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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이 보는 한국인의 선교여행

등록일 2016-02-16 02:01 게재일 2016-02-16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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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개화<br /><br />단국대·하버드대 방문 교수
▲ 배개화 단국대·하버드대 방문 교수

지난 주말 필자는 소속 연구소의 전임 부소장 부부와 함께 점심 식사를 하였다. 이 부부는 1960년대 초 대학을 졸업하고 함께 미국 평화봉사단(peace corps)의 일원으로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 때 한국 사람들에게 영어를 가르쳤다고 한다. 1960년대 초중반의 한국은 정치적으로 격변이 심하고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시기였다. 이 부부는 그 때 한국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을 계기로 한국학 연구자가 되었고 여러모로 한국과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미국 평화봉사단은 미국 정부에서 운영하며 자원봉사자는 미국 시민으로서 대학을 졸업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외국에서 봉사하면서 그 나라에 미국의 문화를 알려주고 그 나라의 문화를 배우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파견이 되기 전 3개월 정도 훈련을 하며 2년 정도 한 나라에 머물면서 자원봉사를 한다. 내가 만난 부부나 하버드대의 한국학 관련 교수들은 모두 2년 이상 한국에 머물면서 1960년대의 가난한 한국을 경험했다. 특히 이 부부는 한국인을 입양했을 정도로 한국에 대한 애정이 깊다.

이 분들의 여행일정 등을 함께 이야기하다가 한국인의 해외 선교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지난 수년 동안 한국의 기독교인들은 이집트나 아프가니스탄 등 위험지역으로 선교여행을 가서 테러를 당한 적이 몇 번 있었다. 2004년에는 이라크에서 김선일씨가 탈레반에게 납치되어 살해당했고, 2007년에는 `분당 샘물교회` 신도들이 아프가니스탄으로 기독교 선교를 하러 갔다가 집단 납치당하였다. 2014년 2월에는 이집트로 성지순례를 갔던 교인들이 시나이 반도에서 발생한 자살 폭탄 테러로 사망하고 부상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부소장 부부는 이집트 시나이 반도에서 있었던 끔찍한 폭탄테러 사건을 회상하면서 한국인의 선교 태도에 대해서 비판했다. 그는 한국 교인들이 `해외 관광을 선교라는 이름으로 떠나는데, 이것은 그들의 일정이 2주 정도인 것에서 잘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문제는 그냥 관광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으로 민감한 지역으로 여행을 떠나며 그 지역 주민에 대한 충분한 이해도 없이 선교를 하려고 한다는 점이라고 그는 말했다.

한 예로 그는 베트남의 경우를 들었다. 베트남의 고산지역에는 소수민족들이 많이 살고 있는데 그들 중에는 기독교도들이 많다. 그들이 산에 사는 이유는 소수민족에 대한 정치적 박해를 피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런데 이런 지역으로 한국 기독교도들이 선교 여행을 와 2주 정도 선교활동을 하는데 이런 행동은 이들 소수민족뿐만 아니라 한국인 방문자들에게 모두 위험한 행동이라고 그는 비판했다. 특히 2주 동안의 선교 기간은 너무 짧은 일정이라서 그 지역 사람들과 아무런 신뢰감도 형성하지 못한다고 한다. 말도 잘 안 통하는 외국인이 와서 자기들의 생활 방식과 사고방식을 바꾸라고 권한다면 기분이 좋은 사람들은 별로 없을 것이다. 특히 이슬람교과 같이 기독교와 오랫동안 경쟁 및 갈등 관계에 있었고 정치적으로 군사적으로 복잡한 지역으로 가서 주말 선교를 하는 것은 너무 오만한 행동일 뿐만 아니라 자기 목숨을 내놓는 행동이다.

임무 수행을 위해 현지인과의 신뢰감을 쌓는 것의 중요성은 지난 학기 수업시간에도 들은 적이 있다. 당시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파견돼 현지에 주둔 했던 한 여군은 현지 주민과의 신뢰감 형성의 어려움과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문제는 곧 자신들의`안전`과도 직결되는 문제이기에 이런 이유로 그는 자신이 여자라는 점을 이용, 지역의 여성들과 친분을 쌓고 그들과 소통하면서 주둔지의 문화와 정서를 이해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총을 든 군인들, 더구나 주둔군들도 현지 주민들에게 이렇게 조심스럽고 그들로부터 받을 위협에 대해서 늘 대비하고 있다. 이에 대비하면 선교여행을 떠나는 한국인들의 용기는 놀라울 따름이다. 특히 위험지역으로의 해외 관광을 선교라는 이름으로 떠나는 행동은 지양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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