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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무감각한 사람들

등록일 2016-12-27 02:01 게재일 2016-12-2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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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개화<br /><br />단국대 교수·교양학부
▲ 배개화 단국대 교수·교양학부

며칠 전, 학술대회에 참석했다가 탈북 문학자들을 만났다. 이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던 계기는 학술대회가 탈북자 문학에 대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탈북 문학자들은 주최 측의 초대로 학술대회에서 발표와 토론을 하였다. 학술대회가 끝난 뒤, 저녁을 먹는 자리에서 필자는 이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면서 필자는 이분들이 죽음에 대해서 매우 무감각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필자가 탈북자를 처음 만난 것은 2008년 필자가 하는 수업에서였다. 두 명의 탈북 학생이 수강을 하고 있었는데, 그들이 탈북자인 것을 안 것은 성적 처리난에 탈북자라고 썼기 때문이었지만, 수업을 하는 동안에도 이 학생들은 몇 번 필자의 관심을 끌었다. 그 중 하나는 자기소개서 때문이었는데, 그 내용이 너무 어두웠기 때문이다. 자기소개서에서 학생은 `지금까지 사람들은 자기를 이용하려고만 했기에, 자신은 다른 사람을 잘 믿지 않는다. 하지만 앞으로 열심히 살아서 성공하겠다`고 썼다. 이 글을 읽으면서 대학교 1학년이 지금까지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런 글을 쓰는 걸까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그가 탈북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그 같은 어두운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다가 이번 학술대회에 발표 청탁을 받고 탈북자들이 쓴 수기와 소설을 많이 읽었고, 이 사람들이 겪은 고통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많은 수기와 소설들은 탈북자들이 늘 죽음의 위기 속에 있음을 보여준다. 먹을 것이 없어서 굶다가 죽은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길거리에 쓰러져 있는 죽은 사람에게 산 사람들은 점점 무감각해졌다고 한다. 또한 탈북자의 경우, 탈북 후 중국에서 중국 공안의 체포를 피하는 과정에서 많이 죽거나 다친다고 한다. 중국 공안의 수색을 피해서 추운 겨울이나 비가 오는 궂은 날에도 맨몸으로 산 속에 숨어있기도 하고, 국경을 넘다가 총을 맞아 죽기도 한다. 또 여성의 경우에는 인신매매를 당해서 중국인의 아내로 팔려가기도 하고, 유흥업소에 팔려가서 성노리개로 고통당하기도 한다.

북한에서의 생활과 탈북 할 때의 경험 때문인지 탈북자들은 죽는 것에 대해서 매우 무감동한 모습을 보였다. 학술대회에서 만난 한 탈북문인은 체제비판적인 시를 썼다는 이유로 감옥에 3년 동안 갇혀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시 한두 편 가지고 어떤 사건을 만들기는 어려워 결국 그는 풀려났다고 한다.

그는 한국에서는 시간이 너무 빨리 간다며, 감옥에서는 일분이 하루 같았다고 말했다. 이 분은 유머 감각이 있고 강한 의지를 소유한 분으로 보였지만, 죽음에 대해서는 다소 무감각하게 보였다. 비슷하게 소설에서도 등장인물의 대부분이 죽는다든지(`생은 어디에`) 혹은 탈북한 여성이 중국에서 매매혼으로 6년 동안 고통을 당하다가 한국에 오지만, 결국은 암으로 죽는다(`청춘연가`).

너무 힘들고 고통스러운 일을 당하다보면, 혹은 죽음이 일상화된 환경 속에 살다보면 사람들은 이렇게 타인의 죽음이나 자신의 죽음에 대해서 무감각해지는 것 같다. 그런 것에 하나하나 민감하게 반응하다 보면, 정신 차리고 살아가기 힘들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렇게 죽으나 저렇게 죽으나 언제 죽을지 모를 목숨이니까`라는 모진 마음이 그들이 목숨을 건 월경을 하고 한국으로 입국하기 위해서 오랜 기간 동안 힘든 여정을 버틸 수 있었던 용기의 원천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람은 자신과 타인의 죽음과 고통에 무감각해지는 만큼 폭력적으로 돌변할 수도 있다.

한국 사회는 이처럼 `공감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을 경계하고 이들로 인한 사회 문제에 대해서 심각하게 생각한다. 특히 공감능력이 부족한 정치지도자의 폐해는 지금 우리 모두가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탈북자들을 우리의 친구와 이웃으로 받아들이고 좀 더 사랑으로 대하여 그들이 `행복`한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그래서 이들이 자기와 타인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 자신과 타인의 목숨을 소중히 생각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이 지점에서 인권은 시작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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