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목요일 금요일(11월12~13일)에 미국의 더램(Durham)시에 있는 듀크대학교(Duke University)에서 북미한국문학회가 주최하는 학술대회가 열렸다. 필자도 첫날 오후 발표의 토론자로 초대되어 이곳을 방문하게 되었다. 이곳에는 필자의 대학 동창이 방문학자로 와 있고, 여자 후배 한 명과 기자인 남자 후배도 방문학자로 와 있다. 북미 지역 한국문학 연구자들과 대학 동창들을 같이 볼 수 있는 일석이조의 좋은 기회였다. 공항에 도착하니 대학 동창 녀석이 벌써 와서 기다리고 있다. 한국에서도 서로 바빠서 잘 만나지 못했는데, 이렇게 낯선 미국에서 만나다니 참 신기했다.
오후 3시부터 학회가 시작되었다. 이번 학회의 첫번째이자 내가 토론자로 참석하는 분과라 조금 긴장되기도 했다. 최인훈의 `광장`과 이태준의 `해방전후`, 그리고 북한문학에서 나오는 `사랑`에 대해서 세 명의 발표자가 발표를 했다. 최근 미국학계는 주로 국경을 넘거나 여러 문화를 경험하면서 이동하는 것에 대해 관심이 많다. 이 세 개의 발표도 해방직후부터 한국전쟁까지 남한에서 북한으로 혹은 북한에서 남한으로의 국경 이동을 배경으로 한 발표들이었다.
둘째 날 첫 번째 분과발표는 조선 후기와 근대 초기의 중국과 한국의 관계에 대한 것이었다. 조선후기에 중국과 한국의 관계가 소설 속에서 인식되고 묘사되는 양상, 일본과 한국의 시에서 중화문화권이 사유되는 방식, 그리고 조선후기 조선인의 영국 경험 혹은 영국인의 조선경험을 비교하는 것이 발표되었다. 재밌는 부분은 조선후기 지도에서 조선과 중국의 크기 차이가 그다지 크지 않고 일본은 한국 아래 있는 조그만 섬나라로 묘사되고 있는 점이다. 이러한 묘사는 조선을 중국보다 작지만 어느정도 대등하게 생각하고 일본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는 조선인들의 아시아 인식을 보여준다.
둘째 날 두 번째 분과발표는 개화기, 식민지 시대 그리고 50년대 소설과 영화에서 여성들이 묘사되는 방식과 그들의 젠더 의식에 대한 것이다. 세 번째 분과 발표는 한국과 독일의 문학에서 나타나는 통일, 미술가 신학철의 그림에서 나타난 `민중,` 그리고 민족문학으로서의 한국문학 혹은 세계문학으로서의 한국문학에 대해 발표가 있었다. 발표자의 국적이 영국, 독일, 미국 등 다양하다 보니 각국의 문화적, 역사적 경험과 한국의 경험을 비교하는 것이 많았다. 한국인 연구자들의 연구경향이 주로 한국에 한정된 좁은 시각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비해 외국인들의 한국문학 연구는 비교문학적 연구의 성격이 강하고 좀 더 넓은 시각에서 한국문학을 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는 장점이 있다.
무엇보다 신학철이라는 미술가에 대해서 발표한 것이 흥미로웠다. 처음 들어보는 미술가라 인터넷검색을 해보니 1980년~ 1990년대 활발히 활동한 민중화가라고 나왔다. 또한 1987년 작품인 `모내기`는 북한을 미화했다는 이유로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기소되어 재판을 받았다. 이 사람의 그림을 발표한 사람은 미국인 대학원생이었다. 한국에서 문학연구가 근대성 연구나 문화 연구 등으로 탈정치화 되고 있는 것에 비해 외국인들은 과거 4·19세대의 문학, 민중문학 등 한국인의 정치적 경험과 결합된 연구들을 좀 더 흥미를 느끼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일본 사람들도 그렇고 외국인들은 이런 정치적 사건에서 드러나는 한국인의 강하고 역동적인 성격에 흥미를 느끼는 것 같다.
한국인들이 한국문학에서 느끼는 흥미와 외국인들이 한국문학에서 느끼는 흥미는 많이 다른 것 같다. 하지만 이번 학술대회에서 느낀 점은 한국이라는 좁은 시각에서 한국문학을 보는 것보다는 좀더 넓은 시각에서 보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아시아 안에서 혹은 세계 안에서의 한국문학을 본다면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한국문학의 특성과 장점이 좀 더 잘 드러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