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보스턴에 온 이후로 다양한 외국인을 만나게 된다. 미국인도 있고, 아시아인도 있다. 세계 여러 곳에서 유학을 온 사람들이 이곳에 모여 있기 때문에 그만큼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이렇게 외국인을 만나다 보면 자주 화제가 되는 이야기가 있다. 그것은 한국 여성들이 성형을 많이 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심지어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는 한 외국인은 압구정에 있는 성형외과 밀집 지역도 알고 있었다.
한국 여성들은 성형을 많이 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들을 때면 필자도 당연히 그렇다고 대답한다. 그러나 얼마나 많은 한국 여성이 성형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잘 모른다. 그래서 무심코 한 25프로 정도의 한국 성인 여성들이 성형하지 않을까라고 대답했다. 지인은 너무 적은 것 같다, 더 많은 여성들이 성형을 할 것 같다고 반박했다.
몇 프로의 여성들이 성형을 하는지 궁금해진 우리들은 인터넷을 검색해 보았다. 국제미용성형학회(international society of aesthetic plastic surgeries)의 2014년도 통계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성형을 가장 많이 하는 나라는 미국으로 전 세계 성형 수술의 20.1%를 차지한다. 두 번째는 브라질로 10.2%, 세 번째는 일본으로 6.2%, 그리고 네 번째로 한국이 4.8%를 차지했다.
작년 한국에서 있었던 외과적 성형수술(코 높임, 쌍꺼풀 수술, 복부 지방 제거, 가슴 성형 등), 비-외과적 성형시술(레이저 치료, 보톡스 주사 등) 횟수는 98만313건으로, 한국인의 성형 부위는 주로 얼굴에 집중되어 있다. 한국의 얼굴 성형 비율은 77%로 미국의 경우 가슴 확대 수술이 전체 수술의 42%인 것과 대조적이지만, 일본과 유사한 비율이다.
한국의 인구대비 성형비율은 1천 명당 19명 정도에 해당된다. 2011년 조사 자료에 따르면 1천명 당 11명이 성형수술을 했던 것에 비하면 성형인구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늘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작년 미국인이 1천명 당 12명이 성형을 한 것과 비교해보면 한국이 인구대비 성형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이기는 하다. 그렇다고는 하나 필자가 처음 말했던 것만큼은 아닌 것이 분명하다.
필자와 대화하는 지인은 한국인이 성형을 많이 한다고 알려진 이유는 뭘까라고 질문을 던졌다. 그래서 아마 한국 여성들이 예뻐서 그런 것이 아닐까? 라고 대답했다. 이렇게 대답을 하고 보니 직접 성형외과에서 얼굴 성형을 하는 것 외에도 가정에서부터 부모들이 자녀들의 외모에 꾸준히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얼굴뿐만 아니라 몸무게와 키 등이 부모들에 의해서 관리를 받는 것이다.
이렇게 외모 관리에 사람들이 집착하는 것은 예뻐지고 싶다는 자기만족 외에도 좋은 직장을 얻기 위해서라는 이유도 있다. 미국의 경우 이력서에 사진을 붙이지 않는다. 따라서 서류상으로는 지원자의 외모나 인종 등에 대해서 판단할 수 없다. 한국의 경우는 필자도 직접 경험한 것이지만, 많은 경우 이력서에 사진을 붙인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구직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하여 성형을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외모가 지원자의 능력을 어느 정도인지 판단하는데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는 없지만 `외모도 경쟁력`이라는 믿음이 많은 사람들에게 통용되고 있다.
한국인은 평균적인 외모가 뛰어난 것만큼 그렇게 되기 위해서 개인적인 투자를 많이 하는 것도 사실이다. 이것은 문화 자체가 외모를 중시하는 쪽으로 변해가는 것, 심각한 취업난, 그리고 성형을 부추기는 대중매체 등이 서로 합쳐져서 사회가 점점 외모에 집착하는 쪽으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성형이 좋은지 나쁜지에 대해서는 필자는 판단을 유보하고 싶다. 하지만 지나칠 정도로 눈에 보이는 것에 집착하는 문화는 상당히 걱정스럽다. `마음 미인`이라는 말은 이 시대에는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