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제4차 산업혁명시대 대학교양교육 발전방안`토론회가 열렸다. 주관 단체로부터 참석했으면 좋겠다는 메일을 받고 필자도 여기에 참석하게 되었다. 이 토론회는 대학 교수 두 분의 발표가 있었고 다섯명의 토론자가 발표 내용에 대해서 토론하였다. 3시간 반 동안 진행된 토론을 들으면서 필자는 우리 사회의 미래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다.
일단 발표와 토론을 들으면서 제4차 산업혁명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의문이 생겼다. 인터넷 백과사전에 따르면, 이것은 사이버 물리 시스템 기술을 토대로 탄생한 산업 혁명이다. 이 산업은 클라우딩 컴퓨터, 빅데이터, 3D 프린팅, 생명공학 등 첨단 정보통신 기술을 활용하여 실세계 모든 사물들의 지능화(intelligent)와 초연결(hyper-connection)을 지향한다. 이것은 세계경제포럼의 창립자인 클라우스 슈밥에 의해서 정식화 되었다.
이런 정의에 따르면 제4차 산업은 이미 우리 삶에 일상화되어 있다. 단적인 예가 작년 이세돌 9단과 바둑 대국을 했던 구글의 인공지능 컴퓨터 알파고이다. 알파고로 상징되는 인공지능(AI)은 `자율주행 자동차`의 인공지능과 동일한 것이다. 현재 필자도 매일 이용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원 드라이브와 같은 클라우딩 컴퓨팅도 그 대표적인 예이다. 여기에 빅 데이터 기술이나 생명공학 등을 더한 제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을 인간에 최대한 가깝게 만드는 것과 연결되어 있으며, 그 궁극적 목표는 인간보다 더 인간 같은 로봇일 가능성이 높다.
이미 우리 국민들은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에서 인간을 능가하는 인공지능의 능력에 경악과 공포를 실감했다. 필자도 그 한 명인지라 두 분의 발표자들이 말하는`제4차 산업혁명`의 시대는 `유토피아`라기보다는 `디스토피아`처럼 느껴졌다.
발표자들 중 한 분은 로봇들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면서 일자리가 많이 줄 것이라고 예측했다. 예를 들어 청소원, 주방보조원 등은 100% 로봇으로 대체되고, 그 밖에도 매표원, 복권 판매원, 낙농업 관련 종사자, 주차관리원, 청원 경찰, 주유원 등도 90% 이상 로봇으로 대체될 수 있다. 이것은 단순 육체노동자의 미래가 매우 불투명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에 지적 노동은 로봇에 의해서 대체될 가능성이 낮다. 예를 들어 회계사나 항공기 조종사, 투자·신용 분석가, 변호사, 컴퓨터 하드웨어, 컴퓨터 시스템이나 보안 전문가 등은 사라질 위험이 적은 직업으로 예측되었다. 로봇 기술이 얼마만큼 발전할지 알 수는 없지만 정서적이거나 가치 판단이 중심인 직업이나 창의적 사고, 비판적인 사고가 필요한 부분에서 로봇은 아직 인간을 대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산업 구성이나 노동 수요만 봐도 우리 사회는 이미 제4차 산업혁명 시대로 진입했음을 알 수 있다. 얼마 전 신문 보도를 보면 삼성전자가 세계 10대 기업에 들어갔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것은 핸드폰, 반도체 등과 같은 첨단기술을 삼성이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주력 노동 인력은 모두 국내외의 우수한 대학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은 고급 기술자들이다. 이미 생산라인에서의 단순 노동은 로봇으로 많이 대체되었고, 부족한 육체노동자들은 외국의 생산라인을 통해서 상대적으로 싼 임금으로 보충하고 있다.
한마디로 제4차 산업혁명에서 육체노동의 수요는 점점 줄 것이고, 지적 노동에 대한 수요는 더욱 커질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문제는 제4차 산업혁명의 특성상 생산성이 현재보다 더욱 높아질 것이기 때문에, 지적 노동에 대한 수요는 늘더라도 인간 노동에 대한 절대적 수요는 감소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는 지금보다 더 많은 실업자를 양산할 수 있다.
최근 신문보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평균 임금은 연 1천600만원이고, 상위 10%가 전체 소득의 48%를 차지한다고 나왔다. 이런 것이 앞으로 더 심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만 보면, 제4차 산업사회는 디스토피아일 가능성이 높다.