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서울대학교에서 탈북 문학 관련 국제학술 대회가 열렸다. 이것은 작년 12월 말에 이어 두 번째 학술대회이다. 지난 번 학술대회는 주로 한국 학자들 위주로 진행되었는데, 이번 학술대회는 한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 국가에서 참석하였다. 필자도 영어로 출판된 탈북 여성 문학에 대해서 발표를 하였다.
필자의 발표에 포함된 영어 수기 중, 하나는 이연서의 `일곱 개의 이름을 가진 소녀`, 그리고 다른 하나는 박연미의 `살기 위해서:북한 탈북자의 이야기`라는 책이다. 이연서는 18살인 1997년 12월 북한을 탈출하여, 중국에서 10년 정도 있다가 한국에 입국하였다. 그 사이에 그녀는 중국 공안의 검거와 강제 송환을 피하기 위해서 이름을 5번 정도 바꿨고, 이연서는 한국에서 주민등록증 신청을 위해서 새로 만든 이름이다. 박연미는 어머니와 함께 만13살인 2006년쯤에 탈북 하였다. 박연미는 탈북을 도운 사람이 인신매매단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음에도 중국에 남는 것을 결정했다. 이는 북한으로 돌아가면 굶어 죽을 수 있지만, 중국에 남으면 밥은 먹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이다. 그 후, 그녀는 1년 이상 중국인 인신매매상의 첩으로 생활했다.
탈북자들의 이야기를 읽다가 보면 이들이 처음부터 남한으로 오기 위해서 북한을 탈출한 것은 아님을 알 수 있다. 많은 경우는 먹을 것을 찾아서 부유해 보이는 중국으로 넘어왔다. 하지만 탈북 사실이 발각되어 북한으로 송환될 경우, 이들은 `강제 노역소`나 `수용소` 등에서 인간 이하의 생활을 하거나, 최악의 경우 사형 당할 수도 있다. 이것이 두려워서 이들은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중국에서 생활하다가, 여러 가지 경로를 통해서 한국으로 입국하거나 제3국으로 입국한다.
탈북자들이 지속적으로 주장하는 것은 자신들을 난민으로 인정하고 북한으로 강제송환하지 말라는 것이다. 보통 `불법체류자`는 체류하는 국가의 국내법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불법체류가 발각되면 강제추방 된다. 하지만 `난민`은 국제법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국제난민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고, 갈 나라가 정해질 때까지 체류국-탈북자의 경우 주로 중국-에 머무를 수 있다.
필자도 탈북자들의 주장에 설득당해서 탈북자들을 난민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학회에 참여한 서울대의 통일평화연구원 원장인 정근식 교수는 탈북자 중에는 난민도 있지만 이주자도 있다고 말한다. 요즘 북한의 상류 계층에서는 자녀의 교육과 미래를 위해서 의도적으로 탈북을 시켜 한국으로 보낸다는 것이다. 그는 그런 탈북 학생들이 서울대에도 꽤 있다고 말했다. 그러므로 모든 탈북자들을 일괄해서 난민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중국 인민대학에서 온 발표자는 이런 중국정부의 입장을 두둔하면서 해결책의 모델로 중국의 사례를 들었다. 60~70년대 중국의 경제가 좋지 않을 때는 광조우 지역 사람들이 홍콩으로 많이 이주했는데, 중국경제가 좋아지면서 다시 돌아왔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처럼 탈북자 문제의 가장 좋은 해결책은 북한 경제를 빨리 회복시켜 탈북자의 수를 줄이고, 중국내의 불법체류자들이 자발적으로 귀국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보면 최근의 탈북은 박연미처럼 배가 고파서 탈출하는 경우도 있지만, 더 나은 삶을 찾아 떠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이유로 탈북자를 난민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이주자로 볼 것인가라는 논란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 이런 논란을 피하기 위해 정부는 탈북자를 `북한이탈주민`이라고 부르고, 탈북자를 `북한이탈주민에 관한 법`으로 보호하고 있다. 난민이냐 이주자냐는 논란을 떠나서, 필자는 북한 주민들이 북한 이탈 과정에서 더 이상 끔직한 고통-인신매매, 매매혼 등-을 겪지 않도록 한국 및 주변국들의 협조와 관심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