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13일 IS가 파리에서 테러를 자행하여, 132명의 시민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미 온라인상에서는 이 사건은 `파리 테러`로 불리고 있다. 테러 단체가 대중적인 장소에서 불특정 시민들을 대상으로 테러를 벌인 것이기 때문에 이 사건이 전 세계인들에게 준 충격은 매우 컸다. 당시 SNS로 친구가 파리 테러 사건을 전하며 너무 끔찍하고 무섭다고 말했다. IS는 자신의 잔인성을 선전하기 위해서인지 시민들의 살해 장면을 실시간으로 전송하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필자는 영어회화모임에 참석했다. 이 모임을 이끌어가는 분은 70세가 넘은 미국 부인이다. 이 부인에게 `파리 테러`는 2001년의 9월 11일에 있었던 탈레반의 월드 트레이드 센터 테러와 연결되어 인식되는 것 같았다. 즉 9·11 사태에서 받은 심리적 트라우마가 `파리 테러`로 인해 다시 살아난 것처럼 보였다. 또한 이 부인은 이 잔인한 사건에 대해서 참석자 모두가 규탄하고, 비난하고, 피해자들에 대해서 동정을 표현하기를 기대하였다.
당시 참석자들은 파리 테러의 끔찍함과 IS의 범죄행위에 대해 비난하면서도, 언론이나 이 부인의 관점에 다 동의하지는 않았다.
한 일본학자는 전 세계적으로 각종 언론 매체를 통해서 파리 테러에 대해서 애도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에 대해 그들이 갖고 있는 인종주의적 태도에 대해서 지적하였다. 그녀는 “이번 테러로 많은 프랑스인이 사망한 것은 사실이지만, 시리아 등지에서도 많은 주민들이 테러와 공습 등으로 사망하고 있다. 하지만 언론은 프랑스인의 죽음에 대해서만 애도를 표현할 뿐, 시리아 등에서 주민들의 죽음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애도를 표현한 적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녀의 지적처럼 오늘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러시아 공군 전투기가 시리아의 재래시장을 폭격하여 수많은 사람들이 사망했다는 기사가 있었다. 지난달 말 이집트 상공에서 러시아 여객기가 폭발했는데, IS가 폭탄을 설치한 것으로 밝혀지자 러시아가 이에 대해서 보복성 공습을 했던 것이다. 하지만 민간인에 대한 공습은 `파리 테러`만큼 언론 매체나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것을 보면 일본학자의 말처럼 유럽인과 비유럽인들 사이에는 목숨 값의 차이가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영어회화모임을 주관하는 부인은 `파리 테러`에 대해서 초등학생이나 중학생 등 청소년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서 자녀를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물었고, 학교에서는 이 테러에 대해서 어떻게 교육하고 설명하는지에 대해서도 궁금해 했다.
이에 누군가가 왜 `파리 테러`에 대해서 수업 시간에 교육해야 되는지 알 수 없다고 반문하였다. 이 부인은 테러 행위의 악마성에 대해서 학교에서 꾸준히 교육해야 하며 9·11 테러에 더해 `파리 테러`는 그러한 악마성을 뒷받침하는 좋은 예로서 교육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듯 보였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IS의 기원에는 미국의 잘못된 정책이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그다지 동의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파리 테러`는 매우 비극적이고 끔찍한 사건임에 틀림없다. 불특정한 시민들을 대상으로 테러를 자행하는 것은 어떤 경우에도 합리화 될 수 없는 잔인한 범죄행위이다.
하지만 IS와 미국 등의 전쟁으로 수많은 시리아인들도 사망하거나 난민이 되고 있다. 과거 걸프전만 해도 미국의 공격으로 수많은 민간인들이 사망했다. 하지만 이들의 죽음은 심각하게 생각되지 않는다.
이런 것을 보면서 왜 언론 매체들은 사람들이 강대국 주민들의 죽음에 대해서 더 많은 슬픔을 느끼도록 보도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이런 상황 자체가 우리들이 평등하지 않은 국제 질서 속에서 살고 있음을 뚜렷하게 느끼게 한다. 그러면서 현재의 국제 질서 속에서 한국인이 가진 목숨의 값어치는 어느 정도일까 하는 의문도 동시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