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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대생들은 미국이 ISIS보다 위험하다고 생각

등록일 2015-11-10 02:01 게재일 2015-11-1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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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개화<br /><br />단국대·미국 하버드대 방문교수
▲ 배개화 단국대·미국 하버드대 방문교수

며칠 전 필자는 하버드 학부생과 같이 웹 검색을 하면서 대화하였다. 그러던 중에 이집트 시나이 반도에서 추락한 비행기의 블랙박스 분석 결과 비행기 사고의 원인이 기내에 실린 폭탄의 폭발에 의한 것이라는 신문 기사를 발견했다. 필자는 ISIS(Islamic State of Iraq and Syria)가 웬만한 테러행위는 모두 자신의 소행이라고 주장하면서 자신이 위협적인 존재임을 세계에 과시하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학부생은 하버드 대학생들은 미국이 ISIS보다 더 위험하다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한겨레 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ISIS가 이 사건을 자기 소행이라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 마이클 맥콜 미 하원 국토안보위원장은 “전 세계에 미국이 약하게 보이는 등 외교실패가 이런 결과를 낳았다”며 “중동정책이 혼란에 빠졌고 ISIS가 이라크와 시리아, 북아프리카, 이집트를 점령하고 러시아도 중동에 진출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최소한 하버드 학생들은 이 말을 믿지 않는 것 같다. 얼마 전 FOX TV에서는 뉴스 쇼 시간에 “하버드 대학생들에게 미국과 ISIS 중 어느 것이 더 위험 하냐”고 질문하였다. 그 결과 다수의 학생이 미국의 제국주의가 세계에 미치는 악영향이 ISIS의 테러보다 더 위험하다고 대답하였다.

FOX TV는 보수적인 채널이기 때문에 이 뉴스쇼에 나왔던 패널도 대체로 보수적이다. 패널 중 한 명은 학생들이 `제국주의`라는 단어를 쓴 것에 대해서 지나치게 `큰 단어`를 쓴다고 못마땅해 했고, 한 가수는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로 한국, 베트남 등 전 세계에서 평화를 위해서 얼마나 헌신했는지 학생들은 알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최근, 허드슨 연구소의 `ISIS의 기원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ISIS의 주요 지도자들 중 다수는 이라크 사담 후세인이 조직한 공화국 수비대와 페다인 사담과 같은 부대의 간부들이었다. 2003년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 한 후, 이들 간부들 중 일부는, 이라크 정보기관인 M4의 지도자들과 함께, 시아파가 지배하는 새로운 지배 질서에 대항하는 세력에 합류하였다. 자신들의 관점에서 시아파 정부는 미국의 협력자였기 때문이다.

또한 사담 후세인이 제거되자, 이란이 1980년대에 이란전에 참전했던 이라크 군과 정보 요원에 복수를 하고자 하였다. 이라크의 전 총리 말리키 같은 경우 암살단을 조직하였으며, 이란의 지원을 받는 민병대와 이란 혁명 수비대 장교가 이라크의 수니파 공동체에 반대하는 전쟁을 지속적으로 수행했다. 결국 수니파는 ISIS를 시아파의 공격에 대한 최소한의 방어선으로 간주하게 되었다. ISIS에는 사담 후세인의 이라크 군 장교들이 일부 있으며, JRTN의 지도자들은 그 대표적인 인물들이라고 알려져 있다.

ISIS는 미국이 이 지역에 지속적으로 무력 개입하여 자신에게 우호적인 정부를 수립하고 이권을 보장받으려고 한 것의 부산물이다. 하지만 러시아 비행기 폭발을 계기로 미국 정부는 오히려 중동에서 미국이 약해 보이는 것이 원인이라며, 더 강한 군사적 개입을 암시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이런 점들을 보면 미국이 ISIS보다 더 세계평화를 위협한다는 하버드 학생들의 말을 `철없는 아이들의 말`로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또한, 한국의 많은 네티즌들이 미국이 이라크 전을 일으킨 원인은 중동지역의 평화나 민주주의의 정착 혹은 독재자 제거와 같은 이유에서가 아니라 `석유`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것처럼, 다수의 하버드 학생들도 `석유`가 분쟁의 원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집단 지성`이라는 말이 있듯이 매스-미디어와 교육을 통한 선전활동에도 불구하고 결국 사건의 실체-원인, 이유-는 짐작되기 마련인가보다.

이것을 좀 더 논리적으로 논증하는 일은 역사가의 몫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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