적고 발행도 너무 까다롭는 것이다. 비슷한 질문들을 한국사회에도 던질 수 있다. 역사교과서를 바꾸는 것보다는 젊은이들에게 직장과 미래를 만들어주는 것이 그들을 내편으로 만드는 것 보다 실질적인 방안이 아닐까? 하는 질문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