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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청문회에 대한 단상

등록일 2015-12-22 02:01 게재일 2015-12-22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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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개화<br /><br />단국대·하버드대 방문 교수
▲ 배개화 단국대·하버드대 방문 교수

지난 14~15일까지 서울 YMCA 강당에서 `세월호 청문회`가 열렸다. 필자는 보스턴에 있기 때문에 시차도 있고 무엇보다 필자의 관심이 세월호 문제에서 멀어졌기 때문에 청문회를 보지도 않았고 관련 기사도 읽지 않았다. 이미 필자는 이 문제를 책임자도 원인도 규명할 수 없는 미제사건으로 치부하고 어쩔 수 없는 일에 힘쓰지 않기로 마음을 정해버렸기 때문이다. 이런 마음가짐이었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세월호`라는 단어를 머릿속에 떠올린 일이 요즘에는 없다. 하지만 강제적으로 이 단어가 소환돼 어쩔 수 없이 생각하고 뭔가 말해야 할 때가 있다.

한 번은 필자가 방문하고 있는 연구소의 일본 학자와 점심을 먹을 때였다. 이 학자는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일본의 아베 총리도 문제가 많지만 한국도 좋은 지도자가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세월호 침몰`사건을 이야기했다. 이 학자는 대통령이 팽목항으로 가서 인터뷰하는 시간에 경찰이나 군인들을 보내서 배 속에 갇힌 학생들을 구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 사람의 비판은 2011년 3월11일 일본 토호쿠 지역에 쓰나미를 동반한 대지진이 있었을 때, 당시 간나오토 총리가 헬기를 타고 현장에 갔던 것에 대해서 일본 사람들이 비판했던 것을 연상시킨다.

세월호 침몰이 2014년 4월16일 오전 8시때부터였고 박근혜 대통령이 팽목항을 방문한 것은 4월17일, 그리고 세월호가 완전히 침몰한 것은 4월18일이었다. 당시 이틀이라는 시간이 있었지만, 배가 완전히 뒤집어지기 전에 탈출한 사람들 이외에 더 구출된 사람은 없다. 이런 일들을 두고 이 학자는 대통령이 사람들을 좀 더 구조할 수 있도록 더 많이 노력했어야 했던 것이 아니냐고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의 비판에 필자는 한국 사람을 대신해서 “죄송합니다”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며칠 전에 같은 연구소에 방문학자로 와 있는 한국 학자가 세월호 청문회가 열리고 있다는 것을 필자에게 환기시켰다. 이 학자가 말해주지 않았다면 청문회가 열리고 있는지도 몰랐을 것이다. 이 학자는 16일 날 매우 피곤한 얼굴로 필자를 찾아와서는 어젯밤에 세월호 청문회가 열리는 것을 보느라 잠을 제대로 못 잤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청문회를 보는 내내 너무 화가 나고 속상했다고 말했다. 그런 복잡하고 피곤한 심정을 그의 얼굴에서 필자는 잘 읽을 수 있었다.

이 학자의 주된 학문적 관심사는 사람들이 겪는 `고통`이다. 세월호 침몰은 사상자, 가족 그리고 사회 전체에 엄청난 정신적 고통을 주었다. 그런 만큼 그는 이 문제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팽목항에 여러번 방문도 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수백 명의 학자들이 팽목항으로 모여들었지만 이제 세월호 사건에 직접 관여하고 있는 학자는 두세 명 정도 남았다고 한다. 관련 논문 한두 편 쓰는 것으로 그들의 관심과 참여는 끝났다고.

오늘 이 칼럼을 쓰려고 포털 사이트를 검색해보니 세월호 청문회를 다룬 신문기사가 총 세 건밖에 없다는 비판 기사가 검색되었다. 어느 순간 언론들이 세월호 침몰을 국가의 잘못된 역할 수행으로 국민들에게 엄청난 고통을 준 사건이 아니라,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방해하고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사건으로 묘사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에 대한 언론 보도가 급격히 줄었다. 이런 논조 전환은 세월호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에 피로감을 느끼기 시작한 대중들에게 관심을 끊을 좋은 빌미가 되었고 필자도 여기에 합류했다.

그러면서도 필자는 누군가는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끝까지 이 문제의 원인규명과 해결에 함께 했으면 하는 이율배반적인 심정도 갖고 있다. 또한 누군가 한 명은 이 사건이 종결될 때까지 끝까지 지켜보고 이런 고통의 경험을 생생하게 기록해주었으면 한다. 팽목항을 방문했던 수많은 기자와 학자와 정치가 중 누군가는 끝까지 남아 자신의 `직업적 소명`을 완수하면 좋겠다는 그런 기대를 염치없게도 필자는 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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