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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고래싸움에 새우등 안 터졌으면

등록일 2015-09-22 02:01 게재일 2015-09-22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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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개화<br /><br />단국대·하버드대 방문 교수
▲ 배개화 단국대·하버드대 방문 교수

지난 19일 일본 의회는 해외에서 무력행사를 허용하는 `집단자위권`을 통과시켰다. 이로써 일본 자위대는 자국의 군사적 방어뿐만 아니라, 주변국 및 우방국이 공격을 받아 일본이 존립을 위협받거나 자국민의 권리가 위험에 처하는 상황(존립위기사태)이라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외국에서도 군사작전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전문가들은 만약 우리나라에 군사적 위기 상황이 발생하고, 이것이 일본의 안보에 위협이 될 것이라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일본은 우리나라에 군대를 파견할 수 있다고 한다.

집단자위권의 법제화는 갑작스러운 일은 아니다. 아베 수상의 발언을 통해서 이런 부분들이 여러 번 암시되었고, 올해 4월 말에 그가 미국을 방문한 것도 이런 문제에 대해 미국의 양해 내지 동의를 구하기 위해서였다. 그 때 아베 총리는 하버드 케네디 스쿨에서 `태평양 지역의 안정화`에 대해서 강연을 하기도 하였다. 즉, 집단자위권의 행사는 `태평양 지역의 안정화`라는 명분으로 합리화될 수 있으며, 주된 대상은 `중국`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 문제와 관련해서 필자는 일본에서 온 사람들과 이야기를 몇 번 가질 기회가 있었다. 어제 같은 경우 필자는 연구소에서 공부하고 있던 학자들과 저녁을 함께 하면서 이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였다. 일본에서 온 한 박사 과정생은 아베 정권이 집단자위권 법을 통과시킨 것에 대해서 `stupid`즉 어리석은 행동이라고 비난하였다. 그러면서 자신이 한국이나 중국에서 자신이 일본 사람인 것으로 인해서 당했던 냉대를 언급하였다.

이 연구소에는 일본에서 온 다른 대학원생도 있는데, 그녀는 아베 정권을 `우익`이라고 말하는 것에 대해서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신이 생각하기에 일본에는 좌익이나 우익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이 없으며, 아베는 자신이 보기에 중도라고 말했다. 그녀는 중국인의 반일 감정이 심한 것이 너무 안타깝다며, 중국 사람들의 일본 사람들에 대한 오해가 빨리 풀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아베 정권의 `전쟁을 일으킬 수 있는 나라` 만들기 정책에 대해서 모든 일본인들이 동의하는 것 같지는 않다. 교도통신의 19일과 20일 여론조사에서 국회 법안 심의가 불충분했다는 응답이 79%에 달했으며, 헌법학자들을 중심으로 집단자위권을 허용하는 법안을 위헌이라고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고 한다. 일본의 평화헌법 9조은 일본국은 “전쟁 및 무력에 의한 위협 또는 무력의 행사”를 국제 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서 사용하는 것을 “영구히 포기”하고,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육해공군 및 기타 전력은 보유하지 않고, 국가의 교전권 역시 인정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집단자위권은 이 헌법규정과 명백히 모순되는 하위법안이다.

일본이 전쟁을 일으킬 수 있는 나라로 재무장할 수 있게 된 것은 중국의 부상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동아시아의 패권을 둘러싼 두 나라의 경쟁은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 상대에 대한 미움으로 표현되고 있다. 중국인의 일본인에 대한 반감과 그에 대한 일본인의 반발심은 연구소의 대학원생들의 대화에서 나타나듯이 일상적인 일이 되었다. 이제 일본이 외국과 교전할 수 있는 나라가 됨으로써, 두 나라가 서로에 대한 미움을 무력행사로 표현할 가능성은 더욱 높아졌다. 센카쿠 열도는 제2의 노구교-중일전쟁의 원인이 된 최초의 무력충돌이 일어난 곳-가 될 가능성이 높다.

토요일 저녁 모임에서 필자는 “제1차 중일전쟁(1894-5)처럼 한반도에서 중국과 일본이 싸우는 것 아니야?”라며 걱정하자, 한 중국학자가 “너무 걱정하지마라. 한반도가 아니라 센카쿠 열도나 다른 지역에서 싸울 가능성이 높아”라고 위로했다. 제발 그랬으면 좋겠지만, 역사적 경험을 통해서 볼 때 중일 두 나라가 싸울 때 한반도가 아무 상관없기는 어려울 것 같다. 두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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