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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시대 문화의 값어치

등록일 2017-09-13 21:15 게재일 2017-09-1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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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개화<br>단국대 교수
▲ 배개화 단국대 교수

지난 5일 마광수 교수가 자살하였다. 이번 월요일에는 최영미 시인이 인터넷 뉴스에 오르내려 네티즌의 눈총을 받았다.

이 분들과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두 사건을 보면서 `우리시대 문화`의 값어치에 대해서 새삼스럽게 생각해 보게 되었다.

필자는 대학원 박사과정 때 수업에서 할 발표문을 준비하면서 마광수 교수의 윤동주 시인에 대한 연구 논문을 읽었다. 그 때 필자는 `아! 이 사람은 천재다`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가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즐거운 사라`라는 소설 때문이었다. 이 소설이 외설 시비에 휘말려, 마 교수는 재판에서 유죄 선고를 받았다.

마광수 교수가 작고한 날은 마침 필자 소속 대학의 개강모임이 있는 날이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자연스럽게 그의 이야기로 넘어갔다. 한 교수가 지금에서 보면 `즐거운 사라`가 그렇게 야한 것도 아닌데, 외설물로 출판 금지하고 실형까지 살게 한 것은 심한 처사였다고 말했다.

그가 만약 단지 작가였다면 용인될 수 있을 표현들이 교수이기 때문에 문제가 된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그 때 한 교수가 `그래도 교수가 그런 글을 쓰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느냐`는 질문을 던진다. 다른 교수도 `아무래도 교수는 그렇게 해서는 안 될 것 같다`고 동조한다.

논란 당시, `즐거운 사라`가 교수와 대학생의 성관계를 묘사한 것과 그가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했던 말들이 큰 문제가 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즉, 언론과 대중이 문제 삼은 것은 `교수가 학생을 성적 대상으로 본다`는 점이다. 이들은 그의 작품을 범죄 의도의 표현, 미래에 저지를지 모를 범죄의 증거로 보았다. 여기에는 즐거운 사라를 `소설`-지어낸 이야기-로 그의 발언을 일종의 퍼포먼스로 보는 관점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번 월요일에는 `서른, 잔치는 끝났다`로 유명한 최영미 시인이 네티즌의 비난을 받았다.

한 언론에서 최영미 시인의 페이스북 글을 인용해서 서울의 유명 호텔에 이-메일을 보내서 자신이 1년 동안 거주할 수 있는 호텔방을 제공하면 좋겠다고 요청했다는 기사를 냈다. 이 기사에 따르면 시인은 자신이 유명한 시인이므로 자신의 장기 투숙이 홍보가 될 것이니 방을 무료로 제공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이것이 알려지자 네티즌들은 시인을 갑질 시인이라고 비난하며 엄청난 악성 댓글을 달았고, 언론은 이를 부추겼다.

시인의 해명에 따르면 월세 만기로 인해서 집을 비워야 했고, 때마침 구청으로부터 1년에 1천300만원을 받는 기초생활수급자 신청을 하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한다. 그 때 미국 시인 도로시 파커가 호텔에서 살다가 죽은 것처럼 자신도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그래서 서울의 한 호텔에 편지를 했다는 것이다.

이것을 보면서 미국이 자기 시인에게 해줄 수 있는 대접을 한국은 왜 못해주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문화는 공공재이다. 이것은 사회 전체의 가치를 올리는 것이고 모두가 공유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회 전체가 가꾸고 투자할 필요가 있다.

얼마 전까지 우리는 한강의 `채식주의자`의 맨부커 상 수상에 흥분했고, 해마다 `노벨문학상` 수상에 기대를 건다. 그러나 정작 좋은 작품을 써서 소위 `노벨상의 꿈`을 실현할지도 모르는 시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투자는 너무 박하다.

마광수 교수와 최영미 시인은 훌륭한 연구자이자 시인이다. 자신의 연구와 작품으로 빛나는 시간을 가진 적도 있다. 하지만 마 교수의 자살원인은 생활고였고, 최영미 시인도 1년에 1천만원도 못 번다고 한다.

돈이 모든 것의 척도인 현재 우리 사회의 관점에서 보면 우리 사회의 문화의 가치는 매우 낮은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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