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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먹을수록 시간이 빨리 간다?

등록일 2015-12-29 02:01 게재일 2015-12-2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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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개화<br /><br />단국대·하버드대 방문 교수
▲ 배개화 단국대·하버드대 방문 교수

2015년도 며칠 남지 않았다. 어느 때부터인가 한 해가 갈 때마다 `소중한 시간`이 자꾸 줄어들어가는 것 같아 뭔가 아쉽게 안타까울 때가 많다. 하늘이 정해주신 한정된 삶의 시간이 헛되이 흘러가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말이 되면 필자는 어느 때보다도 시간에 민감해진다.

그래서인지 웹서핑을 하다가 “나이 들수록 시간이 빨리 가는 이유는?”(KBS`생생과학` 2015년 2월 27일자)이라는 기사가 눈에 띄었다.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빨리 가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기억에 남을 만한 새로운 경험이 줄어들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한 뇌의 쾌락 호르몬인 도파민 분비량이 10년마다 최대 10%씩 줄어드는 것도 이유라고 한다.

도파민이 줄어들면 새로운 자극에 대한 흥분, 이에 대한 민감도가 떨어질 뿐만 아니라, 시간이 빨리 간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고 한다.

필자도 이런 경험을 한 적이 있다. 대학에서 강의하는 필자의 생활은 한 주 단위로 `되돌이표`를 그린다. 집과 학교, 그리고 가끔 대형마트 이렇게 세 군데를 일주일 단위로 무한궤도로 순환하는 것이다. 이렇게 한 십 년을 살았다. 그리고 지난날들을 돌이켜보면 아무 것도 생각나는 것이 없다.

그러다보니 필자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궁금해 하는 하버드의 지인들에게 “지난 십 년을 하루 같이 살았어요”라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하게 된다. 이렇게 재미없는 시간들을 스스로 잘 참고 견뎌왔다는 것이 스스로에게도 놀라울 지경이다.

그런 면에서 보스턴에서의 생활은 하루하루가 일 년 같은 느낌이 든다. 일단 생존하기 위해서 영어에 적응해야 하고, 하버드대학교에서의 생활에도 적응해야 하고, 전에는 알지 못했던 새로운 동료들과 학자들을 만나서 이들에게 적응해야 하는 과정들이 모두 새로운 자극이 되었다. 매일 기록할 새로운 일들이 그리고 기억들이 자꾸 생겨나는 것들이 모두 소중하고 신기하게 생각되었다.

필자가 하버드에서 만난 한 `뇌 과학자`는 필자에게 한 곳에만 있지 말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라고 말한다.

환경에 변화가 없으면, 뇌에 자극이 줄어들어 뇌가 빨리 늙기 때문에, 창의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일하는 것도 좋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을 만나더라도 연구실에서 만나지 않고 보스턴 시내에 있는 보스턴 도서관이나 유명한 커피숍에서 만난다든지 하는 식으로 생활 패턴을 조금 바꿨다. 덕분에 사람도 만나면서 새로운 장소와 분위기 등을 경험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었다.

또한 이곳의 생활이 일 년으로 한정되어 있다 보니, 하루를 의미 없이 보내는 것이 너무 아깝게 생각되었다. 그래서 “지금 여기”에 좀 더 집중하자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필자는 항상 미래의 희망사항을 기준으로 현재를 불만족스럽게 생각하는 습관이 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내일은 또 다른 오늘인데, 오늘 즐겁지 않은데 어떻게 내일 즐거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보니 지금 여기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만나는 사람들에게 좀 더 집중하게 되었다.

덕분에 올 한 해는 이야기할 거리가 많은 한 해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마치 기억상실이라도 걸린 것처럼 아무 것도 생각나지 않는, 그런 지난 시간들의 보상을 받은 느낌이다. 이것이 올 한 해가 필자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이다.

지금처럼 한국에 돌아간 뒤에도 매일 매일을 일 년처럼 길게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기 위해서 남은 시간 동안, 필자는 `지금 여기`를 좀 더 적극적으로 살아가는 연습을, 그리고 작은 것이라도 매일 매일 변화가 있는 삶을 사는 연습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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